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127)
부자들만을 위한 복마전 (2)
김중식이 욱해서 상대방을 폭행했고, 그래서 사건이 커졌다.
“알아. 그리고 그 기록도 봤지. 그런데 이해가 안 가서 말이야.”
“뭐가?”
“피해자는 광대뼈가 함몰되고 두 팔과 갈비뼈가 부러졌어. 그렇지?”
“그렇지.”
“그런데 그 정도로 심하게 다치는 경우가 술집에서 일어난 싸움 중에 있나?”
“응?”
“김시원 씨 아내분의 말로는 아들에게 욱하는 성향이 있기는 하다더라고.”
어쩔 수가 없다.
인생이 갑자기 추락했으니 그걸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없을 테니까.
“그래서 술집에서 싸우다가 욱해서 주먹을 휘두를 수는 있어. 그런데 말이야, 술집에서 싸우다가 그렇게 큰 상해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보다 사람의 뼈는 튼튼하다.
특히 팔뼈나 다리뼈는 항상 쓰이는 부위이기에 상당히 튼튼하다.
실제로 사람 신체 중에 가장 늦게 썩는 부위가 바로 팔다리 등이다.
광대뼈 함몰은 그럴 수 있다. 주먹질 한 방에도 쉽사리 무너지는 게 광대뼈니까.
“하지만 팔과 갈비뼈? 광훈이 네 생각에 어떨 것 같아?”
“음…… 맨손으로?”
“응.”
“턱도 없지.”
오광훈은 조폭이었다. 그렇기에 제법 사람을 많이 때려 봤다.
“팔다리를 부러트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각목이 필요해.”
물론 넘어지거나 해서 부러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그만큼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순 폭행으로 팔뼈와 갈비뼈가 부러진다?
“하지만 발길질을 했잖아요. 실제로 각력은 주먹보다 강한 게 사실이고요.”
“맞습니다. 그건 사실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면 팔만 부러졌어야지요.”
“네?”
“사람은 넘어진 상태에서 공격당할 경우 본능적으로 몸을 둥그렇게 말아서 장기를 보호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런 상황에서 갈비뼈를 공격하는 건 절대로 쉽지 않다.
물론 측면이 드러나 있긴 하지만 측면에 드러난 갈비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차지 말고 찍어야 하는데, 발로 찍는 행위는 차는 행위에 비해 파괴력이 훨씬 떨어진다.
“그리고 술집에서 싸움이 붙었다면서요?”
“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이 구경만 했다면, 그것도 좀 이상하지 않지 않나요?”
만일 술집에서 주먹질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주변 사람들이 말릴 거다.
상대방이 혼자라고 해도 김중식이 혼자서 술을 마시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실제로 그랬네요.”
그날 김시원의 아들 김중식은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다 뒤에 있던 사람들과 시비가 붙어서 폭행했다는 것.
“그런데 그 이유가 뭡니까?”
사실 낯선 사람과 술집에서 시비가 붙는 경우는 의외로 종종 있다. 그러나 보통은 말 그대로 시비로 끝난다.
왜냐하면 그런 경우 보통 원인이 과도한 소음 같은 거라 언성이 높아지는 수준에서 끝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폭행하고 그렇게 쌍방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경찰이 일방적인 폭행이라고 결론 내릴 정도라면, 정말로 상대방이 작심하고 도발한 것일 수밖에 없다.
“어…… 그러니까 상대방이 한 말이, 와꾸가 어쩌고 면상이 어쩌고 하면서 비웃었다고…….”
“허.”
그 말에 노형진은 기가 막혔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해도 처음 보는 사람의 외모에 대해 막말하는 놈들이 얼마나 될까?
사실 대부분의 경우 술을 마실 때는 다른 사람에게는 관심도 없다.
자기들끼리 놀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왜 남의 얼평을 하겠는가?
더군다나 그걸 다 들으라고 한다라…….
“이거 도발 같은데?”
“도발 같은 게 아니라 도발 맞네.”
오광훈조차도 도발이라고 확실하게 인식할 정도다.
오광훈은 그 말을 듣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그쪽 파티…… 아니다, 일행에 여자가 있대?”
“게임이냐? 파티는 무슨 파티.”
“아니, 뭐 일단 말만 통하면 되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
“일단 피해자 일행에 여자는 없었어요.”
“여자 일행은 없다라……. 그러면 노린 것 같은데?”
“네? 어째서요?”
“그거야 당연한 거지. 누군가를 깔아뭉개는 짓을 할 때에는 그쪽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당연하게도 초면에 그런 걸로 시비를 걸 이유가 없다.
“딱 하나만 빼고 말이지.”
바로 피해자 일행에 여자가 있는 경우 말이다.
간혹 뇌가 허리 아래에 달려 있는 놈들이 있다.
그래서 관심이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면 질투심에 얼평을 하면서 온갖 지랄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남자들끼리 술을 마시면서 처음 보는 사람을 디스 한다?
“보통은 그런 일이 없지.”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는 그 친구들이 디스 대상이 되면 모를까 처음 보는 사람이 굳이 화젯거리가 될 이유가 없다.
“아, 그래요?”
“그래. 노린 거 맞는 것 같은데.”
진단서? 국정원쯤 되는 곳에서 진단서를 조작하는 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엑스레이 사진? 당연히 그것도 조작 가능하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사고가 발생하는 나라가 한국인 데다 엑스레이 사진에 증명사진을 박지는 않으니까.
“일단은 그 진단서부터 확인하는 게 좋겠네.”
보통 제출되는 진단서는 따로 확인 과정을 거치지는 않는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걸 노렸다면 이쪽에서 진단서를 확보하려는 것에 대해 의심을 품을 거다.
“알아봐야겠네요.”
확인해야 할 것이 일목요연해지자, 홍보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노형진도 입을 열었다.
“그럼 나는 그사이에 나인나인에 대해 좀 알아봐야겠네.”
“접근 못 한다니까.”
“알아. 하지만 그곳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을 소개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알지.”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 *
“나인나인요?”
“그래. 혹시 들은 거 있어?”
“어, 뭐. 있죠. 있다 뿐이겠어요. 저도 떨어졌는데.”
“확실해?”
“네.”
유영민은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의외네. 너 성격상 그런 곳은 관심이 없을 것 같았는데.”
“아,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곳이 재벌가 자제들 사이에서 워낙 핫한 곳이라서요. 형도 재벌가라면 그에 어울리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건 그렇지.”
“그래서 한번 가 볼까 했죠.”
보아하니 유영민은 나인나인이 아주 핫한 술집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제가 거기 심사에서 떨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그편이 차라리 나을 거다.”
“네?”
“거기, 안에서 마약이나 도박을 하는 모양이더라.”
그 말에 유영민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이내 풀어졌다.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별로 놀라지 않네?”
“저도 재벌가 놈들이랑 어울리다 보면 종종 보거든요, 그런 데에 중독된 놈들을.”
다만 신고하는 순간 개인 간의 우정 문제를 넘어서 기업 간의 전쟁이 될 게 뻔하기에 신고하지 않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놈 말로는 그런 게 전혀 없는 곳이라고 했는데.”
“그래? 그 말을 믿어? 솔직히?”
“어…… 글쎄요? 솔직히 말하면 믿기는 힘들지 싶어요.”
“왜?”
“아니, 사실은 사이가 별로 안 좋은 놈이거든요.”
그런데 뜬금없이 소개해 준다고 해서, 그래도 재벌가끼리 어느 정도 안면은 있어야 해서 동의한 거라고 했다.
“사이가 안 좋아?”
“일방적으로 열폭하는 사이라고 해야 하나?”
유영민은 대룡의 유일한 후계자다. 그러나 동시에 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도 없다.
애초에 유영민은 진실한 사랑의 결실이라기보다는 후계자의 부주의로 태어났으나 이후 다른 자식들이 모조리 죽어서 대룡의 후계자가 된 거니까.
유민택이 그걸 떠들고 다니지는 않겠지만 알 만한 놈들은 다 알 거다.
그놈은 그걸로 어린 시절 유영민을 지독하리만치 놀려 먹던 놈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이 먹고 나니까 상황이 아니다 싶었던 거죠. 그놈은 차남도 아닌 삼남이거든요.”
자기가 놀려 먹던 인간이 알고 보니까 대기업의 유일한 후계자다. 심지어 그 기업은 이제 엄청나게 성장해서 한국에서 재계 서열 2위가 되어 버렸다.
그에 반해 그의 회사는 딱히 재계 서열이 높은 것도 아니고 그마저도 삼남이라 물려받을 만한 것도 없다.
유영민은 어렵지 않게 회사를 물려받겠지만 그는 뭐라도 받으려면 다른 형제들과 악다구니를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까…… 아시죠?”
“뭔지 알겠다.”
지금은 재벌가 도련님이니 뭐니 하면서 추앙받으면서 살지만 나중에는 쳐다보지도 못할 관계가 되어 버린다.
“둘 중 하나네. 아니, 둘 다일 수도 있겠네.”
유영민을 슬쩍 나인나인에 데리고 와서 친해지면 그걸 빌미 삼아 뭐라도 하나 더 챙기고, 설사 친해지지 않더라도 나인나인을 통해 안 좋은 마약이나 도박에 빠져서 인생이 망가진다면 자신의 자격지심을 채울 수 있다는 계획.
“어느 쪽이든 좋은 목적은 아니네.”
“뭐, 그럴 것 같기는 하네요.”
대충 상황이 이해되는지 유영민은 눈을 찡그렸다.
“뭐, 어차피 이제 볼일 없으니까.”
“없다고? 왜?”
“아, 미국 갔어요. 갑자기 유학을 간다는데 유학은 개뿔, 뻔하죠. 사고 치고 쫓겨 간 거죠.”
“그래?”
“네, 유학할 정도로 똑똑한 놈은 아니거든요. 유학은커녕 영어로 대화나 가능하다면 다행일걸요.”
유영민이 어깨를 으쓱하는 걸 보니 그마저도 힘든 모양이다.
‘뭐, 그런 경우야 흔하지.’
사고 치면 일단 미국으로 날아가는 재벌가 자제들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회귀 전 노형진이 미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할 때도 그렇게 미국까지 와서도 정신 못 차리고 사고를 쳐서 소송당하는 놈들을 여럿 보았다.
심지어 한국에서 하던 버릇을 못 고쳐서 아무 생각 없이 갱단을 건드렸다가 머리에 납탄이 박혔던 사건도 있었다.
부모는 미국에 와서 울고불고 난리를 피웠지만 애석하게도 어떤 의사도 뇌가 납탄으로 뭉개진 사람을 살릴 능력은 없었다.
“그러면 그놈을 소개받는 건 불가능하겠네?”
“에? 설마 그놈을 소개받으려고 하신 거예요? 도움이 될 만한 놈이 아닌데.”
“그놈한테 도움 받으려는 건 아니고 나인나인에 대해 조사를 좀 하려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인나인은 일본계 투자 펀드가 돈을 댄 클럽이다.
확실히 돈이 되는 곳으로, 아마도 일본 야쿠자 조직의 자금 세탁 통로라고 의심하고 있다.
“아, 저도 2층까지는 가 봤어요.”
“어, 그래?”
“네, 3층부터는 완전히 회원 전용이라서 못 올라간다고 하더라고요.”
확실히 그건 오광훈이 해 준 말대로였다.
여자들이 픽되어서 2층까지 올라간다고 했으니 재벌가 도련님이라면 2층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거다.
“3층 이상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고?”
“딱히 없을걸요.”
3층 이상 올라갈 수 있는 놈들은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거다. 거기는 말 그대로 복마전 같은 곳일 테니까.
반대로 거기에 올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는 바가 없으니 말해 줄 수 없을 테고 말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영장을 청구해도 나오지 않을 테고.’
그곳이 진짜로 국정원의 비호를 받는 곳이라면 설사 거기에서 토막 살인이 일어난다고 해도 절대로 영장이 발부되지 않을 거다.
“끄응.”
노형진으로서도 상당히 힘든 사건이다.
일본은 아예 건드리기도 힘들 거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적으로 일본은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다.
야베 총리의 사건 이후에 대놓고 한국에 적대 행위를 하지는 않으나 그렇게 난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의 주류는 한국에 적대적인 극우파가 꽉 잡고 있는 상황.
한국에 마약을 뿌릴 수 있다는데 거기에서 조사를 도와줄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북한에 도와 달라고 하는 건 불가능할 테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