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35)
“이런 싯팔!”
“차부터 조져!”
그들은 운전기사들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들이 아무리 빨라도 차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차는 빠르게 후진했고 그들이 좀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그들을 밀어 버렸다.
“내 다리!”
피하려던 녀석은 다리가 꼬이면서 넘어졌고 그 위로 자동차의 타이어가 타고 넘어갔다. 사실 빠르게 움직이는 위치라 크게 다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통증 때문에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문 열어, 이 새끼야! 문 안 열어?”
애써 차 한 대를 에워싸고 운전자를 꺼내기 위해 창문을 두들기는 중국인 조직원들. 하지만 운전자는 그 안에서 히죽 웃을 뿐이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미리 방탄 처리를 해 둔 것이다.
태앵.
“끄으응.”
그걸 모르는 한 녀석은 풀 파워로 자신이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앞유리에 휘둘렀다가 도리어 그게 튕겨 나가면서 손아귀가 찢어져 피를 철철 흘리기 시작했다.
“이런 싯팔.”
그들이 차를 무섭게 노려보는 사이에 운전자는 마치 놀리듯 그들의 뒤쪽을 가리켰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들의 이빨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오는 3단 봉이었다.
“크헉!”
입안의 옥수수 알을 허공으로 날리면서 바닥으로 나뒹구는 조직원들.
“이런 염병…….”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들이 도망가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차들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고 결국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남아 있던 사람들은 피를 철철 흘리면서 바닥을 나뒹굴 수밖에 없었다.
“정리가 끝났습니다.”
정우찬이 무전기로 보고하자 그쪽으로 다가오는 노형진과 남상주.
“추가적인 녀석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들어가죠.”
“네, 노 변호사님. 저희가 먼저 선두에 서겠습니다.”
그들이 선두에 서서 안으로 들어가자 창고에는 보이는 것이라고는 몇 개의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뿐이었다.
“뭐지?”
“잘못 온 거 아닙니까?”
순간 사람들이 묶여 있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갸웃했다. 그런데 컨테이너 박스라니. 하지만 노형진은 그게 바로 감옥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봐요! 아무도 없습니까? 구해 드리러 왔습니다.”
컨테이너를 두들기면서 소리를 지르자 안쪽에서 들리는 희미한 목소리.
“여기요……!”
“사람…… 사람이 있습니다! 살려 주시오!”
분명 그들은 사력을 다해 외치는 것일 테지만 방음 처리가 된 것인지 그들의 목소리는 가늘게 들리고 있었다.
‘망할 놈들.’
외부에 소리를 질러서 구조 요청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에 방음 처리를 한 것이 분명했다.
“노 변호사님?”
“노 변호사님 맞죠?”
그 순간 그 희미한 목소리 안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두 분? 여기 계신 겁니까? 괜찮아요?”
“노 변호사님! 구해 주러 오실 줄 알았습니다! 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여기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당장 구해 드리겠습니다!”
노형진이 컨테이너에서 떨어져서 손짓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직원이 유압식 절단기를 들고 다가왔다. 컨테이너는 죄다 커다란 열쇠로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걸 예상한 노형진은 번거롭게 열쇠를 찾기보다는 그냥 뭐든 잘라 낼 수 있는 유압식 절단기를 빌려 온 것이다.
위이이이, 철컹.
절단기의 압력을 가하는 소리가 들리자 순식간에 열쇠는 두 동강이 나 버렸다.
“어서 빨리 열어요! 어서!”
노형진은 재빨리 다가가서 열쇠를 당기고 문을 열었다. 그 순간 그 안에서 풍기는 엄청난 냄새.
“욱!”
노형진은 자신도 모르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는 후덥지근한 공기가 밀려 나왔는데, 거기에는 온갖 땀 냄새와 오물 냄새가 가득했다.
“노 변호사님!”
컨테이너는 가운데 좁은 통로를 두고 양측으로 몇 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 방에는 한 명씩 사람이 들어 있었다.
“노 변호사님!”
구석에 있던 직원들의 목소리에 노형진은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괜찮습니까?”
노형진은 그렇게 물어보면서도 괜찮다고 물어보기가 무척이나 미안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두 사람의 온몸은 멍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그냥 파스 붙이면 낫습니다.”
그들은 애써 그렇게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노형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었다.
“일단 이곳을 나갑시다.”
노형진은 바깥으로 손짓했다. 이 쇠로 된 창살을 부수기 위해서였다.
“이걸 다 자르려면 오래 걸립니다. 저기 문에 열쇠가 있더군요.”
“열쇠요?”
“네.”
그 소리를 들은 남상주는 재빨리 문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거기에 붙어 있는 고리에서 열쇠를 빼 들었다.
“여기 있네! 여기 있어!”
번호가 붙어 있는 열쇠를 가져다 문을 여는 남상주.
“나도! 나도 꺼내 주시오!”
그걸 보고 다른 사람들도 난리가 났다.
노형진은 남상주 변호사에게 열쇠를 받아서 그걸 열면서 바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다른 컨테이너도 열고 사람들을 꺼내세요! 녀석들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노형진의 말에 서둘러 움직이는 사람들. 유압 절단기로 그 철문을 열 때마다 지독한 냄새가 풍겼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환기 시설은 전혀 없었고 그들에게는 소변과 대변을 볼 수 있는 통 하나 준 게 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제대로 치워 주지 않은 게 분명했다.
“얼마나 됩니까?”
“대략 스무 명쯤 됩니다.”
“스무 명요?”
“네.”
컨테이너 하나당 최대 열 명 정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 컨테이너가 다섯 개.
“음…….”
노형진뿐만 아니라 남상주의 얼굴조차 파랗게 질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있는 사람이 스무 명이면 그 전에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사람들을 꺼내서 여기서 나갑시다. 혹시나 못 움직이는 사람들은 부축해서 나갑시다.”
“네!”
사람들은 너도 나도 감옥 문을 열고 그 안에 잡혀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나가다가 멈춰서 주변을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창고 밖에서 그들을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건…….”
살벌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노형진과 함께 습격하기로 한 작자들이었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는 남상주. 노형진은 그들을 보다가 앞으로 천천히 나섰다.
‘이유가 있을 거야.’
저들은 남상진의 소개로 오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중국계 조직 폭력단인 것이 사실. 일단 저들이 이 앞으로 가로막고 있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 있다는 소리였다.
“우리 일은 끝나지 않았나요?”
노형진은 부축하고 있던 사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는 앞으로 나서서 그들에게 말을 꺼냈다. 자신은 중국어를 모르지만 저들은 한국에 와 있으니 누군가는 할 줄 알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면서 쓰러진 사람들에게 들고 있던 방망이를 가리켰다.
“저들을 넘겨라.”
“저들?”
노형진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쓰러진 사람들. 그들은 바로 중국 조직원들이었다.
“저들을 왜?”
노형진은 말하다가 멈칫했다. 그들의 눈에서 빛나는 형용할 수 없는 분노와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저들을 어떻게 할 생각이지?”
하지만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리어 노형진에게 반문할 뿐이었다.
“그러면 너희는 어쩔 거지? 경찰에 신고할 건가? 기껏해야 몇 년 살고 나올 텐데? 아니, 대부분은 그저 추방으로 끝나지 않을까?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장기 밀매 조직은 없다는 게 공식적 입장 아닌가?”
“…….”
그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의 무능을 말이다.
“그러니 데리고 가 봐야 제대로 조사도 안 하고 풀어 줄 텐데?”
“…….”
“그러면 우리가 곤란해져.”
저들은 적이다. 풀려나면 자신들이 공격당한다. 더군다나 저들에게 잡혀가서 실종된 동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실종이지 저들에게 끌려간 이상 그 이후는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자신들 중 상당수는 불법체류자들이라 신고도 못하는 것이 현실.
“넘겨.”
각자 무기를 꽉 쥐는 사람들. 그걸 보고 남상주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하필이면 사람들을 구하느라고 차에서 운전사들까지 다 내려 있는 상황.
“노 변호사,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가?”
노형진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진짜로 난감해 보였다. 노형진은 그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은 물러나죠.”
“하지만 저들은…….”
“저들도 각오하고 시작한 일입니다.”
사람을 죽이고 팔아먹는 것 자체가 그냥 그저 그런 조폭들의 수준을 벗어난 셈이다. 즉, 그들은 인간의 길을 포기한 것이다.
“그건 자신들이 책임질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의 생명을 지키기도 벅찹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돌려서 부축받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요?”
“…….”
저들은 백쉰 명이 넘고 완전무장한 상태다. 그에 반해서 이쪽은 다 합쳐도 스무 명이 안 된다.
“모두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노형진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리고 구해 준다면 전 선한 사람을 구하겠습니다. 악한 자를 위해서 선한 사람의 목숨을 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라는 생각에 주저하는 남상주 변호사.
“남 변호사님,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대책 없는 이상론입니다. 물론 저들도 구해서 법의 심판대에 세우면 좋겠지요.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습니까?”
“…….”
맞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피해를 각오하고 싸워서 이겨야 한다. 운이 좋으면 이길 수도 있지만 그 와중에 몇 명이나 다치고 몇 명이나 죽을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과연 저들을 신고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기나 할까?’
여기저기서 항쟁이 일어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사실 저들이 자기 구역을 정리하고 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시간이 지났다는 뜻이다. 하지만 경찰이 왔다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남상진의 말대로 그들은 항쟁을 피하기 위해 신고를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당연히 우리가 신고한다고 한들 제대로 처리될 리가 없다.’
일단 신고해서 경찰이 올지도 의문이고 설사 온다고 한들 만일 그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신고를 무시하고 출동하지 않은 것을 인정해야 한다.
더군다나 경찰에서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 내 장기 밀매 조직을 인정해야 한다. 그걸 인정하려고 하지 않을 테니 아마도 최저 형량을 받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당한 사람만 억울하지.’
정의를 지키는데 정의로운 사람이 다 손쓸 필요는 없다. 이이제이라는 말처럼 다른 누군가의 손을 빌려도 상관은 없다.
“우리는 물러나겠다.”
그 말에 한쪽을 터 주는 무리들.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된 녀석들은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안 돼!”
“경찰! 경찰을 불러 줘!”
“한국 경찰은 어디 있는 거야!”
“자수할게! 자수할 테니 데려가 줘!”
발악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그들이었지만 승리한 조직원들은 그들을 다시 창고로 끌고 갈 뿐이었다.
“…….”
좌중에 흐르는 침묵. 노형진은 가장 먼저 몸을 돌렸다.
“결국 자신이 선택한 길로 가는 법입니다. 이런 말이 있지요.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후우.”
남상주는 그저 머리를 흔들 뿐이었다.
“우리에게는 아직 남은 싸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끝내야 하구요.”
수백 수천의 피해자들을 만든 저들의 목숨 따위는 노형진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갑시다, 우리의 전쟁터로.”
노형진의 말에 사람들은 분분히 차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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