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193)
또 다른 미다스 (1) (6)
해당 드라마는 중국의 지원을 받아서 만들었는데, 대놓고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느니 한국의 주요 전통은 중국에서 넘어왔다느니 부채춤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의 전통 춤이라느니, 심지어 김치가 아니라 파오차이라는 내용까지 넣어서 폭삭 망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드라마 제작사부터 사장, 작가까지 모조리 한국에 이름만 올려 두고 활동하는 중국인이었다.
“그건 그들이 그런 목적을 위해 계획적으로 만들어 둔 회사입니다. 내부에서 제작자들이 그렇게 주장하면 그게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지요.”
“확실히 그렇지.”
실제로 해당 드라마는 한국에서는 폭망했지만 다른 나라의 OTT 서비스에서는 제법 선방했고, 그걸 기반으로 중국은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라는 이상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었다.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한국에서 자기가 미다스라고 주장하면서 중국을 빨아 준다면? 당연히 또 다른 누군가는 거기에 속을 겁니다.”
그리고 그게 성공하면 단순히 사기를 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수백 배 더 많은 돈을 중국으로 끌어올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왜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하필이면 한국에서 합니까?”
무태식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물었다.
“미다스는 오랜 시간 한국에 신경 써 왔습니다. 미다스가 한국인이라는 소문도 거기에서 시작된 거고요. 그러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보다는 본국인 한국에서 인정받는 게 나중에 유리해지겠지요.”
가령 한국의 정치인 중 누군가가 그를 미다스라고 소개한다면 아마 해외의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믿을 거다.
한국이 가지는 세계적인 입지는 상당히 공신력이 있는 상황이고, 거기다 정치인쯤 되는 사람이라면 나름의 검증을 했을 거라 생각하니까.
“하긴. 하지만 생각과 다르게 한국의 정치인 대부분은 무능하기 그지없지.”
쓰게 웃는 김성식.
그는 검찰 중앙수사본부에 있으면서 수많은 국회의원들을 만났기에 그들이 얼마나 욕심이 많고 권력욕이 심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중 일부는 미다스라는 존재에 대해 아마 상관없다고 생각할 거야.”
“상관없다니요? 그들이 미다스를 안다는 건가요?”
고연미 변호사의 말에 김성식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아니라. 자칭 미다스라는 존재가 설사 진짜가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거지. 지금은 나한테 돈을 주는 사람이니까.”
“아아~.”
“그러면 피해가 정말 심각해질 것 같은데요.”
무태식 변호사는 그 말을 듣고 눈을 찡그렸다.
이건 단순히 돈을 받는 문제가 아니다.
“진실을 눈치채고서도 가짜 미다스의 조건을 받아들였다면 사실상 중국에 붙어서 간자 노릇을 하겠다는 뜻 아닙니까?”
“뭐, 그런 국회의원이 한둘인가? 국가 기밀의 절반은 국회의원에 의해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말도 있는데.”
“그 정도입니까?”
“물론 진짜 그 정도는 아니겠지. 하지만 그만큼 믿지 못할 놈들이라는 거지. 얼마 전에도 그런 놈이 있지 않았나? 대정부 질문을 하는데 뜬금없이 한국 핵잠수함 건조 계획을 공개하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놈.”
“아, 그런 놈이 있었지요.”
“그게 설마 몰라서 그랬겠나? 그 아래에 보좌관이 몇 명인데? 그중 병역 필한 사람이 한 명도 없겠는가?”
당연히 있다.
애초에 설사 군대에 가지 않았다 해도 핵무기와 관련해서는 당연히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비밀이라는 걸 모를 리 없다.
그런데 그걸 은밀하게도 아니고 방송에 나가는 대정부 질문을 하는 자리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내놓으라고 지랄한 것이다.
“설마……?”
“아마 그 설마가 맞지 싶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모든 1급 기밀에 접근할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더군다나 그 사람은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도 아니었다.
즉, 비밀 인가 자격도 없고 그걸 취급하는 부서도 아닌데 그걸 내놓으라고 대놓고 지랄했다는 뜻.
“중국이나 일본 같은 곳에서 그런 발언을 해 달라고 요청했을 수도 있지.”
왜냐하면 그런 식으로 요구해도 그걸로 국회의원에게 문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국회의원이고, 대정부 질문장에서 일어난 일을 문제 삼으면 그건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거니까.
“하긴, 그런 자료를 몰래 달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네요.”
“그럴 거야. 그건 명백하게 보안법 위반이니까.”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당당하게 한번 찔러본 거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잠깐은 시끄러웠지만 누구도 그에 신경 쓰지 않으며 잊혔다.
“그런 상황이니 누군가가 한국을 통해 전 세계에 가짜 미다스라는 존재를 인식시킨다면 그 피해는 엄청날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관련된 놈들은 분명 부당한 행동을 해서 막대한 뇌물을 받아 챙길 테니까 결과적으로 나라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일.
“그러면 우리가 추측한 것을 공개해야 하나요? 미다스 측은 이번 일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데요. 자기 신분을 드러내진 않더라도 가짜 미다스의 존재를 부정하는 거야 어렵지 않잖아요.”
고연미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실제로 미다스가 노형진을 통해 ‘나는 한국에서 활동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발표 한 번만 하면 그놈들은 그냥 나가떨어지는 거다.
아직은 노형진이 대리인으로서 공신력이 더 있으니까.
“저도 그 생각은 했는데, 미다스의 생각은 좀 다른 듯하더군요.”
“네?”
“뭐? 미다스는 뭐라는데?”
“설마 그냥 방치하겠답니까?”
다들 그 말에 깜짝 놀랐다.
일반인이라고 해도 누군가가 자기를 사칭하고 다닌다면 무척이나 화가 날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미다스가 그런 걸 방치한다니?
“아, 정확하게는, 방치는 아닙니다. 다만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함정을 파고 싶어 합니다.”
“함정?”
“네. 사실 미다스가 몰래 움직인 게 하루 이틀 상황이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국가에서 나서서 사기를 치려 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이 사기를 치려고 한 건 처음이 아닙니다.”
“처음이 아니라고?”
“미다스는 익명인 상태고, 실제로 그 사실을 이용해 먹고 싶어 하는 사기꾼은 넘쳐 나니까요.”
한국에서 처음일 뿐이지, 다른 나라에서는 미다스라고 사칭하며 사기를 치려는 시도가 몇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경우 대부분 마이스터를 통해 사실 조회 한 번만 하면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었다.
“그런 건 생각보다 해결이 쉽죠.”
어차피 그렇게 사칭하는 놈들의 최종 목적은 돈이라, 그 방법으로 사기를 치려고 하는 거니까.
하지만 이번 사건은 돈이 아니라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게 목적이다. 그렇다 보니 사기로 처벌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비밀이 많은 놈들에게 먼저 접근했으니까.”
그러니 섣불리 그들에 대해 조사하는 게 CIA도 힘들 수밖에 없었던 것.
“상황은 알겠네. 그런데 그 함정이라는 게 뭔가?”
“그저 중국과 관련된 건 다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 주는 정도의 일을 할 생각입니다.”
“중국과 관련된 건 조심해야 한다고?”
“네. 이건 결국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터지는 시점은 아마 중국이 원하는 것보다 더 이른 때, 그러니까 생각보다 투자금이 많이 들어오지 않은 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 한 방 먹이겠다 이거군요.”
“그래야지요. 누가 마음대로 미다스라는 이름을 이용하랍니까?”
“그건 그렇지.”
응징하지 않으면 노형진이 아니고, 세상에 응징이 없다면 끝없이 썩어 갈 뿐이다.
“하지만 어떻게 말인가? 그놈들이 자신을 드러낼 것 같지는 않은데.”
“상관없습니다. 우리도 저쪽이 누군지 모르듯이 저쪽도 우리가 뭘 할지 모르니까요.”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쪽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할지 예상하지 못할 겁니다. 그에 반해 우리가 저쪽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지요.”
노형진의 예상이 맞다면 저들은 단 하나의 목적, 그러니까 중국에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움직일 게 뻔하다.
“우리는 저들의 목적을 아니까 그걸 이용하면 되는 겁니다.”
“어떻게 말인가?”
“음, 일단은…….”
노형진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중국에 좀 더 투자하게 해 줘야겠네요,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