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374)
탈레반, 털리나요? (4)
“죽여 버릴 거야!”
“내가 먼저 죽여 주마!”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술라는 살짝 겁이 났다.
사실 그 마약을 훔친 건 그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마약이 부족하자 극도로 흥분하기 시작한 상황.
“안술라, 나가자. 교대야.”
“응? 아, 그래.”
때마침 들려오는 동료의 말에 안술라는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총을 들었다.
“씨팔. 지겨워 죽겠네.”
“그러게.”
“그나저나 보급이 제대로 되고 있긴 한 거야?”
그렇잖아도 요 근래 보급이 줄어들고 있다.
이해는 간다.
마약은 단순히 탈레반 전사들의 스트레스 해소용이 아니다. 그걸 팔아서 빵도 사 오고 무기도 사 오고 연료도 사 와야 한다.
하지만 그게 모조리 끊어진 상황이었고, 그 때문에 내부의 불만은 장난이 아니었다.
“고작 난 하나로 어떻게 하루를 버티란 거야.”
난이란 이슬람문화권에서 먹는 주식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밀가루를 갠 것을 화덕에 구워 내는 간단한 빵인데, 유럽의 빵처럼 다양한 맛이 있는 게 아니다.
평범한 밀가루 덩어리로, 그걸 여러 가지 반찬과 같이 먹는 게 일반적인 식사법이었다.
한식으로 치면 맨밥 같은 거다.
그런데 요 근래 상부에서는 제대로 된 식량을 보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나 최근에는 아예 대놓고 하루에 난 하나가 정량인 수준이었다.
“기다리면 보급이 오겠지.”
“언제쯤 올까?”
“글쎄.”
사실 안다,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아무리 파키스탄에서 지원해 준다고 해도, 파키스탄은 가난한 나라다.
미국처럼 돈지랄을 할 수도 없고 무기를 마구 지급해 줄 수도 없다.
그들이 줄 수 있는 건 얼마간의 돈과 자신들에게 지급되는 무기의 공급 라인뿐이다. 아니면 그와 같은 인력이든가.
사실 안술라 역시 파키스탄 사람이 아니던가?
“기다리다 보면 그래도 좋은 날이 오지 않겠어? 미 제국 놈들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다는 이야기가 있잖아. 그놈들이 철수하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할 수 있을 테니, 그러면 충분한 보상을…… 응?”
동료는 말을 하다 말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래?”
“무슨 소리 안 들려?”
“무슨 소리? 난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잘 들어 봐. 희미하게 엔진 소리 같은 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말에 안술라는 잔뜩 긴장한 채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동료가 종종 허황된 말을 하는 놈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귀는 밝은 놈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중하자 실제로 어디선가 ‘부우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그러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이 주변에는 딱히 날아다닐 만한 게 없는…….”
그 순간 어두운 하늘에서 갑자기 뭔가가 불쑥 나타났다.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검은색으로 칠해진 몸통에, 별처럼 위장하기 위해서인지 작은 하얀 점까지 박혀 있는 물건이었다.
“드론이다!”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그게 드론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었기에 그들은 다급하게 총으로 해당 드론을 쏴 대기 시작했다.
미국 놈들이 알면 여기로 미사일을 쏠 테니까.
물론 동굴 안에 미사일이 들어올 리는 없지만 재수 없게 나갔다가 미사일을 맞고 싶지는 않았다.
탕! 탕!
그러나 나름 노력해서 조준했지만 드론은 거침없이 직진해 올 뿐이었다.
“씨팔, 왜 안 떨어져!”
안술라는 이를 악물고 탄창을 다급하게 갈아 끼웠다.
연발로 갈겼지만 빗나간 건지, 드론은 꼼짝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사이 드론은 두 사람 사이를 스쳐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드론이 안으로 들어갔……!”
하지만 그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강력한 충격이 그들에게 몰려왔다.
드론이 터지면서 둘은 강력한 폭발의 압력에 몇 미터를 날아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끄으응.”
안술라는 온몸이 아파 왔다.
하지만 일어나야 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후속 공격에 죽을 수도 있으니까.
“일어나! 어서 일어나!”
다행히 좀 더 멀리 있었던 동료가 먼저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그를 부축해 함께 동굴로 향했다.
“일단 동료들과 함께 피해…….”
하지만 그들은 동굴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미 동굴 입구가 폭삭 무너진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 이게 무슨…….”
고작 드론 하나의 공격이라고 볼 수 없는 파괴력.
우연이 아니다.
애초에 드론을 설계할 때 공학자를 이용해서 그런 식으로 폭발의 압력이 퍼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만일 드론이 단순히 터지는 물건이었다면 이들은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게 무슨…….”
중요한 건 동굴이 무너졌다는 거고, 그로 인해 이들은 도망갈 곳조차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게…….”
잠깐 얼어붙어 있던 두 사람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다른 곳으로 가자.”
“뭐?”
“다른 곳으로 가자고! 이대로 계속 여기에 있을 수는 없잖아.”
동료는 안술라를 부축하면서 서둘렀다.
“다른 곳에 가서 사람을 데리고 오자.”
“그래.”
안술라도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만신창이가 된 몸은 두 사람의 생각과 다르게 축축 늘어질 뿐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다른 동굴에 숨어 있던 탈레반이 모여들어서 무너진 동굴 입구를 열기 위해 발악하기 시작했다.
삽에서부터 곡괭이까지 쓸 수 있는 건 다 쓰면서 입구를 열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애초에 아프가니스탄은 암반 타입이고, 곡괭이로 무너진 바위를 부수어서 공간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떻게 되어 갑니까?”
모여든 탈레반 전사들을 본 안술라는 다급하게 탈레반 지도자에게 물었다.
나중에 보니 팔이 부러져서, 입구를 열려고 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조차 없었다.
“안 열려. 얼마나 무너졌는지도 모르겠고.”
그걸 잴 수 있는 과학기술도 없고, 그냥 무작정 파는 수밖에 없는 게 현재 탈레반의 한계였다.
“다른 동료들은요?”
“대부분 안쪽에 살아 있다고 하더군.”
“얼마나요?”
“한 이백 명 정도.”
“휴~.”
그러면 대부분은 죽지 않았다는 거다.
아마 많은 동료들이 생활했을 정도로, 동굴치고는 상당히 큰 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능하면 빨리 열도록 하지. 그나저나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기에 동굴이 무너진 거야? 망할 미국 놈들.”
탈레반 지도자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그의 분노는 오래가지 않았다.
‘부우우우욱~!’ 특유의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빛줄기가 동료들 사이를 스치고 지나갔으니까.
“미군이다!”
방금 전 떠들던 지도자는 A-10이 쏘는 30밀리 기관포에 당해 삽시간에 걸레짝이 되어서 날아갔고, 직선상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죄다 걸레짝이 되어서 사라졌다.
“미군이다!”
“도망쳐!”
탈레반은 다급하게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A-10은 집요하게 그들을 노렸다.
한 번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수십의 동료가 걸레짝이 되었다.
저항?
애초에 A-10에 저항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맨패즈 시스템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다르게 맨패즈 시스템은 미리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걸 설치하고 냉각시키는 시간이 필요한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A-10이 저속 항공기라고 해도 사신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훨씬 천천히 지나가면서 천천히 사냥이 가능하니까.
“크아아악!”
안술라를 도와줬던 동료 역시 30밀리 기관포 아래 시체조차 남기지 못하고 한 줌의 핏물이 되어서 쓰러졌다.
그 참혹한 모습에 탈레반들은 너도나도 도망치기 바빴다.
“구조는 포기해!”
“뭐라고요?”
“미군에 위치가 드러났다! 도망쳐!”
살아남은 간부 한 명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 역시 순식간에 피떡이 되어서 사방으로 육편이 날렸다.
“크윽.”
안술라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말이 맞다. 이미 드러난 위치다.
그리고 이곳에 구조하겠다고 모여 있어 봤자 미군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지금은 A-10 공격기지만 다음번에는 그 빌어먹을 건십일지도 몰랐다.
“끄아악!”
“살려 줘!”
하지만 도주는 쉽지 않았다.
다른 동굴은 멀었고 차량도 멀었다.
그나마 그 차량도 다른 A-10에 이미 박살 난 건지, 저 아래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안술라는 살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뛰었다.
사람들이 많으면 최우선으로 노려질 테니까.
“헉헉헉.”
바닥을 구르고 온몸이 멍들었다. 부러진 팔을 고정하던 부목도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이 정도면…….”
그는 나름 멀리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이른 생각이었다.
인간이 빨라 봤자 비행기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부우우욱!
아주 짧은 A-10 특유의 공격 소리.
그리고 그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30밀리 탄환이 안술라에게 쏟아져 내렸다.
* * *
A-10 공격에 이어서 드론이 주변을 싹 정리한 후에 본격적으로 미군이 투입되었다.
물론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기는 하지만 신형 무기의 도입인 만큼 상황을 확인하는 건 필수였다.
특히 동굴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확인해야 나중에 폭발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서 200킬로그램을 꽉 채웠으니까.
“음…….”
앨버트 라이스는 널브러진 시체, 아니 시체라고도 할 수 없는 핏덩어리들을 보며 눈을 찡그렸다.
“현재 확인된 탈레반 사망자는 삼백 명입니다. 그리고 이 안쪽에 이백 명 정도의 탈레반이 더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그들이 저항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만, 만일에 대비해 최대한 주의하면서 입구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무너진 깊이는 얼마나 되나?”
“5미터 정도입니다.”
“길지는 않군.”
“하지만 인력으로는 파낼 수 없죠.”
5미터 길이의 통로가 흙도 아니고 바위로 막혀 있다면 인력으로 파내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미군은 중장비를 동원해서 파낼 수 있지만 말이다.
물론 중장비가 들어올 위치는 아니지만 미국의 헬기들은 그런 중장비들 중 가벼운 물건은 충분히 들어서 옮길 수 있었기에, 내부 상황 확인과 정보 습득을 위해 동굴을 파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열렸습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위가 치워졌고, 기다리고 있던 미군은 혹시 몰라 온몸을 완전히 방탄복으로 가린 채 천천히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은 깔끔하네요.”
“구조적으로 폭발력이 위로만 올라가는 형태니까요.”
그렇다 보니 폭발의 범위는 그리 넓지 않았다.
노형진은 무너진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서 혀를 끌끌 찼다.
“아무래도 폭발물의 양을 줄여야겠네요.”
“그래. 아무리 암반 기준으로 터졌다지만 5미터는 너무 깊어.”
물론 동굴마다 다르겠지만 대략적인 폭발물 설치 기준을 명확히 정하기 위해서 당분간은 계속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장군님, 여기로 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들어간 미군 장교 중 한 명이 다가와서 앨버트 라이스와 노형진에게 말을 건넸다.
그를 따라 들어가자 피투성이가 되어서 죽어 나자빠진 탈레반 전사들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야? 교전이 있었던 건가?”
그랬을 리가 없다.
그랬다면 아무리 동굴 밖에 있었다 해도 귀에 들렸어야 한다.
“아무래도 마지막 식량과 마약을 가지고 싸운 모양입니다.”
“식량과 마약? 식량이 떨어질 정도로 오래 있었던 것도 아니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만, 식량이 거의 없었던 모양입니다. 보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랬겠지.”
실제로 정보부에서는 마이스터에서 아편을 다 구입한 후에 분명 그들에게 재정적인 문제가 생겼을 거라 판단했으니까.
“사실 식량보다는 마약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한구석에 있는 놈들에게는 총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