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66)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그 속옷이 프랑스에서 온 것은 맞지만 유명 브랜드도, 명품도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으로 치자면 마트나 시장에서 파는 저가형 상품이었던 것이다. 수입상은 그걸 수입해서는 프랑스 명품이라고 그 세트를 무려 30만 원에 팔아 댄 것이다. 현지에서 밝혀진 원가는 동일한 풀 세트를 사는데 들어간 돈은 3만 4천 원 정도. 터무니없는 장사를 한 셈이었다.
“무슨 소리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과연 이게 명품 브랜드냐는 거죠.”
“지금 성화가 명품이 아닌 것을 명품이라고 팔고 있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흠······.”
유민택은 그 말에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애매하군.”
“애매하지요.”
사기일까? 사기로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명품의 개념이 명확하게 정해진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런 시계 같은 것을 봤을 때 현대에 와서 그런 물품의 차이는 아주 미세하다. 명품이라 불릴 만한 것에 비해 그다지 기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기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군.”
“네, 만일 진짜 스위스에 지오나코라는 가문이 있고 그들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서 중국에서 생산한 거라면 그건 명품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런 가문이 없다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되어 버리지요.”
“빈센코는?”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지오나코는 기술적인 부분도 있지 빈센코는 옷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예술적인 감각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니 우리가 명품이라고 하기에 부족해도 누군가에게는 명품으로 보일 수도 있는 문제구요.”
“이거 골 때리는군. 도대체 왜······.”
“자금의 압박이 심하다고 하셨지요?”
“그렇지. 지금 성화는 여러모로 자금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는 게 사실이네.”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 돌아오는 충격은?”
“그러니까 비밀리에 움직이겠지요.”
지금이야 텔레비전을 통해서 엄청나게 광고를 하고 유명인에게 선물해서 그들이 입고 다니거나 차고 다니게 해서 그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지만 만일 그게 걸린다면 그 모든 것은 사라진다.
“하지만 그 책임자는 중국에 있지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못 잡는다 이건가?”
“네.”
거기에다가 명품의 브랜드라는 것을 개념을 가지고 다투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늘어진다.
“확실한 건 이게 제대로 된다면 성화는 적지 않은 돈을 비밀 자금으로 가지게 된다는 겁니다.”
“망할 놈들.”
유민택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결국은 가장 확실한 것은 제가 직접 움직이는 겁니다.”
“직접 말인가?”
“네.”
남에게 맡기기에는 위험한 작업이다. 만일 새어 나간다면 성화에서는 재빨리 발을 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만 터트린다면.’
어떻게 보면 성화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엄청난 가격의 상품들인 만큼 이 물건은 일반인이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들의 홍보대로 상위 1% 집단, 즉 한국의 권력자들이 쓸 물건인 것이다.
‘하지만 그게 가짜이고 성화가 배후라는 것이 드러난다면?’
직접적인 처벌을 하지 않게 된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권력적 집단에게서 성화는 제대로 찍히는 것이다. 단순히 돈 얼마 잃어버리는 것보다 훨씬 큰 문제인 것이다.
“잘 해결할 수만 있다면······.”
유민택은 그걸 알아차렸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자신들과 관련이 없는 사건이다. 즉, 뒷조사를 하다 걸리면 좋은 소리는 못 듣는다는 소리.
“제가 봐서는 적당히 둘러대면 좋겠군요.”
“적당히?”
“네, 해당 기업을 인수하고 싶어서 조사하는 거라고 말입니다.”
“호오, 그런 방법이 있었군?”
그런 기업이라면 대룡에서 탐낼 만한 기업이다. 그리고 기업을 인수할 때 그에 관련된 자세한 조사는 기본적인 사항이다.
“그 와중에 성화의 짓인걸 알았다는 식으로 몰고 가야지요.”
“좋은 생각일세.”
유민택은 마음을 굳혔다. 어쩌면 지금까지 성화를 지지하는 수많은 상위 1%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게 된다면 성화의 주식은 무서울 정도로 떨어질 것이다.
“그럼 자네가 한번 노력해 주게.”
“네.”
그렇게 성화에게 치명타를 줄지도 모르는 작전이 조용히 시작되었다.
#브랜드 가치란
스위스. 산의 나라. 용병의 나라. 그리고 정밀함으로 유명한 나라. 그래서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는 대부분 스위스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에 내린 노형진은 김성식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군요.”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렇기는 하지만······.”
노형진과 김성식이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마치 첩보 영화 같은 작전이 벌어졌다. 노형진에게 몇 번이나 당한 성화였기 때문에 혹시나 노형진을 감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은 마치 일 때문에 미국으로 가는 것처럼 하고는 그곳에서 다시 캐나다로 캐나다에서 독일로 그리고 그곳에서 스위스로 오는 복잡한 과정을 밟아야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전에 스위스에서 도와줄 사람을 뽑지도 못했다.
“성화라. 반갑지는 않은 이름이군.”
“그런가요?”
“그래, 마지막 순간까지 나한테 로비하려고 하던 곳이었으니까.”
“김성식 변호사님 성격을 알면서도요?”
“집요할 정도였지.”
김성식은 대검찰청 중수부장이었다. 당연히 로비 순위 1순위일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 내가 거절하니 가족들에게 보내더군. 나중에 성질이 나서 다른 검사를 불러서 돌려보냈지.”
“허허.”
“아무래도 배달 사고라는 건 말이 많아서 말이야.”
집에 와보니 도착한 택배. 그 안에 가득한 돈들. 김성식은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 그걸 돌려보냈다. 조용히 돌려보내면 나중에 저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 때문에 검찰청에 보고하고 그 후에 검사를 통해서 돌려보내기까지 했다. 나중에 가서 돈을 줬다고 지랄하면서 자신을 몰락시키려고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여간 그 녀석들 때문에 내가 고생을 좀 했지. 하하하.”
김성식은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의 눈은 그다지 웃지 않았다. 말은 안하지만 그가 물러나야 했던 이유 중 하나가 그들의 청탁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안 통한다고 그의 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안 통하는 것은 아니니까.
“하여간 그래서 그 녀석들을 제대로 잡고 싶은데······.”
“제대로만 된다면.”
“하지만 무슨 수로 말인가? 스위스는 넓은데.”
노형진이 여기까지 온 것은 지오나코 가문을 찾기 위해서였다. 성화의 말로는 스위스에서 유명한 시계장인 가문으로 몇 대에 걸쳐서 시계 쪽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니까.
“일단 시계 쪽 장인 가문이라고 하니까 그쪽을 찾아봐야지요. 스위스는 시계에 관해서는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곳을 관리하는 곳이 있지요. 성화에서 그렇게 비싸게 팔 정도로 유명한 가문이라면 이름이 올라와 있을 겁니다.”
그 말에 김성식도 동의했다.
“그럼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겠군.”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성화의 성격을 아는 노형진은 그저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없다고요?”
“네, 우리 스위스시계협회에 지오나코 가문이라는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엄청나게 유명한데요?”
“한국의 사정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등록된 사람들 중에서 지오나코라는 성을 쓰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런······.”
김성식은 최소한 지오나코라는 성을 쓰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성을 가진 사람을 찾을 수도 없다니.
“이 무슨······.”
“알겠습니다.”
놀라는 김성식과 다르게 노형진은 한번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조용히 바깥으로 나왔다. 김성식은 그런 노형진과 담당자를 보다가 서둘러서 노형진을 따라 나왔다.
“자네는 놀라지 않네?”
“이런 방식은 한번 본 적이 있습니다.”
“본 적이 있다고?”
“네, 지난번에 성화가 디자인을 빼앗을 때 쓰던 방법이죠.”
“뭐라고? 그럼 지오나코 가문이라는 게 한국인이라는 건가?”
“그건 아닐 겁니다.”
그때는 개인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문이라고 했다. 가문이라 칭하는 것은 나중에 가서 한국인이라고 밝힐 수도 없다.
‘더군다나 그걸 밝혀서 성화에 좋을 게 없지.’
지난번에는 성화에서 자기 집안사람에게 공을 넘겨주기 위해서 꾸민 거지만 이번에는 엄청난 사기를 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당연히 비밀로 할 것이니 한국인으로 만들 리 없다.
“아마도 그 가문 자체는 실존할 겁니다. 지난번하고 다르게요.”
“하지만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게 문제죠.”
시위스시계협회에서도 이름이 없다는 건 그가 스위스에서는 인정받는 장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설사 따로 가입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협회에서는 존경받는 장인들은 인명 사진을 만들어서 관리하기 때문이다.
“관리받는 사람들은 도리어 신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그 가치가 정해집니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가문이라고 하면 뭐라고 하기 애매하지요.”
“그럼 도대체 우리는 왜 온 건가? 그냥 발표하지.”
“그들이 지오나코 브랜드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확실하게 알아야 하니까요. 당장 지오나코에서 활동하는 시계 장인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기술 같은 걸 전달할 방법은 서적이나 동영상 등 많습니다.”
“음······.”
“만일 그들이 제대로 전달한 게 없다면 그건 명백하게 사기니까요.”
“음······.”
노형진의 말에 김성식은 대충 이해가 가는 듯했다.
“그렇지만 그들을 찾을 방법이 없지 않은가?”
그게 문제다. 그런 사람들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기록에도 없는 사람이라니.
“애초에 전 이곳에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대도 안 했다고?”
“네, 지오나코 프로젝트는 지난번 디자인 프로젝트와 비슷하게 준비된 겁니다. 그 당시 프로젝트에서 많은 부분을 따왔지요. 즉, 반대로 말하면 우리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그들을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무슨 수로 말인가?”
“대학을 뚫는 거죠.”
“대학을? 물론 지오나코라는 사람이 대학을 졸업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뛰어난 가문이라면 내부에서 교육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 전 시계 기술이나 정밀 기술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전 말 그대로 가문 자체에 대해서 말하는 겁니다. 스위스에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학자가 있거든요.”
“뭐라고?”
그 말에 김성식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 * *
“반갑습니다, 미스 힐데.”
“반갑습니다, 미스터 노.”
반백의 여인은 부드러운 미소로 노형진과 김성식을 맞이했다.
“메일은 받았습니다. 보안이 필요하다고 해서 주변에도 알리지 않았구요.”
“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메일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는 지오나코 가문을 찾고 있습니다.”
“지오나코라······.”
그녀는 부드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찾으실 수 있겠습니까?”
“흔한 성은 아니군요. 하지만 흔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찾기 쉬울 겁니다.”
“그러면 다행이군요.”
노형진의 얼굴은 환해졌고 김성식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스터 김은 이런 게 신기한가 보군요.”
“네? 아······ 네······. 솔직히 좀 그러네요.”
“호호호, 그럴 수밖에요. 한국은 우리 성명학자들이 가장 부러워하고 연구해 보고 싶은 나라니까요.”
“연구요?”
“네,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가문과 혈통에 대해서 잘 기록된 나라는 없답니다. 유럽 쪽은 가문에 대해서 명확한 기록이 없습니다. 구전으로 전달되기 때문이지요.”
“그런가요?”
“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 우리에게 부탁하지요.”
성명학자란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로 가문의 역사 같은 걸 연구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한국은 족보라는 것을 통해서 사람이 어느 집안사람이며 언제 태어났고 언제 죽었는지 그리고 가족이 누구인지 다 알 수 있다. 그에 반해서 유럽 쪽은 그런 게 없다. 물론 몇 대 정도는 구전으로 넘어오고 가끔 문서로 기록이 남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 집안의 기록을 가진 사람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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