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
“뭐?”
장갑수는 급하게 보고받고 깜짝 놀랐다.
“검찰관이 들이닥쳤어?”
“네, 대령님.”
“왜?”
“모르겠습니다.”
“젠장!”
안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취하시키고 증언을 바꾸려고 별의별 방법을 다 쓰고 있었는데 검찰관이 들이닥치다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 녀석은 뭔데? 왜 출두 명령이 안 떨어진 거야?”
“모르겠습니다. 알아보니 이제 막 온 신참이라는데.”
“신참? 이 새끼가 계급도 몰라보고 덤비는 모양이군.”
장갑수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안 그래도 좆도 모르는 하사관 한 년이 미쳐 날뛰어서 짜증 나 죽겠는데 이제는 검찰관이라는 녀석까지 그러다니.
“가자.”
“네?”
“가자고. 그 녀석이 그년이랑 대화 중이라며?”
“네.”
“가서 겁 좀 줘야지.”
보통 검찰관은 권력이 강하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2계급 정도는 접어 준다. 즉, 중위면 소령급까지는 그를 대우해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대령이다. 한참 위다.
“장 대령님! 잠시만요.”
보고받고 부랴부랴 노형진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노형진은 막 청취를 끝낸 상태였다.
“알겠습니다. 이 사건은 제가 담당하고 있으니 필요하시면 전화를…….”
“너 이 새끼, 뭐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 들이닥치는 한 남자. 노형진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누구십니까?”
“나? 장갑수 대령이다. 너 이 새끼, 뭐 하는 새끼야?”
“반갑습니다. 노형진 중위입니다. 장갑수 대령님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검찰관입니다.”
“너 이 새끼, 누가 여기까지 오래?”
“무슨 말씀이신지?”
“누가 일선 부대까지 와서 지랄하래! 앙? 죽고 싶어?”
장갑수는 길길이 날뛰었다. 고작 중위 따위가 여기에 와서 조사질이라니.
“전 제 근무 규정에 근거하여…….”
“근무 규정? 좆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너 이 새끼, 잘리고 이등병으로 다시 들어와야 정신 차리지? 네가 죽고 싶구나. 그래, 죽여 주마, 이 씨발 새끼야.”
‘하아…….’
노형진은 한숨을 쉬었다.
‘돌겠네.’
군대란 여기저기 흩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대빵은 다름 아닌 그였다. 그러니 왕처럼 수년을 살아왔을 테고 이제는 이런 안하무인이 된 것이다.
“그만하시죠.”
“뭘 그만해, 이 씨발 새끼야.”
“전 검찰관이니 조사 권한이 있습니다.”
“해서 올려 보냈잖아!”
“그건 너무 부실해서 말입니다. 보강 수사가 필요합니다.”
장갑수는 짜증이 났다. 새로 온 놈들 중에 가끔 필요 이상으로 정의감 넘치는 놈들이 있다.
“이 새끼가 정말!”
겁을 주려고 다가가는 장갑수. 노형진이 조사한 것을 가지고 가게 둘 수는 없었다.
“야! 빼앗아!”
“네?”
뒤에 서 있던 병장은 깜짝 놀랐다.
“뭐 해! 저 새끼 가방을 빼앗으라고.”
“연대장님?”
“내 말 안 들어? 죽을래? 이거 명령 불복종이야, 이 개새끼들아! 즉결 처분받고 싶어?”
장갑수가 길길이 날뛰자 엉거주춤하게 노형진을 포위하는 병사들. 그걸 보면서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부대가 개판이구만.’
덕이나 예가 아닌 공포. 소위 말하는 똥 군기로 지배하는 게 분명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첫째, 일단 현행법상 즉결 처분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둘째, 전 법률에 의거, 합당한 조사를 한 것입니다. 만일 이 조사 자료를 강제로 빼앗는다면 현행법상 군사 자료 절취에 해당됩니다.”
그 말에 다가오던 병사들은 움찔했다.
“이 새끼들아! 빼앗아!”
“셋째! 법률을 집행하는 검찰관이 업무에 관하여 방해 및 신체의 위협을 받고 있으므로 검찰관으로서 정식으로 헌병의 지원 요청을 하겠습니다. 헌병을 불러 주십시오.”
마지막은 병사들이 아닌 장교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병사들이 헌병대의 전화번호를 알 리가 없으니까.
“…….”
장교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쩍 벌렸다. 붙잡으라는 연대장. 헌병을 부르라는 검찰관. 두 명령이 상충하기 때문이다.
“이건 공식 요청입니다. 만일 거부할 경우, 그 책임을 져야 합니다.”
“으으으…….”
장교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 바로 책임이다. 그들은 연대장과 검찰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기록상 거부로 기록하겠습니다. 윤 중사님, 헌병대를 불러 주십시오. 업무방해 및 군사 자료 절취 시도를 당했다고 하시면 됩니다.”
그 말에 핸드폰을 꺼내는 윤보미. 그걸 본 장갑수의 눈이 뒤집혔다.
“빼앗아! 뭐 해, 이 씨발 놈들아!”
그 말에 엉거주춤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
“손만 대 봐라. 여성 장교에 대한 성추행으로 몽땅 넣어 버릴 거야.”
장교들이 노형진의 말에 얼어붙은 상태에서 엉거주춤 윤보미 중사에게 다가가던 병사들도 얼어붙었다. 단순 성추행도 아니고 여성 하사관을 병사들이 성추행했다면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
“통신 보안.”
윤보미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넘어가자, 장갑수는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노형진은 헌병대의 보호를 받으면서 부대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가 도착하자마자 그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충성! 중위 노형진,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앉게나.”
그를 부른 사람은 다름 아닌 감찰부 부장이었다.
“자네, 무슨 짓을 한 건가?”
“무슨 짓이라니요?”
“왜 거기를 가서 조사해?”
“조사 장소는 검찰관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만?”
“지금 상대방이 누군지 몰라서 그래?”
“압니다. 장갑수 대령. 군인으로서의 능력이 의심스럽더군요.”
“이 멍청아! 그 사람, 경기도지사의 동생이야!”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지금 위에서 얼마나 전화가 오고 난리인 줄 알아?”
“그래서요?”
“뭐?”
“군검찰관의 기소권은 독점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기소하는 게 아니구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여기는 군대야! 군대! 나라를 지키는 곳이라고!”
그 말에 노형진은 갑자기 피식 웃었다.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난 것이다. 학교라며 학교에서 피해 아동이 아니라 강간범을 지키려고 했던 때가 말이다.
“나라를 지키는 곳이지, 강간범을 지키는 곳은 아닙니다.”
“뭐?”
“오늘 조사해 보니 누락된 기록이 있더군요. 단순 성추행이 아니라 구강성교 시도까지 했던데 말입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이거 강간 미수입니다. 그런데 기록을 보니 성추행으로 조작해서 올려 보냈더군요.”
“그…….”
“공소를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노형진이 직접 간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군대란 조직은 무척이나 폐쇄적이고 내부 고발자에게 가차 없다. 그런 걸 알면서 온 것일 게 뻔한데 고작 하사관이 대령을 상습도 아니고 한 번의 성추행으로 고발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술에 취한 장갑수는 오윤미 하사에게 구강성교를 명령했고 오 하사가 거부하자 뺨을 때린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온 조사 기록의 어디에도 구강성교를 명령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너, 미친 거야?”
“아닙니다.”
“근데 왜 일을 키워?”
“일을 키우는 게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하는 겁니다.”
“여기는 군대야!”
“네, 군대죠, 강간범 양성소가 아니라.”
감찰부 부장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제대로 된 꼴통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전 일하러 가 보겠습니다.”
“이, 이…….”
부들부들 떠는 부장을 본 노형진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거 꼴통 중의 상 꼴통입니다.”
“대책이 안 서요.”
노형진의 행동에 감찰부는 발칵 뒤집혔다.
“말이 안 통합니까?”
“안 통합니다. 자기가 장기 복무도 생각 안 하니 막나가나 봅니다.”
“젠장.”
어디나 그렇지만 꼴통이 있으면 피곤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여기는 감찰부다. 다시 말해서 여기서 일하는 놈들은 법에 대해서 좀, 아니 많이 아는 놈들인 것이다.
“자를 수도 없고.”
직장이 아니라 의무다. 자기들의 마음에 안 든다고 자를 수 있는 곳이 아닌 것이다.
“어디서 저런 상 꼴통이…….”
길들이기 위해서 좀 많이 부담스러운 사건을 줬는데 도리어 천적 같은 놈이 걸린 것이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끙…… 일단은 두고 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공소권은 그가 가지고 있으니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노 중위님.”
“네?”
“소문 들으셨어요?”
“제가 소문을 들을 상황입니까?”
‘하긴.’
소문이란 친한 사람들의 입으로 듣는 거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핵폭탄을 터트려 놨으니 누가 그와 친해지려고 하겠는가?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런데도 노형진은 여전히 똑같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아예 이 세계와는 관련 없는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뭐, 뻔하죠. 꼴통 하나 들어왔다고 난리겠지요.”
“아시네요?”
“달리 할 말이 더 있겠습니까?”
“그런데 진짜로 그냥 계속하실 생각입니까?”
“할 겁니다.”
상대방이 누구든 법은 언제나 공정해야 한다. 변호사의 덕목이 승리라면 검사의 덕목은 정의인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안 좋다. 육사 출신의 대령에, 현직 경기도지사의 동생.
“상관없습니다.”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구속 신청은 어떻게 되어 갑니까?”
“그게…….”
“하긴, 기대도 안 했습니다.”
그 당시 녹음된 자료와 장갑수의 행동을 기반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구속영장이 나오지 않았다. 형진은 그다지 실망하지 않았다. 그것쯤은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에이, 윤 중사님이 죄송할 건 없죠.”
구속시키지 않는 건 판사의 판단이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결국 변호사가 아무리 잘나도, 검사가 아무리 잘 써도 판단하는 건 판사다. 그리고 군대라는 특성상, 판사가 그에게 처벌을 내릴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떻게든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가면 판사나 검사를 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정치권과 선이 닿아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그를 처벌할 리가 없다.
‘하는 짓거리를 봐서는 처음도 아닌 것 같고 말이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하지만 노래방에서 오럴 섹스를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나저나 이런 식이면 내가 좀 불리한데.’
바깥의 판사들은 많이 타락했다 하더라도 외부적으로는 중립의 의무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곳은 그게 아니다. 위에서 덮어라 하면 덮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무리 자신이 완벽하게 조서와 증거를 완성해서 내민다고 한들 판사가 무죄를 내려 버리면 끝이다.
‘일단은 최선을 다해야지. 안 되면…….’
안 된다면 다른 방식이 있긴 하지만, 그 방법까지 쓰고 싶진 않은 노형진이었다.
“이름.”
“씨발 놈의 새끼.”
“나이.”
“십팔 새끼.”
정식으로 조사를 시작하자 장갑수는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그를 도발하기 위해서 욕했지만 노형진이 그딴 도발에 당할 리가 없었다.
“자, 그럼 씨발 놈의 새끼 님, 씨발 놈의 새끼 님께서는 ○○월 ○○일 ○○노래방에서 여군 하사인 오윤미 씨를 강간하려고 한 죄로 잡혀 온 걸 아십니까? 씨발 놈의 새끼 님의 경우에는 준 강간죄에 해당되는데요. 씨발 놈의 새끼 님 같은 경우는 과거의 전력이 조사되어야 할 듯합니다. 그래서 저는 씨발 놈의 새끼 님 아래서 일했던 하사관들을 조사하려고 생각 중인데요. 씨발 놈의 새끼 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그 과정은 씨발 놈의 새끼 님의 변호사에게도 통지될 겁니다. 씨발 놈의 새끼 님이 참여하실 건 없으시구요.”
참 자상하게 말하는 노형진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름이었다. 이름이 들어가야 하는 부분마다 씨발 놈의 새끼라는 말이 들어가고 있었다.
“뭐, 지금 뭐라고 했어?”
“씨발 놈의 새끼 님에게 이제 진행될 법률 과정을 안내해 드릴게요.”
“욕하잖아!”
“제가 언제 욕했습니까? 전 씨발 놈의 새끼 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불러 드리고 있습니다만? 안 그렇습니까, 씨발 놈의 새끼 님?”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게 아니라 아예 자기 이름이 씨발 놈의 새끼가 되어 버린 것처럼 끊임없이 씨발 놈의 새끼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 새끼가 진짜!”
“전 본인이 스스로 말한 이름으로 불러 드리고 있습니다, 씨발 놈의 새끼 님.”
“큭.”
성질이 나서 한마디 했지만 도무지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씨발 놈의 새끼 님, 답변을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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