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418)
의혹이 전부라고? (4)
송정한은 지독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물론 공격을 받은 적은 여러 번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답 없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검찰에 반격하자니 이건 검찰이 공격한 게 아니다. 도리어 이 상황에서 검찰에 반격하면 사건을 덮기 위해 검찰을 압박한다는 프레임으로 언론에 대서특필될 거다.
그렇다고 피해자를 공격할 수도 없으니, 이쪽은 그저 저쪽에서 두들겨 패는 대로 신나게 맞는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러면 진범을 찾는 건 어때요? 몇 번 그런 적 있잖아요.”
고연미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으며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실제로 이런 사건이 없는 건 아니었으며 그때마다 노형진은 진범을 찾아냄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노형진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에는 힘들 겁니다.”
“네? 어째서요?”
고연미의 말에 옆에서 진중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소라가 대신 대답했다.
“방화범은 자발적으로 멈출 수 있는 타입이 아니거든요.”
“네?”
“강간과 더불어 재범률이 가장 높은 범죄가 바로 방화예요.”
더군다나 이 사건은 사람이 죽은 사건이다. 그것도 무려 네 번이나 말이다.
당연히 뉴스에도 나갔으니 자신이 저지른 화재로 사람이 죽어 나갔다는 걸 방화범도 분명 알고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화를 멈추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혔다.
“그 정도면 그건 단순 스트레스 해소성의 방화가 아니에요. 정신적 집착에 의한 방화광이지.”
“방화광?”
“네. 그래서 인터넷에서 떠드는 소리가 개소리라는 거죠.”
인터넷에서는 송정한이 변호사 사무실을 개원한 후에 돈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아서 방화한 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방화는 더 큰 스트레스 요소, 즉 방화로 인한 사망이나 그로 인한 추적이 시작되면 멈출 수밖에 없다.
“그런데 범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방화를 멈추지 못했죠. 그러면 이건 스트레스의 문제보다는 정신질환이라고 봐야 해요. 그 말은 절대로 방화를 멈추지 못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멈췄잖아요?”
그 말대로 실제 방화 기간은 단 1년이었고, 1년 후에 모든 방화는 멈췄다.
“그게 문제예요. 멈출 수 없는 범죄가 멈췄다? 그 말은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뜻이죠.”
“교도소나 군대에 갔다거나?”
그리고 고연미의 말에 노형진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아마도 이런 경우는 죽었겠죠.”
“죽었을 거라고요?”
“네. 교도소나 군대를 갔다면 다시 사회에 나온 후에라도 방화를 저질렀어야 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 말은 진짜로 방화를 저지르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거다. 그 경우 가능성이 제일 높은 건 다름 아닌 사망.
“그리고 그걸 검찰도 알 테고요.”
“맞아요. 이 정도 프로파일링도 못할 만큼 검찰이 무능하지는 않을 테니까.”
아마도 범인은 죽었을 거다. 그리고 그 때문에 이 사건은 송정한을 엮어 버리기 너무나도 좋은 사건이 된 거다.
“조사를 해 봐야 이미 죽은 범인이 나올 리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노 변호사님이 조사해서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한다면…….”
“무슨 증거로요? 애초에 그걸 누가 믿겠습니까? ‘20년 전에 죽은 사람이 사실은 방화범이었습니다.’라고 발표해 봐야 언론에서는 송정한 의원님이 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억울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고 주장할 겁니다.”
그냥 그런 주장만 하면 다행이다.
분명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 가족들을 화면에 내세울 테고, 범인의 가족들은 자기 가족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서 울부짖을 거다.
“그러면 우리는 죽은 사람을 모욕한 고인 모욕범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아시겠지만 한국에는 사자명예훼손죄가 있죠.”
이쪽에서 그런 주장을 해 봐야 이빨도 안 들어갈 테고, 방화범 이미지에 더해서 고인 모독의 이미지까지 뒤집어씌워지면 송정한의 이미지는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질 거다.
“그때는 대통령 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입지 자체가 무너지겠군.”
“이번 함정은 아주 치밀하게 준비했네요.”
노형진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썅놈의 새끼들. 이거 내 방법에서 배운 것 같은데, 좋은 걸 쓸데없는 데에 써먹고 지랄이네.’
그때 어두운 얼굴을 한 고연미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잖아요. 송정한 의원님을 공격한 후에는 우리 차례일 것 같은데.”
“맞습니다. 그러니까 방어를 해 봐야지요.”
“하지만 어떻게요?”
“글쎄요.”
솔직히 노형진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만큼은 답이 없어 보이네요.”
결국 노형진의 입에서 아주 오랜만에 절망적인 단어가 흘러나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