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392)
애국자라는 이름의 노예 (3)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에서 월급을 올려 주는 건데요.”
“포기하게나. 국방부에서 그럴 리가 없지 않나.”
“하긴, 그건 그렇죠.”
장군님들 접대를 위해 군 사령부 내부에 룸살롱을 만들 돈은 있어도 진짜 국방에 쓸 돈은 없는 게 국방부다.
그런 놈들이 과연 진짜 애국자들에게 돈을 줄까?
“이놈의 나라는 애국하는 사람을 호구 취급하니.”
“그게 문제야.”
애국자에게 그에 상응한 대우를 해 줘야 다른 사람들도 애국자를 따라 애국하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애국하면 뜯어먹기 좋은 호구라고 생각하고 신나게 뜯어먹기에,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애국은 병신의 동의어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실제로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애국자가 있었지만 대부분 그 말로는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말로야 애국자라고 치켜세운다지만 거기에 뭔 의미가 있겠는가?”
송정한은 한탄했다. 이 상황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형진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노형진의 얼굴은 어두웠다.
“하지만 이건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닐 것 같군요.”
노형진은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 * *
노형진은 일단 이 문제를 새론의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대부분 골치 아프다는 얼굴이었다.
“그 동종 업종 취업 금지 규정이 문제군.”
“맞습니다. 그걸 해결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못 합니다.”
일단 취업 금지 규정은 양 당사자가 합의한 조항이기에 불법 계약이 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안보라는 국가의 문제가 걸려 있는 이상 취소 소송을 건다고 해도 취소될 가능성은 0%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때려치우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맞습니다.”
설사 때려치운다고 해도 지금 국방부의 짓거리를 봐서는 진짜 아무것도 못 한다.
“실제로 중국에서 한국 연구원들에게 접근하는 게 엄청나게 심한 모양이기도 하고요.”
노형진은 추가적으로 여기저기 알아본 사항을 이야기하며 혀를 끌끌 찼다.
“국방부에서는 보안을 이유로 보너스와 포상금을 전액 삭감했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이미 연구원들의 신상 정보를 다 파악한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메일로 막대한 조건을 내밀면서 이직하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소수지만 그에 넘어가서 중국으로 떠난 연구원들도 있다고.
“그 사실을 국방부는 모른다고 하던가요?”
“모르겠습니까?”
다 안다. 하지만 돈 주기 아까우니까 말뿐인 거짓말을 하는 거다.
“어이가 없군요.”
“이게 참 웃긴 건데 말입니다. 연구소에서 일하는 분들은 애국자라서 그렇습니다.”
-애국자라 나라를 배신할 가능성이 낮다.
단순히 그들이 그럴 거라 믿는 게 아니다.
실제로 연구원을 고용할 때는 가장 먼저 심리검사와 사상 검증을 거쳐서, 정말 애국심이 없다고 하면 실력이 있어도 고용하지 않는다.
자기 권한을 이용해 정보를 빼돌려서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데로 튀어 버리면 난리 나는 거니까.
“그렇다 보니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애국심이 투철합니다.”
그래서 온갖 비참한 꼴을 당해도 조국을 위해 희생한다고 생각하며 인내한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을 회유해서 빼낼 정도면 중국이 얼마나 집요한지도 알 수 있죠.”
“애매한 문제군. 그들을 보호하자니 애국심 때문에라도 거절할 테고, 어떻게 빼낸다고 해도 대한민국에서 압박을 가할 테고.”
곰곰이 생각하던 고연미 변호사가 물었다.
“노 변호사님이 대통령이랑 이야기해서 어떻게 못 하세요?”
“애석하게도 힘들 것 같습니다. 현 대통령인 박기훈 대통령 레임덕 때문에요.”
“하긴, 레임덕이 심할 만하겠네요.”
박기훈 대통령은 얼마 전 국정원에 암살당할 뻔하고 나서 소위 기득권층이 어떤 놈들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먼저 협상을 제안해 봤자 그들은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할 뿐이라는 걸 깨달은 그는 원래대로 극단적인 개혁주의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늦었지.’
처음부터 그랬다면 모를까, 이제 레임덕이 시작된 상황에서 그의 말을 들으려 하는 이들은 없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국방부는 그런 레임덕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심한 곳 중 하나였다.
‘뭐, 신임 대통령도 개무시하는 놈들이 그놈들이니.’
원래 역사에서도 그들은 신임 대통령이 취임할 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드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폐기하고 보고조차 하지 않은 전적이 있다.
사드로 인해 중국 내에 한한령마저 내려져 한국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신임 대통령이 뻔히 아는데도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대통령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방부에서 사드에 대한 것만 쏙 빼 버리고 보고한 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 그것도 이제 막 취임한 대통령도 그런 식으로 무시하는 국방부가 과연 이제 레임덕이 시작되어 죽어 가는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할까?
그럴 리가 없다.
“이것도 저것도 못 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은데요.”
고연미 변호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잖아요. 우리가 개인적으로 접근해서 설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물론 필요하다면 접근할 수 있겠지만.”
그러자 이야기를 듣던 김성식이 말했다.
“우리라면 그렇겠지. 그러나 노형진 변호사라면 가능할 거야.”
노형진이 CIA에 말한다면 그들은 연구원들의 개인 정보를 넘겨줄 거다.
그리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접근해서 설득한다면 어느 정도는 동의해 줄 거다.
다들 그런 상황에 대해 모르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 정보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겠지.”
그런 연구원들의 개인 정보는 최고 기밀에 들어갈 테니까.
“그렇잖아도 국방부와 국정원은 노형진 변호사를 좋아하지 않네. 그걸로 반역 혐의나 국가 기밀 누설 혐의를 뒤집어씌울 수도 있어.”
“맞습니다.”
그들은 노형진을 물어뜯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황이다.
김성식의 말에 무태식이 조심스러운 얼굴로 동의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위험하더라도 좀 극단적 방법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기는 한데…….”
“그리고 아무리 국방부나 국정원이라고 해도 제가 아니라 마이스터를 대상으로는 그런 수작질을 하지 못할 테니 마이스터를 앞장세울 수밖에 없겠네요.”
“하긴, 그건 그렇겠군.”
노형진은 한국인이니 그들이 군사기밀 운운할 수 있겠지만 마이스터는 미국 기업이니 국방부와 안기부에서 아무리 날뛰어 봐야 이빨도 안 먹힐뿐더러, 그걸로 소송한다 해도 미국 법원에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받아들여 줄 리가 없다.
더군다나 마이스터는 아프가니스탄 사태 해결 이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 군대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며 점점 압박하는 상황이라서, 한국 정부는 더더욱 마이스터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이스터는 실제로 군사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네 말대로라면 일단 신분을 확인하는 거야 어떻게 해결된다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그 연구원들에게 국방부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할 거라고는 보지 않네만.”
김성식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국방부도 그들의 신분이 이미 드러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그들이, 마이스터에서 신분 좀 알았다고 해서 인건비를 올려 줄까?
아닐 거다.
하지만 그렇기에 노형진은 다른 방법을 이미 생각해 둔 상태였다.
“제가 보기에 문제가 되는 건 여기 과학자나 기술자와 같은 연구원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네?”
“무슨 말인가?”
“그들이 아니라니요?”
고연미도, 김성식도, 무태식도 하나같이 노형진의 말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자신들이 도움을 줘야 하는 대상은 그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노형진은 다르게 생각했다.
“물론 우리가 그들을 도와줘야 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한테 의뢰받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들이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건 그들이 아니라 국방부와 정부죠.”
“그것도 그렇고.”
“그러면 우리가 노려야 하는 대상은 정부 같습니다만?”
“그 말이 맞군.”
결국 그들을 어찌어찌 만나서 설득한다고 해도 결국 정당한 보상을 달라고 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국방부와 정부 그리고 기업에서는 절대로 순순히 동의하지 않을 테니까.
“연구원의 숫자를 생각하면 매년 수백억이 왔다 갔다 할 테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제 생각에는 말입니다…….”
노형진은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곧 미소를 지었다.
“일단 그 연구원들을 빼고 일을 진행하죠.”
“어떻게? 협상도 없이? 의뢰도 안 받고?”
“뭐, 변호사로서는 그렇게 하면 힘들죠.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써 볼까 생각 중입니다.”
“다른 방법?”
“애국노가 되어 볼까 합니다.”
“애국노?”
낯선 말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노형진은 그저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