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31)
‘이런 인간은 돌려 말해 봐야 모른 척하겠지.’
그럴 때는 차라리 정곡을 찌르는 것이 정답이다. 그것도 아주 예민한 부분을 말이다.
“학도림 청장님.”
“네.”
“학도림 청장님은 중국인이죠?”
“아닙니다.”
“아, 정정하겠습니다. 학도림 청장님은 한국으로 귀화한 중국인이죠.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혼자 귀화하셨지요?”
“네.”
“그럼 가족은 누가 부양하고 있습니까? 청장님의 기록에 따르면 외동아들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그 순간 학도림의 눈빛이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경찰에서 성공한 그가 배신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더군다나 청장이면 한국 내부에서도 높은 자리. 그가 배신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그런 그를 제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 그건 다름 아닌 인질이었다.
“그건…….”
“얼마 전에 저희 변호사 팀이 중국으로 가서 학도림 청장님의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무척이나 좋은 집에서 살고 있던데요? 아무리 중국이라고 하지만 학도림 청장님이 사기에는 무척이나 부담이 되는 집이던데 기록에 따르면 원래 부자는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가족들은…….”
학도림은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변호사 측을 바라보았다.
“재판장님, 이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질문입니다!”
학도림의 눈빛을 받은 변호사는 재빨리 노형진의 말을 끊어 버렸다. 노형진은 그런 그 변호사를 지그시 노려보았다.
‘망할 새끼.’
저 변호사는 과연 학도림이 어떤 인간인지 알까? 아마도 알 가능성이 높다. 조직들은 일반적으로 쓰는 변호사만 쓴다. 그래야 최대한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 녀석은 장기 밀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그 녀석에게는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다. 돈만 따르는 변호사들은 어디에든 가득하니까.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노형진은 그 변호사의 말을 딱 끊어 버렸다.
“음…….”
판사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얼핏 봐서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질문이기는 한데 노형진이 이렇게 강하게 있다고 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지.’
판사가 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뭘까? 다름 아닌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판결문을 보면 애매한 표현이 많이 들어간다. 무엇할 수도 있다. 뭐라고 볼 수도 있다. 무엇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런 식으로 판결문을 흐리멍텅하게 쓰는 걸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식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 상황.
“원고 측 변호인, 확실히 관련이 있습니까?”
“관련이 있습니다.”
“음…….”
판사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습니다. 일단 계속 질문하세요. 하지만 관련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바로 중단시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피식 웃었다.
‘먹혔다.’
노형진이 맨 처음 질문할 때 학도림이 귀화한 중국인라는 사실을 밝힌 것은 그냥 확인 차원에서 한 게 아니다. 인간 특히 남자는 다른 소속에 있다가 들어온 남자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가 처음부터 한국인이었다면 추가적인 질문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인 것을 안 판사는 자신도 모르게 적대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럼 계속 질문하겠습니다. 증인의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은 중국에서도 상당히 고가에 들어가는 120평짜리 빌라던데요. 청장의 월급을 다 가지고 가도 사기는커녕 월세 살기도 빠듯한 곳입니다.”
“전 가족들을 버리고 여기로 왔습니다. 가족들이 거기서 잘사는 것은 저와는 상관없지요.”
“그런가요?”
노형진은 학도림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그러면 그 집이 덩웨이펑의 소유라는 사실도 몰랐습니까?”
“덩웨이펑?”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 이건 한국 내 사건인데 중국 사람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게 누굽니까?”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는 학도림이었지만 이미 그의 이마에는 진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었다.
‘설마 집주인까지 파고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지.’
아니, 귀화한 이상 중국까지 그를 조사하러 갔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덩웨이펑. 해당 지역을 지배하고 있는 조직인 진룡회의 중간 보스입니다. 진룡회는 그 멤버 수만 1만이 넘어가는 대형 조직 폭력단이고 말입니다.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학도림 씨가 그 이름을 모른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그거야…… 일개 깡패를 누가…… 안다고…….”
“자기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의 주인 아닙니까?”
“세를 들어 사는 건데 그 주인까지 알 필요는 없지요.”
“그렇지요. 단순히 세를 들어서 사는 거라면 말입니다. 그런데 기록에 따르면 단 한 번도 월세를 낸 적이 없다고 되어 있는데요?”
노형진의 말에 학도림의 눈이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걸렸구나.’
물론 진짜 월세를 낸 적이 없다는 걸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찔러보는 심정으로 막 던진 것이다. 그런데 학도림은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걸려든 것이다.
“아닙니다. 분명히 어느 정도 월세를 내고 있다고 들었는데…….”
“방금은 그런 사람 모른다면서요?”
아차 싶은 얼굴이 되는 학도림.
“그래서 월세 얼마나 낸다고 합니까?”
“…….”
하지만 그는 말을 하지 않기로 한 건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듣고 있던 판사가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그를 다그쳤다.
“증인, 여기서 선서한 이상 묵비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답하세요.”
“모릅니다.”
딱 잡아떼는 학도림. 알 수가 없었다. 돈을 받지 않았을 테니까.
“이상하지 않습니까? 중국의 조직 간부의 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의 아들이 한국의 청장이라는 것이?”
“전 중국인이 아닙니다.”
“네, 중국인은 아니죠. 한국에 귀화한 사람이죠. 그런데 증인은 >지옥도>라는 영화 아십니까?”
“>지옥도>라는 영화요? 그거야 모릅니다.”
애써 모른 척하는 학도림. 하지만 이번에는 그에게 물어본 게 아닌 판사와 방청객들에게 물어본 것이다. >지옥도>라는 영화를 아느냐고. 그리고 그 내용을 아느냐고. 못 본 사람들은 많겠지만 요 근래 무척이나 유명한 영화라서 사람들이 대부분은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 상대방 조직에 파고든 두 남자의 이야기.
“참 재미있더군요. 그런데 그게 실화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재판장님! 이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질문입니다!”
상대방 변호사는 당황해서 말을 끊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노형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알고 있군.’
아까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예민한 말이 나오자 말을 끊는 변호사를 보면서 노형진은 그가 조직과 선이 닿아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뭐, 관련이 없다고 하면 질문을 철회하겠습니다.”
어차피 사람들에게 의심이 들기 시작했고 애초부터 답변을 기대한 질문은 아니었다.
“하여간 가족들은 그렇게 잘 먹고 잘사는데 왜 여기로 귀화한 겁니까? 여기서 청장 자리에까지 올라가는 게 쉬운 게 아닐 텐데요.”
“제가 살 때는 가난했습니다.”
“그럼 그 집은 어떻게 들어간 겁니까? 입주 시점을 보니까 귀화 후에 청장 자리에 올라갈 때쯤 들어간 걸로 되어 있던데.”
“……!”
함정에 빠진 학도림은 아차 싶었다. 자신의 입으로 가난하다고 말했는데 지금 있는 집은 절대로 가난하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참 공교로운 점이 뭐냐 하면 중국에 있는 가족들이 이사하는 시점이 청장님이 승진하는 시점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는 겁니다. 뭐, 승진해서 기분 좋게 집을 사 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돈은 모으고 사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올라가자마자 집을 사고 이사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
기록에 따르면 그들은 진짜 허름한 판잣집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마치 마법처럼 학도림이 승진할 때마다 점점 좋은 집으로 이사하더니 이제는 커다란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우연치고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노형진은 지그시 학도림을 바라보았다.
“그…… 그게 이번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겁니까!”
학도림은 거칠게 항의했다. 자신이 교육받고 온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저 경찰의 책임이 아니라고 책임 회피하는 것만 교육받고 왔다. 그런데 공격 대상이 경찰이 아닌 자신이라니.
‘이건 도대체 왜?’
그 순간 그는 얼마 전 벌어진 사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우연히 잡아들인 두 명의 남자. 그들은 지나가다가 어떤 사람을 끌고 가는 걸 보고 막으려고 들어왔다고 했다.
‘설마?’
일단은 조직에서 그들을 억류하고 그 뒤를 캐낸다고 했지만 특별히 뒤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설마?’
학도림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가족들이 그런 고가의 주택에서 살 수 있는지 말씀을 좀 해 주시지요.”
어느 순간 사람들의 눈빛은 학도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질문을 요구하는 그 눈빛.
‘젠장.’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뭐라고?”
“엇!”
그의 발언에 깜짝 놀라는 사람들.
“증인! 증인은 법전에 손을 올리고 선서했습니다. 대답하지 않으면 위증죄가 성립됩니다.”
판사는 심각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사실 이런 증거들이 어떤 식으로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지 알 수는 없다. 어찌 보면 관련이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판사는 그의 대답을 듣고 싶었다. >지옥도>라는 영화는 그도 안다. 그도 몇 번이나 본 수작이다. 만일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 없이 대답을 들을 생각이었다.
“그게…….”
학도림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그는 애써 자신의 처지를 바꾸기 위해서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런 개인적인 질문이 이번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려 주시면 답변하겠습니다.”
그로서는 개인적인 질문인 만큼 답변하지 않겠다는 말을 최대한 완곡하게 돌려서 말한 것이다.
“맞습니다. 확실히 개인적인 질문이기는 하지요. 그러나 경찰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수사하지 않는데 중국 조직들이 관련이 있다면 개인적인 게 아니지요.”
“뭐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십시오.”
취재를 하러 왔던 기자들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중국 조직들의 경찰을 통제한다는 건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이거지 후후후.’
자신은 의심을 던져 줄 뿐이다. 그리고 그걸 해석하는 것은 저들이고 그건 엄청난 파란을 일으킬 것이다.
“인터넷에서 도는 소문이 있습니다. 중국의 장기 밀매 조직이 한국에 들어와 있고 한국 경찰에서는 이를 모른 척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학도림은 그 말에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래요? 그렇다면 증인의 가족이 중국에서 그렇게 좋은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 혹 증인이 중국과 한국 경찰 사이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만?”
“뭐라고요?”
“그게 사실입니까?”
웅성거리는 기자들과 사람들. 보다 못한 판사는 망치를 두들기면서 사람들을 조용히 시켰다.
“조용! 조용히 하세요! 여기는 법정입니다! 더 이상 시끄럽게 하면 법정 모독으로 체포하겠습니다. 그리고 증인, 그 질문과 이 사건과의 관련성은 인정됩니다. 그러니 답변하세요.”
인터넷의 소문이라고 하지만 어찌 되었건 관련이 있다고 한 만큼 답변해야 한다.
“그냥…… 아는 분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분이 공교롭게도 중국 폭력 조직의 수괴이고요?”
“그 부분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딱 잡아떼는 학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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