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69)
책임자는 누구? (2)
“하지만 이제는 아니지.”
강원홍은 분명 계약을 거절하고 싫다고 했으며, 그런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소송까지 했다. 하지만 결국 부모에 의해 강제로 계약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나이트시티에서 요구하는 실적 저하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겠는가?
“강원홍에게? 턱도 없는 소리지.”
강제로 계약이 이루어졌고 심지어 현장에 끌려가서 감금당하고 폭행까지 당한 피해 아동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의 성적이 안 좋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과연 재판부에서 책임을 인정할까?
“그러면 가만히 있어도 끝 아니야?”
“전혀 끝이 아니지.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제로 계약한 사람이 있잖아.”
“강원홍의 부모님?”
“맞아.”
그들은 강원홍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그 말을 들은 서세영은 소름이 돋았다.
“잠깐만. 그러면 그 손해배상 책임은?”
“자연스럽게 강원홍의 부모님에게 쏠리게 되는 거지. 아마도 나이트시티는 협박이나 그런 목적이겠지만, 구조적으로는 부모가 책임질 수밖에 없으니까.”
“와, 미친! 이게 설계였어?”
“어, 처음부터.”
당사자의 실력 하락은 부당한 계약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계약을 강제한 것은 다름 아닌 강원홍의 부모님들.
“강원홍은 피해자일 뿐이고 애초에 법적인 자격이 없으니까 책임도 없는 거지.”
노형진의 말에 서세영은 혀를 내둘렀다.
쉬운 사건이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다. 부모님의 친권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법을 확인해도 결국 강원홍을 대신할 수 있는 건 그들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형진은 그걸 살짝 꼬아서 모든 책임을 부모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
“강원홍 부모님 입장에서는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겠는데?”
“그렇겠지. 이게 애매하거든.”
계약의 당사자는 강원홍이다. 부모는 대리인일 뿐이고.
만일 노형진의 계획대로 된다면 그의 부모님은 돈은 구경도 못 해 보고 그냥 손해배상만 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 부모라는 인간들이 쉽게 그걸 인정할까?”
“안 하겠지. 그래서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소송이 필요해.”
“다른 소송?”
“그래.”
노형진은 새로운 소장을 꺼냈다.
그건 다름 아닌 강원홍의 부모가 가진 대리권 박탈 소송이었다.
미성년자의 경우, 모든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친권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단 하나, 부모의 대리권을 박탈하기 위한 소송만은 그게 필요 없다.
왜냐하면, 그걸 강제해 버리면 아예 소송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어? 그게…… 잠깐?”
문제는 그걸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부모의 과실이 아주 크거나 미래에 미성년자에게 확실하게 피해를 입힐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과실이야 이제 입증이 끝난 것 같은데?”
“헐!”
그 말에 서세영은 입을 쩍 벌렸다.
“자, 이제 끝을 보자고, 후후후.”
***
부모의 대리권 박탈 소송.
그걸 걸자 강원홍의 부모님들은 날벼락이 떨어졌다고 길길이 날뛰었다. 자식이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강원홍은 단호했다.
왜냐하면 그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제 돈이 없다고요?”
“그래. 혹시나 해서 확인해 봤다.”
“하지만 무려 10억이나……. 아니, 제가 프로 경기한 것만 해도…….”
나이트시티에서 받은 10억에 지난 팀이었던 저거너트의 연봉, 거기에 우승 상금까지 하면 최소한 13억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 푼도 없다니?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가요?”
“아니. 뭐…… 가지고 있지만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야 할까?”
“무슨 말이에요, 그게?”
“너희 부모님이 대출 풀로 당겨서 빌딩을 샀더라.”
“제 이름으로요?”
“아니. 그랬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되지. 자기들 이름으로 샀으니까 문제가 되는 거지.”
“네?”
“이게 문제가 된단다.”
먼 훗날 그가 성인이 된 후에 그걸 돌려받기 위해서는 소송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식들은 부모님에게 소송하는 걸 꺼린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의 부모가 자식의 등골을 빼먹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이런 식으로 자식의 돈으로 자기 명의의 빌딩을 사는 거다.
“빌딩의 가치는 대략 30억쯤 된다. 그런데 네가 가진 돈은 고작 13억이었지. 그리고 부모님의 재산 상황은 변한 게 없어. 그럼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겠지?”
“…….”
강원홍의 부모님은 강원홍이 미래에 벌어 올 돈까지 모두 자신들의 빌딩에 집어넣으려 했다는 소리다.
“엄마랑 아빠가 이럴 줄은 몰랐어요.”
“돈은 많은 것을 바꾸지. 현실도, 사회도, 심지어 사람도.”
노형진은 안타깝게 말했다.
“물론 내 계획대로라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야.”
“부모님도요?”
“그래, 부모님도.”
물론 부모님이 강원홍을 이용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원홍이 부모님을 버릴 수는 없다.
그는 고작 열여섯 살일 뿐이다. 게임의 천재라고 해서 부모가 필요 없을 나이는 결코 아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소송부터 시작하자.”
***
그렇게 시작된 소송은 당연히 노형진의 계획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재판장님, 보다시피 피고들은 원고 강원홍의 의견을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지속적으로 돈을 벌어 올 것을 강요해 왔습니다.”
노형진의 공격에 강원홍의 부모님은 다급하게 변호사를 샀지만 이미 현실적으로 모든 증거가 넘어간 상황에서 그들의 저항은 의미가 없다시피 했다.
“피고 측, 어째서 원고 강원홍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나이트시티와 계약을 했습니까?”
“피고는 나이트시티가 원고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물론 영향을 주기는 했죠. 아주 안 좋은 영향을 말입니다. 피고 측은 원고가 나이트시티에서 감금되고 폭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몰랐습니다.”
“몰라요? 올 때마다 얼굴에 멍이 들었는데요? 그리고 원고의 증언에 따르면 피고 측은 ‘세상은 원래 힘들다.’라는 말로 신고를 막았다고 하던데요?”
“그거야…….”
실제로 그랬기에 피고 측 변호사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부모의 만행이 여기서 그쳤다면 대리권의 박탈만은 어떻게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대리권에 관한 문제에서는 엄청나게 빡빡하니까.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들이 산 빌딩이었다.
“정작 원고인 강원홍 씨가 벌어 온 돈은 피고 측이 자신들의 명의로 빌딩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할 말 있습니까?”
“추후 돌려줄 생각으로…….”
“그게 말이 됩니까? 30억짜리 빌딩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오르겠죠. 그러면 상속세만 50%는 될 텐데 뭐 하러 그런 짓을 합니까? 그냥 강원홍 씨의 명의로 사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 그건 흥청망청 쓸까 봐…….”
“그렇게 말할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요. 최근에 피고 측의 씀씀이가 얼마나 늘었는지 아십니까?”
“그건 개인 정보입니다만?”
“개인 정보이기 이전에 원고의 미래의 손실을 막기 위한 정보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판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경험이 많은 판사 입장에서는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젠장. 미치겠네.’
부모 측의 변호사는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만일 이 상황대로 굴러가면 자신의 의뢰인들은 완전히 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노형진이 그동안 쌓아 둔 정보가 생각보다 많다는 거다.
애초에 노형진은 부모의 자금에 접근하는 권한과 계약 권한을 무효화하기 위해 모든 함정을 준비해 왔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강원홍의 부모는 대리 권한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누가 봐도 자식을 팔아먹어 자기 배에 기름을 채우고 있었으니까.
“더군다나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계약으로 인해 원고는 프로게이머로서 심각한 슬럼프가 찾아왔기에 현 소속사인 나이트시티에 손해배상까지 당한 상황입니다.”
“그건 저희 의뢰인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그 계약을 한 사람은 강원홍 선수입니다.”
“아니죠. 말은 똑바로 해야지요. 고소인인 강원홍 선수는 어떻게 해서든 계약을 거부하려고 했습니다만 강제한 사람은 피고 두 분입니다.”
“하지만 성적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입니다.”
“전혀 아니죠. 이건 정서적 학대의 영역입니다.”
“정서적 학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법에서는 명백하게 신체적인 학대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학대도 아동 학대로 인정하고 있는데요.”
그 말에 상대방 변호사는 말문이 콱 막혔다.
“하기 싫은 일을 돈을 벌기 위해 강제로 시키고, 그 대가를 착취하고, 그 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노동한 미성년자가 감당한다. 이게 아동에 대한 학대가 아니라면 뭐가 학대입니까?”
“하지만 원고는 어려서부터 프로게이머가 꿈이었습니다!”
“물론 그랬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직업을 선택한 거죠. 그걸 핑계로 강제 노동에 동원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 아닌가요?”
노형진은 절묘하게 강제 노동과 아동 학대를 엮어서 상대방 변호사를 공격했다.
그리고 그 변호사는 그 말을 반격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랬으니까.
노형진의 말대로 이건 아무리 포장해도 아동 학대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계약을 통해 돈을 받은 이상 명백한 노동, 그것도 강제 노동이 맞다.
“그런데 강제 노동으로 발생하는 손해까지 자녀분에게 떠넘기려고요? 언제부터 대한민국 아동의 노동 인권이 저기 북한 수준으로 떨어진 건지 모르겠네요. 심지어 북한에서도 부모가 자식을 아끼고 사랑한다는데 말이죠. 저는 피고 두 분이 원고의 부모가 맞는지도 의심이 될 지경입니다.”
최소한 북한은 부모도, 자식도 모두 고통받는다. 하지만 이곳에서 고통받는 건 오로지 한 명, 아이뿐이었다.
“하지만…….”
부모 쪽 변호사는 어떻게든 변명하려고 했지만 나올 말은 없었다.
“재판장님, 다음 기일을 지정해 주시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는 재판을 미루는 것뿐이었다.
***
“저쪽 변호사는 완전히 털렸네.”
기일을 미루기는 했지만 결국 이길 수는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강원홍의 돈으로 자신들의 건물을 산 건 감출 수 없는 비밀이었고, 노형진이 착취라고 표현한 말을 법원이 그대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리 권한이 박탈되었으니까.”
“맞아. 그리고 여기서부터 이제 양쪽 다 머리 아파지는 거지.”
“어? 그런가?”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나이트시티는 절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못 이긴다는 거야.”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서세영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나이트시티가 소송에서 불리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시합에서의 성적 부진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면 세상에 프로 리그라는 건 존재하지 못하게 될 테니까.
누군가는 1등이 되지만 나머지는 질 수밖에 없는 게 프로 리그다.
그런데 거기서 졌다고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니.
말이 프로지, 사실상 목숨을 건 데스 매치밖에 더 되겠는가?
“물론 당연한 거긴 한데 아동 착취 문제가 엮였으니까.”
“설마 그걸 노리고 처음부터 아동 착취 이야기를 꺼낸 거야?”
“맞아.”
아동 착취로 엮어 버리면 아무리 나이트시티라고 해도 소송을 유지할 수가 없다.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텐데 워든> 게임조직위원회에서 그걸 그냥 두고 보겠는가?
아마 그 일이 터지면 당연히 해당 팀의 출전 자격을 박탈해 버릴 거다.
폭행이야 선수들 개인 간의 문제지만 아동 착취는 팀 자체의 문제니까.
“헐, 그러면 이대로 끝?”
“아니, 끝은 아니야.”
노형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