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12)
“그럼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았다는 거야?”
“그럴 겁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지요.”
확실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있으니 적당힌 겁주고 사건 기록만 조작하면 그가 범인이 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범인을 잡는 것보다는 확실히 빠르고 편하다.
“하지만 범인은?”
“모를 일이지요.”
그들에게 잡을 생각이 있을까? 있을 리 없다. 그들은 아이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이런 미친.”
“그럼 이건 어쩌지? 항의해야 하나?”
송정한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안 됩니다. 여기서 항의하면 우리의 이미지만 나빠져요. 유괴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입니다. 우리가 유괴범을 옹호한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언론에서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모습이 보인다면 아마도 언론에서는 자신들을 엄청나게 물어뜯을 것이다.
“그럼 어쩌지?”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이를 찾는 겁니다.”
“아이를?”
“네, 지금이 기회입니다. 아마 범인들은 생각지도 못한 사태에 어리둥절할 겁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잡혀갔으니 당연히 방심하겠지요.”
“하지만 범인들이 어디 있는지 알고?”
“노숙자들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노형진은 자신이 노숙자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를 했다. 조승덕이라는 존재와 그와 함께하는 왕 씨라 불리는 전직 조폭. 그리고 그가 몰고 다닌다는 봉고차는 대포 차라는 것.
“음…….”
“확실히 이쪽이 엄청나게 가능성이 높군.”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건 형제 쪽이 아닌 원한을 가진 자들이다. 상황도 그럴 뿐만 아니라 유괴범으로서의 가능성도 무척이나 높다.
“그리고 그 왕 씨라는 인간은 시외에서 컨테이너를 두고 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시외?”
“네, 자기 땅은 아닐 겁니다. 아마도 시유지나 국가 땅이겠지요.”
그 정도 땅이 있다면 그런 식으로 살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네, 그 컨테이너에 아이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말에 송정한은 벌떡 일어났다.
“그럼 뭐해? 당장 가자고!”
“잠시만요. 이렇게 가면 안 됩니다.”
“안 된다니?”
노형진은 그런 송정한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사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마도 그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이 사태를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은 무작정 해결하면 자신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대로 가면 나중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문제? 무슨 문제? 그래서 우리가 애를 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사전에 막을 수 있다면 막아야 한다는 거죠. 좋은 일을 하는 것도 좋지만 경찰을 적으로 돌리면 아무리 우리가 변호사라고 해도 협조해 주지 않으려 할 겁니다.”
“음…….”
사정을 대충 이해한 송정한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자신들이 여기서 범인을 잡고 아이를 구출하면 경찰은 완전히 병신이 되어 버린다. 그 후에 그들이 새론에 어떤 보복을 할지는 뻔한 일.
“그럼 어쩌자는 건가? 우리가 신고한다고 경찰이 들은 척이나 하겠어?”
이미 그들은 범인을 잡았다고 확정한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야기가 먹힐 리가 없다.
“그러니까 경찰 조직이 아니라 경찰에게 부탁해야지요.”
“경찰 조직이 아니라 경찰에게라니?”
“경찰 내부가 다 썩은 건 아니잖습니까?”
경찰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중에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사람처럼 썩어 문드러진 녀석도 있는 반면 현장에서 국민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땅한 사람이 있나?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사람 말이야.”
“제가 아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남상주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외쳤다.
“실력은 좋고 똑바른 사람인데 워낙 로비나 아부에 재능이 없어서 아직도 승진하지 못하고 있는 형사 과장이 한 명 있습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그에게 말해서 부하들을 데리고 와 달라고 해 주십시오.”
“하지만 관할이 다를 텐데?”
“일단 그건 사소한 문제입니다. 일이 터진 후에는 경찰 쪽에서 관할 가지고 뭐라고 하지는 못할 테니까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남상주는 전화기를 들었다.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우리가 빨리 움직일수록 아이의 생존 확률은 높아집니다.”
그 말에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조승덕은 뉴스를 보면서 기가 막혔다.
“우리 사건 맞아?”
“맞아. 애 사진도 나오잖아.”
조승덕은 자신이 유괴한 아이의 사진이 뉴스에 나오자 당황했다. 전혀 엉뚱한 사람이 범인이라고 언론에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이 자백했다고 했다.
“어찌 되었건 우리한테는 좋은 일이지. 그들이 엉뚱한 사람을 잡았다는 건 우리를 따라오지 않는다는 거잖아.”
왕 씨는 왠지 안도하는 얼굴이었다. 사실 전직 조폭이라고 지껄이기는 했지만 그저 시다바리급이었을 뿐이다. 큰 형님의 죄를 뒤집어쓰고 감방에 갔다 오니 버려져서 이렇게 살고 있는 상태일 뿐, 조폭다운 일은 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돈이 된다기에 순간 혹해서 유괴에 동참하는 바람에 심장이 조마조마했는데 다른 사람이 범인이라고 하니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러면 돈을 못 받아 내는데?”
“뭐?”
“생각해 봐. 범인이 잡혔는데 우리가 돈 달라고 하면 다른 범인이 있다는 뜻 아냐? 당연히 달라고 못하지.”
“으음?”
“쳇, 별수 없지.”
마치 뱀이 먹잇감을 바라보듯이 차가운 눈빛으로 컨테이너 구석에 달려 있는 문짝을 바라보는 조승덕.
“설마?”
“방법이 없잖아? 저 녀석을 풀어 주면 우리가 드러난다고. 어차피 경찰도, 자기 아비도 애가 죽은 줄 알고 있을 텐데.”
“으음…….”
“하기 싫으면 빠져. 내가 할 테니까.”
조승덕의 눈에서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흐흐흐, 정만욱, 그 고통스러울 거다. 그래, 그렇게 영원히 고통스러워해라. 네가 나한테 한 짓으로 인해 내가 고통스러워한 만큼 말이다 흐흐흐.’
그는 회사에서 잘린 뒤 다른 일자리를 미국에서 알아봤지만 구하지 못했다. 결국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그는 자신의 재능을 살린답시고 광고 회사를 열었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보다 더 인터넷 문화가 발전한 곳이다. 당연히 오로지 방송과 신문에만 기대는 그의 오래된 스타일의 광고가 먹힐 리가 없었고, 결국 그는 전 재산을 말아먹고 노숙자가 되었다.
‘그년을 봤을 때 긴가민가했는데 말이지.’
그런 상황에서 노숙자 쉼터에서 자원봉사 하던 정만욱의 아내를 보고 그는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보면서 확신이 들었고 자신이 느꼈던 고통을 몇 배로 돌려주기 위해 이번 유괴를 계획했다.
‘넌 날 자른 걸 후회하게 될 거라고 했지.’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남 탓만 하는 그는 일을 마치려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그때였다.
“어? 저기 누가 오는데?”
“응?”
왕 씨의 컨테이너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놓여 있어 멀리에서 오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 한 남자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뭐야? 올 사람 있었어?”
“아니, 여기 올 사람 없는데? 설마 경찰 아냐?”
왕 씨는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조승덕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 경찰이 여기 올 리가 없잖아? 온다고 해도 혼자 오겠어?”
이미 언론에서 경찰이 범인을 잡았다고 대서특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경찰이 올 리 없다. 그리고 경찰은 기본적으로 두 명 이상씩 움직인다. 저렇게 혼자 올 리가 없다. 더군다나 양복에 가방을 든 경찰이라니, 그런 게 있을 리 없다.
“으, 덥다.”
다가온 남자는 컨테이너 바깥으로 나온 두 사람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인구총조사 나왔습니다.”
“인구총조사?”
“네, 정부에서 하는 일괄 인구 조사예요. 정확한 인구통계를 내기 위해 몇 가지 설문에 응해 주시기만 하면 되는데요.”
“음.”
헤실헤실 웃는 젊은이를 보자 조승덕은 약간은 의심을 풀었다.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은 모습만 딱 봐도 이제 막 공무원이 된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데.”
“이거 의무 사항이라서요. 하지 않으시면 다시 와야 해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군. 뭐라고 하면 되나?”
“저기, 날씨가 더워서 그런데 들어가서 하면 안 될까요?”
이제 가을에 접어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날씨는 덥다. 그래서인지 그 조사원은 들어가고 싶어 했다.
“그건 안 되겠는데.”
“네?”
“저기에는 에어컨이 없거든. 컨테이너에 에어컨이 없으면 얼마나 더운지 알지? 그래서 우리도 나와 있는 거야.”
“아아아.”
조사원은 알겠다는 듯 서류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일단 몇 가지만 여쭤 볼게요.”
조사원, 아니 노형진은 그렇게 하면서 그들을 살폈다.
‘안에 뭔가 있나 보군.’
이 날씨에 에어컨이 없으면 당연히 컨테이너는 덥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들이 다른 이유로 자신을 들이고 싶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여기다.’
그 안을 볼 수 없지만 노형진은 그들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지?’
노형진은 그들에게 볼펜을 건네면서 바짝 붙었다.
“일단 이 부분을 읽어 보셔야 하는데요. 여기에 두 분이 거주하시나요?”
“아니, 난 여기 놀러 온 거고 저쪽이 여기 사는 사람.”
그 둘의 사이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었다. 조승덕이 리더로서 왕 씨라는 인간을 통제하는 게 드러났다. 물론 그걸 알아내려고 물어본 게 아니었다.
‘여기군.’
볼펜를 건네면서 기억을 읽어 내 보니 역시나 조승덕은 혹시나 노형진이 이상한 점을 알아챌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노형진은 손을 펄럭이면서 약속된 명령어를 슬쩍 말했다. 품 안에 감춰진 초소형 무전기가 사람들에게 전달을 해 줄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다.
“저기, 더워서 그런데 물 한 잔만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그냥 빨리 하고 가쇼.”
“네.”
노형진은 머쓱하게 웃으면서 서류를 꺼내 바닥의 가방 위에 내려놨다.
“불편해도 이해해 주세요. 일단 몇 가지 설문 조사 좀 하겠습니다. 혹시 이 집에 아이가 있나요?”
“없는데?”
“아, 죄송한데 이건 그 집에 사는 분만 답할 수가 있어서요. 저기, 어르신, 아이가 있나요?”
“어, 없지. 당연히 없지. 나 혼자 살아.”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찔끔하는 왕 씨. 그리고 그런 왕 씨가 혹시라도 말실수를 할까 봐 그를 바라보는 조승덕.
노형진이 서류를 바닥에 내려놓았기에 그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바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를 틈타 조용히 다가오는 그림자.
그들은 노형진이 그들의 시선을 빼앗을 틈을 타 컨테이너의 뒤쪽에서 조용히 접근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다 하셨어요.”
“그럼 빨리 가쇼.”
“네, 이제 가야지요. 안녕히 계십…….”
멀쩡하게 모른 척하는 노형진이 인사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그 둘의 시선이 그런 그에게 향하는 순간, 그 뒤에서 조용히 다가오던 그림자가 그 둘을 덮쳤다.
“조승덕! 네놈을 유괴 혐의로 체포한다.”
“으억!”
“뭐…… 뭐야!”
노형진에게 신경이 팔려서 누군가 다가오는 것도 모르던 그는 깜짝 놀라 저항하려고 했지만 이미 자신에게 달라붙은 사람이 두 명이나 된 데다 컨테이너 뒤쪽에서 기다리던 다른 사람들도 달려 나와서 매달려서 도망갈 수가 없었다.
“놔! 쌰앙! 놓으라고!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입만 열면 여럿 다쳐!”
“시끄러워!”
발광하는 조승덕과 다르게 왕 씨라고 불린 남자는 울부짖으면서 빌고 있었다.
“잘못했어요! 저 녀석이 시킨 거예요! 저 녀석이 다 시킨 거예요!”
“닥쳐, 이 새끼야!”
“네가 시켰잖아!”
“입 닥치라고!”
노형진은 그들을 무시하고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훅 몰아치는 엄청난 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