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5)
노형진이 들어가자 피고인 측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매매를 이렇게 숱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성적으로 깨끗하다는 기본 명제를 무너트리기 때문이다.
“변호인, 질문하십시오.”
판사의 말에 변호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증인은 그곳이 성매매 장소인 걸 어떻게 알고 있었습니까? 누군가에게 들었습니까?”
“아닙니다. 제가 손님이었습니다.”
“그럼 성매매를 인정하는 겁니까? 그건 불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어떻게 해서든 증언을 번복시키려는 변호사. 하지만 노형진이 그걸 그냥 둘 리가 없다.
“재판장님, 지금 변호인은 증인에게 겁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증인의 범죄행위는 공소시효가 훨씬 지났습니다.”
“인정합니다.”
누가 봐도 겁주는 상황이었기에 판사는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3년 후에도 가격이 안 올랐다는 건데, 물가가 다 오르는데 그건 안 오른 이유가 뭘까요?”
“비싸니까요. 사실 1회 20만 원이면 엄청나게 비싼 겁니다.”
“그럼 증인은 피고인이 성매매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럼 성매매를 한 적이 없다는 거네요?”
“알 수가 없습니다. 전 3년 전 예편했고 피고인은 2년 전에 왔다고 들었습니다.”
피고인에 대해서 반박 질문을 해야 하는데 애초에 피고인에 대해서 알지 못하니 반박할 거리도 없었다.
“질문을 마치겠습니다.”
피고인 측 변호사는 아래로 내려가 장갑수와 무슨 이야기를 하더니 판사를 바라보았다.
“잠시 휴정을 요청합니다.”
“인정합니다. 20분간 휴식 후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냉큼 봐주는 판사를 보면서 노형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자네, 이러기인가?”
“제가 뭘 어쨌는데요?”
“그거야…….”
그는 검찰관이고 사회의 검사와 똑같다. 그리고 그의 임무는 범인을 잡는 거다.
“우리의 입장은 생각 안 하나?”
“입장요? 무슨 입장요? 서로가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끝 아닌가요?”
“하지만…….”
“아니면 피고인이 처벌받으면 안 되는 무슨 사유라도?”
“…….”
“하실 말씀이 없으면 전 다음 재판을 준비해야 해서요.”
“자네, 후회할 걸세.”
노형진을 노려보면서 멀어지는 변호사들. 노형진은 그들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후회할 거면 이 삶을 선택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이 죽는 순간까지의 미래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갑부는 아니지만 상당한 부자가 될 수 있는 정보들이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생각해 봐야겠네.’
지금까지는 미성년자에 돈이 없어서 공부만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성인이 되었고 연수원 시절에 벌어 둔 돈도 있다.
‘겸업 금지 때문에 지금은 뭘 할 수 없지만…… 투자 정도는 가능하겠군.’
돈이 많으면 좋다. 생활도, 인생도 편하다. 결정적으로 압박을 줄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바로 돈이다. 당연히 돈만 있으면 무시할 수 있다.
“뭘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 윤보미 중사님.”
“아주 박살을 내 놓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서기가 제3사관학교 동기입니다.”
“아!”
하긴, 처절할 정도로 박살이 난 것일 게다. 생각지도 못한 증거들로 피고인의 믿음에 확실한 상처를 내 놨으니까.
“휴정이라니 어지간히 다급했나 보네요.”
한국은 휴정이 상당히 드물다. 그런데 그걸 신청하고 받아 줬다는 건 피고인 측도, 판사도 상당히 당황한 상태라는 뜻이다.
“20분 동안 머리 빙빙 돌려 보라고 하십시오. 제가 그놈들 머리 꼭대기에 있을 테니까.”
“그 20분이 지났습니다.”
“아.”
어느샌가 벌써 20분이 지난 것이다. 노형진은 자신의 서류 가방을 들었다.
“윤 중사님.”
“말씀하십시오.”
“부탁 하나 들어주십시오.”
“어떤 부탁요?”
“뽀글이 하나 끓여 주십시오. 식기 전에 모가지를 따 오겠습니다.”
“풋.”
그 말에 윤보미 중사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재판이 시작되었다. 변호 장교는 똥 씹은 얼굴로 다시 자리로 들어왔다. 솔직히 20분 안에 해결책이 나올 만큼 만만한 사건이 아니니 딱히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노형진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건데 그마저도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기존의 증거에서 보다시피 국가를 방위하는 대령이라는 계급을 가지고 피고인은 한 달 최소 4회, 최대 8회에 걸쳐서 성매매를 하며…….”
변호 장교는 마음이 다급했다. 물론 성매매를 했다는 것이 강간 미수를 했다는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형님이 누군가? 경기도지사 장갑만이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대령이 돈이 많이 나온다고 한들 한 달에 8회씩 성매매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가족도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그럼 그 돈이 나올 구멍은 한 곳뿐이다.
“이의를 신청합니다. 검찰관은 피고인이 성매매를 했다고 확신하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판사는 냉큼 변호 장교의 편을 들어 줬다.
“그래서 노래방 업주를 증인으로 신청하고자 합니다.”
“뭐요? 노래방 업주?”
“그렇습니다. 노래방 업주를 증인으로 신청한 후 그와 관계를 맺은 여성들을 불러올 생각입니다. 허가해 주시겠습니까?”
‘안 할 수가 없을걸.’
애초에 노래방에 대한 성매매 고발이 들어갔다. 당연하게도 그런 업소의 관리는 소위 말하는 바지 사장, 즉 가짜 사장들이 하기 마련이다. 성매매 사실은 부정할 수 없으니 대신 처벌받기 위해서다.
“이의를 철회하겠습니다.”
변호 장교의 말에 판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자신이 보지도 않고 이의를 인정했는데 그걸 철회하면 어쩌란 말인가? 판사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번 건 블러핑, 즉 허세였다. 어차피 바지 사장이 처벌받아도 그는 아가씨들을 공개하지 않는다. 장사는 계속해야 하니까. 하지만 저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당장 아가씨가 와서 성매매했다고 하면 빼도 박도 못하는 것이니 그저 합리적인 의심 수준으로 남기는 게 최선이다.
“철회를 인정합니다.”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는 건 그들이었다.
“하지만 재판장님, 성매매는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강간 미수와 동일한 범죄에 속하는 것은 아닙니다.”
맞는 말이다. 군인의 성매매는 도의적으로 지탄받을 일이기는 하지만 생리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제한일 뿐이다.
‘네가 어쩔 거냐?’
강간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니 저쪽은 강간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내놓을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경우, 보통은 피해자의 진술을 중요 증거로 다루지만 저쪽은 장갑수를 보호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이상, 진술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재판장님, 검사는 피고인의 강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전혀 제출하지 아니한 채로 피고인이 과거 성매매 전력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마치 강간범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증거도 없는 그의 주장은 그저 희생양 만들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쪽이 자신 있게 나설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증거가 있을 수 없다는 것.
“인정합니다. 검사 측은 확실한 증거를 내놓으세요.”
“알겠습니다.”
노형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걸 본 변호 장교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확실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고개를 끄덕거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야, 저건 뻥이야. 남아 있는 게 있을 리가 없어.’
그 당시 증거가 될 만한 기록들은 모조리 삭제했다. 길거리의 CCTV도, 다른 가게들에 있는 외부 카메라도 확인했다.
“갑제 6호증 감시 카메라 동영상을 제출합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난 변호 장교.
“그게 왜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건…….”
변호 장교는 아차 싶었다. 하지만 한번 먹잇감을 문 노형진이 물러날 리가 없다.
“조사하다 보니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일단의 무리가 몰려다니면서 그 당시 카메라 영상의 삭제를 요구했다고 말입니다.”
“…….”
“그런데 그걸 요구한 걸 아셨나 봅니다.”
“…….”
변호 장교가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하자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재판장님.”
“말하세요.”
“피고인의 변호인을 증거인멸 혐의로 고발하는 바입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헛소리야!”
“증거 있어?”
버럭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노형진은 그들을 보면서 코웃음을 쳤다.
“증거요? 있지요.”
뭔가를 대기 중인 모니터에 끼우고 작동시키는 노형진. 그러자 곧 동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네? 그 당시 영상 자료를 삭제하라고요?
-하십시오.
-하지만…….
-만일 하지 않으실 경우, 부대를 통해서 이곳에 대한 압박을 가할 겁니다. 이곳은 군대를 통해서 먹고살죠? 만일 군인들이 이곳에 오지 않는다면 그 미래는 뻔할 텐데요?
-…….
-삭제하십시오. 다른 곳들도 다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거부하시면 피곤해질 겁니다.
-네.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를 비켜 주는 주인. 그리고 그 남자는 그 주인의 자리로 들어가서 직접 컴퓨터를 뒤져서 그날 있었던 외부 카메라의 영상을 몽땅 삭제했다.
-이 일을 발설하면 재미없을 겁니다.
마지막까지 상인을 협박하고 떠나는 남자. 그 남자는 누가 봐도 변호 장교였다.
“바보 같은 실수를 하셨더군요.”
바보같이 그는 그 강간 사건 당일 기록만 삭제했지, 자기가 왔다 간 그날의 기록은 삭제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곳은 다른 곳과 다르게 음성 녹음까지 되는 카메라였던지라 얼굴과 목소리까지 모조리 녹음된 것이다.
“재판장님…… 이것은…… 법률상 변호인의 비밀 유지 조항에 의거하여…….”
“재판장님, 비밀 유지 조항은 변호인이 의뢰인의 범죄 사실이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알게 되었을 때 공개하지 않아도 처벌하지 않는 규정이지,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증거를 삭제하는 것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 말에 입을 다무는 변호 장교.
“재판장님.”
“으윽.”
재판장은 이를 악물었다. 안 그래도 그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 언론에 새어 나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변호 장교가 증거를 훼손했다는 사실까지 새어 나간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 뻔했다.
“헌병, 변호 장교를 체포하세요. 피고인의 변호 장교가 없으므로 재판은 연기하겠습니다.”
“자, 잠깐만요! 재판장님! 재판장님!”
그러나 증거가 너무 명확했기 때문에 그는 속절없이 끌려갔고 판사는 노형진을 무섭게 노려보다가 바깥으로 나갔다.
“아, 속이 다 시원하네.”
재판정 바깥으로 나가자 거기에는 윤보미 중사가 어이가 없다는 듯 서 있었다.
“중사님, 뭐 하세요?”
“지금 그런 질문이 나오세요?”
상대방은 중령 계급을 가진 변호 장교다. 즉, 말뚝 박은 군인인 동시에 노형진의 상관이기도 하다는 소리다. 그런 그를 재판정에서 체포시켜 놓고 뭐 하냐니?
“뽀글이는요?”
“네?”
“뽀글이요. 제가 부탁드렸잖습니까? 뽀글이가 다 식기 전에 모가지 따고 온다고.”
그 말에 윤보미는 시계를 봤다. 진짜로 시간상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한 10분 정도. 그 정도면 물을 끓여서 뽀글이를 만들 경우, 딱 익었을 시점이었다.
“맙소사.”
윤보미 중사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네놈이 네 죄를 알렷다?(1)
언론은 발칵 뒤집혔다. 안 그래도 유태만이 이걸 정치권으로 끌고 올라가서 부담스러워 죽겠는데 장갑수의 변호 장교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체계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나면서 여성부에서도 감찰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결국 국방부 감찰대에서 감찰에 착수했다.
“이제는 좀 공평해지겠습니다.”
판사도 바뀌고 변호사도 바뀌었다. 수사 결과, 변호 장교와 판사가 수시로 회동한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공평요? 지금 대한민국 군대를 발칵 뒤집어 놓으셨잖습니까?”
“정의만 세운다면 천 번이든 만 번이든 뒤흔들 수 있습니다.”
“끙.”
가뜩이나 대형 사건이 이제는 초대형 사건으로 커졌고 얼마 후 있을 지역 선거에서 안 그래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야당 측에서는 벌 떼처럼 일어나서 공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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