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419)
창의력이라고는 없는 놈들 (1)
“뭐,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오빠, 그렇게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배신자를 키운 스승님 같은 대사나 할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아직 이사급이 아니기에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서세영이지만 그래도 이번 사건이 워낙 크다 보니 공동 변호사로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 그녀는 회의 내용을 듣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거 어떻게 해? 뭘 해도 저쪽에 물어뜯기는 게 당연한 상황인 거잖아.”
“그렇지.”
노형진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뭐, 이해는 간다. 이 새끼들이 내가 쓴 방법들을 교묘하게 섞어서 쓰고 있어.”
검찰은 본래 이런 식으로 창의적인 집단은 아니다.
애초에 검찰이 이렇게 창의적인 집단이었다면 너무 뻔한 범죄를 방법이 없다고 풀어 주지도 않았을 거다.
“내가 그간 쓴 방법을 분석해서 만든 모양이네. 이거 보니까 한국검사회에서 수 쓴 것 같은데.”
“한국검사회? 그런 조직이 있어?”
“있지, 비공식 조직이지만. 군대로 치면 군인공익회 같은 놈들이야.”
그 말에 서세영은 눈을 찡그렸다.
그도 그럴 게, 군인공익회는 대한민국 군대 부패의 핵심이니까.
국방부와 장병들을 빨아먹기 위해 장군급이 모여서 만든 공인된 폭력 조직. 그들이 바로 군인공익회다.
장교들의 삶을 보장한다는 목적과 다르게 그들은 인맥을 통해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국방 예산을 빼돌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그걸 정부에서 그냥 둬?”
“비공식 조직이라니까. 하지만 적지 않은 놈들이 거기 소속이지. 뭐, 그나마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만.”
노형진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래도 기존 검찰의 방식을 보면 상당히 오래 준비하기는 했네. 의외로 이 새끼들이 할 줄 아는 건 압색뿐인데.”
진실과는 상관없이 일단 압수수색을 통해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 그게 바로 이들의 주요 방식이었다.
“하긴, 그마저도 자기들이 만들어 낸 건 아니지만.”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방법을 잘 쓰던 건 검찰이 아니라 조폭이야.”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자살하도록 몰아붙여 피해자를 고립시킨 뒤 그 또한 자살하거나 항복하게 만드는 것.
그걸 가장 많이 쓰는 이들이 폭력 조직이었다.
검찰은 그들과 싸우는 과정에서 그 방법을 배웠고, 그걸 통해 권력을 늘려 왔다.
“그러니까 이제 슬슬 나한테 배운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기는 하지. 너도 우리나라 학력 시스템의 문제가 뭔지 잘 알잖아.”
“뭐, 얼마 전까지 나도 학생이었으니까 알지.”
철저한 암기 위주의 방식. 그게 한국의 문제다.
그나마 학교에서는 조금씩 창의력 위주의 발달을 시도하고 있지만 공무원 시험과 변호사 시험 같은 건 아예 암기력만으로 모든 게 결판이 난다.
“그러니 남들 따라 하는 건 또 엄청 잘해요.”
노형진은 다시 한번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
“그러면 이건 해결 못하는 거야?”
“일단 하나씩 풀어 가야지.”
“그러니까 어떻게?”
그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으며 일어나서 서세영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럴 때는 기본부터 하는 거란다.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라는 말이 왜 생겼겠니?”
“오빠, 그건 또 뭔 소리야?”
“결국 이것도 다른 재판들과 다를 바 없다는 거야.”
물론 변수가 너무 많기는 하다.
하지만 그 변수가 모두 저들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을까?
아니다.
“내가 전에 노동 사건 해결할 때 뭐라고 했지?”
“뭐라고 했더라?”
“회사는 노동자들이 파업하기를 원해. 그래야 쉽게 개박살 낼 수 있거든. 하지만 정작 노동자가 사업자에게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파업만이 아니야.”
파업 말고도 수많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국에서는 오로지 파업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처럼 떠든다.
“맞아. 그런 말 하기는 했다.”
“왜 파업만 요구하겠어? 그 방법은 파훼법이 있거든.”
파업한다? 그러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판사에게 돈만 좀 쥐여 주면 두둑하게 뜯어내 준다.
손실이 1억이라면, 판사에게 돈만 좀 쥐여 주면 노동자들에게 100억대 판결을 내려 줘서 파업한 노동자들이 그걸 갚기 위해 평생을 노예로 살도록 만든다.
이미 그런 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을 파훼하기 위한 전문 로펌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들이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편하게 파훼할 수 있는 노동운동이 바로 파업이었다.
“하지만 다른 건 막을 수가 없지.”
예를 들어 안전 문제에 대한 소방법 위반 같은 걸로 고발하게 되면 고발자를 색출할 수도, 고소할 수도 없거니와 그걸 고치기 위해서는 짧으면 이틀, 길게는 몇 달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그건 법에서 인정한 영역에서 한 행동이기에 노동자에게 책임을 물릴 수도 없다.
로펌도 정부도, 결코 노동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언론에서 그런 이야기는 절대 안 하는 거야. 합법적인 준법투쟁은 자기들이 파훼하지 못하니까.”
“이게 그거랑 비슷하다는 거야?”
“맞아.”
이걸 설계한 놈들이 누구든 간에 제법 머리를 쓴 건 사실이고, 노형진이 쓴 방법을 차용해서 적용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리어 변수에 대해서는 모르는 거지.”
“변수?”
“그래. 원래 작전이라는 건 그런 거야. 설계한 사람만 아는 약점이 있기 마련이거든.”
세상에 완벽한 작전이라는 건 없다.
설사 그렇게 보여도 누군가는 모르는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대부분은 그 약점을 모르지만, 그 작전을 설계한 사람은 알 수밖에 없다.
그저 그 변수를 줄이고 약점이 드러나는 걸 얼마나 잘 막느냐가 관건일 뿐.
“그리고 그들은 내가 쓴 방법의 약점을 찾아내지 못했겠지.”
“하지만 오빠도 방법이 없다며?”
“그건 그때 이야기고. 상황은 매번 변하는 거니까.”
변수란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 변수인 거다.
만일 변하지 않는다면 그건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예를 들어 이순신의 학익진을 지금 쓴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접근도 하기 전에 미사일에 맞아서 걸레짝이 될 거다.
그 시대에 학익진은 상대적으로 긴 사거리를 이용한 무적의 전법이었지만 현대에서는 그렇지 않으니까.
“사건도 마찬가지야.”
분명 노형진이 썼던 방법이고, 그래서 그 당시로서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났으니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지.”
“그럼 이 일에서의 변수는 뭔데?”
“오광훈 검사.”
“응? 오빠 친구?”
“맞아.”
노형진은 씩 하고 웃었다.
“검찰에서 우리가 검사의 힘을 안 쓰니까 만만하게 보는 모양인데, 우리도 엄연히 검사 라인이 있단 말이지.”
바로 스타 검사들.
하지만 새론이 그들에게 청탁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과거의 청계와 다를 바가 없기에, 새론은 사건은 함께 해결할지언정 청탁은 절대로 금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