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34)
‘다 처먹겠다 이거냐?’
자신이 준 돈 10억은 무기 공급이라는 미명하에 남상진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다. 남상진의 말대로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발악이라도 해 보는 심정일 테고 말이다.
‘하긴…… 중국 놈들이 독하기는 하지.’
세력에서 밀린다. 그건 단순히 그 지역에서 쫓겨난다는 것이 아니다. 중국계 조폭들의 싸움에서 세력에서 밀린다는 건 소위 말하는 실종 처리. 재수 없으면 진짜 해체되어 장기별로 팔릴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저들로써는 사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가?”
너무나 속이 보이는 남상진의 모습이었다.
‘뭐,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군.’
남상진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이유가 없다고 봐야 할지도 몰랐다. 그가 감추려고 한들 노형진은 알아챌 테니까.
“뭐, 상관없겠지. 그렇게 하도록 하지.”
노형진은 끄덕거렸다. 해충끼리 싸운다는데 자신은 그다지 손해 볼 게 없었다.
* * *
“거하게 준비했군.”
노형진은 자신들의 경호 팀을 이끌고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족히 백쉰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흉흉한 눈빛으로 모여 있었다.
“저 정도면 충분한가?”
“충분하고도 남지. 중국 녀석들이라고 해 봐야 결국은 조폭이니까.”
그들은 하나같이 방검복에 검은색 헬멧을 쓰고 손에는 별의별 무기를 다 들고 있었다.
“상해파가 미치지 않고서야 총을 쓰지는 않을 테니까.”
“어차피 밀릴 건데?”
“상해파에게 인천은 그냥 한 지역일 뿐이야.”
대한민국에서 총을 쓴다는 것은 단순 조폭들끼리의 항쟁 수준을 넘어간다. 경찰을 동원해서 그저 단속하는 한계를 넘어가는 행동, 즉 내부에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군대 동원도 불사한다.
“더군다나 네놈이 만구파를 날려 버리면서 그 소동을 별여 놔서 무기가 동원되면 정부에서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테니까.”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구파가 내부적으로 무장하고 정부의 군대에 저항한 것이 바로 얼마 전이다. 당연히 정부의 입장에서는 다른 집단이 무장한 것을 싫어할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중국인들. 비상시에 이들이 누구 편을 들지 뻔한 데다가 인천이라는 대한민국의 주요 물류 기지에 자리 잡고 있으니 이들이 무장한 걸 알게 되면 정부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그들 조직을 날려 버리려고 할 테니 이들은 무기를 쓸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그걸 어떻게 안 거지?’
공식적으로 노형진이 그 사태에 관련된 것은 비밀이다. 그들이 무장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걸 알아낸 것이 노형진이라는 사실은 외부에 발설된 적이 없다.
“왜? 이상한가?”
“끄응…….”
노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흔들었다. 생각해 보면 그런 집단이 그런 무장을 하는데 무기를 공급해 줄 수 있는 딜러는 한정되어 있다.
‘멍청했군.’
그렇다면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것이리라.
“걱정하지 마라. 고객이라고 하지만 슬슬 선을 끊으려고 할 상황이었거든. 점점 무리한 요구를 해서 말이야.”
“무리한 요구?”
“핵을 구했으면 하더군.”
“이런 미친!”
“뭐, 얼마 안 하기는 하지만 나도 찝찝해서 말이지.”
눈으로 초승달을 그리면서 웃는 남상진의 모습을 보아하니 진짜로 구하려면 구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불가능한 건 아니지.’
소련이 붕괴되고 난 후 수백 개의 소형 핵폭탄이 사라졌다. 물론 그 대다수는 각 정부에서 비밀리에 가지고 갔을 거라 추정된다. 심지어 한국도 말이다. 하지만 일부는 분명히 테러 집단으로 갔을 거라 생각되고 있다.
“그 녀석은 좀 멍청했어.”
물론 핵을 가지고 있으면 대한민국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그걸 그냥 두겠냐?’
한국 정부는 자국 내 문제니 눈치를 볼지도 모르지만 미국에서 그걸 방치할 리가 없으니 어떤 식으로든 핵폭탄의 위치를 알아내서 특공대를 투입했을 것이다.
“하여간 딱 적당한 때에 처리해 줬어.”
히죽 웃는 남상진을 노형진은 찡그린 얼굴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더 이상 이야기해 봐야 자기 속만 썩을 게 뻔하다.
“백쉰 명이라. 다른 중국인들은 끼어들지 않겠나?”
노형진이 들어가는 걸 걱정하는 다른 이유. 그건 자신들이 공격하는 걸 다른 중국인들이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없어. 네놈이 걱정하는 건 뭔지 아는데 중국인들은 내부 항쟁에는 안 끼거든.”
“왜?”
“어설프게 끼었다가는 해체당하니까.”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상대방이 한국 경찰이라면 기껏해야 3년 정도 살다 나오는 게 다일 것이다. 그나마도 아주 극렬분자만 그럴 테고 대부분은 집유나 몇 달 살고 나오는 것이 끝일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중국인 그것도 다른 조직이라면 그들이 법을 지킬 리가 없다. 섣불리 다른 조직을 도와줬다가 그 조직이 패하면 자신들은 그들과 함께 어디론가 끌려가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게 뻔했다. 처벌의 강도가 완전히 다른 만큼 그들은 끼어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요.”
노형진은 왠지 입이 씁쓸했다. 대한민국 경찰은 저들에게 거의 동네북 수준으로 취급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초한 거지.’
제대로 법을 집행하지 않고 도망 다닌 결과다. 처벌은 법원의 책임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경찰로서 불법 입국자들을 제대로 잡았다면 이렇게 무시당하지는 않았으리라.
“저쪽에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이 숫자는 감당하기 힘들걸?”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완전무장하고 보호 장비까지 가진 백쉰 명이다. 그에 비해 저쪽은 잘해 봐야 백 명도 안 될뿐더러 보호장비는 전혀 없을 것이다.
“혹시 경찰이 출동하지 않을까?”
함께 온 남상주 변호사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 말에 남상진은 코웃음을 쳤다.
“그럴 리가.”
“뭐라고?”
나이도 어린 것이 반말하자 발끈하는 남상주 변호사. 하지만 남상진은 그런 것에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설마 인천에서 항쟁이 일어나는 게 처음이라고 생각하나?”
“뭐?”
“한두 번이 아니야. 그런데 지금까지 경찰이 출동한 건 딱 한 번이다. 딱 한 번. 그것도 최초의 항쟁 때였지.”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항쟁에는 끼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
첫 번째 항쟁 때 경찰이 출동했지만 싸우기는커녕 그 싸움에 휘말린 경찰 두 명이 죽게 여러 명이 다쳤다고 한다. 그 후부터는 이쪽 지역은 아예 신경을 쓰지 않고, 특히 항쟁은 아무리 신고가 들어가도 모른 척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경찰이 올 거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상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차에 올라탔다.
“이번 거래는 즐거웠다.”
히죽 웃는 그의 모습에 노형진은 그의 면상을 후려갈기고 싶었지만 꾹 참고 고개를 돌렸다.
“움직이세요.”
작전은 미리 다 짜 둔 상태였다. 저들이 여기저기서 깽판을 치면 그들 조직원들이 움직일 테고 그사이 노형진은 경호원들과 함께 그 사설감옥을 털어 버리는 것이 계획이었다.
“하오!”
그들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각자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올라타고는 내달리기 시작했고 남상주는 그들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설마 이대로 도망치지는 않겠지?”
“그렇지는 않을걸요?”
노형진은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남상주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남상진 저 녀석이 나쁜 녀석이기는 하지만 일 자체는 확실하게 하는 놈이니까요.”
그는 나쁜 놈이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 자체는 확실하게 한다. 만일 돈만 받고 도망갈 녀석을 고용할 정도로 근시안적인 녀석이었다면 브로커로서는 실격이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음…….”
“일단은 우리가 해야 할 건 그곳을 습격하는 거니까 바로 움직이지요.”
“그렇도록 하지.”
남상주는 미리 준비한 방검복을 입고 단단하게 무장한 다음 조용히 봉고 차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조용히 사설 감옥으로 출발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그쪽으로 갔을 때였다.
끼이익!
엄청난 파열음과 함께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차량과 오토바이들.
“이 썅놈의 새끼들아!”
“미쳤어 이 새끼들아!”
신호고 뭐고 무작정 내달리는 그들을 보고는 욕설하는 운전자들. 하지만 그들은 그게 들리지도 않는지 신호를 무시하면서 도로를 위험하게 내달릴 뿐이었다.
“진짜로 일은 확실하게 하는 모양이군.”
그 모습을 본 남상주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시간이 이 상황에서 급하게 튀어나갈 곳은 그들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다른 곳에서도 더 일을 시작할 테니까요.”
노형진의 말에 운전하던 직원은 차를 구석으로 붙였고 아니나 다를까, 채 20분도 지나기도 전에 골목 안에서 무서운 속력으로 다른 차량들이 튀어나와서는 아까와는 반대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모양이군.”
“그럴 수밖에요.”
동시에 두 곳에서 습격이 일어날 거라 예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당연히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더 기다려야 하나?”
“아니요. 더 기다리면 안 됩니다. 나갈 만한 사람들은 다 나갔고 만일 다른 곳에서 습격이 진행 중이라는 걸 알면 도리어 여기를 노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바로 들어가지.”
“네, 지금이 기회입니다.”
남상주와 함께 장비를 확인한 노형진은 방검복을 입었다. 그러고는 봉고 차를 급가속해서 허름한 창고 쪽으로 달려들어갔다.
“뭐야!”
“습격이다!”
다른 곳에서 습격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서일까? 빠른 속력으로 안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보고 습격인 걸 알아차린 중국인들이 빠른 속력으로 튀어나왔지만 그 숫자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비었다! 쳐라!”
정우찬을 비롯한 경호 팀이 앞서서 튀어나갔다.
“이런 개새……!”
“죽여 버려!”
녀석들은 눈에 불을 켜고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건 가장 멍청한 짓이었다.
부아아앙!
“으악!”
차가 멈췄다고 모든 사람이 내린 것은 아니다. 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는 내리는 척만 하고 몸을 속이고 있었는데 내려서 싸운 것이 버릇이 된 그들은 당연히 다 내렸을 거라 생각하고 달려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다 튀어나오자 운전사들은 그들을 차로 밀어 버리기 시작했다.
“이런 쌰앙!”
그들이 아무리 무장하고 살벌한 놈이라고 할지라도 차로 밀어 버리는데 대책이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밀어 버리는 수준이니 크게 다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빠악!
“크어억!”
3단 봉에 얼굴을 맞은 중국인 한 명이 몸을 팽그르르 돌리면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차로 밀어 버린 것의 가장 큰 이득은 저들이 차 때문에 서로 찢어져서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으아악!”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빨들을 보면서 비명을 지르는 중국인.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그의 무릎으로 떨어지는 3단 봉이었다.
“끄아악!”
그의 비명 소리에 다른 중국인 조직원들이 다가오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부아아앙!
급가속하면서 그들을 밀어내는 차량들. 아무리 막사는 그들이라지만 본능적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고 그사이 또다시 몇 명이 앞으로 튀어나온 형국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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