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57)
미치지 않고서야 누가 그걸 인정하겠는가? 하지만 그다음 순간 사람들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잊어버렸다.
“네, 그 사건은 제가 벌인 일이 맞습니다.”
“뭐라고?”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미친 거 아냐?”
웅성거리는 사람들.
“아, 조용조용!”
재판장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사람들을 조용히 시켰다.
“감사합니다, 재판장님. 그럼 이제 증인의 증언을 들어 보죠. 증인, 그 당시 일을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
그렇게 천지가 개벽할 증언이 계속 이어지기 시작했다.
* * *
“노 변호사,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저 미친놈이 왜 자기 죄를 자수한 거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잘 살던 놈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죄를 인정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는 송정한은 노형진을 다그칠 수밖에 없었다.
“살고 싶으니까요.”
“살고 싶다고?”
“네.”
“아니, 왜? 누구 죽인대?”
“미국에서요.”
“미국? 미국에서 그 녀석을 왜 죽이려고 하는데?”
“사실은 말입니다. 후후후.”
미국에서 그는 80건에 대한 살인으로 기소되었다. 그곳의 사건은 한국과 다르게 증거도 사방에 있고 또 여전히 수사 중이다. 당연히 미국에서는 한국에 범죄자인도 요청을 했다.
“그런데 만일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끄응…… 알 만하군.”
한 건도 아니고 여든 건에 대한 살인 사건이다. 100% 전기의자로 사형당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처벌받으면 살 수는 있죠.”
더군다나 한국의 감옥에 있으면 부모의 힘으로 편한 삶을 살 수도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다른 죄수보다 상대적인 것이지만 말이다.
“그럼 그 녀석은 무슨 선택을 할까요?”
“대충 알겠군.”
살아야 하니 한국에서 벌어진 범죄에 대해서 자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한국 감옥을 들어가려 할 것이다.
“아마 지금쯤 전과 다르게 최대한 형량을 높이려고 사방에 노력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겠군.”
일반적으로 이런 사건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면 길어봐야 15년에서 20년 사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출감과 동시에 미국으로 강제송환이 되며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한국과 다르게 미국은 여전히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얼마나 잘나가는 사람의 아들이든 미국의 입장에서는 가소로울 뿐인데 그나마도 이제는 권력자의 아들도 아니다. 그저 과거의 끈이 있을 뿐. 당연히 미국으로 보내면 살아 돌아올 수가 없다.
“그 녀석을 살리려면 방법은 한 가지뿐입니다. 평생토록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거죠.”
“크하하하!”
송정한은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난 생각도 못했네. 설마 자발적으로 감옥에 영원히 들어가게 만들 줄이야.”
“안타까울 뿐이죠.”
그는 엄청나게 사람을 죽인 범죄자다. 하지만 현행법상 노형진이 할 수 있는 것은 이게 다였다. 감옥에는 넣을 수 있겠지만 그에게 합당한 처벌인 사형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네요.”
“아닐세. 의뢰인은 풀려났고 그 녀석은 감옥에 들어갔어. 한국의 현실을 보면 충분히 성공한 거야.”
물론 그를 미국에서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면 그는 사형이라는 합당한 처벌을 받을지는 몰라도 의뢰인을 꺼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야. 자네는 충분히 할 만큼 했어. 이제 의뢰인은 넉넉한 노후 자금으로 잘 살면 그만일세.”
“그래요?”
“그래. 벌써 난리가 났다네.”
그 당시 사건을 조작했던 경찰. 압력을 행사했던 군인 그리고 정부의 손해배상 등을 합하면 억울하게 감옥에 갔다 왔다고 하지만 일단은 노후자금은 어느 정도 될 것이다. 물론 그동안 잃어버린 삶의 기회를 다시는 되찾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모든 게 잘 끝난 걸세. 딱 한 명만 빼고 말이지. 하하하!”
송정한은 수십 년 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문제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호탕하게 웃을 수 있었다.
* * *
“젠장…….”
전진만은 이를 박박 갈면서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모든 죄가 까발려졌다. 부모님은 노발대발했지만 차마 죽일 수는 없어서 최대한 손써 줬는데 그것이 무기징역이었다.
“이런 씨발!”
무기징역. 영원히 나갈 수 없는 처벌. 물론 더 낮출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미국에서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에게 최선의 선택은 무기징역이었다.
“씨발? 이 새끼 봐라? 신참 주제에 간땡이가 부었네.”
그가 들어가면서 씨발거리자 안에 있던 다른 죄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는 ‘아차.’ 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가장 안쪽 상석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고는 얼굴이 환해졌다.
“여, 호구! 여기서 만나네?”
그는 여기저기서 좀 주워들은 게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감옥 안에서의 서열이었다. 그런데 가장 안쪽 서열이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이 한때 종같이 부리던 송종환이었다.
“너…… 넌?”
“이야, 오랜만이다? 살아 있었네, 짜식.”
전진만이 방의 짱을 알은척하자 다들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서열이라는 게 있는데 아는 사이면 그게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그래, 살아 있었지.”
“새끼, 오랜만에 보는데 얼굴 표정이 왜 그래?”
“오랜만? 오랜만? 이 새끼가 미쳤나?”
송종환은 전진만의 행동에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사람을 써서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놈이다. 그나마 다행히도망쳐서 살았다. 하지만 다른 범죄와 연루되면서 자신이 감옥에 끌려 들어오는 바람에 복수의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늘이 날 도와주는구나.’
그는 그날의 고통을 아직도 잊지 않았다.
“야!”
“네?”
“너 서열 정리 안 하냐?”
송종환은 주변에 있던 다음 서열을 보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네? 하지만…….”
“아는 사이라고 했지, 사이좋은 관계라고는 안 했다.”
“아!”
그 말에 다음 서열은 미소를 지으면서 일어났다. 그러자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된 전진만은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야! 뭐하는 짓이야?”
“뭐하는 짓은 규칙대로 하는 거지.”
“잠깐! 야야! 으악!”
하지만 이미 그에게는 모포가 뒤집어씌워지고는 그 위로 엄청난 주먹질과 발길질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 * *
“으으으…….”
늦은 밤, 전전만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냈다.
‘망할 새끼…… 나가기만 하면…….’
그는 속으로 분노를 곱씹으려다가 자신도 모르게 기운이 빠져 버렸다. 그는 알고 있었다. 나갈 수는 없다. 나가는 순간 그는 미국으로 송환되며, 그를 기다리는 것은 전기의자뿐이다.
‘젠장.’
전진만은 애써 눈물을 삼키면서 잠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쉽게 잠들 수는 없었다.
“잡아!”
“네! 형님.”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자신을 잡는 억센 팔들.
“억! 뭐야! 뭐하는 짓이야!”
사실 며칠 동안 두들겨 맞았기 때문에 이때쯤이면 무슨 일이 터질 거라는 것쯤은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구타하기 전에 일단 모포를 뒤집어씌우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모포를 씌우는 게 아니라 그의 양손과 양발을 잡아서 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자신의 허리춤을 끌어 내리는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이봐, 친구. 자네가 좋아하는 걸 가지고 왔다네. 후후후.”
전진만의 귓가에 들리는 조용한 목소리. 송종환이었다. 그리고 그의 뺨을 타고 흐르는 딱딱한 나무의 질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아챈 전진만은 찢어지게 비명을 질렀다.
“잠깐!”
“너는 다른 사람이 하지 말라고 했을 때 뭐라고 했더라? ‘좆 까.’라고 했지, 아마?”
“안 돼! 끄아아악!”
전전만은 항문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5장. 이 시대의 히어로>
“불이야!”
사람은 살다 보면 별일을 다 겪기 마련이다. 그게 전혀 경험이 없던 일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콜록콜록.”
노형진은 연기 속에서 애써 몸을 가누면서 최대한 몸을 낮췄다.
“불을 꺼!”
“살려 줘!”
사람들의 비명 소리. 그리고 절망적인 고함 소리.
‘아…… 염병할……. 이렇게 죽는 건가?’
회사 사람들과 식사하러 온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으리으리한 이 일식집에 불이 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수건을 물로 적시고 입을 막아요!”
한번 죽어 본 경험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그동안 겪은 수많은 일들이 그의 정신을 단련해 줘서일까? 알 수는 없지만 노형진은 다른 사람보다 최대한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망했다.’
하지만 룸 형식으로 되어 있는 방 바깥으로 나갔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유독한 연기로 꽉 찬 통로와 불타는 벽들이었다.
‘아직은 소방법이 개정되기 전이었구나.’
원래 이런 룸 형식의 공간은 대피로를 표시해야 하고 벽을 불활성 내장재를 써서 타지 않게 마감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그런 법이 개정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합판으로 세운 벽에 도배로 올린 종이를 타고 사방이 불구덩이었다.
“콜록콜록.”
결국 버티지 못한 한 여자가 쓰러졌다.
“끌어내요! 어서!”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녀를 끌어내는 노형진과 사람들.
“어디로 가야 합니까?”
“다 죽을 거야……. 으아아!”
노형진은 패닉에 빠지려는 사람들을 이를 악물고 통제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이런 화재는 소화기 몇 개만 비치했다면 막을 수 있다. 하다못해 불이 나도 방에 갇혀 버린 사람들이 탈출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소화기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 도리어 내부 장재용으로 쌓아 올린 나무들이 불타면서 길을 다 막아 버렸다.
“콜록콜록.”
노형진은 뒤에서 점점 강해지는 기침에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어쩔 수 없다. 강행 돌파하자.’
불타는 통로를 뚫고 돌파하기로 한 노형진은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 머리가 핑 돌더니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아차…….’
불만 생각하느라고 일산화탄소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가능하면 가스를 막는다고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노 변호사님!”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다. 지금 리더 역을 하는 것은 노형진이다. 그런데 그가 쓰러지면 패닉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아…… 안 돼……. 누가 제발…… 도와줘…….’
본능적으로 드는 공포 그리고 두려움. 하지만 몸은 움직일 수는 없는 비참함.
‘끝이다.’
노형진은 점점 어두워지는 시선 속에서 절망감이 피어올랐다. 그 마지막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불타는 벽과 그 벽을 뚫고 들어오는 거대한 무언가였다. 그걸 마지막으로 노형진의 기억은 끊어지고 말았다.
* * *
“으아악!”
노형진은 정신을 차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형진아!”
그리고 옆에 있던 사람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어?”
노형진은 멍하니 앉아 있다가 옆에 있던 사람을 바라보았다.
“누나?”
“형진아, 괜찮아? 머리 안 아파?”
“머리…… 머리……. 머리는 괜찮은 것 같은데……. 여기는 어디야?”
“어디긴 병원이지. 다행이다.”
노형진은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하얀색 벽과 커다란 창문. 병원의 1인실인 듯했다.
“병원?”
“그래, 아이고, 놀래라……. 너 때문에 애 떨어질 뻔했다.
“아…….”
그러고 보니 노형진의 누나는 조카를 가진 상황이었다.
“여기는 어떻게?”
“어떻게는 화재 현장에서 바로 여기로 실려 왔지. 난 소식을 듣고 여기 온 거고.”
“부모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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