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42)
강자의 게임 (3)
“먹고살기 위해 제국세기를 한다고?”
“현거래라는 거 알지?”
“아, 무슨 소리인지 알겠네.”
제국세기는 장비의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 그리고 재료 자체도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래서 골드도 엄청나게 비싼데, 드롭 확률도 터무니없이 낮다.
하지만 그만큼 아이템의 값어치가 높기 때문에 그걸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했다.
“아무래도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잖아.”
“그건 그렇지.”
더군다나 걷지 못하는 장애인은 현실적으로 출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니 채용 자체가 힘들다.
“그걸로 그래도 한 달에 한 400은 벌었던 모양이야.”
“상당히 벌었네.”
하긴, 그게 생계 수단이라면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을 테니까.
“그런데 최근에 조폭이라고, 척살령이 떨어졌대.”
“뭔 개소리야? 웬 조폭?”
“그러니까 억울하다 이거지. 아니라고 해명해도 척살 대상이라고 지랄을 한대. 조폭이 아니면 어떻게 스물네 시간 게임을 하느냐고.”
“이해가 안 가는데. 누구 죽였어?”
“전혀. 그럴 시간도 없고 장비도 없어.”
그렇잖아도 게임 내에서 파워 인플레이션이 심하다 보니 좋은 장비는 비싸다.
당연히 그런 게 나오면 팔아서 당장 현금화해야 하는 게 현실.
“그런데 너무 죽여 대서 이제는 플레이 자체가 힘들대.”
“누가 그렇게 죽이는데?”
“사하라 군단.”
“뭐?”
익숙한 이름에 노형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하라 군단.
군단이라는 건 처음 듣지만, 사하라는 기억이 맞다면 몇 달 전 조폭들과 싸움이 붙은 그 유투버 소속 회사였다.
“사하라 군단? 주식회사 사하라엔터테인먼트가 아니고?”
“응? 오빠가 거길 어떻게 알아? 그 새끼들 맞아.”
“그 새끼들이 맞다니? 일이 대체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
노형진은 그 말을 들으면서 눈을 찡그렸다.
“일단 내 친구는 생계 문제가 있으니까 다급한가 봐. 오랜만에 나한테 전화를 했더라고.”
다른 직업이라도 가질 수 있는 몸이라면 모를까, 걷지도 못하는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서세영의 말에 따르면 집안이 가난해서 그가 그렇게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가 위태로워지는 수준이라고.
“웃긴 게 뭔지 알아? 그 집안에서 내 친구가 가장 돈 많이 버는 사람이야. 군대 가기 전에도 벌어다가 식구들 건사하기 바빴다니까.”
“끄응.”
집안 분위기를 대충 이해한 노형진은 눈을 찡그렸다.
자신이 장애인이 되었다는 사실보다 집안을 건사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클 정도라면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다.
“일단은 내가 좀 알아볼게. 현실적으로 그걸 도와주는 건 불가능할 것 같긴 한데…….”
“그렇지? 하긴, 이건 답이 없지.”
서세영도 고민하다가 결국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노형진을 찾아온 것이었지만 말이다.
“글쎄, 일단 찾아보긴 해야지.”
“찾아본다고?”
“그래. 지난번하고는 좀 다르니까.”
“지난번?”
그 말에 서세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난번, 즉 오광훈이 찾아왔을 때의 일을 그녀는 모르니까.
“그런 게 있어.”
노형진은 변호사고, 변호사는 사건을 선택할 권한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난번과 다르게 확실하게 피해가 있는 상황.
그래서 노형진은 서세영이 가져온 의뢰를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 * *
“그 사건?”
“그래. 그 후에 뭐 바뀐 거 있어?”
노형진은 바로 오광훈을 불렀다.
오광훈이 해당 사건에서 손절 쳤다고 해도 나름 정보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오광훈은 그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개판 났지 뭐.”
“개판?”
“사하라 놈들이 사하라 군단이라고 길드를 만들어서 설치고 다닌다더라고.”
“조폭 새끼들은? 다 척살당해서 접은 겨?”
“그게 웃긴 거라니까. 네 말처럼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굴러갔다더라고. 도리어 조폭 새끼들이랑 사하라가 손잡았거든.”
“손을 잡아?”
“그래, 그 두 새끼들이 손잡아서 만든 게 사하라 군단이야.”
그 말에 노형진은 눈을 찡그렸다.
이건 또 뭔 소리란 말인가?
노형진은 그 사건에 얽힌 집단들이 서로 선을 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사하라엔터테인먼트는 조폭들을 계속 건드리는 게 꺼림칙할 수밖에 없고, 제국세기 측은 조폭들이 주요 수입원이니 진짜로 접게 만들 수는 없다.
조폭들도 마찬가지다.
민간 기업에 불과한 사하라엔터테인먼트나 제국세기를 건드릴 수는 없다.
그걸 알기에 노형진은 그 당시에 시큰둥하게, 놔두면 그대로 흐지부지될 거라고 말했던 거다.
실제로 그렇게 될 거라 생각했고.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노형진의 예상과 다르게 엉뚱하게 진행된 게 있었다.
“그 두 새끼들이 서로 손잡은 건 예상외인데.”
“검찰이 끼니까 둘 다 뜨끔한 모양이더라고.”
자기들끼리 쇼를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검찰이 끼니 곤란해진 거다.
“하긴, 게임사도 그렇겠지.”
그렇잖아도 조폭 게임이니 도박이니 온갖 안 좋은 소리는 다 들어 먹는 한국 게임이다.
노형진이 한번 그 도박성과 관련하여 족치기도 했을 정도인데, 그 와중에 중국에서 손해가 커져 사실상 중국에서는 도박질을 못 하게 되어 버렸다.
그러자 한국 기업들은 중국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악착같이 빨아먹기 위해 도박성을 더더욱 강화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한국의 정치권은 기업들이 주는 두둑한 뇌물에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면서 모른 척하고 있다.
‘되게 웃기네.’
돈이 필요하면 정신병이니 어쩌니 하면서 게임사를 공격하다가 돈을 받으면 게임 문화 중흥이니 어쩌니 하면서 얼굴을 바꾸는 한국의 정치권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일이 이 지경이 될 줄은 몰랐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담당했던 검사 말로는 제국세기가 중재했다던데.”
“그거야 예상했잖아.”
“그래. 그런데 그 후에 두 집단이 만나서 자기들끼리 새로운 단체를 만들었대.”
오광훈의 말에 노형진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재차 물었다.
“그 열광군주인지 뭔지 하는 놈은?”
“한수중? 애초에 그 새끼 본캐는 그게 아니야. 그거 지우는 거야 어렵지 않지.”
“그걸 지우고 힘을 합쳐 새로운 단체를 만들었다?”
“응.”
“얼씨구?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겠네.”
“알겠다니?”
“말했잖아, 제국세기 측에서는 누구도 놓을 수가 없다고.”
자기들의 주요 고객인 조폭들을 편들어 줄 수도 없고, 반대로 중요 홍보 역할을 하는 사하라엔터테인먼트를 차단할 수도 없다.
“그러니까 중재해 준 거지.”
사하라도 은근히 뒤통수가 근질거리니 그걸 받아들였을 테고, 조폭들도 적당히 지원해 준다고 하니 두 집단이 힘을 합쳐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 데에 동의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쇼라고. 사하라, 아니 그 멋진쩡이라는 놈이 그랬잖아, 조폭을 박멸하겠다고.”
“그랬지.”
“그런데 조폭과 화해했다고 하면 분위기가 어떻게 되겠어?”
“설마?”
“그래, 방법은 하나뿐이지.”
조폭과 싸운다는 포지션. 사회적인 정의를 지킨다는 포지션은 돈이 된다.
실제로 그 사건 이후에 해당 유투버의 시청자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공언하고 전쟁까지 벌이다가 어느 날 그 포지션을 포기한다? 그건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보통 원래 나쁜 놈보다 배신자를 더 나쁘게 생각하거든.”
“그런 거 있지.”
심지어 나쁜 놈들 사이에서 착한 사람이 양심선언을 하는 것조차도 배신이라고 색안경을 쓰고 보는 놈들이 많다.
“그러니까 다른 희생양을 찾아야지.”
“다른 희생양이라……. 그러면 그 대상이 네 동생 친구 같은 사람이었던 거야?”
“그래, 딱 적당하지.”
왜냐하면 그들은 돈을 안 쓰거나 최소한으로 쓰기 때문이다.
돈을 안 쓰는 놈들은 도움이 안 되니 제국세기 같은 게임사는 사람 취급도 안 한다.
“너도 알잖아, 한 달에 수천만 원을 꼬라박아 봐야 제국세기 같은 게임에서는 사람 취급도 못 받는 거.”
“그건 그렇지.”
하물며 수천만 원을 써도 그 지경인데 그걸로 먹고사는 플레이어들은 어떻겠는가?
그걸로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그 게임에 돈을 쓸 리가 없다.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오토들은 조폭이라고 우길 수도 없거든.”
오토, 즉 자동 프로그램을 돌리는 캐릭터들은 그 특유의 행동 패턴이 있다.
인간 유저처럼 저항하거나 도주하거나 항의하지 않는다.
오토 캐릭터들은 자동 사냥을 하다가 인간 유저가 공격하면 도망가거나 그냥 죽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토 캐릭터 특유의 행동 패턴을 보이기에 조폭을 처단했다고 주장할 수가 없다.
“와, 미친 새끼들. 그런 식으로 플레이어를 이용한다고?”
“모든 인간은 똑같지. 너도 알잖아.”
“끄응…… 그건 그렇지. 과거에 술집 운영할 때도 그랬고.”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대부분의 술집, 특히 성매매를 하는 술집들은 단속 사실을 미리 안다.
하지만 그날 영업하지 않는 놈들은 하수다.
진짜 백이 제대로 있는 놈들은 영업은 계속하면서 주요 단골들에게 오지 말라고 하거나 그날은 쉰다는 식으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그 대신 아무것도 모르고 찾아온 일반 손님들을 입장시킨다.
당연하게도 그날 근무하는 사람들은 조폭이나 조직원이 아니라 그냥 알바 뛰는 대학생이라든가 일반 직원들뿐이다.
그리고 단속에 당하면 경찰은 경찰 나름대로 실적을 올려서 좋고 조폭은 조폭 나름대로 면피는 해 줬기 때문에 경찰이 나중에 다시 정보를 흘려 준다.
“거기다 회사 입장에서도 이게 좋거든.”
“좋다고?”
“그래,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네 게임을 홍보할 수 있지.”
제국세기의 가장 큰 문제는 게임 내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의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조폭 게임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하지만 이제 이렇게 주장할 수 있지. 봐라, 우리도 게임 내에서 자정작용이 있다. 우리는 정상적인 게임이다.”
“자정작용은 개뿔.”
그 말에 오광훈은 코웃음을 쳤다.
조폭 새끼들이랑 손잡고 일반 유저를 학살하는 게 무슨 자정작용이란 말인가?
“중요한 건 그렇게 해서 이미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거지.”
“개 같은 새끼들이네.”
“맞아. 개 같은 새끼들이지.”
노형진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전형적인, 기업만을 위한 운영 정책인 셈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과거처럼 통제도 가능하고.”
“통제가 가능하다니? 사냥터 통제 말이야?”
“그래.”
“어째서?”
“이게 증거의 문제거든.”
이해하기 쉽게, A라는 사냥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옛날에는 그곳을 소유한 길드가 ‘우리 사냥터이니 통제합니다.’라고 공지하고는 그 사냥터에 접근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한 뒤 말을 안 들으면 학살했다.
“그런데 이제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단 말이지. 왜 안 될까?”
“회사가 막아서?”
“아니야. 전혀 아니지. 그 과정에서 경고, 그러니까 협박이 들어가서야. 증거가 있는 거지.”
통제도 했고, 그 증거가 되는 진술도 있고, 그걸 알면서도 게임사가 방치했다는 증거도 있다.
“하지만 지금 사하라 군단이 취하는 방식에는 그런 게 없지. 그냥 접근하면 경고고 뭐고 죽이는 거야.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지지?”
노형진의 설명을 듣던 오광훈이 탄성을 내질렀다.
“아하! 그렇게 되면 통제이지만 통제가 아닌 거구나.”
“맞아. 그건 단순히 유저 간의 분쟁일 뿐이지. 실제로 내가 게임사들을 엿 먹인 후에 그 짓거리를 하는 놈들이 엄청 늘어났고.”
노형진의 말에 뭔가 깨달았는지 오광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음, 이거 저작권법에서 병신 짓 한 거랑 똑같은 것 같은데?”
“마찬가지야. 자기들 일을 편하게 하려다가 병신 짓을 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