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12)
가좆 같은 관계 (1)
“뭐라고 하든 이쪽에 유리하게 말해요.”
“위험하지 않아요?”
“노형진이 뭔 짓을 할지 모르니까 무조건 유리하게 해요.”
“하지만 그 뭐냐? 그 위증죄인지 나발인지가…….”
“원고는 위증죄 처벌 안 받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사건에서 재판의 당사자는 증인으로서 선서하고 거짓말로 증언해도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왜냐하면 법적으로 보면 당사자는 증언 능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증인으로 부를 수는 있지만 재판의 당사자로서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재판부가 그의 증언을 확신을 가지고 믿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물론 과태료는 좀 내겠지만.’
그래도 노형진이 어떤 식으로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황마주가 할 행동은 결국 이쪽에 유리하게 거짓말을 시키는 것이었다.
“진짜로 처벌 안 받는 거죠?”
“네, 위증죄로 처벌 안 받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차마 과태료 이야기는 못 하는 황마주였지만 그 말을 믿고 화란연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피고 측, 먼저 증인신문 하세요.”
재판장이 말하자 노형진은 화란연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증인.”
“네.”
“증인은 사망한 화정자 씨와 친했습니까?”
“당연하죠. 자매끼리 친한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래, 그게 함정이지.’
이런 소송을 거는 놈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심리적 함정.
‘우리는 가족이니까 친했다. 그러니까 권리는 우리에게 있다.’라는 함정.
하지만 세상을 살아 본 사람들은 안다, 때때로는 원수보다 더한 관계의 가족도 있다는 걸.
그리고 노형진이 봤을 때 화란연과 화정자는 딱 그런 관계였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게 언제입니까?”
“한…… 6개월쯤 되었죠?”
“그래요? 이상하군요. 친했다면서요?”
“언니가 말년이 안 좋았잖아요.”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사실이다. 정확하게는 말년에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결국 요양병원에서 명을 달리해야 했다.
“그러면 원고는 사망한 화정자 씨의 전화번호를 알겠네요?”
“당연하죠.”
“몇 번인가요?”
“015…….”
말을 하던 화정자는 아차 했다.
015 번호가 사라진 게 벌써 십수 년 전이니까.
“015 번호가 요즘도 사용되나요?”
“아, 그…… 제가 착각했어요. 맨날 단축으로 하다 보니까.”
“그래요? 그러면 핸드폰을 보여 주실 수 있나요?”
“어…… 그건 곤란한데요.”
왜냐하면 핸드폰에는 아예 번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정자와 화란연은 서로 연을 끊은 지 20년이 넘었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걸 노릴 생각이었다.
“화정자 씨와 화란연 씨의 사이가 안 좋았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인가요?”
“아니에요. 우리 자매는 사이가 좋았어요. 싸움 한번 안 하고 자란 사이라고요!”
“그래요? 특이하네요. 싸움은 안 해도 소송은 하나 봅니다?”
“네?”
“17년 전에 부모님 재산을 놓고 두 분이 소송한 적이 있던데요.”
그 말에 화란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정확하게는, 부모님이 화정자에게 재산의 대부분을 주고 화란연에게는 25%만 준 게 문제였다.
자식이라고는 딸 두 명뿐인 상황에서 그렇게 차별적으로 주는 행동이 이상하지만, 그 당시 부모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화란연은 사치와 도박에 빠져 있었으니까.
줘 봐야 도박 자금밖에 안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재산을 주기가 힘들었고, 변호사와 이야기해서 애초부터 최소한의 유류분인 25%만을 상속한 거다.
원래 유류분은 받아야 하는 지분의 50%니까 자녀가 두 명인 경우는 25%였다.
“그게…….”
당연하게도 절반을 받지 못한 화란연은 길길이 날뛰며 언니인 화정자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소송을 걸었지만, 이미 변호사를 통해 유류분 계산을 하고 그에 맞춰 준 것이기에 결국 땡전 한 푼 받지 못했다.
“그걸…… 어떻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화란연은 황마주를 바라보았지만 그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왜냐, 그도 몰랐던 사실이니까.
-의뢰인은 거짓말을 한다.
노형진이 매번 하는 말이고 새론에서는 그걸 감안하고 방어를 준비하지만, 경험도 실력도 없는 황마주 입장에서는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그 후에 화해했어요! 진짜로!”
“그런데 번호는 모르고요?”
“단축번호라니까요! 다들 단축으로 누르면 기억 못 하잖아요!”
“그런데 핸드폰 제출은 못 하시고요?”
노형진의 공격이 거세질수록 화란연은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 스스로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바로 주장의 효력.’
특정 주장을 내세우는 사람이 과연 믿을 만한 사람이냐는 부분을 재판부에서 판단하지 않을 리가 없다.
화란연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재판부에서는 그녀의 주장의 신빙성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런가요? 그러면 병문안은 갔다 오셨나요?”
“당연하죠!”
“그러면 그 병원 이름은 아십니까?”
“어…… 아…… 그러니까…….”
당연히 모른다. 찾아가 본 적도 없으니까.
평생을 철천지원수로 살아왔는데 찾아가고 싶겠는가?
“어…… 그러니까 우상동 근처인 건 아는데…… 제가 이름을 잘 몰라서…….”
그녀는 애써 머리를 굴렸다.
우상동, 즉 김도수의 집 근처를 말한 것이다.
실제로 김도수의 성격은 매일같이 찾아갈 타입이니까.
하지만 그녀는 실수했다.
물론 김도수가 매일같이 찾아가는 타입이라는 건 맞다.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던 시절에도 해당 요양병원에서는 효자로 소문났던 사람이니까.
“그래요? 확실합니까?”
“확실해요.”
“이상하군요. 화정자 씨가 있던 동네는 우상동이 아니라 인하동인데.”
“뭐라고요?”
“인하동입니다. 우상동이 아니라.”
같은 시 안에 있기는 하지만 인하동과 우상동은 거리상으로 30분 이상 차이가 난다. 차가 막히는 출퇴근 시간에는 가는 데에만 한 시간씩 걸린다.
그런데 그렇게 먼 곳에 자기 엄마를 두었다고?
‘그랬을 리가 없는데.’
물론 그건 부모를 모신 적이 없는 화란연의 생각이었다.
김도수는 자신의 불편함보다는 어머니인 화정자가 편하게 지내는 것을 우선시해서, 가장 가까운 곳이 아니라 시설이 가장 좋은 곳에 입원시켰기 때문이다.
김도수의 성격에 대해 대충은 알지만 더 깊은 효심까지는 몰랐기에 그녀가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한 게 실수였다.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거의 30분에서 1시간 거리인데, 이건 좀 심하지 않나요?”
그 말에 점점 할 말이 없어져 버리는 화란연.
그리고 노형진은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았다.
“그런데 증인, 증인은 언니인 화정자 씨의 장례식장에 찾아가서 그러셨다면서요? ‘너는 우리 집안 애새끼도 아니고 어디서 흘러왔는지도 모르는 더러운 핏줄이다. 그러니까 돈 놓고 꺼져.’라고.”
“어…… 그렇게까지는…….”
“증인이 서른 명이 넘습니다만.”
“트……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다급하게 변명하는 화란연.
그런 화란연에게 노형진이 말했다.
“그건 재판하는 중이니 나중에 알게 되겠지요.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노형진은 물끄러미 화란연을 바라보았다.
“김도수 씨는 증인의 연락처를 모르더군요.”
“그런데요? 내 조카도 아닌 애가…….”
말을 하려던 화란연은 아차 싶은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진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