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125)
내부의 폭탄 (4)
“이미 살인은 벌어졌기 때문에 김시원 씨의 처벌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아드님도 남편분도,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더 강한 처벌을 받을 가능성만은 없애야죠.”
그걸 막기 위해서는 이쪽에서 상황을 뒤집어야 한다.
“알겠습니다. 남편이랑 이야기해 볼게요.”
“다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런 살인 청부를 할 정도의 인간이라면 위험한 인간일 테니까요. 말씀드렸다시피 국정원일 수도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그 직전에 잡은 작은 기회를 그녀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 * *
그녀는 바로 남편인 김시원을 면회하러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당연하게도 노형진 역시 변호사로서 동행했다.
일반 면회는 면회실에서 이루어지는데 그곳에서는 모든 대화가 감시되기 때문이다.
“여보, 당신이 살인했다는 게 사실이야?”
“…….”
그 말에 김시원은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사실이니까.
그런 그의 행동에 아내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물끄러미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어쩔 수 없이 노형진의 계획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김시원은 절대로 사실을 말하지 않을 테니까.
“이건…….”
그 시선을 받은 노형진은 서류를 내밀었다.
그걸 받아 본 김시원의 시선이 흔들렸다.
“이혼 소장입니다.”
“……!”
무려 14년 하고도 4개월을 옥바라지를 한 아내의 이혼 소장. 그건 김시원이 충격받기에 충분했다.
“아니…… 이제 와서 왜…….”
“이제 와서? 이제 영원히 교도소에서 못 나올 사람을 내가 왜 기다려야 해? 나도 내 삶을 살 거야.”
“하지만…… 아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혼해 줄게.”
어차피 이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재산 분할? 애초에 분할할 재산조차도 남은 게 없다.
“그리고 중식이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을 거야. 국선변호인 쓰라고 할게.”
“뭐?”
그 말에 김시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건 전혀 다른 문제니까.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중식이에게 왜 변호사를 안 써!”
“당연한 거 아냐? 제 아빠를 닮아서 지금도 사람 패고 다니는데 다음번에는 확실하게 사람을 죽이겠지. 그러니까 나도 포기할래. 그냥 교도소 가라고 해. 합의는 없어.”
“아니야! 우리 중식이 교도소 안 가! 금방 나올 거야!”
“기대도 안 해. 애초에 그런 악마 자식을 케어하는 것도 한계고.”
“여보, 잘못 아는 거야. 중식이가 실수한 거지만 변호사는 써야지.”
“왜? 어차피 돈도 없어. 어차피 국선 써야 해.”
“내가 돈은 어떻게든 마련할게. 어떻게 해서든 변호사 보낼 테니까, 중식이는 포기하면 안 돼.”
다급하게 아내에게 매달리는 김시원.
노형진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슬쩍 끼어들었다.
“그런데 김시원 씨.”
“네?”
“아드님이 사고 쳐서 구속된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네?”
그 말에 김시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서 노형진과 아내를 번갈아 보았다.
아내는 뭔가 충격을 받은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뭐…… 뭐야? 당연히 아내한테…….”
“나 말한 적 없어.”
“뭐?”
“난 말한 적 없다고. 당신이 걱정할까 봐 말하지 않았어. 어떻게 해서든 혼자 해결하려고…… 했어.”
그 말에 김시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김시원이 사람을 죽인 게 아내에게 통지되지 않듯이 아들이 사고를 친다고 해서 교도소에 있는 김시원에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당신, 정말로 청부 살인한 거야?”
그 말에 김시원의 눈동자가 커졌다.
말하지도 않은 걸 아내가 알고 있다니.
“그걸 어떻…… 헙.”
그 말에 아내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울기 시작했다.
제발 아니기를 빌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사실이었다니.
“…….”
“역시 그렇군요. 그러면 뭐…… 방법이 없네요.”
“아니, 저기, 난 괜찮아. 우리 중식이만 어떻게…….”
“김중식 씨는 최대 형량을 받을 겁니다.”
“뭐?”
“애초에 상대방은 당신과 협상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뭔 소리야?”
“당신은 최대 형량인 무기징역을 받을 테고 그 후에 사회와 완전히 격리되겠지요. 그러면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모든 진실이 은폐될 겁니다. 그런데 왜 굳이 당신을 위해 위험하게 재판에 압력을 행사해야 합니까?”
“그럴 리가 없어. 그 사람들은…….”
“국정원이라서요? 국정원이 약속을 지키는 집단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참 순진하신 건데요.”
국정원이 언급되자 김시원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그는 단 한 번도 그 이름을 이야기한 적이 없으니까.
“이미 상황을 확인해 봤습니다. 재미있더군요.”
홍보석은 박소웅 살인 사건의 책임자로서 교도소의 모든 출입 기록을 볼 수 있다. 당연히 그건 표준 절차이기에 누가 그를 찾아왔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김시원 씨를 찾아온 사람은 오로지 아내분뿐이더군요. 그마저도 3개월 전이고.”
교도소는 내부 인원 체크에 매우 집착한다. 누가 오든 모든 기록을 남기고 관리한다.
그건 어쩔 수가 없는 게, 죄수들이 외부에 안 좋은 명령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도소 내부에서 조직의 보스들은 편지나 면회 등 온갖 방법을 다 이용해서 외부의 조직에 명령을 내린다.
심지어 대기업 회장들은 교도소에서 업무까지 본다.
교도소에서 변호인이 동석하면 감시를 못 하는 걸 이용해서 회사의 업무를 보기도 하고, 변호사가 말동무하면서 재롱을 떨게 한다.
“심지어 필요하면 변호사에게 성 상납을 요구하기도 하죠.”
새론의 고연미 변호사만 해도 그런 취급을 받고 빡쳐서 새론으로 온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데 지금 김시원 씨가 말하는 그 누군가는 기록 자체가 없습니다. 내기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CCTV 영상도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 말에 김시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건 몰랐으니까.
“무기징역을 받은 죄수가 아무리 국정원의 지시로 청부 살인을 저질렀다고 떠든다 한들 그 누가 믿겠습니까?”
노형진의 말이 이어질수록 점점 떨리는 김시원의 손.
다급한 나머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드님을 도와줘요?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 자체가 국정원이 청부 살인을 했다는 증거.
그렇기에 국정원은 절대로 김시원의 아들을 풀어 줄 수 없다.
“그러면 난…….”
“멍청한 짓을 한 거죠.”
“크윽…….”
그 말에 눈물을 흘리면서 울기 시작하는 김시원.
그런 모습을, 노형진은 한참 동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울음을 멈춘 후에야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라고요?”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합의금도 드리고, 변호도 해 드릴 생각입니다.”
그 말에 김시원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그러더니 이내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해 보면 노형진의 말이 맞다.
실제로 살인을 저지른 지는 오래되었지만 뭔가 바뀌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누구도 찾아오지도 않았고, 아내의 말을 들어 보면 아들의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약속대로라면 지금쯤 아내에게 합의금을 지급했어야 했는데도.
“사실은…….”
김시원은 결국 자신이 겪은 모든 것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들에 대해 어떻게 들었는지, 그리고 국정원이 자신을 어떻게 포섭했는지.
교도소 안에서 아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던 김시원은 결국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저에게 그랬습니다, 합의금을 주고 압력을 행사하면 어렵지 않게 집행유예가 나올 거라고.”
하지만 돈도 주지 않았고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요? 그 후에 찾아온 적도 없다 이거죠?”
“네. 아, 이름은 압니다.”
“의미 없습니다.”
애초에 기록도 남지 않았는데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그 이름도 당연히 가짜일 텐데.
“그런데 왜 믿은 겁니까? 입으로 국정원이라고 떠들 뿐 증거도 없었을 텐데.”
신분증을 보여 준 것도 아닐 테고, 그렇다고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아무리 아들의 문제가 걸려 있다지만 그래도 살인을 저지를 정도로 믿음을 가지기에는 부족하다.
“원래 저는 세탁 작업을 했습니다.”
“세탁 작업요?”
“네.”
이건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
‘그러고 보니 그랬지.’
분명 오광훈은 위험한 사람들은 위험 요소가 있는 작업에 투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김시원의 경우에는 모범수에 출소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주방에 배치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니 다른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요?”
“어느 날 와서 그러더군요, 내일부터는 목공 작업에 투입될 거라고.”
그리고 실제로 그날부터 그는 세탁실이 아닌 목공 작업실로 나갔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외부 노역을 나갈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외부 노역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몇 번이나, 알려 준 그대로 실현되었다.
한정된 정보만을 가지는 죄수 입장에서는 국정원이라는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을 거다.
“그러다가 제가 받아들인다고 하니까 주방으로 배치한다고 하더군요.”
“주방으로요?”
“네.”
그리고 실제로 그는 주방으로 배치되었는데, 거기에 박소웅이 있었다는 것.
‘확실히 그런 거라면 믿을 수밖에 없었겠네.’
그렇게 마음대로 교도소 내부의 시스템을 컨트롤할 정도라면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진 사람일 테니까.
“일단은 알겠습니다. 살인을 한 이후로는 일절 연락이 없었다고 하셨죠?”
“네.”
하긴, 이제 용도 폐기가 된 대상을 챙겨 줄 리 없다.
“좋습니다. 그러면 지금은 어디에 있습니까?”
“네?”
“지금 말입니다. 혼거실에 있습니까, 독거실에 있습니까?”
“그거야…… 독거실에…….”
교도소 내에서 무려 살인을 저지른 인간이다. 그런 사람을 혼거실에 둘 만큼 교정 당국이 일을 안 하지는 않는다.
“교정 당국에 자꾸 울컥울컥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하면서 계속 독거실에 계세요.”
“네? 어째서요?”
“박소웅도 죽였는데 당신이라고 못 죽일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김시원의 눈이 커졌다.
그건 진짜로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원래 타깃을 제거한 사람을 처리하는 건 스파이 업계에서 흔한 일입니다.”
그렇게 하면 더 이상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교도소의 독거실에 있으니 건드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말을 들은 김시원은 침을 꼴깍 삼켰다.
“당분간은 조용히 계세요.”
다른 곳도 아닌 국정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
위험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