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405)
군인은 죄인이 아니다 (1)
군인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자 자신의 인생을 일부 포기한 사람이다.
그래서 다들 입으로는 군인을 대우해야 한다고, 군인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입으로만 이 지랄이라는 거죠.”
유영민은 화가 난다는 듯 말했다.
“그 교수도 깡 한번 대단하다. 널 상대로 그 짓거리를 한다고?”
“네. 공정함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래요.”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니까요. 아니, 씨팔. 공정하게 하려고 했다면 이러면 안 되죠.”
유영민은 아직 대학생이다.
대기업 재벌가의 후손이지만 유민택이 입대하라고 권하기도 했고 그 스스로도 세상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군대에 갔다 왔다.
그리고 군대에 다녀오면 당연히 예비군이 되어서 국가의 부름에 응해야 한다.
당연하게도 세상의 그 누구도 예비군 훈련을 하러 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그게 누구든 군대와 관련되고 싶어 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제가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고 점수 깎는 건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게다가 그러면 대상이 너뿐만이 아니게 되지 않냐?”
“그러니까요. 아오, 이 미친 교수 새끼.”
유영민이 다니는 한국대는 대한민국에서 명문 대학교로 유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소속된 모든 교수가 지혜롭다는 걸 뜻하지는 않았다.
“자기한테는 이게 공정한 거니까 꼬우면 소송하래요.”
“얼씨구?”
그가 듣는 강의의 교수는 출결이 엄하기로 유명했다.
세 번 이상 지각하면 한 번의 결석으로 취급하고, 결석 한 번에 점수의 3분의 1을 깎는다. 그리고 세 번 이상 결석하면 무조건 F학점을 준다.
“하지만 이건 아니죠.”
얼마 전 유영민이 예비군 훈련에 갔다 온 게 문제가 되었다.
아니, 사실 유영민만 예비군 훈련을 다녀온 게 아니었다.
학과생 중에 남자 전부가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고 그걸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했는데도 교수는 공정을 이유로 무조건 3분의 1의 점수를 깎겠다고 한 것.
“알고 보니까 그 교수님, 매번 그런 식이래요.”
그 말에 노형진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거 불법인데.”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불이익은 절대로 줄 수 없다.
그런데 그 교수는 천연덕스럽게 그런 식으로 불이익을 준다는 것.
“어쩐지 남자 학생이 이상하리만치 없다 싶었다니까요.”
“흠. 하긴, 교양이니까 지금까지 살아남았겠지.”
만일 전공 필수였다면 아마 학생들이 들고일어났을 거다.
하지만 교양 수업이니까 그냥 똥 밟았다 생각하고 굳이 싸우려 하지 않았다는 것.
“더군다나 웃긴 건 그 교수님도 남자라는 거예요.”
군필자로서 남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걸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말에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기가 막히군.”
“소위 말하는 스윗남이라니까요.”
“뭐, 꼰대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
스윗남이란 여성에게 친절하게 잘 대해 주는 남자를 말한다.
물론 그 행동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그런데 이런 타입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달콤한 남자가 아니라는 게 문제지.”
노형진의 말에 유영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얼레? 형도 스윗남이 뭔지 알아요?”
“나 그렇게 안 늙었다.”
일부에서 스윗남이라는 말은 좋지 않은 뜻으로 사용된다.
정확하게는, 여자를 배려한다는 이유로 역으로 남성을 차별하는 타입들을 스윗남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여성에게 달콤하지만 남자에게는 잔인한 인간인 셈이다.
“아무리 그래도 성적 때문에 스윗남이라고 까이는 건 좀 무리 아닌가?”
“성적만이면 차라리 이해라도 하죠.”
“다른 게 있어?”
“말도 마세요. 아주 대놓고 남자 차별합니다.”
성적만이 아니라 아예 학교에서 수업할 때도 대놓고 차별한다고.
어려운 문제는 남학생에게 질문하고 쉬운 문제는 여학생에게 질문하며, 여학생들 중 예쁜 애들만 따로 밥을 사 줬다는 소문도 있고.
“조별 과제할 때도 장난 아니라니까요.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묶어 두고는 남자 쪽 과제 난이도가 미쳤어요.”
“어느 정도였는데?”
“여자 쪽 과제는 임진왜란의 역사와 의미였는데, 그에 비해 남자 쪽 과제는 근초고왕의 일생과 그의 삶의 재해석이래요.”
“근초고왕? 자료나 있나?”
근초고왕은 백제 왕이다.
아무래도 오래전 인물이기에 자료도 부족하고 그 삶을 조명할 기록도 찾기 힘들다.
당연히 그 자료는 임진왜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아주 대놓고 남자들 엿 먹어라 수준이네.”
“네, 맞아요.”
“아무리 그래도 성적의 3분의 1을 까는 건 너무한데.”
결석 처리만 해도 상당히 불만이 쌓일 판인데 그걸 핑계로 점수의 3분의 1을 까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저도 기가 막힌다니까요. 말이 안 통해요.”
“학교에 말해 봤어?”
“해 봤죠. 그런데 어쩔 수 없대요.”
“뭐, 그럴 거다. 보통 그런 경우는 백이 있거든.”
“백요?”
“그래.”
분명 현행법을 대놓고 위반하는 거고, 학생들은 불만을 제기했을 거다.
그러면 학교에서는 고발을 하든 경고를 하든 해서 그런 행동을 막아야 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교수에 대한 평가도 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터무니없는 짓을 하게 되면 잘리는 게 일반적이다.
전공 교수도 아닌 교양 교수라고 하면 더더욱 그렇다.
“들어 보니 이런 짓을 한두 번 한 게 아니겠구만.”
“맞아요.”
“도대체 그걸 왜 들었냐?”
“제가 듣고 싶어서 넣었겠나요.”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는 교양을 들어야 하는데, 간발의 차이로 점수 잘 주는 강의를 놓쳐 버려 하는 수 없이 빈 강의를 신청한 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