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432)
우정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2)
“그걸 가지고 있다고요?”
“뒤가 두려운 놈들은 넘쳐 나니까.”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수작질을 해 왔다.
명단에는 힘없는 신인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니, 이런 게 있다고? 잠깐, 이 사람은?’
수첩을 받아서 펼친 노형진.
그리고 가장 위에 쓰여 있는 사람의 이름에 바로 눈이 커졌다.
‘전전대 자유신민당 대통령 후보 출마자 아니야?’
전전대 대통령 후보, 정확하게는 홍안수 이전 대통령 후보를 뽑을 때 나왔던 사람이다.
그는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고 결국 대통령 후보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지. 정확하게는, 사지로 내몰렸지.’
대통령 후보 결정 이후 이어진 것은 보복이었다.
다음 선거에서 본을 보인다는 목적으로 그에게 사지 출마가 강요되었다.
뭐, 목적은 뻔했다. 퇴출.
자신의 지역구도, 그렇다고 자유신민당의 우세 지역도 아닌 민주수호당의 안방에서 강제로 출마했고, 당연히 처참한 차이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대로 정계 은퇴.
“경쟁에서 떨어지면 보복은 잔인하게 들어오지.”
그나마 사이가 좋거나 진짜로 아쉽게 선거에서 진 거라면 그냥 방치되겠지만 당의 주요 세력에게 찍혔다?
그러면 그날로 정치생명은커녕 생명도 부지하기 힘들어진다.
“그도 나와 같아. 오랜 시간 재기를 노리고 있었지.”
하지만 그 역시 현 자유신민당의 방해에 재기가 불가능한 상황.
“그 수첩에 있는 건 그런 사람들의 연락처라네.”
복수심에 불타 자유신민당과 싸우고자 하는, 한때 한편이었던 사람들.
‘업보인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남의 권력을 빼앗아 오기 위해 서로 먹고 먹히던 오랜 시간 그 업보가 쌓이고 쌓여 이 수첩에 들어가 있었다.
“그거라면 충분히 자네가 원하는 걸 이룩해 낼 수 있을 텐데?”
애석하게도 대한민국의 선거에서 표를 많이 가져오는 건 중요하지 않다.
상대방의 표를 최대한 빼는 것이 선거의 핵심이다.
“한 명이 출마하면 표가 두 개로 갈리지. 하지만 두 명이 출마하면 표는 세 개로 갈려. 세 명이 출마하면? 표는 네 개로 갈릴 거야.”
“그렇지요.”
“자네가 원하는 게 그런 거 아닌가?”
오상무의 바짝 마른 얼굴에 비릿하고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보통 국회의원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은 1인당 1억 5천 정도지. 표가 갈리면 그만큼 자네 당에 표가 쏠릴 테고. 1억 5천을 써서 수만 표를 사 갈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않나?”
돈으로 표를 사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돈으로 표를 갈라 버리는 것?
그건 아직 규정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재미있네요.”
노형진은 씩 하고 웃었다.
그런 노형진의 머릿속에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인터넷에 이런 말이 있죠. 젊음은 돈으로 살 수 없다. 하지만 젊은이는 돈으로 살 수 있다.”
착취하고 뜯어먹고 그들을 노예로 부리는 자들. 그들을 비꼬는 말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에서 표는 돈으로 살 수 없죠. 하지만 후보는 돈으로 살 수 있죠.”
그러고는 자신 있게 물었다.
“어디에서 출마하시겠습니까?”
* * *
자유신민당과 민주수호당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기존에 공천에서 떨어졌던, 그리고 파벌 싸움에 밀려 떨어졌던 자들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허, 세 명이라고?”
“네.”
“이 정도면 거의 우리가 독식하는 것으로 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죠.”
서울 강남갑.
그 지역은 한국에서 가장 치열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전국에서 가장 비싼 동네이니까.
반대로 말하면, 그곳을 차지하면 수십억 정도의 뇌물은 그냥 일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출마하겠다고 한 사람은 무려 세 명.
“그리고 그 세 명이 모두 한때 자유신민당의 터줏대감이었습니다.”
하지만 파벌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리고 파워 게임에서 밀렸다는 이유로 결국 원하지 않았던 퇴출을 당한 이들이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최소한 15% 이상의 표를 끌어올 수 있는 사람들이고요.”
“자유신민당은 난리가 났겠군.”
“네. 뭐, 민주수호당이라고 해서 별반 다른 건 아니지만요.”
서울 강남갑 지역은 대놓고 자유신민당의 지역이다. 그렇기에 민주수호당은 그곳에서 치른 거의 대부분의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다음번에 그곳에서 출마하고 싶다고 한 사람이 이미 세 명.
아니, 자유신민당에서도 한 명을 내놓을 테니 보수 세력에서만 네 명인 셈이다.
“표를 갈라 먹으면 그들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지요.”
최소한 10%씩만 갈라 먹는다 해도 자유신민당 소속 의원은 기존 표의 70%만 가지고 싸우는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주수호당이 유리해지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민주수호당 출신도 그곳에서 두 명이 출마하니까.
즉, 그곳에서 출마하는 민주수호당 계열의 인사들은 총 세 명이 되는 셈이다.
그건 자유신민당은 1인당 평소 지지 세력의 25% 정도의 표를, 민주수호당은 지지 세력의 33% 정도의 표만 챙겨 간다는 뜻이다.
“그에 반해 우리국민당은 추가 인원이 없으니까요.”
일단 우리국민당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예 공천 탈락자나 파벌로 인한 퇴출 대상이 없기에 그들의 표를 나눠 가지면서 컴백을 요구하거나 원하는 놈들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쪽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거든요.”
“나도 들었네. 컴백을 한다는 거지?”
단순히 정치판으로 돌아온다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무조건 기존 정당으로 돌아가겠다고 어필하기로 했다.
왜냐, 그래야 그쪽 표를 갈라 먹을 수 있으니까.
만일 재기에 성공하고 반대 정당으로 간다고 말하면 양당의 지지자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표를 주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돌아간다고 하면 기존 지지 세력 입장에서는 혹하거든요.”
특히나 현 국회의원이 마음에 안 들거나 하는 경우 사람들은 쏠릴 수밖에 없다.
“허허허.”
송정한은 헛웃음이 나왔다.
정치판은 치열하고 복잡하며 또한 무섭다.
“후보를 돈으로 산다니,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는가?”
“사실 후보를 돈으로 사는 게 딱히 비밀은 아니지 않습니까? 전 그걸 살짝 다르게 적용한 것뿐입니다.”
“끄응, 그건 그렇지.”
후보를 돈으로 사는 경우는 사실 흔하다.
정확하게는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는 경우에 소수 후보나 군소 후보에게 접근해서 돈과 권력을 보장하고 그 대신 지지 세력으로 포섭해서 자신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게 하는 경우가 넘쳐 난다.
국회의원 선거나 당 대표 선거, 심지어 대통령 선거까지 그런 일은 흔하게 벌어진다.
‘언론에서는 대통합이니 뭐니 하지만.’
결국은 기브 앤드 테이크.
이권을 보장하고 표를 거래하는 거다.
실제로 선거판마다 그걸 노리고 출마하는 놈들도 있고.
사람들이 봤을 때는 ‘급이 안 되는데 왜 나가나.’ 하는 놈들도 진짜 승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러한 거래를 통해 자신의 이권을 관철하고 자신의 세력을 늘려서 먼 미래를 준비하려는 목적으로 출마하는 놈들이다.
그런 놈들에게 그런 선거에서 태우는 수억 정도는 딱히 가치도 없을 정도로 사소한 금액이니까.
후보로 나가서 소위 대통합이라는 걸 하는 대가로 이권을 보장받으면 들어가는 돈은 수억 정도지만 받을 수 있는 돈은 수십억에서 수백억이다.
‘그래서 내가 그런 놈들을 싫어하지.’
물론 한두 번은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서너 번에 걸쳐 계속 그런 짓을 하면서 이권만 노리는 놈들도 있다는 걸 노형진은 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걸 제가 역으로 이용한 것뿐이죠.”
“그렇군. 그럼 자유신민당과 민주수호당 입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은 하나뿐이군.”
“네, 소위 말하는 대통합이죠.”
하지만 말이 통합이지 결국 돈과 이권을 주고 다른 후보들의 표를 사야 한다.
문제는 상대와 사이가 안 좋다는 것.
“설사 진짜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고 해도, 그 자체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거든요.”
정치판은 마약 같은 곳이기 때문에 그들은 정치판으로의 복귀, 즉 다음 선거에서의 공천을 요구할 것이다.
당연하게도 양당은 그걸 들어줄 수밖에 없다.
“설사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돈은 갚아야 하니까요.”
“돈만 갚는 걸로 끝나겠나? 하하하.”
출마한 사람들은 마이스터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이다.
당연히 돈을 갚아야 하는데, 정치판의 룰에 따르면 그 돈은 지지 선언을 받거나 그 표를 흡수하는 사람이 내는 게 불문율이다.
‘물론 협박받아서 물러나는 게 아니라 진짜로 협상에 의해 물러나는 경우에만 그렇지만.’
중요한 건 아무리 전 국회의원들이 미래에 복귀할 것을 약속받았다고 해도 마이스터를 대상으로 돈을 떼어먹는 미친 짓은 못 한다는 것이다.
“크하하하!”
그 사실을 잘 아는 송정한은 너무 웃겨서 배꼽이 빠질 것만 같았다.
“자유신민당이랑 민주수호당 놈들은 미칠 노릇이겠군.”
같은 당 출신의 무소속이 두 명만 돼도 선거비용이 최소 4억에서 5억은 들어갈 거다.
그러니 그걸 갚아 줘야 하는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일 것이다.
결국 그 돈을 당 차원에서 내줘야 하는데 전국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한둘도 아니고, 그 정도 돈을 내주려면 아무리 정당이 두둑하게 뇌물을 받는 집단이라 해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완전히 코너에 몰렸어.”
“물론 모든 곳에서 그렇게 협의가 이루어지는 건 아닐 겁니다.”
이제 정치판에 관심이 없거나 오로지 복수 하나만을 노리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요구를 거절할 테고, 그만큼 선거는 치열해질 거다.
“아마 자유신민당과 민주수호당은 우리국민당에 신경 쓰지 못할 겁니다.”
“그러겠지. 그들도 바보는 아닐 테니까.”
이미 그들은 우리국민당의 배신자들에게 미래의 자리를 약속하면서 배신하도록 협상을 한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려면 결국 자신들이 쫓아냈던 공천 탈락자들과 사실상 사지로 내던져진 전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말이죠.”
“맞아. 자리는 한정되어 있지.”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수는 삼백 개.
그 안에서 주요 권력자들의 자리도, 자기들 자리도 보전하려면 결국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
“그러면 당연히 우리국민당 출신들은 버릴 수밖에 없죠.”
“그러겠지, 후후후. 그러면 우리를 배신하고 그곳으로 가려고 한 우리국민당 의원들은 미칠 노릇이겠지.”
당연한 거다.
왜냐하면, 공천을 받지 못했다거나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들이야 어차피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관계가 끝난 것뿐이니까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누가 불만을 품거나 내부의 반발이 크게 일어나지는 않을 거다.
국회의원들과 권력자들이 당을 들락날락하는 건 딱히 비밀도, 이상한 일도 아니니까.
“하지만 우리국민당 출신은 아니죠.”
한때 다른 당 소속이었지만 송정한을 통해 우리국민당으로 넘어온 사람들.
그들은 다른 정당 지지자 입장에서는 배신자다.
아무리 그들이 우리국민당을 배신하여 뒤통수에 칼을 찔러 넣고 송정한을 떨구고 승리자가 되어서 돌아온다고 해도, 결국은 배신자들.
그들 때문에 기존 세력이 나가야 한다거나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하면, 지지 세력은 빠르게 떨어져 나갈 거다.
“이런 경우 사실 답은 정해져 있죠.”
단순히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공천받지 않은 사람이 우선이지 이미 한 번 배신해서 다른 정당까지 갔던 사람은 후순위로 밀리는 게 당연한 인간의 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