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32)
“재판장님, 원고 측 변호인은 확실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증인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명백하게 인신공격입니다. 증언을 중지시켜 주십시오!”
벌떡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는 피고 측 변호사. 그의 얼굴은 붉어질 대로 붉어진 상태였다.
‘그렇지. 너도 알겠지.’
인터넷의 소문이라고 표현은 했지만 일단 자신들의 약점을 정곡으로 찔렀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다.
“증인이 답변하지 않습니다만?”
“답변했잖습니까, 잘 모른다고?”
“그건 답변이 아니죠. 가족을 무조건 도와주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이미 그는 한국으로 귀화한 한국인입니다!”
“하지만 중국에 잇는 가족들은 중국 조직의 도움을 받고 있지요.”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상관이 없을 리가 없지요!”
노형진과 상대방 변호사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판사는 망치를 두들기면서 그들을 진정시켰다.
“두 분 다 너무 흥분하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늘은 이쯤에서 휴정하겠습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판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바깥으로 나왔다.
“어떻게 된 건가?”
노형진이 나오자 다가오는 사람들.
“보아하니 판사가 혼란스러운 모양입니다.”
“혼란?”
“경찰 쪽에서 무슨 언질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하긴 그렇지, 똑같은 국가 조직이니.”
아무리 노형진 쪽이 유리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판결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쪽으로 일이 커지자 그 부탁으로 고민하는 것이 확실했다.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 진짜로 중국 조직이 한국으로 진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유리한 판결을 한 자신도 멀쩡하게 넘어가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렇겠지.”
그러니 그도 이제는 심각한 얼굴로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리라.
“그런데 말이야, 이제는 어쩔 생각인가?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 거 아닌가?”
노형진이 슬쩍 찔러본다고 하기는 했지만 이건 아주 대놓고 죽창으로 푹 찌른 수준이다.
“저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네요. 학도림도 그렇고 변호사도 그렇고, 이번 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겁니다. 학도림은 아마 아주 잘 알고 있겠지요.”
“음…….”
“학도림은 이번 사태로 당황할 겁니다. 아마도 바로 중국으로 전화하겠지요.”
“그렇겠지.”
“중국 쪽에 가 있는 사람들에게 잘 보고 있으라고 해 주십시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게.”
아마도 학도림은 가족들을 대피시키려고 할 것이다. 더 이상 약점이 잡히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조직과 관련이 될 수밖에 없지.’
그리고 노형진은 그 틈을 노릴 생각이었다.
‘어디 두고 보자, 학도림.’
노형진은 이를 빠드득 갈면서 서둘러서 법원을 나가는 학도림을 노려보았다.
* * *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학도림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저쪽에서 다 알고 있잖아요!”
-인터넷의 소문이라고 하지 않나.
“소문이라고 하지만 이미 우리가 드러났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걸 포기할 수는 없잖아? 이게 얼마나 돈이 되는 사업인데?
“차라리 다른 곳에서 데리고 오면 안 됩니까?”
-위험부담이 너무 커. 남자가 실종된 사건에 대해 아예 수사하지 않는 곳은 대한민국뿐이야.
물론 다른 나라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나라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치안이 완전히 무너졌거나 자신들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집단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니지. 그런 집단도 없고 공권력도 무능해. 내가 자네를 왜 그렇게 힘들여서 한국 경찰에 넣었는데? 한국은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의 주요 장기 수입국이자 공급국이 될 거야.
사람의 몸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많다. 그저 수급이 부족할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양질의 공급처를 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도 수많은 장기 밀매 조직이 있지만 중국 정부는 그들을 때려잡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한국 경찰의 공식적인 입장은 한국에 장기 밀매 조직은 없다는 것이며 당연히 공식적으로 그걸 조사하는 곳도 없다.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걱정하지 마. 그런 인터넷의 음모론은 한두 해 있었던 것 아니야.
확실히 그런 인터넷의 음모론은 한두 해전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중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면서부터 계속 있었던 이야기다. 그런 만큼 아무런 증거도 없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야. 저쪽도 의심만 던져 놓을 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은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너만 입조심하면 돼.
“알겠습니다, 천성계 님.”
-다만 그 녀석은 조심해야 해.
“노형진 말씀이십니까?”
-그래.
천성계의 말에 학도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부분은 확실하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제 뒤를 더 이상 쫓지 못할 겁니다.”
천성계의 말에 그는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방심하지 마. 그러다가 병원이 당했다.
“알고 있습니다.”
천성계는 한때 한국에서 요양 병원을 운영했다. 말이 요양 병원이지, 돈을 받고 나이 먹은 부모를 자연스럽게 죽여 주는 일종의 살인 공장이었다. 하지만 노형진에게 그게 발각되면서 결국 병원 자체를 닫아야 했고 그 이후에는 그 엄청난 충격 때문에 요양 병원에 대한 감시가 심해져서 더 이상 같은 병원을 열 수가 없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노형진은 어떻게든 길을 찾으려고 하는 놈이다. 그러니까 절대로 방심하면 안 돼.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로 안 걸리게 하겠습니다.”
-그 두 놈은?
“인천에 있는 사설 감옥에 가둬 놨습니다.”
-해체해. 사소하다고 하지만 그런 위험 분자를 살려 둘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그 병원장처럼 날 실망시키지 않기를 빈다.
그 말에 학도림은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노형진의 함정에 빠져서 병원을 드러낸 병원장은 결국 감옥으로 갔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살아서 나오지 못했다. 공식적으로는 한국에서는 사형이 없지만 비공식적으로 감옥 내부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사형은 아니다. 종신형을 받은 중국인 한 명과 트러블 때문에 그는 불안하게도 칫솔로 만든 칼이 목구멍에 찔리면서 죽어 버렸던 것이다.
“으으으…….”
그는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설마…… 걸리지는 않겠지?”
그는 위성 전화를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거의 모든 전화는 도청이 가능하다. 현재로써는 도청이 불가능한 전화기는 위성 전화뿐이다. 그래서 모든 통신은 위성 전화로만 한다.
“망할…….”
한편으로는 그냥 찔러본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체 모를 공포감이 학도림을 쥐고 흔들고 있었다.
* * *
“수고하세요.”
“수고하세요.”
직원들이 퇴근하고 나간 시간. 검찰청 내부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다.
“새로 온 사람인가 보네?”
경비원은 피곤한 얼굴을 하면서 걸어가고 있는 청년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칼퇴근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검찰청이 땡보지. 하하하.”
“그런가요?”
공익 복장을 한 남자는 잔뜩 쌓여 있는 서류를 밀면서 한숨을 쉬었다.
“원래 야근은 안 시키는 거 아니었어요?”
“그거야 법이 그런 거지. 우리나라야 어디 법 지키는 나라인가?”
“검찰청에서 그런 말하는 거 이상한 것 같은데요?”
“원래 그런 거야. 당분간은 익숙해지려면 고생 좀 해야 할 거야.”
“네…….”
“수고하게.”
“수고하세요.”
경비와 인사를 마친 공익은 피곤한 몸으로 서류로 가득한 카트를 끌고 검찰 내부를 왔다 갔다 돌아다녔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목적지에 도착한 그는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야근이라……. 이거 현행법 위반인데 말이지. 검찰도 안 지키는 법이구만.”
공익은 다름 아닌 노형진이었다. 그는 공익 복장을 하고 안으로 파고들었고 흔하게 보이고 또 자주 바뀌는 것이 공익이다 보니까 경비들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디 보자.”
노형진은 학도림 사무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검찰청 내부라는 자신감 때문인지 문은 잠겨 있지 않았기 때문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노형진은 그 안으로 들어가서 학도림이 앉아 있던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짜식, 좋은 의자 쓰네.”
보아하니 정부 지급품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사서 쓰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 녀석이 무슨 정보를 흘렸나 볼까?”
노형진이 법원에서 학도림을 흔든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행동을 하도록 해서 그 행동에서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비밀리에 통화하기에는 여기 만한 곳이 없단 말이지.’
집 같은 경우는 자신들이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로부터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으려고 했고 그곳은 다름 아닌 검찰청이었다. 자신들이 아무리 날고 길어도 검찰청을 도청할 수는 없으니까.
‘뭐, 도청할 때의 이야기지.’
노형진은 책상에 손을 올리고 정신을 집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 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빙고.”
노형진은 일어나서 구석에 있는 화분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안쪽에 감춰진 작은 위성 전화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켕기는 게 있는 모양이기는 하네.”
위성 전화는 어디서나 전화가 가능하다는 편리성 때문에 보통 오지를 모험하는 사람들이 많이 쓴다. 하지만 여기는 대한민국, 그것도 서울 한복판이다. 전화가 안 터질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성 전화의 다른 기능 즉 도청이 불가능한 것을 이용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럴 줄 알았지.”
집은 이미 감시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이미 감시하고 있는 게 드러나도록 사람을 배치했다. 그의 활동 구역을 줄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비밀 통화를 자신들이 할 수 없는 검찰청 내부에서 한 것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안 되지.”
노형진은 위성 전화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기억들.
“천성계?”
노형진은 그 안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였지?”
익숙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딱 생각이 나는 것은 없었다.
“일단은 나중에 생각하자.”
당장 급한 것은 천성계라는 익숙한 이름이 아니라 자신들의 직원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이냐…….’
분명 어딘가에 갇혀 있을 게 뻔했다. 그리고 전화기상의 기억에 따르면 아직은 살아 있는 상황. 지금 급한 것은 그들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인천?’
그 순간 그의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한 가지 단어 인천. 분명 인천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기억이 보였다.
‘인천이라……. 하지만 한두 곳이 아닌데?’
더군다나 인천인 한국 내부에서도 중국인들이 많기로 소문이 난 곳이다. 그곳에서 무작정 어딘가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천이라…….’
천천히 기억을 더듬는 노형진. 하지만 전화기에서 보이는 것은 정확한 주소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저 창고인 것만 알아볼 수 있는 수준.
‘젠장, 이러면 곤란한데.’
자신들이 정곡을 찌른 만큼 저들은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찌른 것은 그만큼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지금이라도 동료들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소리다.
‘일단은 진정하자…….다른 지형지물을 찾을 수만 있다면…….’
노형진은 천천히 그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창고 지역인지라 가게도 하나도 없어 뭐라고 특정할 수가 없었다.
‘어?’
그렇게 몇 번이나 기억을 더듬었을까? 어슴푸레 날이 밝아 올 때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무심하게 지나다니던 전신주였다. 그 전신주에 눈이 간 것은 그저 우연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신주마다 다 번호가 있지 않나?’
모든 전신주에는 다 번호가 매겨져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전신주는 50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비상사태에 정확한 주소를 모르면 전신주의 번호를 알려 주는 것이 좋다고 배웠던 기억이 난 것이다.
‘저기다.’
노형진은 그 기억 속에서 스치고 지나가는 전신주 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기억과 현실의 다른 점. 그건 인간의 기억 속에서 뇌는 인식을 못하지만 그걸 제법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의 시도 끝에 그 전신주의 번호를 확인한 노형진은 떠오르는 새벽 태양과 함께 얼굴에 미소를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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