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43)
“그거 가지고 와. 남자가 가오가 있지, 뭐 이런 같잖은 걸 가지고 시위를 해. 하려면 화끈하게 해야지.”
그 말에 타고 온 차에서 쇠사슬을 꺼내는 남자들.
“이분들을 묶어 드려라.”
“뭐라고요!”
“아니, 왜 묶어요!”
“기본 아냐? 뭔가를 막으려면 가장 좋은 건 몸으로 막는 거잖아? 안 그래? 안 그러면 그 정도 각오도 하지 않고 시작한 거야?”
“…….”
“그러니까 시위를 도와 드리는 의미에서 묶어 드려야지. 싫어? 싫으면 꺼지고.”
허만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일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건지 노인들이 서로 눈치만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젠장, 물러나면 안 돼.’
이 상황에서 물러나면 다시는 사람들을 모으지 못할 것이다. 선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집단적 광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 설마 죽이겠냐!’
아무리 그래도 죽이겠냐는 생각에 그는 배 째라고 앞으로 나갔다.
“오냐! 우리가 그렇게 한다고 겁먹을 거 같냐! 묶어라! 여러분, 동요하지 마세요! 저 녀석들은 절대로 우리한테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합니다. 여기 법치국가예요! 법치국가! 어디서 깡패 새끼가 국민들을 핍박합니까!”
허만수가 호기롭게 외치면서 용기를 내자 그걸 본 다른 노인들 역시 용기를 냈다.
“그래! 묶어라!”
“웃기지 마! 너 같은 깡패 새끼들 들여보내려고 우리가 뭉친 줄 알아?”
한 명이 용기를 내자 더욱 용기를 내는 사람들.
‘어쩌면 가짜일지도 몰라.’
허만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온다고 한 것도 결국 노형진에게 들은 정보다. 즉, 겁을 줘서 이런 농성을 못하게 하려고 한 가짜 정보라는 뜻이다.
‘그래, 어쩐지 이상했어.’
상식적으로 사람을 묶어 둘 정도의 쇠사슬을 가지고 다닌다는 게 말도 안 된다. 아무리 조폭이라도 한두 개도 아니고 이 많은 사람을 묶을 정도로 가지고 있을 리가.
“어쩔 거야!”
“묶어, 씨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인간들.
“원하신다면.”
결국 자발적으로 사슬에 묶이는 사람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지 그들은 생각하지 못했다.
철컥!
“어?”
사슬에 함께 묶였으니 함께 움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슬이 거대한 나무에 고정된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핸드폰 회수해라.”
“뭐? 잠깐…… 뭐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한 그들은 저항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쇠사슬에 묶인 채로 고정된 그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결국 핸드폰을 모조리 빼앗겨 버린 동네 사람들과 허만수.
“뭐하는 짓이야!”
“뭐하는 짓이긴? 도와준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도와줘야지.”
“그런데 핸드폰을 왜 훔쳐 가!”
“우리는 안 훔쳐.”
그 핸드폰을 상자에 넣고 곱게 뻔하게 보이는, 그러나 절대로 손에 넣을 수 없는 위치에 두고 온 사람들은 갑자기 차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긴. 안 판다며? 그럼 우리가 볼 필요는 없지.”
“잠깐……! 이건 풀어 주고 가야지!”
“그건 네가 알아서 해.”
“뭐?”
“잘 있어라!”
순식간에 썰물 빠져나가듯이 빠져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은 그걸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그들은 그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이봐…… 위원장.”
“네?”
“화장실이 좀 급한데…….”
노인중 한 명이 꿈틀거렸다.
“화장실요?”
“그래.”
“…….”
말을 못하는 허만수. 단단하게 묶여 있는 상황에서 화장실을 어떻게 간단 말인가.
“그게…….”
방법이 없었다.
“그냥 싸서 말리세요.”
“뭐?”
“풀어 드릴 수가…….”
“장난해!”
“…….”
완벽하게 함정에 빠진 꼴이었다. 솔직히 자신들이 버티면 저쪽은 겁주다 당황해서 물러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물러나기는커녕 진짜로 묶고는 사라진 것이다.
“알아서 한다며!”
“그게…….”
허만수는 당황해서 말할 수가 없었다.
“나도…….”
“그냥…… 싸서 말리세요.”
“큰 건디…….”
“네?”
더욱 당황스러운 일은 점점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으으…….”
노인들은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보다 근력이 떨어진다. 그건 단순히 팔다리의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젊은 사람들보다 화장실도 자주 간다.
“으으으…….”
한 노인의 얼굴이 점점 불어지더니 순식간에 얼굴이 파래졌다.
“망할.”
작은 탄식과 함께 풍기기 시작하는 구리구리한 냄새. 그의 축 늘어진 옷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해 줬다.
“닝기미…….”
그걸 본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누구도 놀리지 못했다. 지금부터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젠장…….”
그 노인은 바지를 벗어서 뒤로 던져 버렸다.
“허위원장, 어떻게 된 거야!”
“그게…….”
“절대로 우리 피해 보는 일은 없을 거라며!”
“그게…….”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허만수.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노인들은 한 명 두 명 똥오줌을 지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이가 젊은 허만수조차 그걸 피할 수는 없었다.
“이런 씨발.”
결국 축축하게 축 늘어지는 팬티와 바지의 느낌에 허만수는 치를 떨었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일이 이쯤 되자 슬슬 그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벌써 몇 시간째 노인들의 항의를 들어 줘야 했기 때문이다.
“위원장! 어떻게 해 봐!”
“이렇게 있다 얼어 죽을 거야!”
“아니, 젊은 사람이라서 시켜 줬더니 제대로 일을 해야 할 거 아냐!”
그 말에 결국 그는 화를 버럭 냈다.
“이런 씨발, 노친네들이 입도 안 닥치고 진짜 입만 나불거리네.”
“뭐라고?”
“지금 자네, 뭐라고 했나! 뭐? 노친네?”
“씨발, 그래! 노친네를 노친네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조또 별거 아닌 거 가지고 돈독이 올라서 나랑 같이하자고 해 놓고 이 정도로 항의하면 어쩌자는 거야!”
“이 사람이 증말!”
화를 버럭 내는 사람들. 하지만 사슬은 양쪽으로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어차피 저들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허만수는 막 나가기 시작했다.
“뭐? 깡패? 깡패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 애들이 진짜 깡패 아닌 건 너희들도 알잖아? 안 그래? 그런데 상대방 협박해서 적당히 돈 뜯어내자니까 좋다고 달라붙은 게 누구인데!”
“네놈이 먼저 하자고 했잖아!”
“씨발, 그걸 실행한 게 누군데!”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 사람들.
그렇게 점점 내분이 심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내분마저도 그다음 순간에 닥쳐올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으으으…….”
“추워…….”
언성을 높여서 싸우다 보니 힘이 들었고 체력을 소진하자 찾아오는 엄청난 한기.
“으으으…….”
사람들은 덜덜 떨기 시작했다. 이제 겨울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추운 날씨다. 밤에 바깥에 나가려면 제법 두툼한 옷을 입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낮에 나오느라고 두툼한 옷도 없었고 그나마 바지와 팬티는 똥오줌을 싸는 바람에 바깥에 버린 상황이었다.
“으으…….”
급격하게 떨어지는 날씨에 와들와들 떠는 사람들.
“이렇다 얼어 죽겠어…….”
“뭐 좀 어떻게 해 봐!”
“젠장…….”
하지만 다들 묶여 있는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으으…….”
허만수 역시 그런 그 상황에서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너무 추워서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황.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젠장! 젠장! 젠장!”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지였다. 자신이 싼 똥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바지.
“으으…… 씨발…….”
그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차마 그걸 다시 입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점점 떨어지는 날씨는 엄청나게 그들을 춥게 만들기 시작했다.
‘안 돼……. 저건 마지막 자존심이…….’
그가 막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갑자기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뭐야?”
“누구야! 조이잖아!”
사람들이 시선을 돌린 곳에는 한 노인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아까 집어던진 바지로 가려고 하고 있었다.
“뭐해!”
“그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잖아.”
그러니까 추워서 얼어 죽을 거 같으니 똥 묻은 바지라도 입겠다는 소리였다.
“이런 젠장…….”
다들 얼굴이 탐탁지 않게 변했지만 결국은 그들도 한 명씩 그렇게 똥 싼 바지를 엉거주춤하게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당히 마른 덕분에 털어 내면 축축한 느낌은 없다는 정도?
‘으으으…… 씨발…… 이게 뭐야.’
결국 허만수가 마지막 바지를 입고 나자 저 멀리서 다가오는 한 대의 차량.
“저건?”
“사람이다!”
“여기요! 사람 살려!”
“사람 살려요! 여기요!”
사람들은 목청이 터지도록 외쳤고 그 말을 들은 건지 그 차는 천천히 마을 입구로 향했다.
“여기요!”
“이보게! 여기 구해 주게!”
더욱 가까이 오는 차를 보면서 얼굴에 화색이 도는 사람들. 누군가 오면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이런…….”
하지만 허만수는 그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고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서 내린 사람은 노형진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왜 이렇고들 계세요?”
“헉!”
“이보게! 구해 주게!”
“이거 좀 풀어 줘!”
노형진을 기억하지 못한 건지 노형진에게 읍소하는 노인들. 하지만 허만수는 그걸 보고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게 아니라면 이 시간에 노형진이 올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거, 이거…… 제대로 묶어 놓으셨네. 일단 핸드폰부터 드릴게요.”
노형진은 핸드폰을 꺼내서 그들에게 나눠 줬다.
“이 새끼야! 네가 함정을 판 거잖아!”
“언제요?”
“웃기지 마! 안 그러면 네가 이 시간에 올 리가 없잖아!”
허만수가 길길이 날뛰자 노형진은 씩 웃었다.
“잘 아시네요.”
“뭐라고?”
“여러분, 어떠신지요? 지금 여러분들이 당한 일이 아이들이 지금 당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 순간 노형진의 말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 아이들은 이 날씨에 잘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심지어 제대로 화장실도 못 가고 고생하고 있습니다. 깡패요? 인간이 먹고 마시고 잘 곳이 없는데 살아야 하는데 뭔들 못합니까? 그 아이들이 깡패가 되도록 만든 건 우리 어른입니다. 안 그런가요?”
“…….”
그 말에 대부분은 얼굴을 푹 숙였다. 부끄러워진 것이다. 자신들이 단 몇 시간 당하면서 겪은 고생을 가출한 아이들은 몇 달을 겪기도 하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언제든 풀려나서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서 쉬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아요. 돌아가고 싶어도 집에 들어가면 구타당하고 욕먹습니다. 그 아이들이 원하는 건 쉴 곳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존중해 줄 사람이고요. 그런 아이들을 진짜로 깡패라고 생각하십니까? 설마 저희가 진짜 깡패 녀석들을 이곳에 넣을 거라 생각하세요? 여기 입소 절차는 철저합니다. 진짜 깡패는 들어올 수도 없고 설사 들어온다고 해도 바로 쫓겨나게 되어 있습니다.”
노형진의 말에 노인들은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는 그것보다는 분노를 더 심하게 느꼈다.
“너희가 마음대로 묶어 놨잖아!”
그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래서요?”
“뭐?”
“묶는 걸 동의한 건 여러분 아닌가요?”
“그게…….”
확실히 동의했다. 묶으라고 호기롭게 나선 건 그들이었다.
“핸드폰도 훔쳐 갔잖아!”
“일단은 말이죠. 이 경우는 훔쳐 간 게 아닙니다.”
“뭐?”
“상자에 곱게 넣어서 여러분의 시선 반경에 두었지요. 이건 절도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이건 그냥 장난이다. 법적으로 재물 손괴나 점유 이탈물 횡령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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