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120)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 (3)
왜냐하면 여자가 많아야 남자 손님도 많이 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인나인은 여자의 얼굴과 몸매를 보고 입장을 결정한다.
그래서 거기에 들어가려면 예쁜 여자라고 해도 풀메이크업으로 꾸미고 가야 한다고 한다.
“거긴 남자도 쉽게 못 들어가.”
“맞아요. 규정이 그래요. 철저하게 회원제로 굴러가요.”
심사를 통해 손님으로 인정할 만한 사람인지를 확인한 후에야 받는다는 거다.
“그래도 나도 거기에 못 들어가진 않을 것 같은데?”
노형진은 돈도 많고 사회적인 능력도 있다. 미다스와 마이스터의 대리인이라는 직함은 한국이 아니라 전 세계를 쥐고 흔들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리다.
“아, 물론 칼같이 20대 이상 출입 금지 같은 거라면 방법이 없지만.”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확실히 그런 거라면 답이 없기는 하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런 예상과는 좀 달랐다.
“아니, 그런 거라면 그나마 편하지. 넌 다른 것 때문에 못 들어가. 거기에는 40대도 많이 가는데 뭘.”
“뭐가 문제인데?”
“이미지가 너무 깨끗해.”
“응?”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상식적으로 이미지가 좋다고 클럽에 입장하지 못하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거기는 철저하게 초대 형식으로 굴러가. 그리고 초대하는 기준은 둘 중 하나지.”
첫 번째는 이 사람이 클럽에 어울리는 손님인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초대장을 발송하는 것.
그러나 그런 식으로 운영한 것은 나인나인이 개업했던 초기의 잠깐뿐이고, 지금은 드물다고 한다.
한다고 해도 예상하기로는 매년 열 명 내외일 거라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회원의 추천을 통해 심사한 후에 받아들이는 거지.”
추천만으로는 안 된다. 추천을 받은 후에 그 추천에 따라 다시 심사하는 것이다.
“그냥 적당한 사람에게 날 소개해 달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게 안 된다니까. 그 나인나인 손님이라는 새끼들 중에 뒤가 구린 놈들이 좀 많아.”
오광훈의 말에 홍보석 검사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인나인의 손님들을 보면 유명 연예인부터 재벌 또는 성공한 사업가 등등이 많아요. 사실 그게 불가능한 건 아니죠. 그런데…….”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질이 안 좋다는 소문이 얽혀 있거나 실제로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킨 놈들이라는 거예요.”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킨 놈들?”
“네, 폭행 사건이라거나 마약 사건이라거나.”
그 말에 노형진은 뭔지 알 것 같았다.
부자들만을 위한 프라이빗 한 클럽.
그리고 철저한 추천 제도에, 추가로 이루어지는 심사까지.
“너는 돈이나 인맥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지가 너무 좋아.”
“그러니까 내부 고발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은 받아 주지 않는다 그거네?”
“네, 정확해요.”
경찰도 바보가 아니다. 그런 프라이빗 한 클럽이 부자들의 범죄의 창구로 이용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기에 어떻게 해서든 파고들려고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들어가고 싶어도 경찰을 추천해 줄 만큼 좋은 재벌은 애초에 그곳의 회원이 못 되니까요.”
소문에 따르면 인성 좋은 극히 일부 재벌가 도련님들은 추천받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내부 심사에서 걸러졌다고 한다.
“아마 대룡 손자도 그럴걸.”
“뭐? 그건 나도 처음 들어 보는 말인데?”
“뭐, 물어보면 되는 거겠지. 너 친하잖아.”
“그래도 여자는 들어갈 수 있다면서? 예쁜 여자 경찰이 빡세게 꾸미면 입장 가능하지 않아?”
그 말에 홍보석은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입장은 가능하죠. 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예요.”
“3층?”
“네.”
1층은 일반 플로어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다른 클럽처럼 놀고 마시는 분위기라고.
일반적인 클럽처럼 거기에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남자가 꼬셔서 2층에 있는 룸으로 데리고 가서 노는 그런 곳이다.
“딱 한 번 우리 쪽 직원이 올라가는 데 성공했는데, 그냥 술만 마시고 별것도 없었대요.”
부자들이 있고 여자들을 데리고 왔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 성범죄, 마약, 폭행 등등은 전혀 없었고 그냥 평범하게 놀았다고 한다.
물론 클럽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약간의 스킨십 정도는 있었지만 딱 거기까지.
“그리고 그 여경이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입뺀 당했어요.”
“입뺀을 당했다고요?”
“네. 한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외모에 자신 있는 사람이었고, 경찰 내부에서도 들어갔다는 말에 무리해서 강남 고급 미용실에서 화장까지 시켜서 보낸 거니까 외모에서 밀린 건 아닐 거예요.”
“뒤를 캔 걸 거야.”
오광훈은 그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방법이야 많지. 클럽 내부에서 전화번호를 주고받았을 테니까.”
“음…….”
즉, 2층에 올라온 여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번 신상 털이를 한다고 추측된다는 거다.
그거 말고는 갑자기 입뺀을 당할 이유가 없었다.
“저희는 3층 이상에서 뭔가 불법적인 행위가 벌어지고 있을 거라 예상해요. 실제로 지하 주차장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있기도 하고요.”
심지어 지하 주차장의 1층과 2층은 지상 3층 이상 손님 전용이라고 한다.
“가지고 놀아도 문제가 안 되거나 위험하지 않은 사람만 골라서 3층 이상으로 바로 입장시킨다 이건가?”
“맞아요.”
“그러면 사망자의 직업은 뭔데?”
공흥구는 여러모로 의심스러운 자이지만, 그의 차를 몰고 음주 운전 사고를 냈다고 해서 그것이 교도소에서 죽어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교도소 내부에서 죽여야 할 정도라면, 피해자가 뭔가 위험한 걸 알고 있었다는 소리다.
“회계사예요.”
“네? 회계사요?”
“네, 나인나인의 회계 팀 팀장요.”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가장 위험한 정보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라…….
“우연 같지는 않네요.”
“내가 봐도 우연 같지는 않네.”
노형진과 오광훈은, 직감적으로 이 사건의 뒤에 누군가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 * *
노형진은 홍보석을 보낸 후에 오광훈과 따로 이야기하기로 했다. 오광훈은 공흥구에 대해 좀 아는 눈치였으니까.
“공흥구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
“알지. 내가 살아 있을 때도 활동하던 놈이니까. 지금처럼 거물은 아니었지만.”
“어떤 놈인데?”
“야쿠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놈이야.”
“야쿠자?”
노형진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그래. 이 바닥에서는 흔하지 않은 지략파에 속하는 놈이지. 우리 파벌은 아니었지만 안양 일대에서는 제법 세력을 넓히던 신세기안양파에 속했던 놈이야.”
오광훈은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내가 죽을 때는 부두목쯤 되었었지, 아마?”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성공했다고? 신세기안양파? 그곳은?”
“와해된 것 같더라고. 뭐, 이해 가기는 하는데.”
안양의 유흥가는 다른 도시에 비해서도 절대 작은 곳이 아니다. 도리어 주변의 도시에 비하면 상당히 큰 편.
그 때문에 큰 조직이 생기기 쉬운 구조였는데, 그 자리를 차지한 게 바로 신세기안양파였다고 한다.
하지만 크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표적이 되기도 쉽다는 것.
“그래도 네가 기억할 정도라면 뭔가 특출난 게 있는 모양이네?”
“기억할 수밖에 없지. 내가 뒈진 간접적인 이유가 그 새끼, 아니 신세기안양파니까.”
“뭐?”
“신세기안양파는 마약을 취급했거든.”
그리고 오광훈은 마약 취급을 거부했었다.
부하들의 배신으로 살해당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신세기안양파에서 마약을 뿌리는 걸 본 부하 새끼들이 돈에 눈이 돌아간 거라서 말이지.”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 아는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런 거라면 굳이 홍보석을 보낸 후에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 그냥 과거에 신세기안양파였다고 말하는 정도로도 충분한 정보가 될 테고, 그게 홍보석에게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 굳이 오광훈이 홍보석이 없는 자리에서 입을 열었다는 것은 홍보석에게는 말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거다.
“문제는 그놈의 뒤에 있는 사람이지.”
“누군데?”
“공광태.”
“그게 누군데?”
“하긴, 그 이름은 들어도 모르겠구나. 한국 이름이니까.”
“한국 이름?”
“정확하게 말하면 얀지 카미치로라는 놈이야. 일본에서 제법 큰 조직을 운영하는 야쿠자의 보스지. 정치권과 북한까지 선이 닿아 있는 놈이야.”
“북한?”
뜬금없는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서 갑자기 왜 북한이 나온단 말인가?
하지만 그다음 말은 더 가관이었다.
“그리고 한국 정치권과도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극우 세력의 한국 공략의 첨병이라고 할까?”
“뭐, 그런 건 알겠네. 일본이야 그렇다고 치자. 어차피 일본의 야쿠자가 정치권과 선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한 말이니까. 그런데 웬 북한?”
“너도 알지? 북한에서 자력갱생…… 그게 맞나? 하여간 돈 좀 벌어 보겠다고 마약 키우는 거.”
“이 경우는 자력갱생이라기보다는 외화벌이가 목적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만 설마……?”
노형진의 표정이 대번에 굳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세 국가가 하나로 묶여서 움직일 만한 것, 그건 하나뿐이었으니까.
“북한에서 마약을 들여오는 거냐?”
“맞아.”
얀지 카미치로는 북한에서 생산한 마약을 일본으로 들여온 다음 일본에서 다시 한국으로 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은 어떻게 안 거야?”
“공흥구 그 새끼가 술에 취해서 입을 털었지. 그 새끼가 의심스러워서 작정하고 퍼먹였거든. 우리 지역에 마약 뿌리고 싶어서 혈안이 되어 있었으니까 안면을 트는 건 어렵지 않았어.”
하지만 그 당시 오광훈은 칼같이 거절했고 그 후로 관련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았다는 것.
“그래도 의외네, 고작 행동대장이 그런 걸 알고.”
“고작? 그런 거였다면 다행이다. 내가 아까 말했지?”
오광훈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진짜는 이제부터야.”
“뭐가 더 있다고?”
“공광태와 공흥구가 성이 같잖아. 공씨가 한국에서 흔한 성은 아니잖아? 한국에서도 안 흔한데 일본에서는 흔하겠냐?”
“아, 그러네. 설마 부자지간?”
“맞아, 부자지간이지. 한국에서 공흥구가 자리 잡을 수 있게 공광태가 여러모로 손을 썼어.”
“의외네.”
공광태는 얀지 카미치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건 즉 일본인이라는 소리다. 정확히는 재일 한국인이겠지만.
“그런데 자기들이 보호하는 일본에서 자리 잡게 하지 않고 굳이 한국으로 보냈다고?”
한국에서 자리 잡은 뒤 마약의 유통량을 늘리는 게 최종 목적일 수야 있겠지만 그런 일에 굳이 아들을 보낼 필요는 없다.
한국에 와서도 끝끝내 신세기안양파에서는 부두목밖에 못 했으니까.
일본의 야쿠자의 규모를 생각하면 어떻게 보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노노노. 진짜 비밀은 그게 아니야.”
“뭐? 그러면 비밀이 뭔데?”
“난 공광태가 재일 한국인이라고 했지, 남한 사람이라고는 안 했다.”
그 말에 노형진의 얼굴이 굳었다.
확실히 재일 한국인이라는 말은 일본에 있는 한국인이라는 뜻으로, 어떻게 보면 북한도 그 안에 포함된다.
정확하게는 ‘조총련계’라는 표현이 맞겠지만.
“설마……?”
“공광태는 단순한 야쿠자 보스나 그냥 자리를 잘 잡은 일본의 조총련계 두목이 아니야. 북한 소속의 공작원이지.”
“미친!”
그 말을 들은 노형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 살벌한 북한에서 어떻게 마약을 빼낸단 말인가?
“그런데 왜 한국으로 아들을 보낸 거야?”
“공식적으로는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낸 거지만, 너도 알잖아. 북한 소속 애들은 여차하면 파리 목숨이라는 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