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4)
그렇다고 그 높은 녀석들을 수사하고 싶어도 경찰의 특성상 내부 고발자는 가만두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수사해서 높은 놈의 비리를 벗겨 내도 경찰은 내부 고발자로서 불이익을 받아 해직당한다.
“그러니까 경찰은 소용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검찰을 불러? 김성식 변호사가 전화하면 될 텐데?”
“아직 사건이 성립된 게 아니라서 그건 힘들 겁니다.”
아무리 김성식이 한때 대검찰청 중수부장 출신이었다고 해도 이제는 바깥에 나온 변호사다. 검찰과 검사들을 마구 불러 재끼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에는 사건이 성립한 상황이니까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요.”
“음…….”
노형진이 공격당했을 때는 사건도 성립했고 경찰이라는 작자가 사법 질서 파괴를 공공연하게 했기 때문에 부를 수 있었지만 지금 같은 경우는 보기 좋다고 할 수가 없는 상황.
“그냥 두고 봐야 하나?”
“그것도 안 될 일입니다. 저 녀석들이 과연 포기할까요?”
“그럴 리 없지.”
저들이 깨어나면 가장 먼저 할 게 뭘까?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조직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래서 무리를 해서라도 강제로 여기서 끌고 가려고 했던 것이고 말이다.
‘더군다나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여기 경찰에 신고할 리가 없지.’
그렇게 되면 경찰들의 비호를 받는 것에도 한계가 생긴다.
“아마도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겁니다.”
“그렇겠지?”
“네.”
자신들의 조직을 보호하고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저들을 죽이든 납치하든 해야 한다. 당연히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 부분을 예상하고 대책을 세워야지요.”
“하지만 어떻게?”
“우리에게는 믿을 만한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후후후.”
* * *
깊은 밤.
병원은 조용하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날은 이상하게 당직하는 의사나 간호사, 심지어 경비원조차 자리를 비우고 있어서 왠지 층 하나가 텅텅 비어 버린 느낌이었다.
“망할 놈들. 다른 녀석은? 찾았어?”
“못 찾았습니다. 아마 바다에서 죽은 것 같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이 잡듯이 찾아봐.”
“네, 형님.”
배에서 탈출한 사람은 총 네 명. 그중 세 명이 발견되었다. 한 명은 어디론가 사라진 상황. 그나마 발견된 세 명 중 한 명이 죽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두 명이 살아남은 것이 영 찝찝했다.
“일단 그 녀석들을 꺼내 오고 나서 해결하자.”
“그 변호사 녀석이 지키고 있지 않을까요?”
“아까 못 들었어? 갔다잖아. 그리고 그 녀석이 막아도 이번에는 끌어내야 해.”
만일 그 녀석들이 자신들에 대해 나불거리면 여러모로 좋지 않다. 재수 없으면 처리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변호사라는 존재가 끼어 있는 이상 경찰 선에서 수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제대로 해라. 안 그러면 돈 억수로 깨진다.”
“걱정하지 마세요.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닌데요.”
“변호사가 낀 건 처음이잖아.”
지금까지 탈출을 시도한 사람이 그들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사는 가장 가까운 섬은 이곳이고 이곳은 그들이 철저하게 통제하는 곳이다. 더 멀리 가는 것은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불가능에 가깝다. 탈출한 사람의 대부분은 섬에 가기도 전에 죽고 그나마 도착한 녀석들은 섬에 도착하면 그들의 귀에 들어오니까.
‘변호사라.’
문제는 변호사다. 지금까지 변호사란 녀석들이 사이에 낀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섣불리 뭐하기도 힘든 상황.
“안 되면 패서라도 데려와.”
“네, 형님.”
그들은 섬 내부에 있는 유일한 병원으로 향했다. 사실 탈출한 녀석들은 갈 곳은 뻔하다. 그러나 그곳들은 그들이 이미 눈과 귀를 깔아 둔 상황.
“들어가자.”
미리 말한 대로 그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미리 자리를 비운 것이다.
“어디 보자…… 호실이…….”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텅 비어 있는 입원실.
“후후후.”
원래 4인실이지만 두 명을 뺀 나머지는 다른 방으로 옮겨 당연히 그 둘만 남은 상태였다.
“야, 야!”
누군가 그들에게 다가가서 툭툭 치면서 깨웠지만 그 누구도 일어나지 않았다.
“놔둬라. 그냥 자다가 죽게.”
“그럴까요?”
“그래.”
그 먼 바다를 수영해서 건넜다. 더군다나 그들의 영양 상태가 어떤지는 자신들이 가장 잘 안다. 당연히 그들이 일어나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냥 둘러메.”
“네, 형님.”
얇은 이불을 뒤집어쓴 그 둘을 그대로 둘러메고 움직이는 사람들. 그들은 조용히 병원에서 나와서 그들을 트럭에 태우고는 바로 액셀을 밟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에 변호사가 지랄하지 않을까요?”
“어쩔 건데? 환자가 한밤중에 돈 내지 않고 도망갔다는데.”
그러면 변호사에게도 방법이 없다. 도리어 병원비만 내고 포기해야 할 것이다.
“멍청한 육지 놈들.”
그들은 피식 웃으면서 선착장으로 향했다. 이제 바다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정리될 것이다.
“저기 준비가 다 된 모양입니다.”
컴컴한 새벽. 아직 다른 선원들이 조업 준비조차 하지 않을 시간의 부두에 한 척의 배가 불을 환하게 켜고 기다리고 있었다.
“웃차.”
“이 새끼들 봐라. 완전히 널부러졌네.”
“우리야 편하지. 그런데 어디다 버리게?”
“이 녀석들이 있던 곳에 버리려고요. 그곳에서 그렇게 물고기를 잡았으니 자기 몸 바쳐서 물고기의 배 좀 채워 줘야지요.”
“캬, 시적이네. 자신이 일하던 곳에서 태초로 돌아간다라. 너 시인 해도 되겠다.”
“감사합니다, 형님.”
히죽거리는 남자들.
그때였다.
“시인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갑자기 둘둘 말린 이불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
“뭐야? 일어났나?”
“근데 자빠졌네? 이 새끼가 아직 정신 못 차렸나?”
이제 죽을 놈이라는 생각에 어이없어하는 그들. 그러나 그들은 다음 순간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표정이 되었다. 부스럭거리면서 둘둘 말린 이불이 움직이더니 그 안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노형진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뭐…… 뭐야?”
“이 새끼는 뭐야?”
모르는 사람도 있고 아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자신들이 데리고 오려고 하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넌…… 그때 그…….”
노형진의 얼굴을 알아본 남자는 이빨을 빠드득 갈았다.
“너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야겠네.”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른 쪽에서도 꿈지럭거리는 듯하더니 그 안에서는 정우찬이 무표정한 얼굴로 나타났다.
파파팍!
그리고 나오자마자 옷 속에 숨겨 둔 3단 봉을 꺼내 들어 의사를 명확하게 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주변에 있던 녀석들은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주 대놓고 떠들더라?”
노형진은 녹음기를 흔들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이익…… 어떻게…….”
“어떻게는 무슨. 멍청한 육지 놈이라니? 멍청이는 너희들 아냐?”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이 갑자기 방을 옮기고 근무자들이 자리를 비우는데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음모를 짤 거면 제대로 해야지.”
“이 새끼들이.”
조폭들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야, 할 수 없다. 여기서 처분하고 가져다 버리자.”
“네.”
조폭들은 각자 무기를 잡고 노형진과 정우찬을 포위했다.
“너희야말로 멍청이다. 아무리 증거가 좋다고 해도 너희둘이 그렇게 나타나면 누가 지켜 줄 거라 생각하는 거지?”
피식 웃는 그들. 하지만 노형진이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할 리 없었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응?”
무슨 소리인가 하는 순간 갑자기 바다 쪽에서 강력한 라이트가 비춰졌다.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다!”
“헉!”
항구 입구쪽에서 들어오는 몇 대의 모터보트 경비정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사람들. 조폭들은 그들이 누군지 알아보는 게 어렵지 않았다.
“이런 싯팔…….”
해경이었다. 물론 해경도 어느 정도는 관리한다. 그래야 멍텅구리 배 단속이 나가면 치울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걸 가지고 이번 사건을 덮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너희들이 어디로 갈지는 뻔하지.”
관광지인 섬이다. 내부에는 여러 곳의 모텔이 있다. 당연히 언제 발견될지 모르는데 산속에 시체를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바다는 발견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문제는 바다로 나가기 위한 항구는 여기가 유일하다는 것.
“그걸 뻔히 아는데 왜 기름 써 가면서 따라오겠어?”
항구 쪽에서도 스윽 모습을 드러내는 새론의 경호 팀들. 경찰에 경호 팀까지 가세했다. 더군다나 해경은 실탄까지 가지고 있는 상황.
“그럼 누가 멍청이인지 한 번에 드러나지 않아? 후후후.”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고 조폭들의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무기를 버릴래, 아니면 총에 맞을래?”
강력한 서치라이트가 배를 비추자 조폭들은 결국 주변을 바라보다가 툭하고 무기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2장. 상대가 킹콩이라도 할 싸움은 한다>
노형진은 의사의 도움을 받아 그들을 몰래 호텔로 옮기고 그 자리에 누워 있었다. 저들이 강제로 끌고 가기 위해 온다는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아주 대놓고 납치하러 왔고 그 바람에 온갖 증거를 남기면서 말 그대로 일망타진을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의 금고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증거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몇 명요?”
“일단 신분증상으로는 대략 백예순 명 정도 될 거라고 하더군.”
경찰의 현장 조사에 참가했던 송정한은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들이 왜 그 신분증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어찌 되었건 희생자로 보이는 사람들의 신분증이 금고에서 나왔네. 이번 사건의 네 명의 신분증이 그 안에서 나왔으니 아마도 맞을 거야. 만일 납치한 시점에 신분증이 없었던 사람이 있다면 피해자는 더 될 테고.”
그들의 금고에서 나온 수많은 신분증들. 그것들은 모두 희생자들의 것이었다. 어디서 나왔는지 그리고 그 희생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마구 다그치고 있었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묵묵부답이었다.
“이거 참…… 그들은 어디에 있는 건지.”
“아마도…… 저 바다 어디인가에 있겠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들려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 바다 위에서 물고기를 잡고 있든 죽어서 바다에 던져졌든 그들이 있는 곳은 바다일 수밖에 없다.
“위에서 압력이 오지 않던가요?”
“안 오기는. 왔지.”
“왔다고요?”
“그래, 초반에는 말이야.”
경찰서로 전화해서 마구 화내는 사람들. 또는 오해가 있는 거 아니냐 하면서 근엄하게 한 소리 하는 사람들. 그들은 하나같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신분증이 나오면서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잠수해 버렸다.
“하긴 증거가 나왔으니.”
증거가 없다면 모를까, 명확한 증거가 있다. 그러니 압력을 행사하기 힘들 것이다.
“더군다나 이 사건은 중앙에서 직접 나설 모양이야. 어쭙잖은 동네 유지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지.”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리 이런 사건이라고 해도 중앙에까지 로비하기는 힘들다. 위험도에 비해 버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하려고 한다고 해도 중앙에서 이 정도 사건을 돈 몇 푼 때문에 덮으려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
“후우, 슬픈 일이군. 그나저나 두 분은 어떠신가?”
“아, 이제는 괜찮습니다. 몸이 약해진 거야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일도 아니고.”
“그렇지.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를 좀 해 보세.”
“네.”
노형진은 송정한과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임시로 구한 숙소 중 한 곳에 그들을 두고 있었다.
‘빨리 나가서 정식으로 수사해야 하는데.’
그런데 아직까지 그들이 지친 상태여서 새론의 멤버 중 몇 명만 남아 그들을 지키고 있었다.
“창식 씨, 영길 씨, 몸은 어떠신가요.”
“아! 노 변호사님!”
이창식은 노형진을 보면서 얼굴이 밝아졌다. 그가 잠깐 정신이 들었을 때 의뢰하라고 했던 노형진이 아니었다면 이대로 그대로 끌려가 바다에서 죽을 뻔했기 때문이다.
“그 녀석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수사 중입니다. 일단은 거의 대부분 일망타진되었다고 봐야겠지요.”
“하지만 한두 명이 아닐 텐데요?”
“이런 사건은 그 흔적이 남기 마련이니까요.”
아무리 저들이 조용히 움직였다고 해도 흔적은 남아 있다. 게다가 이런 사건은 정부에서도 그냥 둘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이미 배는 압류 당했고 그들과 전화 한 통이라도 한 적이 있는 사람은 모조리 소환되고 있으며 그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모조리 불려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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