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318)
너 대신 내가 싸우마 (1)
“독하다, 독해. 이 정도면 입을 열 만도 한데.”
서세영은 질렸다는 듯 말했다.
분명히 이 정도 압박이면 더 이상 벗어날 수 없을 거라 생각해서 입을 열 만한데 절대로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심보다는 이득이거든.”
그런 서세영에게 노형진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
“이번 사건에서 말이야, 그 사인범이라는 사람이 진짜로 돈을 받은 놈이라고 쳐. 그러면 실형이 나올까?”
“아니, 안 나오겠지.”
이 정도면 벌금이 잘해 봐야 천만 원 수준일 거다.
“그러면 그 벌금은 어디서 만들어서 내야 할까?”
“자기가 알아서 내야지. 이런 걸 회사에서 내줄 리가 없잖아.”
“맞아. 그게 핵심이지. 자신이 알아서 내야 하는데, 그게 싫다고 회사를 그만두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겠어?”
“어? 아, 그 생각을 못 했네.”
정신적 압박을 통해 진실을 말하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또 다른 압박이 있다면 결국 사람은 입을 다물기 마련이다.
“결국 진실이라는 건 이득과 손해의 상관관계에 의한 결과물일 뿐이야.”
노형진은 안타깝게 말했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자기 손해가 더 크면 진실을 말하겠지. 하지만 손해가 작으면 진실을 말하지 않아. 그리고 요즘 같은 시기에 중견 기업의 정규직은 절대로 쉬운 자리가 아니거든.”
사인범이라는 인간이 월급을 얼마나 받는지는 모르지만 못해도 300만 원은 받을 거다.
그렇다면 서너 달만 일해도 어떻게 벌금을 낼 돈은 나온다.
“그에 반해, 진실을 말하고 회사에서 잘리면?”
월급도 못 받고 재취업도 불확실해진다.
아니, 거의 100% 재취업이 불가능하다.
한국은 내부 고발자 또는 회사의 죄를 뒤집어쓰는 걸 거부하는 사람을 절대 쓰지 않는 걸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기껏해 봐야 월 200도 안 되는 돈을 받는다면 어디 작은 회사에 출근할 수야 있겠지.”
당연히 사인범은 그게 싫을 테고 말이다.
“그러면 우리가 고발한 게 의미가 없다는 거야?”
사인범이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사기를 입증할 수가 없다.
“설마 그러겠냐. 당장 참영이라는 회사에 죄목을 붙이는 것 하나만으로도 피해는 줄 수 있는데.”
“아, 그랬지.”
노형진은 분명 그랬다.
권리를 찾아오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복수는 해 줄 수 있다.
“그러니까 일단은 고소를 넣은 거야. 나중에라도 사기로 엮기 위해서.”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거잖아? 나중에 사기로 엮으려고 한다면 그 사람이 참영을 그만두거나 잘려야 한다는 건데.”
“물론 그렇지. 그러니까 이제 두 번째 작전을 써야지.”
“두 번째 작전?”
노형진의 말에 서세영은 어리둥절한 듯 바라보았다.
두 번째 작전이 뭔지는 들은 바가 없으니까.
“내가 말했지, 아이디어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그랬지.”
“하지만 계약은 보호받지.”
“엥? 하지만 우리 의뢰인들은 계약한 적이 없는데.”
“물론 그렇지. 하지만 우리가 계약하면 되지, 후후후.”
그리고 그걸 비비 꼬는 게 노형진의 계획이었다.
* * *
“2차 판권 계약요?”
안중창을 비롯한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되물었다.
“그러니까 변호사님께서 저희와 2차 창작 계약을 하시겠다 이겁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보호받지 못한다면서요? 그리고 애초에 변호사님은 2차 판권과는 상관없는 로펌에서 근무하시는 분 아닙니까?”
“맞죠.”
“그런데 저희한테 2차 판권을 달라는 말씀이시고요?”
분명 노형진은 이들에게 그렇게 말했고, 그 이야기를 들었던 다른 변호사들 역시 그렇게 말하면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었다.
“맞습니다. 아이디어는 보호받지 못하죠. 하지만 여러분이 저와 계약하는 순간 보호 주체가 바뀌어 버리거든요. 그리고 2차 판권의 계약 주체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제가 변호사라고 해도, 설사 아무것도 아닌 동네 백수라고 해도 계약하면 그 권리는 인정됩니다. 물론 그걸 실행하는 건 각자의 능력에 달려 있지만요.”
“보호의 주체?”
“네. 물론 계약금은 많이 못 드립니다. 한 분당 30만 원씩 드리죠. 조건도, 나중에 아무 조건 없이 파기 가능한 걸로 하고요.”
쉽게 말해서 나중에 진짜로 상품화되더라도 노형진은 아무런 이득도 바라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좀 쉽게 설명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가 그…… 법 쪽으로는 무지해서.”
생각을 거듭하던 안중창은 결국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듯 물어 왔다.
노형진은 그런 그들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겁니다.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아직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그 구체화되기 위한 계획조차 없기에 보호받지 못하는 거다.
“그런데 계약이라는 건 거기에 구체화 과정이라는 실체가 붙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흠, 그건 그런데요…….”
설명을 들었음에도 쉬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웹툰 작가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때 어떤 작가가 얼굴이 환해져서는 입을 열었다.
“아,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제가 아는 분도 계약해 본 적이 있거든요.”
세상의 모든 작품이 완성된 채로 계약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이런 장기 연재 작품들은 아이디어만으로 계약한 뒤 그 작품을 완성해 간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바로 그겁니다. 그런 경우, 계약이 그 작품에 존재성을 부여하는 것이라 볼 수 있죠.”
즉, 지금은 이들이 공모전에 서류와 일부 작품을 제출했음에도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보호받지 못했으나, 노형진과 계약하는 순간 실체를 이룬다는 거다.
“그러면 이 소송은 이 아이디어의 구체화를 누가 먼저 이루었느냐는 싸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게 문젭니다.”
“문제요?”
“네. 여러분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예상 가능한 작품 스토리를 제공했지요?”
“네.”
아직 완성된 게 아니더라도 공모전에는 정해진 규칙이라는 게 있다.
공모전에 ‘용사가 마왕을 해치우고 공주님을 구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고 아이디어를 적어 낼 수는 없다.
그 아이디어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풀어서, 그 스토리 라인에 들어갈 사건과 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심리적 상황을 세밀하게 정리하게 된다.
그래서 계약 즉시 바로 작품 제작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완성도가 아니면 공모전에서 입상은커녕 장려상도 받기 힘들다.
“여러분이 이 상황에서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를 넣는다면 보호 대상이 될 수 없죠. 하지만 저와 계약하면 보호 대상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 계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인가?
“저는 그들에게 해당 작품의 연재 금지 가처분 신청을 걸 겁니다.”
“연재 금지 가처분 신청요?”
“네.”
노형진이 계약을 함으로써 구체적인 실행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