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61)
천재는 있다 (2)
더군다나 나이트시티는 소문에 따르면 위계질서가 거의 하늘을 찌른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똥군기라고 하던가?
“자기들보다 잘하고 자기들보다 재능 있고 자기들보다 미래가 창창한, 그런데 한때 자기들을 엿 먹인 후임이 들어온다면?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에야 너를 때려죽이고 싶어 할걸.”
나이트시티가 분위기 좋은 팀도 아니고 위계질서 때문에 아랫사람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쉰다는 판국에?
더군다나 강원홍은 나이로도 경력으로도 그들보다 후배다.
아마 그가 들어가면 나이트시티의 선수들은 그를 집중적으로 괴롭힐 가능성이 아주 크다.
“너 고작 열여섯 살이잖아.”
학교 폭력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어서 난리가 난 대한민국이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대놓고 폭행당할 걸 알면서도 애를 나이트시티로 보낸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방법이 없단 말이지.”
노형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면 저 거기로 가야 하는 건가요?”
강원홍은 완전히 실망한 눈치였다.
“물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네가 소송을 통해 너의 부모님의 대리권을 박탈하는 방법도 있기는 해.”
“그러면 그거라도…….”
부모님과 소송할 정도로 결심이 굳은 걸 보니 아무래도 진짜로 가기 싫은 눈치였다.
물론 그것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문제는, 그러기 위해서는 너희 부모님에게 큰 귀책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거야.”
“큰 귀책사유요?”
“그래. 한국에서는 부모의 친권과 대리권에 대해 엄청나게 빡빡해.”
심지어 아동의 보호는 무조건 부모가 해야 한다면서 강간한 부모에게 자식을 돌려보낼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소송을 통해 대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으려면 당연하게도 과거에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있든가, 아니면 미래에 명확하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네가 그걸 증명하는 건 불가능하지.”
“아…….”
“이번 사건 이전에는 멀쩡했지?”
“네…….”
“그랬겠지.”
애초에 열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프로게이머의 길을 가게 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일반적인 부모님은 그 나이에 공부나 하라고 하니까.
어떻게 보면 여러모로 깨어 있는 부모님이었을 거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별문제가 없었을 테고.
“하지만 돈맛을 보면서 문제가 생긴 것 같네.”
이해는 간다.
무려 10억의 연봉. 한 사람이 평생을 일구어야 하는 돈을 한순간 벌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
‘이해는 되지만…….’
문제는 이해하는 것과 별개로 그게 좋은 선택은 아닐 거라는 거다.
“일단은 내가 좀 알아보마. 너도 날 찾아온 건 비밀로 해. 네게 변호사를 따로 선임할 권한은 없으니까.”
“네, 노 변호사님.”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노형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 * *
“나이트시티?”
“응. 아는 거 있어?”
노형진은 바로 이걸 알 만한 세대, 즉 서세영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그가 그간 몰랐던 새로운 문제가 있었다.
서세영이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야 모르지. 그건 영민이가 잘 알걸.”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한 대답. 하지만 노형진의 신경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영민이?”
“응. 걔, 완전히 워든> 빠돌이던데?”
“영민이?”
“응. 걔, 랭커가 다이아라던가 그렇대. 대회 영상도 꼬박꼬박 챙겨 본다더라.”
“영민이?”
“응. 말로는 자기도 프로게이머 팀 하나 만들고 싶다던가?”
“영민이?”
고장 난 듯한 오빠의 반응이 몇 번이나 반복되고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눈치챈 서세영이 말을 하다 말고 노형진을 게슴츠레 뜬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럼 영민이지 누구야? 오빠가 만들 게 아니잖아?”
그 순간 노형진의 머릿속에서 뭔가가 펑 하고 터졌다.
“영민이라니! 영민이라니! 나는 허락 못 한다!”
“뭔 소리야?”
“이 새키들이 일은 안 하고 어디서 연애질이야!”
그제야 노형진이 어떤 착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서세영이 기겁하며 그를 흘겨보았다.
“그런 거 아니거든! 그냥 친구야, 친구.”
‘너는 그렇겠지.’
세상에 어떤 남자가 관심도 없는 여자에게 취미를 어필하면서 공유하려고 한단 말인가?
심지어 후계자 교육으로 바빠 죽을 것 같은 재벌가 도련님이?
손사래를 치면서 피식 웃는 서세영을 보면서 노형진은 머리를 흔들어 삿된 생각을 떨쳐 냈다.
“그래서, 영민이가 좀 잘 안다고?”
“나중에 프로게이머 팀을 만들고 싶다고 할 정도니까 잘 알지 않을까?”
“그렇단 말이지.”
노형진은 그 말에 유례없이 심각한 얼굴로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바로 유영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들리더니 이윽고 수화기 너머로 영민이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민아.”
-오, 형. 어쩐 일이세요?
“나는 허락 못 한다.”
-네?
* * *
“친구예요. 친구.”
노형진과 만난 유영민은 대뜸 그 말부터 꺼냈다.
그런 유영민의 얼굴은 어째서인지 발그레해져 있었다.
‘친구는 개뿔. 얼굴은 왜 벌게지는데?’
노형진은 피식하고 비웃음을 날려 주면서 일단은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가 꼰대도 아닌데 젊은 애들 연애에 끼어들 이유는 없으니까.
물론 지금의 그가 늙은이도 아니지만 말이다.
“뭐가 친구야? 나는 나이트시티에 대해 물어보러 온 건데.”
“네? 세영이 때문에 만나자고 한 거 아니었어요?”
천연덕스러운 노형진의 반격(?)에 유영민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닌데. 세영이랑 뭔 일 있냐?”
“아니요! 전혀요! 전혀 없어요! 저언혀!”
그러니까 왜 얼굴이 붉어지냐고.
다시 한번 속으로 구시렁댄 노형진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래그래, 그렇게 부정할 필요는 없고. 나이트시티 알아?”
“알죠.”
나이트시티.
한때 잘나갔지만 이제 몰락해 가는 명가.
미래는 보이지 않는 팀.
개선도 안 되는 팀.
나쁘게 표현하면 망조가 들었고, 좋게 표현하면 그냥 과거의 역사에 기대어서 거들먹거리는 팀.
“그 애들이 요즘 돈지랄하는 것 같던데, 아는 거 있어?”
“아, 그 애들 지금 리빌딩 중이에요.”
“리빌딩?”
“네.”
리빌딩이란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 기존의 구성원을 바꾸고 새로운 팀을 쌓아 올리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몰락해 가는 팀이 부활에 성공한 사례가 제법 많다.
“흠, 그게 가능하겠어?”
“리빌딩이야 누구나 가능하죠. 다만 그 리빌딩을 정상적인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 문제인 거지.”
“정상적인 목적이 아니라니?”
“애초에 그 애들은 리빌딩을 한다고 해서 우승할 만한 애들이 아니잖아요. 다른 건 몰라도 그 감독 새끼는 답이 없죠. 프로 리그 팀의 감독이라는 사람 랭크가 아이언이 뭡니까, 아이언이?”
혀를 끌끌 차는 유영민.
“원래는 골드라며?”
“그러니까요.”
“계정 압류로 아이언으로 떨어진 거 아니야?”
“물론 그런 것도 있죠. 아이언이면 입문 레벨이니까. 문제는 그거라고요. 입문 레벨인 아이언에서 골드까지는 어렵지도 않아요. 저도 다이아인데.”
사실 다이아 정도면 그럭저럭 좀 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게 문제야?”
“형, 워든> 안 해 보셨어요?”
“할 시간이 어디 있냐?”
“음, 좀 독하게 표현하면, 실력만 있다면 아이언에서 골드까지 올리는 데 일주일이면 돼요.”
그 말에 노형진은 눈을 찡그렸다.
유영민이 말하는 문제라는 게 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네가 봐서는 그 골드 실력도 결국 핵이다?”
“네. 게임 하는 거 보니까 피지컬이 완전 똥망이던데요? 중학생을 데려다 써도 그것보다는 잘하겠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감독으로 부임할 때 골드라고만 알려졌을 뿐, 그 골드를 어떻게 땄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만일 그 골드도 진짜 핵으로 딴 실력이라면 답이 없는 거다.
“그런데 그거랑 리빌딩이 무슨 관계야?”
“진짜 뭔가 해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유망주를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리빌딩 같다는 거죠.”
“아, 뭔 소리인지 알겠네. 그런 스포츠 팀들이 있지.”
“네.”
리빌딩은 단시간 내에 되는 게 아니다.
정말 천재적인 재능을 갖춘 감독이라면 선수들의 재능을 꿰뚫어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선수들의 재능이 똥망인지 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미 존재감을 드러낸, 재능을 갖춘 선수를 비싸게 사 오는 것이다.
“강원홍이라면 어때?”
“걔요? 걘 나중에 먹히죠. 해외에서도 이미 군침을 흘리는 중인데 미성년자라 손 못 댈걸요.”
유영민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걘 피지컬이 장난 아니잖아요. 고작 열여섯 살이니 족히 10년은 해 먹을 수 있을 텐데.”
“해외에 지금 못 나가?”
“네. 워든> 프로 리그는 성인이 아니면 해외 진출이 불가능하거든요.”
“그렇단 말이지?”
그러면 이해가 된다.
지금 꽉 잡아 두면, 2년만 지나면 해외 진출이 가능해진다. 피지컬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만 잘 시켜도 2년 후에 100억짜리 선수가 될 수 있다.
“국내 이적은 문제가 없고?”
“그건 딱히 없죠. 해외 리그 진출만 막을걸요. 왜요?”
“사실은…….”
노형진은 자신이 아는 정보를 제공했다.
노형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유영민은 눈을 찡그렸다.
“와, 개새끼들이네. 말만 리빌딩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흠…….”
“그런데 어쩌죠? 제가 어떻게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는데.”
물론 할아버지인 유민택에게 요청하면 프로게이머 팀 하나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건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선수들을 관리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이제야 일을 배우면서 후계 승계 작업을 하고 있는 유영민이 하기에는 일이 너무 많다.
애초에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프로게이머 팀은 순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만들고 방치할 거라면 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알아. 그러니까 넌 그냥 가만있어.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니까.”
“있다고요?”
“그래. 다만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뿐이지.”
노형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확실히 해결책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네.”
노형진은 입맛이 썼다.
* * *
얼마 뒤에 만난 강원홍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아니, 수심만 가득한 게 아니었다.
“뭐야? 너 얼굴이 왜 그래?”
“숙소 형한테 맞았어요.”
“숙소? 저거너트?”
“아니요. 나이트시티요.”
“그사이에 벌써 넘어간 거야?”
“네.”
나이트시티가 제시한 막대한 금액을 본 부모님은 강원홍이 아무리 이적하지 않겠다고 거부해도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강원홍은 강제로 나이트시티로 넘어갔고, 며칠 전 합숙을 위해 숙소로 들어갔다고.
“그런데 거기에 가니 선배들이 신고식이라며 저를 때리더라고요.”
“가관이구만.”
신고식이라는 말은 거짓말일 거다.
사실은 작년에 죄다 한 번씩 강원홍에게 처발렸으니 복수하겠다고 두들겨 팼을 거다.
“그 상황을 감독은 그냥 두고 보기만 했고?”
“네. 숙소에는 위계질서가 필요하대요.”
“지랄 났다, 아주. 부모님은?”
“초반이라 그렇다고 조금만 참으래요.”
“웃기네.”
돈이 왔다 갔다 하니까 강원홍만 빼고 자기들끼리 아주 쿵짝이 맞아서 서로 지랄하고 있다는 소리다.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변호사님, 저 진짜로 거기에 있기 싫어요. 그냥 나오면 안 돼요?”
그 말을 하는 강원홍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럴 만하다. 돌아가면 또다시 두들겨 맞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