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54)
>4장. 진퇴양난이 뭔지 알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전진만의 아버지인 전상무는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왜 미국에서 온 거냐!”
“이참에 한국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살까 해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갑자기 날 모시고 살겠다고? 자기 처도 버리고 회사에 말도 안 하고 갑자기 한국을 와? 이 아비가 바보인 줄 아느냐!”
하지만 전진만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전상무는 그걸 보면서 점점 얼굴을 일그러트리기 시작했다.
“너 이 새끼…… 거기서 무슨 짓을 한 거야?”
문득 25년 전 일이 기억나면서 그는 등골이 오싹했다. 그 당시 그는 모든 힘을 다해 그 사건을 덮었다. 그 과정에서 전혀 엉뚱한 사람을 제물로 바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렇게 도피시킨 녀석이 다시 한국에 들어오다니.
“딱히 한 건 없습니다.”
“딱히 한 게 없다고? 그런 녀석이 왜 갑자기 한국으로 도망치듯 들어온단 말이냐!”
“그냥 약간의 오해가…….”
전진만은 길길이 날뛰는 아버지를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존재. 자신의 남성적인 부문을 닮고 싶은 사람. 하지만 절대로 그럴 수 없는 존재. 아버지.
“그냥 한국에 쉬러 들어온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애써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전상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망할 놈”
“…….”
“당분간 본가에서 지내라. 내 처가에는 잘 말해 보마.”
전상무는 분노에 찬 얼굴로 바깥으로 나갔고 전진만은 고개를 숙인 채로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 * *
“전진만…… 너 이 새끼.”
멍이 시퍼렇게 멍든 얼굴을 한 송종환은 문에서 나오는 전진만을 바라보았다.
“진짜였구나.”
얼마 전, 그가 집에서 나오는 순간 건장한 남자들이 갑자기 자신을 끌고 강제로 봉고차에 태웠다. 그 과정에서 저항했지만 돌아온 것은 구타뿐이었다.
‘그때 사고가 안 났더라면…….’
막 코너를 도는 순간 사고가 나서 그 틈에 탈출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아마 어디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그 이야기가…….’
자신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정리가 필요하다는 그의 말. 물론 노형진이 한 말이었지만 송종환은 지금 그 말의 뜻을 알것 같았다.
“망할 놈의 새끼.”
원래 인간이라는 존재는 믿음을 줬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면 더 강하게 분노하기 마련이다. 물론 누군가 짰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안 들어오던 인간이 들어오고 그것도 모자라서 동시에 자신에 대한 린치가 가해졌다. 생각해 보면 그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분명히 과거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평생을 범죄자로서 살아온 그로서는 그 방법은 하나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언젠가 네놈에게 복수하리라.”
송종환은 보디가드의 경호를 받는 전진만을 보고 이빨을 갈 뿐이었다.
같은 시각, 좀 떨어진 차량에서 서규택은 그 모습을 카메라로 보고 있었다.
“이게…….”
“제 말을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한국으로 들어온 전진만. 숨어서 전진만을 바라보면서 이빨을 박박 갈고 있는 송종환. 그리고 전진만을 밀착 경호하는 경호원들. 그 모든 것이 송정한이 말한 대로였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맞군요……. 진짜로 전진만이 돌아왔어요…….”
서규택은 자신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었다. 지난 수십 년간 잊고 있었던 그 모든 사건이 생각하면서 새로운 공포가 밀려왔다.
“정신 차리세요. 이대로 물러나면 당신의 인생은 끝입니다. 그냥 표현적인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
“으으으…….”
그 말에 서규택은 어떻게 해서든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송종환이 전진만을 지극히 따랐던 것은 알고 있다. 자신은 그가 떠나고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기회라 생각하고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송종환이라면 그러지 않고 끝까지 연락을 주고받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리하려고 한다는 건…….’
전진만이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이라는 뜻이다. 하긴 사람을 웃으면 죽이는 모습에서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쯤인 알고 있었다.
“마음의 결정은 하셨습니까?”
“네.”
서규택은 마음의 결정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내일 바로 시작하지요.”
노형진은 그런 그를 다독거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25년간 은폐되어 있던 비밀이 밝혀지다.
정부 차원에서 은폐된 살인의 비밀
얼마 후 대한민국 언론은 한 가지 소식을 가지고 엄청나게 큰 난리가 났다. 25년 전에 억울한 사람을 감옥으로 보냈던 살인 사건. 그 진범, 아니 진범가 함께 있었던 사람이 양심선언을 한 것이었다.
“전 그 당시 그 여자분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하기 싫었지만 전진만은 잭나이프를 제 목에 들이밀었습니다. 그 전에도 몇 번이나 사람을 죽였던 그였기 때문에 저항하면 죽인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녀석은 그 당시 자신의 가방에 남자의 성기 모양으로 자른 나무토막을 들고 다니면서…….”
언론에서 모르던 비밀. 경찰이 그동안 감춰 오던 비밀까지 모조리 까발려지자 대한민국은 격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우리 새론에서는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특정 범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건이 벌어졌으며 그로 인해 우리의 의뢰인은 무려 25년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노형진은 때를 맞춰서 새론에서 이번 사건을 담당하여 변론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전진만 측에서는 철저하게 개소리라고 주장했다.
“벌써 25년 전 사건입니다. 관련된 증거도 없었구요. 물론 우리 의뢰인인 전진만 씨가 그 당시 공교롭게도 유학을 간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건 다 나라의 발전을 위한 구국의 결단이었습니다. 유능한 인재가 나가서 배워 오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었고…….”
전진만 측의 변호를 담당하기로 한 변호사의 말에 노형진은 코웃음이 나왔다.
“지랄한다.”
그렇게 나라를 생각하는 놈이었으면 공부가 끝났으면 한국으로 돌아왔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대한민국에 들어온 적이 없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좀 더 확실한 증거가 있으면 좋겠군.”
송정한 변호사는 변론을 하기로 하면서 조용히 서류를 정리했다. 자신이 마무리 짓고 싶다는 생각에서 나선 것이지만 그가 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노 변호사가 확실한 증인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증인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 증거 능력이 약해. 지난 25년간 바깥으로 나간 적도 없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이고 그에 반해 전진만은 썩어도 준치라고 아직까지 그의 집안에는 정부 곳곳에 강력한 연줄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이 사건에서 이기기는 힘들 것 같아. 후우, 내가 의뢰인에게 쓸데없는 희망을 준 건 아닌지 모르겠어.”
송정한은 우울하게 말했다. 확실히 25년 전 사건으로 이제 와서 승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물며 그 증거라는 것이 그 당시 함께 있었다고 주장하는 정신병자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렇기는 하지요. 하지만 우리는 안집니다.”
“노 변호사가 우리를 위해 해 준 것은 고맙게 생각하네. 하지만 증거를 봐서는 그가 유리해. 자백하지 않으면 말이지. 그 당시 그가 들고 다녔다는 성기 모양의 나무토막나 강간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었다는 다른 증거가 있다면 모를까, 단순히 정신이상으로 보이는 남자의 증언만으로 진실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해. 어떤 식으로 흔적이 남기지 않았는지 말했지만 그건 조그만 생각해 보면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니까. 그렇다고 그 나무가 지금까지 있을 것 같지는 않고.”
“걱정하지 마시리니까요. 이건 이길 수밖에 없는 사건입니다. 그러니까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지요.”
“이게 이길 수밖에 없다고?”
“네.”
송정한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리 봐도 이기기는커녕 제대로 통과되는 것조차도 불투명한 사건이었다. 증거도 없고 증인에 대한 신빙성도 떨어진다.
“일단은 적극적으로 하고 계세요. 전 필살기를 준비하러 갔다 오겠습니다. 으하하하.”
노형진이 가진 필살기를 이해하지 못한 송정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 * *
“서울은 추운데 여기는 덥네.”
노형진은 공항에서 내려서 뜨거운 태양을 보면서 눈을 찌푸렸다. 물론 한여름의 그것은 아니라지만 확실히 미국의 남부는 상시 여름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더운 곳임이 틀림없었다.
“미스터 노!”
저 멀리 팻말을 흔들면서 서 있는 한 남자. 데이비스를 발견한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들었다.
“반갑습니다, 데이비스”
“미스터 노야말로 반갑습니다. 금방 오셨군요. 한국 쪽에서 재판할 거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건 다른 분에게 맡기고 왔습니다. 범죄와 싸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요.”
“하긴. 미스터 노와 일하는 사람이면 상당히 유능한 분들이겠군요.”
“네, 아주 유능한 분들입니다.”
데이비스의 차에 타면서 노형진과 그는 수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수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FBI가 눈치채고 수사하고 있습니다만 증거는 나오지 않더군요. 치밀하게 한 모양입니다.”
‘그렇겠지.’
수년간 걸리지 않고 조용히 살인하던 녀석이다. 그런 녀석인 만큼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을 리 없다.
“물론 이걸 모른 경찰도 문제지만요.”
“압니다. 아무래도 피부색에 다른 차별이 사라진 게 아니니까요.”
미국이 아무리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차별은 존재한다. 백인 여자가 사라지면 난리가 나지만 흑인 여자가 사라지면 그러려니 하는 게 현재 경찰의 태도다. 하물며 동양인 여자는 그런 흑인보다도 더 아래다. 주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여간 의심해서 수사하곤 있습니다만 확실한 게 나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래요?”
“네, 실종자가 그가 움직인 시점에 생기기는 했지만 시체가 없는 거죠. 아시다시피…….”
“네, 시체가 없으면 살인도 없다는 거죠.”
“잘 아시네요.”
시체가 없으면 살인도 없다. 그건 법에서 말하는 확실성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온갖 정황증거는 말 그대로 정황증거일 뿐이다. 시체가 없으면 그가 도망가서 숨었는지 가출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흠…….”
“자리를 잡고 살인한 녀석이면 동선이라도 있을 텐데 그것도 없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한 녀석이다 보니 수색할 만한 단서도 없는 모양이군요.”
“그래서 제가 온 겁니다. 그 시체를 찾기 위해서요.”
“네?”
노형진의 말에 데이비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경찰과 FBI는 시체들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서 사방을 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체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그걸 찾기 위해서 온 거라니?
“전 그 녀석을 오래 쫓았습니다. 그러니 이쪽에서 모르는 정보도 있지요.”
“아!”
그 말에 데이비드는 납득한다는 얼굴이 되었다. 한국은 경찰들이 한 사건을 개인적으로 추적하는 것이 드물지만 미국에서는 많은 경찰들이 한 사건을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수사하기도 하기에 충분히 이해가 갔던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그런 노력으로 콜드 케이스, 즉 미제 사건들이 해결되기도 한다.
“그러면 그 녀석이 어디에 시체를 감췄는지 알 수 있단 말입니까?”
“네, 일단은 그 녀석의 집에 가 봐야겠지만요.”
“집에요?”
“그 녀석은 일종의 암호 같은 걸로 남기거든요.”
“암호?”
“네, 그런 게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 들어갈 수 있나요?”
“원래는 안 됩니다만…….”
다른 사건도 아니고 연쇄 살인범의 집이다. 아무나 쉽게 들여보낼 수는 없다.
“한번 이야기해 보죠.”
하지만 데이비드는 한 번은 들어가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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