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30)
>4장.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비싸다>
“확인했습니다. 깔끔하게 처리한다고 했지만 빠진 곳이 있더군요. 혈흔 반응입니다.”
고문학이 서류를 던지자 그 안에서 촤악 흘러나오는 사진들. 어두운 공간에서 빛나는 다른 형광물질이 여기저기 빛나고 있었다.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일종의 혈흔 반응이다. 검사용액을 뿌리고 불을 끈 뒤 자외선을 비추면 이런 식으로 빛이 나는 것이다.
“꿀꺽…….”
사람들은 그걸 집어 들고는 침을 삼켰다. 생각보다 그 공간이 넓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응? 이게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
송정한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배에 잡혀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수많은 멍텅구리 배에 잡혀 있는 사람들을 구했고 그 과정에서 경찰이 그들이 납치된 걸 수사하는 게 귀찮아서 조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에게 배상해 주고 실종된 수많은 사람들을 찾게 하기 위해 경찰을 압박할 목적으로 손해배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약점을 잡기 위해 경찰청장을 미행하게 했다. 그런데 점점 일이 무식하게 커져 가고 있었다.
“그 소문이 사실인가 보군요.”
“소문? 무슨 소문?”
“중국 조직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소문 말입니다.”
“아니? 왜!”
한국은 치안이 잘되어 있다. 그런데 중국 조직들이 왜 한국으로 들어온단 말인가?
“치안이 잘되어 있는 건 국민성 때문이지, 정부가 일을 잘해서가 아닙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들어오기 쉽죠.”
노형진은 시중에 떠도는 소문을 듣고는 비웃음을 날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다.
“한국은 중국 쪽 조직들이 일하기에는 무척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들과 대적할 만큼 큰 조직이 있는 것도, 처벌이 강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남자에 대한 사건 접수 거부는 실질적으로 사건 자체가 없어지게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장기 밀매를 한다는 거야?”
“장기라……. 인간이 죽으면 그 가치가 얼마인 것 같습니까?”
“응?”
“사람들은 장기를 생각하면 고작해야 심장이나 눈, 콩팥 등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가격은 무척이나 높습니다.”
피부는 화상 환자에게 가고 혈관은 연구용으로 사용된다. 잔인하지만 진짜 머리에서 발끝까지 돈이 되는 게 바로 인간이다.
“20억. 그게 미국 FBI가 추정한 밀매된 인간의 가치입니다.”
그 말에 송정한은 침을 꿀꺽 삼켰다. 20억.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은 인구가 더 많잖아?”
애써 부정하고 싶은 남상주는 심각한 얼굴로 반박했다. 하지만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확실히 많지요. 하지만 반대로 그들은 사건 자체는 성립합니다. 더군다나 중국은 영양 상태가 한국 사람처럼 좋지 않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리고 처벌도 문제입니다. 한국은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입니다. 무슨 짓을 하든 죽지 않지요. 중국의 감옥에 비하면 거의 리조트 수준이고요.”
“그건 그런데…….”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중국에서 사형수의 장기를 매매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도 인간의 시체를 전시하는 전시회인 사람의 신비전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시체를 중국에서 받아 왔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심지어 정치인의 내연녀까지 그 안에 있다는 소문이 있지.’
확실한 건 정작 사람을 해체해서 파는 놈들이 자신들은 그 꼴이 되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국은 공식적으로 한국 내에서 장기매매나 식인 사건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는 결국 모든 사건이 단순 살인으로 치부된다는 뜻이다. 단순 살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길어 봐야 30년 정도이다.
“사건 성립도 안 되고 영양 상태도 좋고 잡혀도 안 죽고 심지어 버티면 나올 수 있는 곳이 한국인데 어디서 사건을 벌이겠습니까?”
“음…….”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하다면 수술을 해도 장기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만큼 어느 정도 세력이 있는 집단에게는 한국이 군침 도는 영역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말이 있었나?”
“저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웃었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드러난 적도, 관련 이야기가 나온 적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인터넷에서 도는 뜬소문 같은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그 증거가 나타났다.
“그럼 직원들이 사라진 건?”
“아마도 그걸 봤겠지요.”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사람이 납치되는 것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상황에서 그들은 그를 구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안에 사람이 더 있었을 테고 그들에게 제압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 사건이 청장을 따라다닐 때 터진 거야?”
그 부분이 이상한 일이다. 청장은 경찰이고 이건 범죄다. 그런데 청장을 추적하다가 그 사건과 부딪친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우연이다. 그렇다고 경찰청장이 일선에서 일하는 외근직도 아니지 않은가.
“글쎄요……. 갑자기 영화 하나가 생각나네요.”
“영화?”
“>지옥도>라고 아시죠?”
“>지옥도>? 끄응…….”
>지옥도>란 중국의 영화 중 하나인데 경찰의 내부 정보를 캐내기 위해 심은 조직의 첩자와 조직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심은 경찰의 첩자의 대립을 그린 영화다.
“상대 조직에 스파이를 심는 건 흔한 일이니까요.”
“망할…….”
더군다나 중국의 조직들이 여기저기에 스파이를 심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 식으로 보면 학도림이 그런 성격으로 그렇게 빠르게 치고 올라가는 것도 어려운 건 아닙니다.”
“그렇겠지.”
중국 조직들의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당연히 엄청난 자금을 동원할 수 있고 그 자금이면 부패한 조직에 파고드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같은 구조는 파고들기 쉽지요.”
승진이 상부 몇 명의 결정으로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뇌물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한국에 누군가를 박으려고 하는 건 상식이다.
“설마 그 청장이 그걸 알고 모든 것을 준비한 거라 생각한가?”
“그건 아닐 겁니다.”
경찰이 남자 실종 사건을 수사하지 않는 것은 오래된 악습이다. 그리고 단순히 청장 한 명의 힘으로 그런 걸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아마도 중국에서 한국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그 사실을 알았을 겁니다.”
요즘 중국 조직은 한국으로 활발하게 진출하려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연인지 아니면 누가 알려 준 건지 알 수 없지만 한국 경찰은 남자에 대한 사건 접수를 거부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그들은 그 사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중국 쪽 조직은 한국 쪽 조직들과 많이 다르니까요.”
한국의 조직 폭력 조직은 이제야 음지에서 벗어나 양지로 나오려고 하고 있다. 그나마도 건축이나 주류 등 과거의 코스에서 많이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에 반해 중국 쪽이나 일본 쪽 폭력 조직들은 이제는 기업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들 아래에 과거 청계와 같은 일을 하는 변호사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 도리어 없는 게 이상할 겁니다.”
“음…….”
그런 자들이 있다면 이런 식의 일을 꾸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 어쩌지?”
“일단은…… 우리 사람들을 찾아야지요. 그러고 보니 재판은 어떻게 된 겁니까?”
“어렵지 않았네.”
하긴 워낙 배임의 증거가 넘쳤다. 내부 규칙이라고 하지만 내부 규칙이 법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걸 헌법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경찰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설마…….”
문득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얼굴이 파래지는 송정한. 노형진은 그의 생각을 알고는 침울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없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자신들에게 사건을 맡긴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는 가출할 이유도 없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퇴근한다고 연락하거나 잠깐 나갔다 온다고 말하고 나간 뒤 실종된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들의 공통점은 건장한 사내라는 것이다. 범죄자들과 싸울 수 있기 때문에 수사조차 할 필요 없다고 무조건 가출이라고 했던 사람들.
“후우.”
“재판도 중요합니다. 아니, 이 사건을 해결하면 재판은 확정적으로 끝난 것이 되겠군요.”
이 사건을 해결하면 아마도 재판정은 뒤집힐 것이다. 이건 아무리 정부에서 압력을 넣는다고 해도 덮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노형진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길은 막혀 있어.’
노형진은 그날 이후 그 장소에서 계속 기억을 읽었지만 마땅히 적당한 기억을 찾아내지 못했다. 차량 번호를 알아내기는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 차량은 대포차였다.
“현재로써는 그들을 찾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럼?”
“하지만 그들과 연결된 한 사람을 알고 있지요.”
“누구……? 아!”
학도림. 그는 경찰이지만 그들과 선이 닿아 있는 사람이다. 팀원들이 그를 추적하다가 그 중국 조직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가장 확실한 증거다.
“그 녀석을 한번 뒤흔들어 보죠.”
“경계하고 있을 텐데?”
“그러니까 뒤흔들어 보자는 겁니다. 누군가 자신들을 추적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그 상황에서 그 배경이 누군지 알고 싶겠지요.”
이미 팀원들이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다. 학도림을 공격하면 그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조직과 접촉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직접적으로 기억을 읽는 것도 방법이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생을 좀 해 봐야겠지만 말이다.
“좋네.”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가끔은 재판 자체도 도구일 때가 있는 법이니까. 그 녀석을 흔들어 보세.”
“아마 머리 좀 아플 겁니다. 후후후.”
그렇게 학도림의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 * *
“친애하는 재판장님.”
노형진은 바로 재판에 복귀했다. 그러고는 힐끗 고개를 돌려서 방청석에 앉아 있는 학도림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모르는 모양이군.’
눈치를 봐서는 자신들에 대한 경계를 하거나 의심의 눈빛을 보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아직 우리 팀원들이 말하지 않았다는 뜻일 거야.’
그렇다면 그들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욱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노형진은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전에 신청했던 대로 학도림 청장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학도림은 다른 사건들과 다르게 사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따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미리 증인으로 신청해야만 했다. 그래서 그가 와 있는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있지.’
미리 증인으로 연락받고 온다는 것. 그건 미리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마도 경찰 쪽에서는 학도림에게 여러 가지 답변을 미리 준비하도록 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증인 앞으로 나오셔서 선서하세요.”
“네.”
정복을 입은 학도림은 앞으로 나와서는 법전에 손을 올리고 선서한 뒤 자리에 앉았다. 경찰인 만큼 증인으로 몇 번이나 출석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긴장하지는 않았다.
‘하긴 평생을 가면을 쓰고 돌아다녔을 테니.’
노형진이 봤을 때 그는 분명 중국의 조직에서 심어 둔 스파이였다. 그런 그가 평생을 가면을 쓰고 경찰이라는 조직에서 살아왔으니 이런 자리에서 가면을 쓰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원고 측, 질문하세요.”
노형진이 앞으로 나서자 학도림은 무심한 눈빛으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이었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는 그렇게 보이고 싶어 하겠지만 노형진은 그런 인간을 상대해 본 게 처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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