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273)
극단적 행동들 (1)
오광훈은 다시 살아난 뒤로 검사로서 살아가고 있다.
그 와중에 세상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지금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검사나 조폭이나, 남의 똥 치우는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미결 사건을 왜 나한테 떠넘기냐?”
“선배님한테만 떠넘긴 게 아니에요. 병신 같은 새끼가 병신 짓을 해서 그런 거죠.”
“야, 이 싯파. 그런 새끼를 걸러야 할 거 아니야.”
“검찰의 그런 기능이 박살 난 게 어디 하루 이틀 문제입니까?”
한데 모여 투덜거리는 사람들.
그들은 다름 아닌 새론과 손잡은 스타 검사들이었다.
하나의 세력이 된 스타 검사는 절대 무시할 집단이 아니었다.
물론 내부에서는 검사가 외부와 손잡은 것 자체를 불만스러워하고 있었지만, 사실 사회 전반적으로 보면 대놓고 손을 잡느냐 몰래 잡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죄다 손잡은 상황이라 섣불리 공격할 수도 없었다.
물론 새론이 만만했다면 그걸 핑계 삼아 날려 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론은 만만하기는커녕 잘못 건드렸다가는 마이스터와의 일전도 각오해야 하는 곳이었기에 결국 스타 검사들을 또 다른 세력 집단으로 인정하고 견제하는 게 다른 부패한 집단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거 우리 엿 먹이려고 이러는 건가?”
“그건 아닐 거예요. 사건이 사건인지라 지금 다른 검사들에게도 골고루 배당된 모양이더라고요.”
홍보석은 질렸다는 듯 소주잔을 꺾으며 말했다.
“아니, 도대체가 부장급 검사라는 새끼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거지.”
“그게 아니라 그런 새끼가 부장급이 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미친! 돈 받고 사건을 덮는다는 게 말이 돼?”
지금 이 난리가 난 이유는 간단했다.
부장급 최고위 검사가 돈을 받고 사건을 덮었다.
누구나 다 한 번쯤은 하는 짓이라지만 문제는 이 부장급 인사가 아주 오래전부터 그 짓을 해 왔다는 거다.
부장검사 이전에 평검사 시절부터 돈을 받아 가면서 사건을 덮었고, 실적이 안 될 만한 사건은 가차 없이 버렸다.
그러다가 기자에게 걸린 것이다.
당연히 다급하게 덮으려고 했지만, 아무리 언론이 검찰과 같이 권력을 탐하는 족속이라고는 하나 선을 넘어도 너무 넘어간 상황이었기에 기자는 사건을 기사화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난리가 났다. 이런 짓거리가 최소 10년 이상 자행되어 왔으니까.
용케 지금까지 걸리지 않았지만 일단 걸린 이상 검찰에서는 감출 수가 없어서 그를 기소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문제는 기소가 아니었다.
“한두 개가 아닌데.”
“증거가 멀쩡한 사건도 거의 없고.”
돈을 받고 덮은 사건이 한둘이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어떤 사건에서 증거가 누락된 건지조차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검찰에서는 그가 했던 모든 사건을 거의 전면 재조사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결국 검사들이 총동원된 것이다.
“그나마 오 선배님에게는 굵직한 사건만 갔죠. 저는 온갖 잡다한 사건이 다 몰려왔어요.”
오광훈의 후배 검사 한 명은 긴 한숨을 내쉬며 소주를 입에 털어 넣고 삼겹살로 소주의 쓴맛을 닦아 냈다.
“어쩌겠냐. 짬에서 밀려서 그렇지.”
“다른 건 다 대충 구분되는데 미결 사건은 아주 환장하겠다니까요.”
“미결 사건?”
“네.”
“하긴, 그런 사건이 골치 아프기는 하지.”
경찰에서 미결 사건을 분류해 두듯 검찰도 당연히 미결 사건을 분류해 보관해 둔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결 사건을 3개월, 6개월, 12개월과 같이 구분해 두고 시기가 바뀔 때마다 부장검사에게 보관해야 한다.
그런데 부장검사가 저지른 똥, 즉 그가 부장검사였던 시절에 담당했던 미결 사건은 위에 보고할 책임이 없다.
자기가 담당이니까.
그래서 문제의 부장검사의 수많은 사건들이 버려진 것이다.
그 사건들을 모두 조사해야 하는 후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그나마 다른 사건은 대충 정리라도 되어 가는데 살인 사건 하나는 답이 안 보여요.”
“살인 사건?”
“네. 미결로 넘어간 지 5년쯤 되었는데 이게 범인이 누군지 답이 안 나와요. 하긴, 그러니까 미결로 넘어간 거겠지만.”
다시 한번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한탄하는 후임의 말에 오광훈은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어떤 사건인데?”
“단순 살인요.”
“뭐, 그런 거 있잖아요. 흔적도 없고 증거도 없고.”
옆에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던 또 다른 후임이 사정을 아는지 말을 거들었다.
실제로 그런 사건들은 생각보다 많다.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해서 해결하면 줄어들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기 때문이다.
해결을 위해서는 일단 충분한 인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피해자가 힘이 없거나 사회적으로 그다지 집중받지 못하면 해결보다는 대충 미결 사건으로 넘겨 버린다.
어차피 미결로 넘겨도 추가적으로 인사고과에 마이너스를 받지 않으니까 그냥 버리는 거다.
“어떤 동네인데?”
“부천시 상불동요.”
“상불동?”
그 말에 오광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세요?”
“아니야. 그런데 상불동 살인 사건? 그게 왜 미결로 넘어간 거야?”
살인 사건이 미결로 넘어갈 수야 있다.
하지만 만일 증거가 있는데 미결로 넘긴 거라면 후배가 이렇게 고민할 리가 없다. 그냥 재수사하면 되니까.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진짜로 증거가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였다.
“모르죠. 그런데 살펴보니까 그냥 버린 사건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러면 진짜로 방법이 없어서 넘겼다고?”
“네. 그리고 피해자가 피해자인지라…….”
“누군데?”
“그 당시에 부천 광천파 두목 화우민요.”
오광훈은 그 말에 눈을 찡그렸다. 그가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물론 검사로서 아는 건 아니다. 정확하게는 회귀 전 그가 조폭이었던 시절에 알던 사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