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23)
권력의 속성이란 비정함이다 (3)
‘그러면 가능성은 두 가지.’
첫 번째, 국정원 요원인 철수 요원이 변절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정원 요원이 죄다 잡혀 들어가는 판국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던 철수 요원이 갑자기 변절해서 아군에게 총질을 했다고 보기는 힘드니까.
‘두 번째는…….’
철수 요원이 뭔가 알아서는 안 되는 것을 안 경우다.
실제로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주제이기도 하고, 현재 국정원의 꼴을 보면 무시할 수가 없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대놓고 북한 간첩을 도와서 한국에 마약을 뿌리던 놈들이니 그 잔당이 숨기던 뭔가를 철수 요원이 알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국정원은 자신들과 정치적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료 요원들을 살해하거나 고문하기도 했던 놈들이다.
“이거 일이 겁나 복잡해질 것 같다.”
노형진은 눈을 찡그렸다.
* * *
철수 요원은 국정원에서 노형진과 오광훈에게 접촉한, 거의 유일하게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하던 사람이다.
또한 철저하게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던 사람이기도 하다.
“후우~.”
오광훈은 수건을 뒤집어쓰고는 긴 호흡을 내쉬며 말했다.
“덥다. 나가서 말하면 안 될까?”
“혹시 모르니까.”
“아니, 왜 하필이면 사우나야? 영화 찍냐?”
“사우나는 습도가 높아서 도청 장비가 금방 고장 나거든. 목욕탕이라는 특성상 몸에 도청 장비를 붙이고 들어오는 것도 불가능하고.”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할 리가.”
“글쎄. 내 예상대로라면 절대 무시하면 안 돼. 어쩌면 너도 감시 대상일지도 몰라.”
“예상이라니?”
“국정원 내부에서 뭔가 일이 터졌고, 철수 요원은 그걸 막고 싶어 한다는 거지.”
그런데 그걸 막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중립적이고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럴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
현실적으로 현재의 국정원은 국가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권력 단체로 운영되고 있으니까.
“언론에 터트리면 되잖아.”
“증거가 없다면 어쩔 건데?”
“응?”
“국정원은 그렇게 만만한 조직이 아니야.”
위험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걸 서류로 남기지는 않을 거다.
그렇다면 의심은 가지만 그와 관련된 증거는 전무할 테니 언론에 터트릴 수는 없다.
“거기다 그게 위험하다면 더더욱 그렇지.”
“확실해?”
“아마도.”
아무리 사람이 없는 곳이라지만 총격전이 벌어졌다.
그런데 경찰에서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건, 총격전과 연관된 조직이 경찰의 수사를 막을 정도의 힘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현재 그럴 만한 조직은 오로지 국정원뿐이다.
‘그리고 경찰이나 다른 조직은 보통 국정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주니까.’
모든 것은 서류로 움직이고 증거와 흔적을 남기는 게 행정의 방식이다.
하지만 국정원이라는 이름은 그런 절차 없이도 모든 일이 이루어지게 한다.
‘국정원입니다. 사건의 무마 부탁드립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경찰은 대부분 사건을 덮는다.
진짜 국정원인지 아니면 가짜 국정원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가 보안이라는 이름으로 퉁쳐 버리면 뭐든 다 덮어야 한다고 실제로 생각하니까.
“그런데 그게 뭘까?”
“글쎄, 모르지. 중요한 건 철수 요원의 상황이 안 좋다는 거야.”
“그러니까 도대체 왜?”
오광훈이 말을 하려고 하는 그때, 사우나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오광훈은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아따, 실허네.”
남자 목욕탕의 사우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다닌다. 당연히 남자의 거기가 자연스럽게 보일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야 아무래도 진짜로 그럴 수는 없으니 수건으로 덮어 주지만 말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남의 거기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아주 특수한 경우 그곳에 시선이 가기도 한다.
“패배감이 든다.”
오광훈의 실없는 소리에 노형진도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가 움찔했다.
“크흠…….”
“그래서, 아까…….”
“쉿.”
그런데 노형진은 그 남자의 모습을 보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오광훈에게 말했다.
“나가자.”
“응?”
“나가자고.”
“그래.”
노형진은 오광훈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좀 떨어진 곳에서 입구를 바라보았다.
“왜? 다른 사람이 있어서?”
“그것도 있지만, 다른 게 좀 의심스러워서 그래.”
“다른 거?”
“일단은 잠깐만 기다려 봐.”
잠시 후 사우나 문이 열리면서 거대한 거시기를 가진 남자가 어슬렁어슬렁 나왔다.
몇몇 사람들은 그 믿을 수 없는 크기에 놀라서 그쪽을 힐끔거리기도 했다.
“와, 저거 뭐냐, 진짜?”
오광훈은 다시 보고도 질렸다는 얼굴이었다.
그사이 노형진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남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저기요.”
“네?”
남자는 천연덕스럽게 노형진을 쳐다보았다.
초면인을 마주하는, 지극히 평범한 인상의 남자.
그러나 이미 기억을 읽고 있는 노형진을 속일 수는 없었다.
‘참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노형진은 혀를 내두르면서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망 못 갑니다.”
“뭔 소리예요? 도망 못 간다니…….”
노형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갑자기 손을 뻗어서 남자의 거시기를 꽉 쥐었다.
“억!”
“아니,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남자가 다른 남자의 거시기를 목욕탕에서 갑자기 꽉 쥔다?
그건 진짜로 처맞아도 이상할 게 없는 짓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처맞을 대상은 노형진이 아닌 그 남자로 바뀌었다.
노형진이 당긴 남자의 거시기에서 초소형 카메라로 보이는 장비와 초소형 녹음기, 심지어 건전지까지 후드득 떨어졌기 때문이다.
“헉!”
순간 남자의 눈이 커졌고, 목욕탕 안의 모든 사람은 얼어붙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일제히 몰려들었다.
“몰카범이다!”
“미친! 이제는 몰카를 거시기에 숨겨?”
물건들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는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거시기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여전히 전선으로 보이는 게 칭칭 감겨 있었다.
“이런 씨팔!”
그는 당연히 도망가려고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재빨리 노형진을 메어치려고 했지만, 노형진은 이미 그에게서 물러난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다른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잡아!”
“몰카범 잡아!”
“경찰 불러!”
남자는 용케도 사람들 사이로 피하면서 입구로 내달렸다. 확실히 훈련받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도주극은 오광훈이 끼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뻐억!
“커억!”
오광훈이 커다란 대야를 정확하게 다리 쪽으로 날리자 그 순간 남자가 다리가 엉키면서 쓰러졌고, 그에 놓칠세라 남자 위로 오광훈을 비롯한 목욕탕 안의 거의 모든 남자들이 덮쳐들었기 때문이다.
“으아악!”
“잡아! 이 새끼 잡아!”
“경찰 불러, 어서!”
난장판이 벌어졌고 목욕탕은 개판이 되어 버렸다.
* * *
“거기서 왜 뜬금없는 몰카범?”
연행되어 가는 범죄자를 보면서 오광훈은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안 거야?”
“거시기가 너무 크더라고.”
“하지만 종종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
평균이라는 게 있다면 당연히 그 평균 이상인 사람이 있는 법이다.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니라 피부색이 좀 달라.”
“다르다니?”
“저거, 영화 업계에서 많이 쓰는 기술 중 하나야.”
“영화?”
“포르노 업계 말이야.”
노형진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포르노 업계 사람들은 거시기에 종종 저런 식의 장비를 붙여.”
“붙인다고?”
“그래. 아, 물론 저런 카메라 기능 같은 건 없겠지.”
실제로 포르노 업계 사람들 모두가 저런 거대한 사이즈를 가진 건 아니다.
그런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다 포르노를 찍으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그게 저렇게 감쪽같다고?”
“가능하지.”
현장에서 봤을 때 크다는 것 말고는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기에 오광훈은 깜짝 놀랐다.
“포르노에서는 카메라로 바짝 붙이는 클로즈업을 종종 하지만 모를 정도잖아.”
“미친! 아니, 그러면서까지 몰카 짓을 한다고?”
“몰카 짓을 한 게 아니야. 우리를 노린 거지.”
“뭐?”
“내가 말했잖아, 사우나는 구조적으로 뭔가를 설치하거나 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그건 생각보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 그곳에서 이야기하는 거고 말이다.
그것도 나름의 고증을 거친 결과물이랄까?
“그런데 그런 장면이 수십 년 전부터 이용되었어. 그러면 국정원 같은 곳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지 않겠어?”
당연히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고 할 거다.
“너도 알잖아? 대중에게 공개되는 수사 기법은 모두 구닥다리야.”
드라마에서 나오는 과학수사 기법은 기본적으로 구조는 똑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구닥다리 기법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현대 기술을 모두 공개하면 그걸 감안해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가령 드라마에서는 유전자 증거가 부족해서 검사를 못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지금은 유전자 증폭 기술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사를 넘어서 코델09바이러스 검사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우리를 감시하기 위해 저놈을 보낸 거라고?”
“그럴 가능성이 높지. 일반인이 저런 장비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
가짜 거시기를 만드는 장비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고 그에 맞는 재료도 따로 구입해야 한다.
한국은 포르노가 불법이고, 당연히 그런 걸 만들 장비도 필요 없다. 그런데 왜 저런 걸 만들겠는가?
노형진의 설명을 들으면서 오광훈은 얼굴이 굳어졌다.
그게 가능한 조직.
저런 장비를 가지고 있을 조직.
그리고 저런 장비를 이용해서라도 자신을 감시해야 하는 조직.
그럴 만한 곳은 하나뿐이니까.
“국정원?”
“철수 요원이 우리한테 뭔가를 보낸 게 걸렸을 수도 있지.”
아니면 닥치는 대로 감시하는 걸 수도 있고.
어느 쪽이든 자신들은 국정원의 감시 대상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거 어쩌지?”
“어쩌긴. 이렇게 되면 우리가 싸우는 수밖에 없어.”
“싸우자고?”
“싸우지 않으면 어쩔 건데? 국정원이 얼마나 지독하고 집요한 조직인지 몰라?”
무죄로 인정되면 그냥 놔준다?
애석하게도 국정원은 그런 조직이 아니다.
의심스러우면 죄를 만들어서라도 집어넣는 조직이 국정원이다. 실제로 최근에도 그래 왔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증거를 조작해서 가짜 간첩을 만들려고 한 게 바로 얼마 전이다.
오광훈이 막지 않았다면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을 거다.
“할아버지가 광주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손자까지 조사하면서 평생을 감시하는 게 국정원이야.”
광주민주화운동은 이미 역사적으로 북한과 상관없이 한국에서 벌어진 민주화운동이라고 인정받은 지 수십 년이 지났다. 그런데 과연 그와 관련해서 불이익이 없을까?
애석하게도 존재한다.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사람은 과거에는 육사에 지원할 수도 없었다.
할아버지가 광주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육사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단체, 특히 최상위 권력 집단에 들어갈 때 국정원에서 뒤를 캐서 조금이라도 흠결이 의심되면 무조건 탈락시킨다.
예를 들어 장군으로 승진시킬 때 할아버지가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다? 그러면 정권에 따라서는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장군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그가 아무리 능력이 있고 뛰어난 장군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특정 정권에서는 그런 사람을 원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