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45)
‘하긴 그딴 인간에게 뭘 배우겠어.’
사람에게 돈을 뜯으려고 하는 녀석이 집에서 무슨 짓을 할지는 뻔한 일.
“아이가 가출한 이유가 뭐랍니까?”
“전형적이네요. 구타요. 저희한테 아이가 찾아왔을 때 가출한 지 3개월쯤 되었습니다. 검사 결과 못해도 여섯 군데 이상 부러진 흔적이 발견되었고요. 나이는 중학교 2학년인데”
“여섯 군데요?”
“네, 술만 먹으면 몽둥이로 두들겨 팼답니다. 엄마는 도망가서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요.”
“그렇단 말이지요.”
노형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집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해결하려면 전국을 돌아야 할 판이니까.
“그나저나 절대로 못 준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계좌는요? 압류하면 되지 않습니까?”
“소송에서 지고 바로 오후에 텅텅 비어 버렸습니다.”
“집은요?”
“월세입니다.”
“보증금은?”
“월세를 안 내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주 고단수네요.”
계좌를 비우는 건 기초적이다. 하지만 집의 보증금까지 까먹는 건 아주 고단수다. 보증금이 뭔가? 바로 월세를 내지 못하는 경우 거기에서 까기 위해서 잡아 두는 돈이다. 그런데 이 경우 보증금에 대해서 압류할 수 있다. 그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만 말이다. 그러니까 아예 보증금을 까먹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털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겠지요.”
그런 쓰레기들이 하는 짓은 뻔하다. 더군다나 그는 이런 짓에 대해 잘 알가능성이 높다. 그런 식으로 선동하면서 산다는 것은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법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놈인데 과연 토해 낼까요?”
“안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가요?”
“네.”
노형진은 압류가 벌어지는 집으로 들어가면서 미소를 지었다.
“너 이 새끼!”
배 째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던 허만수는 노형진을 보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우리는 악연인가 봐요? 그죠?”
“뭐?”
“악연이라고요. 안 그렇습니까?”
“죽여 버린다.”
“어이구, 경찰이 있는데 그러시면 쓰나요.”
노형진에게 달려들려고 하던 그는 결국 경찰의 눈치를 보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럼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압류관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참가한 사람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후줄근한 집 안 물건을 누가 사려고 하겠는가?
“200만 원, 없습니까?”
일단은 200만 원을 부르는 압류관이다. 그런데 그다음 순간 들리는 말이 그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200만 원.”
“엥?”
“노 변호사님?”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연히 참가한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변호사인 노형진이 그걸 사겠다고 나선 것이다.
“어, 노 변호사님? 뭔가 잘못 생각하신 거 같은데요.”
“전혀 아닙니다.”
“아니, 왜요?”
“두고 보면 알아요. 자, 경매관님, 뭐하십니까?”
“어…… 추가적인 구매 의사 있는 분 계신가요?”
의례적으로 물어보기는 했지만 상식적으로 이곳에 있는 사람은 변호사와 허만수 그리고 직원들뿐이니 살 사람이 있을 리 없다.
“낙찰되었습니다.”
노형진에게 낙찰되자 기가 막힌 성광중 변호사.
“아니, 이 쓰레기 같은 걸 사서 뭐하시려고요?”
텔레비전은 족히 10년은 되어 보이고 다른 가전제품들 역시 다 비슷한 연식이다. 당연히 이런 걸 가지고 가 봐야 팔리지도 않고 잘해 봐야 고철값이나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온갖 집 안 살림을 다 합쳐도 200만 원밖에 안 나오는 것이다.
“쓰레기를 샀으니 쓰레기 취급을 해야지요. 자, 그럼 일단 제가 낙찰받은 거니 저한테 자격이 있는 거죠?”
“그렇지요?”
노형진은 즉석에서 현금으로 계산하더니 어디론가 전화했다. 그러자 잠시 후 건장한 남자들 몇 명이 트럭을 타고 현장에 도착했고 그걸 모조리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설마 저런 고물을 그 기숙사 학교에 가져다 두려고 하는 건 아니죠.”
그 모습에 성광중이 기가 막혀서 물어봤다.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쓰레기는 쓰레기 취급을 해야지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시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노형진은 그저 미소를 지으면서 방금 전 사람들이 타고 온 트럭으로 가더니 뭔가를 꺼내 들었다.
“오함마?”
건물 파괴용 대형 망치. 속칭 오함마. 노형진이 그걸 꺼내자 다른 사람들 역시 오함마부터 쇠 파이프, 금속 배트까지 여러 가지 둔기들을 꺼내 들었다.
“잠깐 뭐하시려는 겁니까? 설마 그걸 부수…….”
와장창!
성광중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살 나면서 부서지는 텔레비전.
“으아악!”
너무 놀란 허만수는 비명을 질렀다.
“후우.”
텔레비전을 때려 부순 노형진은 몸을 일으키면서 씩 웃었다.
“여러분, 스트레스 풀 시간입니다. 다 부수세요.”
“네!”
“그렇지요!”
남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각자 무기를 들고 세간살이를 부수고 던지면서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와장창! 콰직! 우당탕!
엄청난 소리가 동네에서 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몰려나오기 시작했고 노형진은 그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스트레스 쌓인 거 있는 분들, 이거 다 부수어도 됩니다! 나와서 부수세요! 어서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저 멍하니 구경만 할 뿐이었다.
“하기 싫음 말든가. 성 변호사님도 하나 부수죠? 저 밥솥 멀쩡하네.”
“네? 하지만 이건 방금 압류된…….”
와장창!
그러는 사이 다시 세간으로 가서는 항아리를 박살을 내는 노형진. 그 안에 들어 있던 간장이 터져 나오면서 사방에 짠 내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후우, 좋네. 좋아.”
노형진의 기괴한 행동에 혼이 나간 듯한 얼굴이 되는 사람들.
“저기, 노 변호사님.”
“네? 왜요?”
“왜 이러시는 건지?”
“왜는요. 이건 제가 샀으니까 제가 마음대로 할 수가 있지요. 그러니까 제 마음대로 부수는 겁니다. 말씀하셨잖아요? 쓰레기 같은 물건이라고. 그러니까 쓰레기 취급하는 겁니다.”
“그래도…….”
와장창!
노형진은 멈출지 몰라도 다른 젊은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다. 순식간에 박살 나는 집기들을 보면서 입을 쩍 벌리는 사람들.
“더 부술 사람 없어요? 공구는 더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자자, 부담 없이 부수시라니까요.”
노형진은 손수 사람들에게 공구를 쥐여 줬지만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말리자니 그럴 수도 없는 게 노형진이 낙찰받은 이상 당연히 노형진의 물건이다. 자신의 물건을 부수는 것에 대해서 막을 수는 없는 일.
“대충 다 부순 거 같은데요?”
거의 한 시간 만에 집 안은 말 그대로 걸레짝이 된 쓰레기로 가득해졌다.
“자, 그럼 이대로 가지고 가서 고철상에 팝시다. 한 30만 원쯤 나오려나?”
“20만 원이나 나올까요?”
“괜찮으니까 그냥 가지고 가요.”
노형진의 말에 쓰레기를 타고 온 트럭에 가득 채우고 떠나는 사람들.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은 멍하니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 기분 좋네. 간만에 스트레스 풀었어요.”
“스트레스요?”
“네.”
“아니, 이게 무슨…….”
하지만 노형진은 성광중 변호사에게 대답하는 대신에 허만수에게 다가가서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당신의 미래를 보신 기분이 어떠신가?”
“무…… 뭐라고?”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제대로 반박도 하지 못하는 허만수.
“그거 알아? 세간에 대한 압류는 3개월마다 가능하지. 난 말이야, 3개월마다 와서 네가 가진 모든 세간살이를 살 거다. 그리고 다 박살 낼 거야. 3개월마다 말이지. 물론 네놈 월급도 압류할 거고. 과연 네가 저걸 사려면 얼마나 들까? 100? 200?”
압류란 기본적으로 터무니없는 가격이 매겨진다. 그래서 중고 거래하는 사람들이 물건이 괜찮으면 싹 쓸어 간다. 여기서 팔린 건 200만 원일지언정 그런 곳에 들어가서 수리되고 정리된 걸 산다고 하면 600만 원은 줘야 한다. 그나마 같은 등급의 오래된 물건은 없을 테니 사야 하는 가격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넌 세 달에 한번 집안이 박살 나고 난 스트레스 풀고. 좋네.”
그 말에 허만수는 입을 쩍 벌렸다.
“돈 주기 싫어? 주기 싫음 주지 마. 나 돈 많아. 과연 내가 가진 돈과 네가 빼돌린 돈 중에서 어떤 게 먼저 바닥을 드러낼지 한번 두고 보자. 후후후.”
노형진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허만수의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 * *
얼마 후 노형진을 찾아온 성광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때요?”
“어이가 없을 정도로 꼬박꼬박 주는데요?”
“그렇지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겁니까?”
“정신적 쇼크죠.”
“쇼크?”
“네.”
인간이 물건을 오래 쓰게 되면 애착이라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물건이 바로 눈앞에서 박살이 나는데 충격받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다.
“그냥 가져다 팔아도 되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200만 원은 넘을 건데요?”
“그러면 일이 귀찮죠.”
물론 압류해서 그걸 팔아서 계속 양육비와 상계 처리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들이 너무 손해다. 압류하기 위해서는 전국을 다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히 압류만 해서 파는 거면 정신적 쇼크를 못 줍니다.”
“그게 무슨 관계가 있다고…….”
“정신적 쇼크의 대상은 허만수만이 아니었습니다.”
“네?”
이해할 수가 없는 말이었다. 압류 대상은 허만수였다. 그런데 허만수만이 아니라니?
“그날 동네 사람들이 나와서 구경한 거 보셨죠?”
“네.”
“그 말이 과연 집주인의 귀에 안 들어갈까요?”
“당연히 들어가겠죠. 보아하니까 거기에 집주인도 있었던…… 아!”
“네, 그런 거죠.”
그런 일이 주기적으로 벌어진다면 어떤 집주인이 그에게 집을 주려고 할까? 더군다나 월세도 안 내면서 보증금에서 까려고 하는데. 당장 나가라고 할 것이고 방을 빼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계약 해지가 발생해서 그들은 월세 보증금을 가지고 올 수 있게 된다.
“더군다나 그 녀석은 그 근처에서 살 수도 없게 될 겁니다.”
“그렇군요.”
그렇게 되면 비싼 동네로는 가지 못하니 점점 싼 동네로 밀려날 테고 돈 몇푼 아끼려다가 점점 시궁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간단한 거죠. 매달 100만 원씩 손해 볼 것이냐, 아니면 매달 300만 원씩 손해 볼 것이냐.”
양육비 100만 원만 주면 이 모든 게 조용해지지만 안 주면 그때마다 집안은 박살 나고 집에서 쫓겨나고 새로운 세간살이를 사기 위해서 큰돈을 써야 한다. 그렇다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
“끝내주네요.”
“후후후.”
“그래서 세간을 일단 끌어낸 겁니까?”
“뭐, 그것도 있고요. 일단 아무리 제가 샀다고 해도 집 안에서는 사유지이니까 문제가 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집 앞의 도로는 공공으로 쓰는 공간이지, 자신이 거기서 뭘 하든 그 후에 치우기만 하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좀 강한 거 아닌가요?”
“어차피 인간 같지도 않은 놈들입니다.”
자기 자식을 학대하는 인간들이 과연 제대로 된 인간일까? 그럴 리 없다.
“결국 자업자득인 거죠. 후후후.”
“그런가요? 하아…….”
성관중은 고개를 흔들면서도 노형진의 방식이 지극히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절묘하게 사회적으로 매장시킴으로써 그가 그 자리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노 변호사님.”
“네?”
“다른 압류 건이 있는데 지난번에 그 사람들 소개 좀 시켜 주시지요.”
그 말에 노형진은 미소로 답했다.
“기꺼이 그렇지요. 후후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