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45)
핵폭탄 일발 장전 (2)
그리고 다시 한번 울트라챗을 보냈다.
-자꾸 병신 병신 하는데, 저 실제로 반신불수의 장애인입니다. 그만 좀 하세요. 이건 제 유일한 생계 수단이란 말입니다.
그 말에 멋진쩡이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카메라 너머에서도 확연하게 보였다.
‘자, 과연 어쩔 것이냐?’
만일 여기서 멋진쩡이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끝낸다? 그러면 오성태는 평소대로 계속 플레이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저 멋진쩡이라는 인간에게는 그간 자신이 했던 행동이 최악의 형태로 역풍이 불 거다.
조폭을 때려잡는다더니 실상은 선량한 시민, 그것도 장애인을 괴롭힌 것이었으니까.
반면 지금 노형진이 하는 울트라챗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빼박 명예훼손에 들어가야지, 후후후.’
노형진이 굳이 돈까지 써 가면서 울트라챗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 채팅을 이용하는 유저가 워낙 많다 보니 일반 채팅으로 의사를 전달하면 멋진쩡이가 인식조차 못 하기 때문이다.
멋진쩡이의 구독자 수는 원래도 100만이었는데 조폭 척살 사건 이후에 용자라면서 구독자가 확 늘어서 현재는 무려 130만 명이 되었다.
당연히 방송 중에 올라오는 채팅의 숫자도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그걸 인식할 수 있는 놈들이 없다.
‘하지만 울트라챗은 아니지.’
화면에 당당하게 큰 소리를 내면서 표시되는 데다가 일정 시간 이상 유지되기 때문에 그걸 못 보는 건 불가능하다.
방송인이든 방송을 보던 놈들이든 말이다.
-저는 실제로 장애인이고 부천시 원평동 ○○빌라에 살고 있습니다. 인증하라면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만 좀 괴롭히세요.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특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캐릭터는 명예훼손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지.’
이름과 장애 사실, 심지어 사는 곳까지 공개했다.
즉, 이걸 본 사람들에게는 명백하게 누구라는 인식이 생긴 것이니 지금부터 하는 학살, 조롱 등의 행동은 명예훼손에 해당된다.
“흐음, 이건 생각 못 했네. 뇌가 있다면 이제 안 하겠네, 확실히.”
서세영도 혀를 내둘렀다.
설마 소송이 아니라 울트라챗으로 순식간에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게다가 소송에 비해 돈도 훨씬 적게 들어간다.
사실 소송을 해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으니 어찌 보면 해결책은 이게 거의 유일했다.
“근데 어쩌냐? 뇌가 없는 것 같다.”
“이런.”
-이런. 조폭 깡패 새끼가 다급하니까 별의별 거짓말을 다 하네요. 조까라 하세요. 우리 사하라 군단은 게임 내에서 조폭 새끼들을 박멸할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무슨 거창한 결심이라도 한 듯 떠드는 멋진쩡이.
그리고 그에 호응하듯 우르르 올라오는 채팅과 울트라챗.
-병신 새끼는 뒈져야지 이걸 하고 앉아 있냐?
-누가 저 병신 새끼 좀 죽여라.
-병신 새꺄, 공기 아까우니까 좀 뒈져.
-병신이래요. 크크크, 병신이래요!
오성태가 거짓말한 거라 생각한 건지 끊임없이 올라오는 모욕과 병신이라는 빈정거림.
그때 노형진이 키보드에서 손을 내리고 몸을 돌렸다.
“일단은 여기까지 하죠.”
“네?”
“세영아, 넌 여기서 주기적으로 울트라챗을 올리면서 반응을 찍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려면 한두 번으로는 안 되니까.”
노형진의 말에 서세영이 쉼 없이 올라오는 채팅 창을 들여다보더니 감탄을 내뱉었다.
“우와, 이 정도면 성태 너 집 한 채 사겠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말이 안 되지 않아.”
이미 신상이 드러난 상황에서 병신이라고 놀리는 명예훼손은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어떤 놈들은 아예 노래로 만들어서 부르고 있었다.
“명예훼손의 강도는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도 있거든.”
아마 저들은 지금 자기들이 그냥 빈정거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오성태는 실제로 장애인이고 장애인에게 병신이라고 욕하는 건 법원에서도 아주 심각한 모욕으로 인정된다.
“더군다나 저 멋진쩡이라는 놈은 무려 구독자 수 130만 명의 유투버란 말이죠.”
물론 그 모든 구독자가 이 생방송을 본 건 아니지만 나중에 이걸 편집해서 올릴 경우, 그리고 이 장면을 그대로 쓸 경우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쯤 되면 벌금이 아니라 실형이 나올걸.”
서세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왜 이 생각을 못 했지?”
서세영은 그냥 친구가 다시 게임 플레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게 되면 된 거라 생각했다. 그래야 먹고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노형진은 그걸 역으로 뒤집어서 상대방이 도망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성태 씨는 다시 플레이를 하세요.”
“네? 이 상황에서요?”
이미 욕을 먹는 상황에서 플레이를 하라고 하다니.
어안이 벙벙해진 오성태에게 노형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노리는 건 명예훼손만이 아니거든요. 아, 그리고 오늘부터 정신과에도 다니시고요.”
“정신과요?”
“네. 제가 저놈들을 영혼까지 털어 드릴 테니까요, 후후후.”
* * *
노형진은 그 사건에 관해서는 서세영에게 맡겨 두고 있었다. 그리고 서세영은 계속해서 오성태를 대신해 학살을 그만둬 달라는 내용의 울트라챗을 보냈다.
물론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도리어 더더욱 열성적으로, 오성태의 캐릭터인 멋쟁이신사가 접속할 때마다 몰려와서 학살했다.
“와, 미친 새끼들. 완전히 돌았나 봐. 완전히 공공의 적이 된 것 같아.”
일주일간 모은 자료를 가지고 온 서세영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이 새끼들 진짜 미친 거 아냐? 내 친구는 거의 플레이를 못 해. 아니, 이제는 안 돼. 레벨이 너무 심하게 떨어져서 아이템 착용 제한에 걸렸어.”
“역시 그런가?”
“도대체 이 새끼들 왜 이래? 내 친구가 뭘 잘못했다고?”
“그건 오성태 씨의 행동과는 상관없어. 게다가 피해자가 오성태 씨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오성태가 최근에 주요 표적이 되기는 했지만 그가 유일한 표적인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학살의 대상이었고 그들은 항의했지만, 당연히 사하라 군단과 멋진쩡이는 전혀 듣지 않았다.
“여기서 만약 ‘알고 보니 멋쟁이신사는 조폭이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해 버리면 무슨 상황이 벌어지겠어?”
“아하!”
당연히 사람들 사이에서 ‘그러면 다른 척살 대상자들도 혹시 조폭이 아닌 거 아니냐?’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의 법원이 절대로 자기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거다.
자신들의 완전무결성을 부정하면, 그리고 자신들이 뇌물을 받고 있다는 걸 인정하면 법원 판결의 정당성이 의심받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무차별적으로 공격할 수밖에 없지. 그리고 오성태 같은 경우는 전면에 나서서 자기가 억울하다고 떠드는 상황이니까.”
대부분의 다른 유저들은 억울해도 그냥 게임 내 채팅 창에서 지랄하거나 접거나 하지, 생방송 중에 튀어나와서 울트라챗으로 ‘나는 억울합니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계속 플레이를 하라고 한 거야?”
“간단해. 그렇게 해야 이야기가 현실이 되니까. 약간의 오해라고나 할까?”
“오해?”
“그래. 내가 말했잖아, 이걸로 먹고사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그렇게 욕먹고 척살당하는 상황에서도 굳이 게임을 한다면 그놈들은 어떻게 생각하겠어?”
“어…… 아하! 그러네. 이쪽에서 거짓말한다고 생각하겠구나.”
“맞아.”
그러니까 병신이라고 놀려도 그다지 충격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거다. 그럼 더더욱 가열하게 방송할 테고 말이다.
“그런데 상황이라는 건 말이지, 때로는 말의 영향을 받아.”
“그러니까 오빠는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어필하고 싶은 거네.”
“맞아.”
“오.”
거기다가 정신과 상담 기록까지 있다면 그런 사정을 증명하는 건 어렵지 않다.
오히려 그런 고통을 견디면서까지 게임 플레이를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되는 거다.
“그러면 오빠가 노리는 건…….”
잠깐 생각하던 서세영은 미소를 지었다.
“업무방해구나.”
“많이 배웠네, 후후후.”
서세영의 말에 노형진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업무방해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무 행위에 관련해서 그걸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예를 들어 식당에 와서 술 처먹고 깽판을 치는 진상의 경우는 업무방해의 영역에 들어간다.
“문제는 이 업무의 영역이지.”
“그러네. 그래서 오빠가 계속 이걸로 먹고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라고 했구나.”
“맞아.”
업무방해란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 지속해야 하는 일을 방해하는 행위다.
그렇기에 그 업무라는 게 불법이 아닌 이상, 그리고 현실적으로 지속성을 띠고 있는 이상 방해하는 경우는 업무방해가 맞다.
“지속성이야 문제가 안 되지.”
왜냐하면 실제로 오성태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번 사이버 재화를 판매한 돈을 가지고 생계를 꾸려 갔으니까.
“그러면 불법성이 문제라는 건데. 그거 불법 아니야? 그 게임사에서는 현거래를 막고 있잖아.”
게임을 잘 모르는 서세영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노형진은 고개를 저었다.
“전혀. 불법 아니야.”
“엥? 근데 왜 막아?”
“그냥 규정일 뿐이지.”
게임사 입장에서는 현거래가 게임 내 재화의 유통을 컨트롤하는 걸 망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막는 것뿐이다.
현실적으로 게임 내부에서 얻은 재화의 거래는 합법이다.
“만일 불법이라면 그 수많은 현금 거래 사이트나 오토 플레이가 가능했겠어?”
“아! 하긴, 그건 그러겠네.”
그게 불법이라면 게임사에 신고하는 게 아니라 경찰에 신고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수많은 현금 거래 사이트는 아마 법의 처벌을 받고 모조리 닫혔을 것이다.
“그러니까 업무가 맞아.”
그리고 업무방해의 처벌은 명예훼손의 처벌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세다.
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거기다 이건 명백하게 악의를 가진 업무방해거든.”
허위 사실 유포와 더불어서 업무방해를 저질렀는데, 심지어 악질적인 조롱이 동반되었다.
그 장면을 보고 최소 수십만 명이 그 사람을 조롱했다.
“고소장을 넣으면 죽고 싶어지겠는데?”
“그러겠지, 후후후.”
노형진은 자신 있게 웃었다.
“우리 멋진쩡이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한번 면상이나 직접 보자고, 후후후.”
* * *
멋진쩡이. 본명 김정인.
그는 유투버다. 그것도 게임을 위주로 하는 유투버.
그런 그의 주력 게임은 다름 아닌 제국세기였다.
그런데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졌다.
“뭐라고요? 고소장?”
“응. 씨팔, 좆 된 것 같은데?”
사하라엔터테인먼트.
엔터테인먼트라곤 하지만 공중파나 종편 같은 곳을 담당하는 게 아니라 유투버들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아주 크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중간쯤 되는 규모로, 특히 이런 게임 유투버들이 많이 소속된 곳이 바로 사하라엔터테인먼트였다.
“아니, 씨팔. 별문제 없을 거라면서요!”
“나도 그럴 줄 알았지. 그런데 상대방이 새론이래, 씨팔.”
“새론? 거기가 왜요?”
“변호사한테 가서 물어봤는데 상대방이 새론이라고 하면 좆 된 거래. 그 새끼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복하는 놈들이라고.”
“아니, 내가 뭘 했는데요.”
얼굴이 사색이 되는 김정인.
“멋쟁이신사 있잖아.”
“그 새끼요? 그 새끼가 왜요?”
“그 새끼, 진짜로 병신이래.”
“그렇죠. 그 새끼는 원래 병신이잖아요. 그렇게 매일 처맞으면서 게임 하는 놈이 병신이 아니면 뭡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사하라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은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