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40)
강자의 게임 (1)
“야, 이 싯팔.”
한국에는 수많은 게임들이 있다.
그리고 게임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매일같이 경쟁하고 또 승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개 같은 새끼가!”
그중 일부는 억울한 감정을 감추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저 새끼는 뭐야?”
게임을 하던 한수중은 자신을 따라다니면서 죽이고 있는 남자를 보며 이를 박박 갈았다.
“또 죽었어?”
“아니, 싯팔. 뭐 하자는 거야?”
제국세기라는 오래된 게임. 그 게임의 상위 랭커 중 한 명인 한수중은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놈을 보며 눈을 찡그렸다.
“형님, 왜 그래요?”
“글쎄, 어떤 새끼가 나를 벌써 몇 번째 죽이는 거야.”
“어떤 새끼가요?”
“몰라. 처음 보는 새끼야. 아니, 이 새끼 때문에 지금 벌써 몇 번째 렙다야?”
렙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쓰는 표현으로, 레벨 다운을 의미한다.
이 게임을 비롯한 일부 게임들은 죽는 경우 레벨이 떨어진다.
그만큼의 경험치를 상실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이 게임의 경우에는 경험치가 해당 레벨의 최저한도를 찍는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
만약 레벨이 50인데 더 잃을 경험치가 없으면 레벨이 49로 내려가면서 필요한 만큼의 경험치가 사라진다.
“이런 개 같은 새끼가.”
그리고 한수중은 다시 한번 쓰러지는 자신의 캐릭터를 보면서 눈이 뒤집어졌다.
레벨이 90이었던 캐릭터는 어느 틈엔가 레벨 88이 되어 있었다.
수치상으로는 2레벨이 떨어졌을 뿐이지만, 이걸 고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이 게임은 레벨을 올리기가 더럽게 힘들기로 소문났으니까.
물론 90렙이 아주 높은 레벨은 아니다. 게다가 부캐릭터이기도 하고.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내 아이템!”
쓰러진 자신의 캐릭터 위에서 춤추는 모션을 보여 주고 있는 캐릭터.
그리고 옆에 드롭되어 있는 자신의 갑옷.
그 모습에 한수중의 눈이 뒤집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아이템이었다.
만드는 게 쉽지도 않았다.
재료들은 돈을 들여 뽑기로 뽑는 것과 몬스터에게서 드롭되는 것으로 구성되는데, 뽑기에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데다 몬스터에게서 드롭되는 것도 확률이 터무니없이 낮아서 차라리 돈 주고 사는 편이 나을 정도였다.
그런데 심지어 제작에도 확률이 있고, 성공률이 엄청나게 낮은 데다,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렇게 만든 저 갑옷에 들인 돈만 3,800만 원이다.
무려 3,800만 원.
차 한 대 값이 저 장비 하나에 들어간 것이다.
“제발…… 그것만은 제발. 야, 저거 가서 빨리 찾아와.”
한수중의 말에 저만치서 같은 길드의 사람이 갑옷을 회수하기 위해 재빨리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제발 못 봐라.’
운이 좋다면 못 보고 갈 테니 그 뒤에 회수하면 된다.
“으아악, 이 개새끼!”
하지만 춤을 추는 모션이 끝나자 놈은 그 아이템을 들고 그대로 귀환했다.
그 모습을 보며 한수중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저 개새끼 뭐야!”
“갔어요?”
“씨팔. 갔어! 아이템 가지고 튀었다고! 저 새끼 죽여 버릴 거야!”
자신을 놀리면서 사라진 캐릭터의 모습에 분노에 미쳐 날뛰는 한수중.
그런 한수중을 보면서 같이 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혀를 끌끌 찼다.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래요.”
3,800만 원. 엄청 큰 금액인 것 같지만 제국세기에서는 거지 취급받기 딱 좋은 돈이다.
한수중의 이 캐릭터도 재미 삼아서 키우는 부캐릭터다.
보통 이 게임의 본캐에는 거의 50억 이상을 꼬라박는 만큼 3,800만 원은 그냥 말 그대로 취미일 뿐이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벌써 몇 번째냐고, 개새끼가.”
그놈은 한수중의 캐릭터 하나만을 노리며 몇 시간을 죽이고 있었고 그때마다 그를 놀렸다.
게다가 이미 수차례 놈에게 죽은 만큼 떨군 아이템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아이, 씨팔. 저 새끼 죽여 버린다.”
당장이라도 본캐릭터를 가지고 와서 죽여 버리려는 찰나, 누군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통화하면서 그들이 모여 있는 사무실로 들어왔다.
말이 사무실이지, 사실상 돈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을 하기 위해 빌린 공간이기에 여기에 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 진짜로? 지금 도착했는데, 잠깐만.”
막 들어온 남자는 한수중을 불렀다.
“수중이 형, 혹시 오늘 뒤치기 당했어요?”
“뒤치기? 한두 번 당한 줄 아냐?”
“혹시 그 새끼가 누군지 알아요?”
“그렇잖아도 잘 왔다. 안 그래도 그 새끼 담가 버릴 거야. 같이 가자.”
“아니, 그 새끼가 누구냐고요.”
“멋진쩡이라는 놈인데 왜? 아는 새끼야?”
“아니요. 형이 지금 뒈진 거 중계 중이라는데요?”
“뭐?”
그 말에 한수중은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뒈지는 걸 중계하는 중이라니?
“뭔 소리야?”
“형 캐릭터, 열광군주 맞죠?”
“맞아.”
“그 멋진쩡이라는 새끼가 지금 형님만 다섯 시간째 썰고 다닌 것도 맞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 새끼가 형님 캐 죽이는 걸 중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어디서 중계를 하는데?”
“유툽요.”
“유툽?”
“잠깐만, 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전화를 끊은 남자는 유툽에 접속해 거기에서 누군가의 방송 영상을 찾아 보여 줬다.
-역시 쪽도 못 쓰고 썰리죠? 캬, 역시 이게 현질의 맛이라니까요. 거지새끼들 써는 이 맛.
“거지새끼?”
영상에서는 방금 전 죽은 한수중의 캐릭터 위에서 웬 낯익은 캐릭터가 춤추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었고, 그 한구석에서 한 남자가 낄낄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죽은 건 한수중의 캐릭터, 그리고 죽인 건 그 멋진쩡이라는 캐릭터였다.
“뭐야? 그러니까 내가 지금 뒈지는 게 방송에 나간 거야?”
“네.”
“다섯 시간 동안?”
“애초에 방송 시작할 때 형 캐릭터를 찍어서 형님이 오늘 섭종할 때까지 죽이기로 했다는데요?”
“이 개 같은…….”
죽은 것도 열 받는데 심지어 그게 방송에 나갔다는 사실에 한수중은 눈이 돌아갔다.
“야! 이 새끼 주소가 어디야? 오늘 죽여 버릴 거야!”
“형님, 참아요! 형 벌써 지난번 현피 때문에 벌금 맞았잖아요!”
“이 새끼야, 이게 참을 일이야?”
길길이 날뛰는 한수중을 말리기 위해 모두가 매달렸고, 그 때문에 사무실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 * *
“그러니까 이 새끼를 잡아 달라고?”
“네, 검사님.”
“이 새끼들아, 내가 검사지 청부업자냐?”
오광훈은 자기를 찾아온 남자들을 노려보면서 물었다.
“그게, 저희 형님이 눈이 돌아가서요. 이러다 누구 하나 죽습니다, 검사님.”
자신을 찾아온 깡패 새끼의 말에 오광훈은 기가 막혔다.
회귀 전에 조폭 출신이었기 때문에 다른 검사들보다는 이런 놈들과 대화가 잘 통하는 건 사실이다.
딱히 이들을 위해 선처를 해 주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그들의 사정도 모르고 날뛰는 검사들보다는 말이 통했다.
하지만 아무리 말이 통해도 그렇지 검사인 자신에게 청부를 하다니, 오광훈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세상 참 기가 막히네. 조폭 새끼들이 검사에게 와서 범인을 잡아 달라고 하다니.”
“이건 저희가 범죄를 저지르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범죄를 막으려는 겁니다, 검사님.”
그 말에 오광훈은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이해가 되기도 했다.
제국세기는 조폭들이 많이 하는 게임 중 하나니까.
그걸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조폭이기 전에 사람이고, 그들이 자기들끼리 게임을 하는 건 문제가 안 된다.
아니,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게임만 해 주면 도리어 고맙다.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찾아와서 말해, 이 새끼들아. 경찰을 찾아가야지.”
“경찰에서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요. 형님이 좀 도와주시면…… 헤헤헤.”
“지랄. 형님이라고 하지 마라.”
오광훈은 재차 눈을 찡그렸다.
그도 조폭이었기에 안다. 조폭이나 범죄자들이 어떤 식으로 검사를 길들이는지.
이런 식으로 슬쩍 도움을 요청하고, 검사가 도움을 주면 감사하답시고 밥 사 주고 술 사 주고 여자 끼워 주고 나중에는 돈도 준다.
그러다 코가 꿰이고 나면 일종의 공생하는 관계, 나쁘게 말하면 부패한 검사로 만드는 거다.
조폭이 아무리 생각이 없기로서니 형님 현피를 막겠다고 자신을 찾아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