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53)
“여보.”
“응?”
전진만은 안으로 들어와서는 아내가 자신을 부르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
“왜?”
“요즘 경찰이 이 주변을 돌아다니나 봐요.”
“경찰이? 왜?”
“실종자를 찾는다는데요?”
“실종자를?”
그 말에 그는 심장이 무너지는 듯했지만 애써 태연하게 반문을 했다.
“실종자가 한두 명인가? 여기는 미국이야.”
“그렇기는 하죠. 그런데 이번에는 좀 특이하네요. 20세에서 30세 사이 동양인 여성이래요.”
“뭐라고?”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요?”
“아…… 아니야. 그냥…… 누가 생각나서. 경찰이 뭐라는데?”
“이 주변에서 20대에서 30대 사이에 동양인 여성이 실종된 걸 찾는데요. 그리고 보면 옆집에 살던 안나랑 저기 한 블록 너머에 살던 대경 씨 딸도 실종되었잖아요.”
그 말에 전진만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당시에는 가출로 처리되었는데 말이죠.”
“가출일 거야.”
“그런데 경찰이 다니는 거 보니 영 기분이 찝찝하네요.”
“별일 있겠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전진만은 너무 심장이 떨려서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왜 그래요?”
“별거 아냐. 그래서 뭐라는데?”
“뭘요?”
“경찰이 뭐라고 하냐고.”
“저한테는 별말 안 했어요.”
“안 했다고?”
“네,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
“뭐가?”
“이 주변에 다 물어보고 다니는 것 같은데 정작 우리 집에 안 왔네요. 나 없을 때 왔다 갔나?”
“우…… 우리 집에 안 왔다고?”
“네, 주변 동네 사람들한테 들은 거라. 어머, 여보? 왜 그렇게 식은땀을 흘려요?”
“아니야, 몸이 안좋아서.”
전진만은 직감적으로 일이 글러 먹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의 집만 안오는 경찰이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어디서 걸린 거지? 걸릴 만한 것이 없었는데?’
그건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확실하지 않다고 해도 경찰 그리고 눈치를 봐서는 FBI까지 자신을 추적하는 것이 확실했다.
“연쇄 살인범이라니, 어디 무서워서 살겠어요? 여보, 왜 그래요?”
“아니야……. 몸살 기운이 좀 있나 봐.”
그는 애써 둘러대면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난 가서 쉴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불러. 저녁 생각은 없어.”
“알았어요.”
대수롭지 않게 멀어지는 아내를 보면서 전진만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씨발…….’
그는 올라오자마자 전화기를 들어서 팀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미스터 전?”
“팀장님. 혹시 저에 대해서 캐물었다는 녀석들 말입니다. 뭐 물어봤나요?”
“글쎄? 별거는 없는 것 같은데? 사회생활이나 일에 대한 적응성이나……. 스카우터인가 했는데?”
“아니요……. 그건 아닌 것 같아서요.”
“그래? 흠…… 이상하네……. 대부분 업무 관련이더라고. 뭐, 내가 팀장이기는 하지만 이 회사가 오래 다닐 곳은 아니잖아. 그래서 스카우트라도 하려나 보다 했지.”
“그럼 그런 것만 물어봤나요?”
“어디에 출장을 다녀왔냐고도 물어봤던 것 같아.”
“출장요?”
“그래.”
“아…… 알겠습니다.”
“미스터 전, 무슨 일이야? 목소리가…….”
하지만 전진만은 더 이상 통화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러고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씨발…….”
그동안 감춰 왔던 비밀이 탄로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 *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잘하셨네요.”
노형진은 멀리 떨어진 집에서 그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망원경을 통해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하는 전진만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뭐,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미국에서 일종의 해결사처럼 활동하는 사람이었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게 사설탐정이 합법이다. 그래서 그들은 활동하면서 이런저런 일도 함께한다. 노형진은 그중에서 자신이 기억하는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을 고용한 것이다.
“그나저나 저 녀석 행동을 보면 켕기는 게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연쇄 살인입니까?”
“어떻게 아셨습니까?”
“뻔하죠. 20에서 30대, 여성, 동양인, 실종자 수색, 출장장소 확인. 이 모든 게 연결되면 한 가지 결론밖에 안 나오거든요.”
데이비스는 망원경에서 눈을 떼면서 말했다.
“이런 사건을 하다 보면 수많은 범죄자를 만나기 마련이니까요.”
“하긴 그렇겠네요. 네, 맞습니다. 연쇄 살인을 추정하고 있지요. 다만 꼬리를 잡지 못해서요.”
“흔들어 볼 생각이신 거군요.”
“네.”
살인범들은 자신들만의 취향이 있다.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 살인범들은 그런 것에 무척이나 예민하다.
‘그리고 그 녀석의 취향은 이미 알고 있지.’
한국에서 살인했다, 그것도 다섯 번이나. 그때는 어려서 시체 처리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사람이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기 마련이다. 설사 그게 살인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러면 얼마나 될까요?”
“모르겠습니다.”
연쇄 살인이라는 말에 데이비스는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연쇄 살인을 쉽게 대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더더욱 심각하게 대한다. 도리어 쉽게 대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한국은 사람을 죽여서 토막 내도 30년이면 풀려나는 나라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그래서 노형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도망갈 텐데요?”
“당연히 가겠지요.”
“네?”
“그게 목적입니다. 저 녀석이 갈 곳은 뻔하거든요.”
“……?”
“그런 게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확실하게 처리해야겠지요. 제가 부탁한 것은 가지고 왔습니까?”
“네, 그걸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는 한 뭉치의 서류를 건넸다. 그건 해당 지금까지 전진만이 출장을 간 지역에서 동일한 시점에 실종된 여자들에 대한 기록이었다.
“확실하군요.”
노형진은 그 기록을 보면서 그가 아직까지 그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가 출장을 가는 곳에서 동일한 시점에 실종된 여자만 여든 명이었다. 그것도 20대에서 30대 여성만. 그중에서는 시체가 발견된 적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강간의 흔적은 없는데 유전적인 증거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나저나 저 여자도 불쌍하군요.”
“네?”
데이비스는 망원경 너머로 보이는 전진만의 아내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결혼했는데 남자는 성 불구인 데다가 알고 보니 연쇄 살인범이라니.”
그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녀로서는 땡 잡았을걸요?”
“네? 왜요?”
“뭐, 원래 남자 집안이 워낙 대단했으니 팔리다시피 결혼했겠지만 애정 있는 결혼이었겠습니까? 그 상황에서 남자가 고자라니, 보통 여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 말에 데이비스는 피식 웃었다.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다. 일반적인 여자들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이혼할 것이다.
“그리고 연쇄 살인범이라면 아주 당당하게 이혼할 수 있지요. 더군다나 전 재산을 가지고 말입니다.”
“그런가요?”
“네.”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서류를 정리했다.
“그럼 마지막 정리를 해야겠군요.”
노형진은 정리한 파일을 다시 봉투에 집어넣었다.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후후후.”
* * *
“후우.”
전진만은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도무지 집중되지 않았다.
“왜 그래, 미스터 전?”
“아닙니다, 몸이 안 좋아서.”
“차라리 병가라도 내지그래?”
“그래야겠네요.”
그는 여기서 있으면 더 의심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으로 가기 위해 일어나려고 했다.
“미스터 전, 전화왔어요.”
“전화?”
막 일어나는 시점에 전화가 왔기 때문에 전진만은 눈을 찡그리면서 전화를 받아 들었다.
“네, 전진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여기는 FBI 사무실입니다.”
“네?”
무심결에 받은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전진만은 당황한 듯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사실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여기에 와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 그게……. 언제 가면 되나요?”
“내일 오후 2시까지 와 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는 짧은 대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에 그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미스터 전? 왜 그래요?”
“아닙니다.”
그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그렇게 될 리가 없었다.
‘어쩌지? 알아챈 거야. 그러니까 날 오라고 하는 거겠지? 출두해? 씨발……. 출두해서 뭐라고 할 거야? 내가 죽였습니다?’
물론 FBI는 그가 연쇄 살인범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데이비스는 모든 실력 있는 탐정이 그렇듯이 내부에 라인이 있었고 그 라인을 통해 정리된 서류를 주면서 의심스러우니 한번 전화 좀 달라고 한 것뿐이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잡으면 좋고 아니면 말라는 생각으로 한 것뿐이지만 그동안 주변에서 감시받아 온 전진만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그런 게 아니었다.
‘당장 튀어야 해……. 아내는? 씨발, 알게 뭐야…….하지만 어디로 가지? 당장 어디로 가느냔 말이야.’
그는 그 순간 한 곳이 생각이 났다. 고향. 그곳에서 아버지는 막대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서 집안이 많이 몰락했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했다. 아직까지 아버지와 연이 닿아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곳에서 벌인 사건은 공소시효가 벌써 한참 전에 끝난 상황.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미스터 저! 어디 가요?”
하지만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그는 다급하게 공항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 * *
“전진만이 입국했답니다.”
미리 한국으로 들어와 있던 노형진은 계획대로 움직이는 전진만의 소식에 피식 웃었다.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가 갈 만한 곳은 한국뿐이거든요.”
“그런데 왜 그 녀석이 한국에 온 겁니까?”
“제가 미국에 가서 장난을 좀 쳤거든요.”
미국에서 그런 범죄를 저지른 것이 발각되면 빼도 박도 못하고 전기의자 형이다. 그러니 당연히 도망가려고 할 텐데, 그가 도망갈 수 있는 곳 중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은 대한민국뿐이다.
‘뭐, 지금쯤이면 미국에서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FBI가 바보는 아니다. 간단한 호출 부탁에 제대로 말도 안 하고 한국으로 튀어 버린 녀석인 만큼 의심하게 될 테고 그의 행적을 조사하면서 자신이 준 서류를 비교하면 그가 연쇄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아낼 것이다.
“그럴 거면 미국에서 처벌받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송정한은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여기는 처벌이 약하다.
“우리는 정의를 지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의뢰인을 꺼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끄응…… 그렇지.”
“그리고 이번에는 아마 그렇게 처벌이 약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나? 벌써 25년 전 사건일세.”
“압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녀석이 자수할지도 모르지요?”
“허? 자수?”
“네.”
“그게 무슨…….”
“그런 게 있습니다. 하하하.”
노형진의 웃음에 송정한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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