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62)
>7장. 법을 지키는 게 투쟁이라니>
“이거 어쩌죠?”
“이대로는 가족들이…….”
소방관들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자체에서 자신들을 찍어 누르겠다는 소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약자인 자신들로서는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 말대로 하면 됩니다.”
“어떻게요?”
노형진은 웅성거리는 소방관들을 데리고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지금 전광팔은 한 가자 가정을 가지고 우리를 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절대로 대항하지 못한다.”
“그렇지요.”
“우리는 대항할 수가 없습니다.”
대항하는 순간 해직이 닥쳐온다.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소방관이라는 사람들의 비애다.
“물론 대항한다면 그렇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적당한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요?”
“네.”
“무슨 방법?”
“바로 준법투쟁입니다.”
“준법투쟁?”
“네.”
준법투쟁이란 말 그대로 법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지요. 하지만 정작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수많은 갑들은 현행법을 지키지 않습니다.”
대기업은 공공연하게 탈세나 분식 회계를 하고 국가조차도 대놓고 법을 어기는 것이 현실이다. 법적으로 장애인 고용 비율이 명시되어 있는데도 장애인을 관리하는 복지부조차도 그 비율을 안 지키는 것이 현실이다.
“웃기게도 법을 지키라고 하는 사람들이 법을 더 안 지키는 게 현실입니다. 즉, 이 나라는 위법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문제인 겁니다.”
“위법적으로?”
“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법을 지킴으로써 그들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요?”
“두고 보시면 압니다. 후후후.”
노형진은 소방관들을 위해 약간 손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소방관들이 움직이지 말아야 했다.
“기다리세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그들을 진정시키고 나오면서 노형진은 한숨을 쉬었다.
“웃긴 일이군. 법을 지키기 위해 현행법을 위반해야 하다니. 나라가 개판이야.”
그러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네, 접니다. 설득했습니다. 이제 준비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짤게 통화를 하고는 노형진은 미소를 지었다.
“어디 한번 버텨 봐라, 이 새끼들아.”
* * *
“끄아아악!”
전광팔은 아침 일찍 출근을 하기 위해 나갔다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우우웅.
집 앞을 날아다니는 거대한 말벌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으아악!”
그 말벌들은 열을 받은 건지 단순히 자신들의 위용을 뽐내는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고 직접적인 무력행사까지 하기 시작했다.
“아아악!”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경호원도 자신을 데리러 온 운전기사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벌에 쏘이면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살려 줘!”
전광팔은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을 들은 아내는 뛰어나오다가 깜짝 놀랐다.
“에그머니! 이게 뭐야”
문 앞에 나타난 말벌들. 그 말벌들은 전광팔이 문을 연 틈을 노리고는 잽싸게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잠시 후 집 안에서는 처절한 비명들이 연이어 터지기 시작했다.
“끄아악!”
“아악!”
“엄마!”
그렇게 작은 해프닝은 그들을 패닉에 빠트리기 시작했다.
* * *
“도지사님, 아무래도 도지사님 댁에 말벌 집이 생긴 것 같습니다.”
“…….”
비서의 보고에 도지사는 말을 하지 못했다. 할 수가 없었다.
‘큭큭큭.’
완전히 팅팅 부어서 침대에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는 비서는 어떻게 해서든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했다. 그 모습이 마치 게으른 돼지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웅얼웅얼웅얼웅얼.”
“네?”
“웅얼웅얼웅얼웅얼.”
“무슨 말씀이신지?”
도무지 뭐라고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몇 번이나 웅얼거리는 도지사. 한참이 지나서야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소방관들 불러서 제거하라고 해.”
“그게…….”
비서는 약간은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 전화해 봤기 때문이다.
“안 된답니다.”
“뭐라고?”
“안 된답니다. 그건 자기들 업무 아니라고…….”
“무슨 개소리야? 그건 자기들 할 일이지.”
물론 이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하여간 소방관들이 안 된다는 말에 전광팔은 기가 막혔다.
“그게…… 엄밀하게 말하면 업무가 아니기는 합니다.”
공식적으로 말하면 말벌 집 제거 업무는 정부에서 인정하는 업무가 아니다. 실제로도 소방관이 말벌 집을 제거하다가 사망했을 때 정부에서는 순직이 아닌 업무 중 사망으로 처리해 버렸다. 그들이 그걸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순직으로 잡는 경우 유가족에게 막대한 배상금이 나가야 하는데 그게 아까워서였다.
“그래서 출동하지 못한답니다.”
“웅얼웅얼웅얼웅얼.”
“네?”
“당장 치우라고 해.”
“했습니다만…….”
몇 번이나 했지만 소방관들은 절대 움직이지 않았다.
“으으으…….”
전광팔은 이를 박박 갈았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 * *
“으아악!”
그가 며칠 만에 출근했을 때 도청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끼아악!”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직원들. 그리고 아예 츨근하지 못하는 직원들까지.
“사방에 말벌 집입니다.”
“이런 미친…….”
사실 갑자기 말벌 집이 생기는 건 이상한 일이다. 당연히 그건 노형진이 몰래 손을 쓴 것이다. 적당한 말벌 집을 가져다가 두면 그 주변에 말벌이 추가로 집을 올리니까. 하지만 도청에 그렇게 말벌 집이 생기자 민원인부터 근무자들까지 죽을 맛이었다.
“업체에 연락했습니다.”
“망할 소방관 놈들.”
업체에서 한번 출동하는데 드는 돈은 50만 원. 그런데 소방관은 공짜다. 당연히 소방관들에게 시켰지만 그들은 자기들 업무가 아니라며 무시할 뿐이었다.
“일단은 밀린 업무가 많으니 들어가서…….”
비서는 그를 서둘러서 안으로 집어넣으려고 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데? 뭐야!”
그걸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가 멈칫하는 순간 저 멀리 그 원인들이 달려왔다. 말벌을 피해서 아마도 건물 안쪽에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젠장!”
“젠장?”
그들은 다짜고짜 전광팔을 에워싸고는 피켓을 들기 시작했다.
“전광팔은 반성하라!”
“피도 눈물도 없는 놈!”
“이 개만도 못한 자식!”
다짜고짜 욕을 먹은 전광팔은 어이가 없었지만 비서가 그를 강제로 데리고 들어갔기 때문에 뭐라고 대꾸하지도 못했다.
“도대체 뭐야?”
“동물 애호 단체에서 시위하러 왔습니다.”
“동물 애호 단체? 아니 왜?”
“그게…….”
소방관들의 업무에는 동물 보호가 들어가 있지 않다. 국민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업무는 사실 그저 대국민 차원에서 서비스하는 것뿐이다.
“얼마 전부터 소방서에서 동물 보호 같은 건 하지 않기 때문에…….”
“뭐라고?”
“그게, 사실은…….”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으면 일단 소방관을 부른다. 동물 보호 문제도 엄밀하게 말하면 동불 보호 단체나 집단에 연락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숫자도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대응도 힘들고 잡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은 소방관들이 도와준다. 즉, 업무가 아닌 것이다.
“아니, 그런데 도대체 왜 나한테 성질이야!”
“소방관들이 언론 플레이를 합니다.”
“소방관? 그 무식한 놈들이 언론 플레이를 한단 말이야?”
“네.”
“말이 돼! 그 새끼들은 머리에 똥만 찬 근육덩어리들이야! 그런 놈들이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전광팔은 길길이 날뛰고 있었고 좀 떨어진 공간에서는 누군가 미소를 지으면서 모자를 꾹 눌러썼다.
* * *
-말이 돼! 그 새끼들은 머리에 똥만 찬 근육덩어리들이야! 그런 놈들이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기자들은 노형진이 들려준 녹음에 입을 쩍 벌렸다.
“익명으로 제보가 들어온 내역입니다. 이것이 현 소방관들에 대한 대우입니다. 소방관들은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 일을 잊어버리지 마십시오.”
“그러면 소방관들은 당분간 계속 준법투쟁을 계속하실 겁니까?”
“네, 규정대로만 할 겁니다. 저희가 더 이상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많은 국민들이 아시다시피 소방관은 더 열심히 일할수록 자기에게 피해를 입힙니다. 다치면 자기 돈으로 치료해야 하고 더군다나 징계까지 받습니다. 사람을 구하다 다쳤는데 징계받는 게 말이 됩니까? 그리고 업무 중이 아닐 때 누군가를 구하다 죽으면 그건 순직은커녕 업무상 사망도 아닙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소장직은 공무원일 뿐입니다. 그것도 정부의 소속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죠.”
“그래서요?”
“그래서 엄밀하게 말하면 소방관이 불을 제대로 못 끄면 그 배상 책임은 지방 자치단체에게 있습니다.”
“엥?”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들어 본 말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입니다. 소방관분들은 소방직 공무원입니다. 그 규정에 맞게 일해야 하지요. 그래서 그분들은 현재 규정에 맞게 일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문제는 이 규정이라는 게 윗선에서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규정이라는 겁니다. 사람을 구하다 다치면 소방관의 책임. 불을 끄다 다치면 징계. 소방용품은 주지도 않고 소방 물품의 수명은 다한 지 오래. 소방관의 숫자는 부족하죠. 이런 상황에서 소방관들은 제대로 된 업무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 경우는 그 배상 책임은 소방관들이 아니라 도청에 있겠지요.”
“그 말은 즉, 소방관들이 제대로 일하지 못하면 도청에서 물어 줘야 한다는 뜻인가요?”
“안 그런가요? 공무원이 일하지 않으면 그가 배상하는 게 정상이지만 공무원이 일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면 각 기관에서 배상하는 게 정상입니다.”
노형진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만한 집단이 한 명이 있었다.
“공무원 여러분들은 모두들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청에서 그러지 못하게 하고 있지요.”
노형진은 그들을 위해서 마지막 한마디에 힘을 줬다.
“이건 다 그들의 잘못입니다.”
* * *
“이런 씨발!”
전광팔은 입을 쩍 벌렸다. 난데없이 소송이 들어왔다. 그것도 수천억짜리 소송이 말이다.
“염병할!”
더군다나 상대방이 좋지 않았다. 개인이라면 적당히 위력으로 찍어 누를 수 있겠지만 상대방은 개인이 아니라 거대한 보험회사다. 그것도 화재 보험회사.
“이번에 소방관들은 자신들의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규정으로 인해 소방관들이 제대로 화재를 진압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희 회사에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간단했다. 소방관들이 더 빨리 불을 껐으면 피해가 줄었을 텐데 잘못된 규정 때문에 불을 끄지 못해서 피해가 발생했으니 도청에서 그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사실 아무리 생명보험이나 화재보험을 하는 회사라고 할지라도 소방관들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워낙 국민적인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분들이니까. 하지만 입만 열면 헛소리를 하는 정치인은 이야기가 다르다. 당연히 그들은 자신들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정치인과 도청에 대한 배상 요구를 한 것이다.
“이런 씨발…….”
전광팔은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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