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0)
“도대체 어떤 기업에서 최종 디자인이 나오기도 전에 금형을 만들고 색감을 조정하고 물건을 제작하나요?”
금형을 만드는 가격을 상상 이상으로 비싸다. 작은 피규어 금형만 해도 수천만 원이고 이런 물건을 만드는 것은 억 단위는 가뿐하게 넘는다. 더군다나 금형은 모양이 바뀌었다고 막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금 깎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새로 만들어야 한다.
“성화에서는 가능합니다.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최종 디자인을 받은 건 더 먼저인데 나중에 작가의 변심으로 추가적인 변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있던 금형에서 나온 모든 물건들을 폐기한 겁니다.”
‘오올.’
노형진은 재빠르게 변명하는 그의 모습에 솔직히 살짝 놀랐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고 깔끔한 임기응변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많은 변호사들 중에서 그가 선발된 것도 그만큼 능력이 있어서다.
‘역시 성화의 변호사라 이건가?’
솔직히 저런 변명 아니 변론이 나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더군다나 논리적으로 합당한 변론이다.
“그렇군요. 확실히 작은 디자인 변경이라도 완성도를 높인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판사 역시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잘했어. 한 가지만 빼고 말이지.’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확실히 빠른 변론이기는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그렇듯 급하게 만들어진 변명에는 다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해당 디자인이 적용된 날짜기 정확하게 언제입니까?”
“4월 22일에 적용되었습니다.”
“그렇군요. 4월 22일 제작되었단 말이죠?”
“네.”
“그러면 그 에어컨의 생산량은 어떻게 됩니까?”
“하루에 1천 대 가능합니다.”
엄청난 양이다. 하루에 1천 대라고 하면 한 달에 3만 대 정도 생산 가능하단 소리다.
“생각보다 적네요.”
물론 노형진은 적다고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반적으로 에어컨 공장이 풀로 돌아간다면 못해도 하루에 3천 대에서 4천 대를 생산할 수 있으니까.
“초기 모델인 만큼 일단 소량 생산하면서 판매량에 따라 공장을 증설할 생각이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진짜 확실한 겁니까? 하루에 1천 대? 고작 그것밖에 안 만들어요?”
“확실합니다. 필요하면 여기 하루 생산량 기록표를 드리지요.”
“주시면 감사하지요.”
그 말에 변호사는 그걸 노형진에게 건넸다. 사실 증거로써 아무런 효과도 없고 딱히 비밀도 아니다 보니 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재판장님, 잠깐 인터넷을 쓸 수 있을까요?”
“인터넷을?”
“네, 증거가 인터넷상에 있는데 일단 확인한 후 출력하고자 합니다.”
“흠…….”
판사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노트북을 인터넷에 연결해 뭔가를 검색하더니 그 화면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
“이게 뭐라고 되어 있나요? 읽어 주십시오.”
모니터를 주변으로 스윽 돌리면서 사람들에게 말하자 사람들은 큰 목소리로 그걸 읽기 시작했다.
“유러피안 스타일 홈 컬렉션 에어컨. 판매량 10만 대 판매 돌파 기념 유러피안 스타일 홈 컬렉션 전 품목 파격 할인.”
사람들이 그걸 읽자 다시 그 화면을 확대해서 보여 주는 노형진.
“그러면 아래에 있는 날짜는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날짜가…… 6월 21일입니다.”
“재판장님, 이 화면을 증거로 제출합니다. 해당 화면은 성화의 브랜드에서 홍보를 위해 한 것인 만큼 인터넷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게 뭐가 증거가 된다는 겁니까?”
판사는 그게 왜 증거가 된다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노형진은 방금 전 성화의 변호사가 준 것을 증거로 내밀었다.
“방금 전 피고 측 변호인은 본 법정에서 하루 생산량이 1천 대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하루 1천 대라고 한다면 10만 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100일을 소요해야 합니다. 그런데 최종 적용일은 4월 22일입니다. 그리고 10만 대 판매에 6월 21일이죠. 대략적으로 봐도 60일인 건데. 그 안에 어떻게 10만 대의 기록이 나왔습니까?”
“……!”
그 말에 성화 측 변호사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이런 미친.’
아무런 관련이 없을 줄 알고 무심하게 넘겨준 자료가 증거가 되어서 순식간에 자신의 목줄을 죄고 있었다.
“이 증거대로라면 성화 측에서는 사전에 어느 정도 생산량을 준비해 놨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다면 무려 4만 대의 차이가 생기는데 이건 단순히 야근해서 되는 게 아니죠. 재판장님, 해당 증거를 제출하는 바입니다.”
즉, 사전에 미리 생산량을 만들어 놨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게…… 철야입니다! 모든 직원들이 합심하여 모두 하나 되어 일한 덕분에 그 수량이 나온 겁니다.”
상대방은 일단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외쳤다.
‘얼씨구? 여기가 무슨 북한이냐? 하나 되어 결과가 나오게?’
아무리 철야를 한다고 해도 나올 수 있는 수량이 아니다. 아니, 진짜 전 직원이 철야한다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두 달이 넘도록 잠도 자지 않고 철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게 확실한가요?”
“확실합니다.”
“그러면 그 해당 근무자들의 철야 기록을 제출하여 주십시오. 그 정도는 증명하실 수 있으시지요?”
“그…….”
순간 당황하는 성화 측 변호사.
“아, 그리고 그럼 하루에 1,500대 이상 생산했다는 건데 왜 이 기록에는 1천 대만 기록되어 있나요? 혹시 탈세를 목적으로 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군요. 국세청에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씨발…….’
졸지에 철야 기록을 내주고 거기에다 국세청 조사까지 받게 된 성화 측 변호사는 완전히 혼이 나간 듯한 얼굴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철야 기록이 있지 않으니 증거가 없고 국세청에서 이 기록을 가지고 감사하면 솔직히 성화쯤 되는 대기업이 탈세를 위한 뭔가를 하지 않을 리 없으니 뭔가는 걸릴 테니까.
‘이런 망할 새끼.’
노형진은 무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성화의 변호인. 하지만 노형진은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그저 히죽 웃을 뿐이었다.
“친애하는 재판장님,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게 있습니다.”
“이상한 것?”
“네.”
“뭡니까?”
“저희 어머니께서 성화에서 나온 유러피안 스타일 홈 컬렉션 에어컨을 한눈에 반하셔서 말입니다. 얼마 전에 설치하셨습니다.”
“그래서요?”
“그래서 그걸 보고 왔는데 이상한 게 붙어 있더군요. 그것도 증거로 제출하고자 합니다.”
노형진은 한 장의 사진을 꺼내 재판정에 내놓았다. 당연히 상대방에게도 한 장 건네줬다. 그리고 그걸 본 성화의 변호사는 입을 다물었다.
‘이 망할 새끼.’
노형진이 내놓은 물건은 가전제품에 붙어 있는 일종의 표시였다. 여러 가지 설명이 붙어 있는 물건 말이다. 그리고 그 표시에는 명백하게 제조 날짜가 적혀 있었다.
“제조 날짜가 신기하게도 1월 19일입니다. 이거 완전히 신기한 물건이네요. 시간을 달려서 미래에서 온 에어컨인가 봅니다?”
“이건 명백하게 시간을 잘못 기재한 것뿐입니다.”
“그래요?”
“네! 가끔 그럴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가요? 그런데 그런 실수를 많이 하던데요? 여기저기서 보이는데 말입니다.”
노형진은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그 에어컨이 설치된 집집의 양해를 구하고 그 제조 날짜를 사진을 찍어 왔다. 그건 개조할 수도 없다. 노형진이 시간을 표시할 수 있는 걸 세워 두고 찍은 데다 당장 그곳에 가면 그 에어컨이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이건 1월 8일, 이건 1월 30일, 이건 2월 7일, 이건 2월 11일. 이건 작년이네요? 12월 19일. 이것도 작년 12월 11일. 이 정도쯤이면 타임머신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최종 디자인이 적용된 날짜가 4월 22일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이쯤되면 노형진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걸 찍어 올 리 없으니까.
‘저 씨발 놈이 진짜.’
성화의 변호사는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어떻게든 저 녀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악하는데 하면 할수록 더 빠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부처님 손아귀에 든 손오공처럼 말이다.
‘도대체가…….’
미리 준비한 모든 패들이 완벽하게 막혀 있어 도무지 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상황.
“흠…… 피고 측 변호인, 이 기록에 따르면 최종 디자인을 적용하기도 전에 모든 에어컨들이 미리 생산되었다는 뜻이 됩니다. 할 말 있습니까?”
“그게…… 알아보겠습니다.”
저런 명확하게 증거가 있으면서도 처음부터 내놓지 않은 행동에 그는 속으로 열불이 났다.
‘씨발 놈, 날 가지고 놀아?’
물론 노형진이 진짜로 그를 가지고 놀려고 이런 증거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게 바로 임팩트지. 후후후.’
그의 반론을 모두 듣고 나서 그걸 한 방에 뒤집어 버리는 증거를 제출하는 것.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뒤집히면서 그 사실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그리고 임팩트가 강하게 남을수록 판사는 이쪽으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
“알겠습니다. 가능하면 빨리 관련 증거가 나오면 좋겠군요.”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나오면 좋겠다는 표현. 얼핏 성화를 편애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말투는 그렇지 않았다. 성화의 변호사의 귀에는 그 말이 마치 너희들이 과연 이것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를 내놓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식으로 들릴 뿐이었다.
‘씨발…….’
성화의 변호사는 자신도 모르게 이빨을 빠드득 갈았다.
‘뭐, 이쯤에서 끝낼까?’
그런 성화 측을 보던 노형진은 슬슬 마지막 카드를 꺼낼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재판장님, 그 로라 잔느라는 사람의 신분도 의심스럽습니다.”
“뭐요? 우리가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에게서 그림을 받았다는 겁니까!”
자꾸 당하니까 욱하는 마음에 목소리를 높이는 변호사. 그런 그를 보면서 과도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럴 리가요. 설마 저희가 언감생심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명백하게 놀리는 듯한 말에 성화의 변호사는 속이 터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불안해졌다. 노형진이 아무런 카드도 없이 저런 식으로 굴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노형진은 그들에게 마지막 카드를 당당하게 건넸다.
“그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명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알다뿐이겠습니까? 그분의 인터뷰도 저희가 손에 넣었는걸요.”
“인터뷰?”
“인터뷰라니?”
웅성거리는 사람들. 노형진은 그들에게 소피아와 성민주의 인터뷰를 다 들리게 재생했다. 다행히 소피아는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성민주와 한국어로 대화했다. 정확하게는 노형진이 재판에 쓸 생각으로 회사 측에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기자를 요구했다.
“얼레? 한국어?”
“한국어인가요?”
로라 잔느가 당연히 외국인일 거라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은 순간 당황해서 웅성거렸고, 로라 잔느가 성민주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변호사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인터뷰 내용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게 그 머그컵입니다.”
머그컵이 이야기가 나오자 그 머그컵을 꺼내서 흔드는 노형진. 그리고 그녀가 우주 어쩌고저쩌고한 노트 이야기가 나오자 노트를 꺼내서 보여 주는 노형진.
“이게 그 노트고 말입니다. 뭐, 우주가 보이는 노트는 아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로라 잔느라는 이름은 잘 보입니다. 참고로 로라 잔느의 이름으로 나온 노트는 이것뿐입니다. 한 권에 1만 2천 원짜리 프리미엄 노트지요.”
“…….”
분명 자신의 이름이 붙어 있는 작품인데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를 보면서 사람들의 의구심이 들 때쯤 생각지도 못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뭐야? 외손녀?”
“외손녀였어?”
성화에서 대대적으로 밀어주던 디자이너가 다른 사람도 아닌 성화전자 사장의 외손녀라는 말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황. 지금까지 비밀로 되어 있던 ‘로라 잔느’라는 이름이 세상으로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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