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65)
그걸 새로 바꿔 준 사람의 경우 당연히 그 명품의 가치를 알고 있을 테니 화를 낼 수밖에.
“왜 그러나?”
“하는 짓거리가 명품 같지가 않아서요.”
“자네가 봐도 그렇지?”
“네.”
“하여간 개나 소나 명품이래.”
“그렇게 말입니다. 개나 소나 명품이라고 하지요?”
노형진은 말하다 말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개나 소나 다 명품이라는데…… 도대체 명품이 뭔데?’
골 때리는 일이었다. 명품이 뭐라고 말하기 애매한 기준이다. 단순히 비싸면 명품이라고 할 수도 있고 진짜 까다롭게 명품을 고르는 사람도 있다. 하여간 확실한 것은 명품이라는 개념은 확실한 듯하면서도 전혀 확실하지 않은 단어라는 뜻이다.
“명품이라…….”
“왜 관심 있어?”
“그건 아닙니다. 그냥…… 뭔가 걸리네요.”
* * *
-이 시대의 명품, 지오나코. 당신의 품격을 더합니다.
-아름다움의 승리자, 빈센코.
집에 와서 TV을 틀자 나오는 광고를 보면서 노형진은 역시나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어떤 놈이 명품을 광고하느냐고.”
광고한다는 것 자체가 명품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그런 만큼 그런 광고를 보면서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흠…….”
노형진은 왠지 모르게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일단은 한 번은 가 봐야겠어.’
결국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리면서 마음을 굳혔다.
* * *
“어서 오세요. 지오나코입니다.”
화려한 건물. 반짝이는 내부 장식. 문 안에 들어서자 극진히 맞이하는 사람들.
“흠…….”
“어떻게 오셨나요?”
“시계를 보러 왔습니다만.”
“잘 오셨어요. 우리 지오나코는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랍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하다.’
도대체 얼마나 들인 건지 모를 정도로 화려한 내부. 그리고 그 안에 찬란하게 빛나는 시계들.
‘시계에 만년필에. 얼씨구? 넥타이핀까지?’
노형진은 그걸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명품의 브랜드는 보통 한 가지 뛰어난 물건에서 파생되기 마련이다. 가령 모 브랜드는 원래 상품은 신발이었지만 그 가죽을 다루는 실력이 뛰어나서 지갑이나 핸드백도 가죽으로 만들어서 판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유명한 건 지갑이 아니라 신발이다. 그런데 이곳은 마치 닥치는 대로 파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이 시계는 어떠신가요? 손님의 품격에 딱 맞는 것 같은데요?”
한 개의 시계를 꺼내 주는 직원. 검은색 장갑까지 끼고 무척 소중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잠깐 차 봐도 될까요?”
“그럼요.”
노형진은 그걸 잡아서 살피는 척하면서 그 안에 있는 기억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직원은 그 시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오나코는 스위스 전통 명장 가문인 지오나코 가문에서 만든 브랜드로 그들은 초정밀 시계 공학 기술을 가지고 있지요. 그 정밀 기술을 바탕으로 정밀 세공이 필요한 시계와 만년필 그리고 남성용 악세사리를 만들었으며…….”
“어?”
노형진은 그 말을 들으면서 시계의 기억을 읽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러신지요?”
“아닙니다.”
노형진은 황급하게 시계를 내려놓았다. 혹시나 기스라도 난 건가 해서 직원은 시계를 꼼꼼하게 살폈지만 무슨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왜 그러신지?”
“아니에요. 뭐가 생각나서요. 다른 걸 볼 수 있을까요?”
“원하는 모델이라도 있으신가요?”
“한 1억이 넘는 모델도 있나요?”
그 말에 여직원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요. 이쪽으로.”
그녀의 안내를 받아서 들어간 곳은 그 안에서도 따로 만들어진 룸이었다.
“이곳은 최소 1억 이상의 물건들만 있는 곳이랍니다. 아쉽게도 많은 물건이 나가서 남은 물건이 없네요.”
“그런가요?”
노형진은 그 안을 둘러보다가 적당한 물건을 발견하고는 그걸 손으로 가리켰다.
“이걸 볼 수 있을까요?”
“그러세요. 이 시계로 말하면 지오나코 장인 중 최고 장인들이 제작한 물건으로, 1억 2천만 원이랍니다. 하지만 그 가문에 속한 사람들만 만들어서 그 수량도 많이 부족하고…….”
‘가문? 장난해? 스위스 가문이라면서?’
노형진은 그 시계에서 기억을 읽으면서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직원의 말에 따르면 이 브랜드는 스위스의 유명한 시계 명장 가문의 브랜드라고 했다. 그런데 기억 속에 보이는 사람은 서양인은커녕 누가 봐도 중국인이었다. 아주 세심하고 그리고 조심스럽게 시계를 만들기는 하지만 누가 봐도 스위스 사람은 아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그래요? 그럼 찾으시는 게 있는지?”
“다음번에 올게요.”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둘러서 바깥으로 나왔다.
‘명품? 개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들이 명품이라고 주장하는 물건은 명품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일단 기억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검은머리에 노란 피부를 가진 사람들. 즉, 동양인이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 말투를 봐서는 아무래도 중국 쪽일 가능성이 높았다.
‘도대체 왜…….’
물론 원가 때문에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명품 브랜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최소한 그만한 규모를 가지고 있고 당연히 재고 하나하나 관리한다. 하지만 노형진이 봐온 공장 속의 모습에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장인이 방에서 기계 없이 만드는 그런 장면도 없었다. 그냥 공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일하는 장면이 보인 것뿐이었다.
‘이게 명품이라고?’
중국에서 대량생산한 것으로 보이는 이것이? 물론 반짝거리면서 광택이 나는 것을 보면 비싸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광택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장 시장에만 가도 광택 나는 시계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게 맞다면…….’
그 시계에서 읽어 낸 기억 그게 맞다면 이건 생각보다 큰 일이 될 수도 있다.
“나중에 다시 오지요.”
“네.”
노형진은 그곳을 나오자마자 바로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유 회장님? 접니다. 지금 봬야겠습니다. 바로 지금요.”
그러고는 바로 손을 들어서 택시를 불렀다.
* * *
“뭐라고? 명품 브랜드?”
“네.”
“그게 왜?”
“지오나코와 빈센코에 대해서 아시나요?”
“알지.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명품브랜드 아닌가? 나도 지오나코 하나 있다네.”
슬쩍 자신의 시계를 보여 주는 유민택을 보면서 노형진은 왠지 씁쓸했다. 아무리 그가 바른 운영을 한다고 하지만 역시나 그는 엄청난 부자였기 때문이다.
“유 회장님도 사셨습니까?”
“그렇다네. 며느리한테는 빈센코 가방 하나 사 주려고 생각하는 중이지.”
“후회하실 텐데요?”
“후회? 아니 왜?”
“그거 성화 브랜드입니다.”
“뭐라고!”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는 유민택 회장. 그의 얼굴에서는 경악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녀석들이 다른 방법을 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
“네, 저희 때문에 사업이 안 되니까요.”
사기와 협잡으로 성공한 성화다 보니 정공법에 대해서 잘 모를 수밖에 없었다. 기존 자신들의 방법을 쓰자니 계속해서 노형진에게 걸려서 실패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래서 그들은 노형진을 경계하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불법적인 짓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유령 회사를 만든 것 같습니다.”
“이놈들이…….”
분노에 이빨을 박박 갈기 시작하는 유민택.
“그리고 그 브랜드가 지오나코와 빈센코입니다.”
유민택은 그 말을 듣자마자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를 풀어서 패대기를 치더니 자신의 명패를 들어 마구 내려치기 시작했다. 명패역시 박살 났지만 시계는 수리가 못할 정도로 망가졌다.
“헉헉헉…… 그 말이 사실인가?”
“네.”
노형진은 그 기억 속에서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지오나코와 빈센코는 명품 브랜드를 주장하는 다른 회사의 상품이기는 하지만 결국 우회하여 성화가 세운 기업이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 때문에 직접적으로 그 짓을 못하니 그런 꼼수를 쓴 것 같습니다.”
“망할 놈들.”
유민택은 이를 박박 갈다가 문득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우리 때문에 위험하다니? 우리가 명품 시장에 진출한다고 생각한 건가?”
“그럴 거라면 그렇게 우회 상장하지도 않았겠지요. 말 그대로 우리가 자신들의 방식을 알아차리고 다른 것들처럼 공격할까 봐 두려운 겁니다.”
“아니, 왜?”
자신이 성화의 상품을 찬 것이 억울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합법적으로 수입하는 것을 공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그들이 두려워서 비밀리에 뭔가를 한다는 것은 그들이 감추고 싶은 게 있다는 뜻이지요.”
“감추고 싶은 것?”
“네.”
“흠…….”
유민택은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그들이 감추고 싶은 것. 그걸 알아낸다면 성화에 타격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뭔가 심각하게 감추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그동안 그들은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성화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디에서도 성화라는 이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정보 팀에서는 어떤 정보도 구하지 못했네. 그런데 어떻게 구한 건가?”
“저도 나름의 비밀 라인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런가…….”
“네.”
유민택은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형진이 투자한 종목은 모두 성공한다. 그건 단순히 직감을 가지고 될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민택은 그에게 다른 정보 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쉽게 납득했다.
“망할 놈들. 뿌드득.”
물론 진짜 정보 팀이 아니라 그 공장에서 읽어난 기억이었다. 그 기억 속에서 대부분은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단 한 명, 마지막에 검수하는 녀석이 소속이 성화였던 것이다.
‘치밀하게도 준비했어.’
만일 그 녀석이 검수를 위해서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노형진이 그 안에 있는 수많은 기억 속에서 그 녀석의 기억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사건에 성화가 끼어 있었다는 것은 몰랐을 테고 노형진은 중국산에 속는 수많은 사람들을 비웃으면서 신경을 끊어 버렸을 것이다.
“명품 수입 판매라……. 하긴 다른 곳들이 많이 하는 일이기는 하지.”
명품이라는 것은 그 가격 자체가 엄청나게 비싸다. 당연히 수입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산이 필요하다. 결국 그걸 하기 쉬운 것은 대기업들뿐이다.
“글쎄요……. 제 정보에 따르면 그게 문제라서요.”
“문제?”
“네, 지오나코와 빈센코의 공장이 중국에 있는 것 같더군요.”
“중국?”
“네.”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할 수 없지는 않은가? 그들 말고도 중국에 공장을 가진 명품 브랜드는 많다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윤을 내기 위해서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그중에는 소위 말하는 명품 브랜드도 있다.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철저한 교육을 하고 전문가가 마지막까지 검수하지만 말이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노형진의 신경을 계속 건드리는 것. 그건 다름 아닌 그 브랜드를 회귀 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유명 브랜드를 수입한 거라면 당연히 내가 알아야 하는데…….’
아무리 국내에서 유통비와 수익 등이 들어간 비용이라고 하지만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1억이 넘는 브랜드를 자신이 모를 수는 없다. 즉, 지오나코와 빈센코라는 브랜드는 난데없이 툭 튀어나온 것이라는 소리다.
“뭘 그렇게 생각하나?”
“아뇨. 몇 년 전에 있었던 사건을 생각중입니다.”
“몇 년 전?”
“네, 방송 홈쇼핑이에서 터졌던 사건이지요.”
“방송 홈쇼핑?”
“네, 제법 유명하죠. 프랑스 명품 속옷.”
“그게 뭔데?”
“말 그대로입니다.”
방송 홈쇼핑에서는 여러 가지 물건을 판다. 사람들은 방송국에서 잘 걸러 낼 거라 믿지만 사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 현실을 보여 준 사건이 바로 속옷 사건이다. 방송 홈쇼핑에서 프랑스 유명 명품 속옷 세트를 무려 30만 원에 판 적이 있었다.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라는 말에 그 속옷 세트는 수십만 세트가 팔려 나갔고 국민 속옷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대중적인 속옷이 되었다. 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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