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439)
업보가 찾아왔다 (5)
같은 1억이라도 여유 자금이 100억이 있는 권력자에게는 기다려 줄 수 있는 별거 아닌 돈이지만, 여유 자금이 그게 전부인 사람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잠깐, 그러면…….”
“네. 최소 8천에 최대 3억요? 그것밖에 안 될 리가 없죠.”
그건 못 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그 말에 송정한은 일말의 기대마저도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답이 없군.”
“구태 정치인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개혁을 원했다면, 그래서 이쪽에 왔다면 변해야 하지만 그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사람은 늙을수록 변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한국의 정치인은 대부분 아주 나이가 많다.
“자네 말이 맞군. 다음 선거 공천에서 빼야겠어.”
이쪽에서 약점을 잡았으니 그걸 핑계 삼아 공천에서 빼 버린다고 해도 그들은 저항도 못 한다.
무소속 출마한다고 해도 그 약점을 공개하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개판이 난 다른 정당에서 그놈들을 받아 줄 리도 없죠.”
이미 그들도 기존 정치인들이 컴백하면서 자리가 없어서 개싸움을 벌이고 있는 판국에 과연 우리국민당에 갔던 배신자들을 받아 줄까?
“더군다나 양쪽 당도 미칠 노릇일 겁니다.”
“그렇겠지. 이미 우리한테 정보가 들어오고 있으니까.”
공천을 받기 위해 돈을 줬던 사람들이 정치는 포기하고 돈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우리국민당에 증거를 넘기면, 그 순간 돈을 받은 국회의원의 정치생명은 끝난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돈을 돌려줘야 할 겁니다.”
당연하게도 그걸 당 차원에서 줄 수는 없으니 개인이 줘야 하는데, 이미 써 버린 돈을 돌려주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약점도 넘어올 테고요.”
그리고 그건 선거철이 되면 저들의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거다.
“아마도 다음 선거에서 우리국민당은 압도적 다수당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역대 선거 중 가장 돈이 오가지 않는 깨끗한 선거가 되겠네요.”
“어째서 말인가?”
물론 다수당이 될 거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이 오가지 않는 선거가 될 거라고?
“돈이 없을 테니까요. 누차 말씀드리지만 공천권은 결국 당의 핵심 인사들이 쥐는 가장 강력한 권력 중 하나입니다.”
“그렇지.”
“그놈들이 자기가 망하게 생겼는데 정당의 돈에 손대지 않을 것 같습니까?”
“아하!”
현재로서는 그들이 최상위 계층이니 당연히 당의 보호니 뭐니 하면서 정당의 돈으로 메꾸려 들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그리고 그에 대해 젊은 층은 불만을 가질 테고요. 선거비용은 줄어들겠죠.”
법에서 정한 선거비용이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돈으로만 선거를 치르는 정당은 없다.
“하지만 돈이 없으니 과거처럼 미친 듯이 돈지랄을 하지는 못할 겁니다.”
패배가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다.
“기존 세력은 불만을 가질 테고 말이죠.”
노형진은 씩 하고 웃었다.
어떻게 이겨 보겠다고 송정한에게 억울한 죄를 뒤집어씌워 보려 했지만 도리어 자신들이 역습당한 상황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사건 범인이 밝혀졌다고 하더군요.”
“뭐? 설마 방화 사건 말인가? 이제 와서?”
“네, 증거가 없는 게 아니라 그냥 수사를 하지 않은 거더군요.”
예상대로 범인은 사망한 상태였다.
사람이 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과거 방화 전력도 있었다.
검찰과 경찰은 기본적인 동종 범죄 용의자 수사조차 하지 않았던 것.
“마지막 방화 사건이 벌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락사했답니다.”
“추락사?”
“네. 공사장에서 일하던 중에 발판이 무너졌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비정상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식이었나 봅니다.”
실제로 방화의 대부분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된다. 불을 지배함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거다.
“이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를 20년이나 끌었다니.”
송정한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고칠 게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군.”
“그러니까 말입니다.”
수십 년을 이 짓을 해 왔는데 여전히 고칠 게 많기에 노형진도 송정한도, 한숨이 나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