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70)
성화가 그곳 브랜드의 이름을 빌려서 중국에서 물건을 만들어 납품한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가문의 이름보다는 개인의 이름을 빌려서 마치 가문인 것처럼 표현하는 방법을 썼고 프랑스의 경우에는 오래된 중소기업의 명의를 빌려서 마치 명품인 것처럼 포장했다.
“일단은 공장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슨 수로? 중국의 다른 이름이 세계의 공장이라는 거 알지 않나?”
“대충은 알아 왔습니다.”
“대충?”
“네.”
직원의 기억을 읽었기 때문에 대략적인 위치는 알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자세한 주소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
“자네 정보 라인은 도대체 어디까지 가 있는 건가?”
“뭐 제법 넓은 편이죠.”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은 예약한 호텔로 가죠.”
“그러세.”
노형진과 김성식은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심각한 정체 때문에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이거 뭐…….”
“하하 이때가 가장 많이 막힐 때죠.”
“그러네요.”
중국인 기사의 말에 김성식이 뭐라고 말을 못하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 중국어를 하십니까?”
“조금 합니다.”
“반갑네요.”
“저도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미국은 여러 인종이 있는 만큼 여러 민족의 의뢰인을 만나기 때문에 노형진은 몇 가지 언어를 공부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중국어였다. 통역을 두면 편하지만 직접적으로 알아듣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그냥 일이 있어서 업무차 왔습니다.”
“그래요?”
중국인 기사는 그렇게 말하다 말고 흘낏 백미러로 뒤를 살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그냥 일행이 있으신가 해서요.”
“일행?”
“네.”
“일행은 없는데요?”
“그래요? 그런데 차 한 대가 우리를 따라오는데요?”
“네?”
그 말에 노형진은 황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워낙 차량이 많아서 어느 게 어느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따라오다니요?”
“아까부터 차 한 대가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따라붙어서요.”
워낙 길이 막히다 보니 신호 자체가 짧고 엉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자신의 차를 따라오는 차 한 대를 눈치 빠른 택시 기사가 알아챈 것이다.
“따라온다고? 설마…….”
“네, 아마 성화일 겁니다.”
‘역시 날 감시하는 중이었나?’
그렇지 않다면 지금 자신이 한국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낼 방법은 없다. 간혹 들어오는 스파이나 원래는 아니었지만 성화에 넘어간 직원들은 노형진이 그 기억을 읽어 내고는 모조리 쫓아냈으니 그쪽에서 정보가 새어 나갈 리 없다.
“이거 골 때리는군…….”
“저 녀석을 떨쳐 낼 수 있겠습니까?”
“힘든데요.”
김성식의 질문에 주변을 가리키고는 어깨를 으쓱하는 택시 기사.
“완전히 막혀 있어서요.”
“끄응…….”
“어차피 여기서 떨궈 내도 소용없을 겁니다. 우리 비행기 시간을 알아냈는데 우리가 있는 호텔을 못 알아내겠습니까?”
“그렇겠군…….”
김성식은 참담한 얼굴이 되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어떤 미친놈이 검사를 따라다니겠는가?
“그럼 어쩌지? 좋은 목적으로 따라오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단순 감시가 목적이라면 이렇게 드러내고 따라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호텔로 바로 가도 되니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자신들을 놓지 않아야 하는 목적.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따라온다는 것이다.
“일단 호텔로 가야 하나?”
“그건 무리일 겁니다.”
호텔에 가면 안전해지겠지만 계획을 실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입구에서 버티고 있을 테니까.
“아마도 그곳에 있으면 조사는커녕 아무것도 못할 겁니다. 가장 좋은 결과가 한국으로 조용히 돌아갈 수 있다는 것 정도일 겁니다.”
“끄응…….”
그들이 호텔 입구를 안다면 당연히 호텔 입구를 지키고 있을 것이고 자신들이 나오는 순간 따라다닐 것이다. 조사하다 보면 결국은 조용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될 테고 그때 습격하면 자신들로서는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럼 어쩐다…….”
노형진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저 녀석들은 분명 성화에서 보내겠지.’
그렇다면 쉽게 포기할 리 없다.
‘뭔가 있어…….’
자신들을 이렇게 대놓고 위협할 정도면 감추고 싶은 게 이 근처에 있다는 소리였다.
“노 변호사.”
김성식은 문득 걱정되었다. 자신은 검사였다. 대한민국 경찰과 검찰 그리고 정부가 자신을 지켜 줬다. 하지만 변호사가 되었고 누구도 지켜 주지 않는다.
‘그래서 변호사 사무실에 경호 팀을 만든 건가?’
어쩐지 새론에 경호 팀이 있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변호사가 일을 했는데 원한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건 그 변호사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일단은…… 방향을 돌리죠.”
“방향?”
“네.”
“어디로요.”
“혹시 아시는 마작 가게 있습니까?”
“마작이야 흔하게 살 수 있는 건데.”
“그거 말고 말입니다.”
그 말에 택시 기사는 얼굴이 딱딱해졌다. 마작 가게. 그건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도박장을 뜻한다.
“진짜로 가시려고요?”
“네.”
“설마 도박하러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안전한 곳이 그곳이지요.”
“음…….”
택시 기사는 고민했다. 불법적으로 운영하는 곳인만큼 당연히 그 도박장은 그 뒤에 다른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소위 말하는 삼합회 같은 곳 말이다.
“그곳으로 가 주세요.”
“난 책임 없는 겁니다.”
“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고 택시 기사는 어디론가 방향을 돌렸다. 메인의 큰길에서 벗어나 골목골목을 가는데도 불구하고 따라오는 정체 모를 차량.
‘아예 신분을 감출 생각이 없군.’
저들로서는 자신들이 겁먹고 도망가도 손해 볼 건 없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그게 너희들의 패착이다.’
택시는 점점 골목골목으로 들어가더니 어느 허름한 건물 앞에 멈췄다.
“이곳입니다.”
택시기사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흔하게 보이는 아파트지만 이곳은 삼합회에서 운영하는 불법 도박장이었다.
“어서 내려요! 어서!”
위험한 골목이라서 그런지 택시 운전기사는 노형진과 김성식을 다그치고는 잽싸게 골목에서 나가 버렸다. 당연히 노형진을 따라온 차가 노형진에게 다가오려고 했지만 노형진이 먼저 허름한 나무문으로 다가가 그 문을 두들겼다.
철컥.
뭔가 밀리는 소리와 함께 눈높이에 달려 있는 작은 창문이 열렸다.
“뭐야?”
“게임하러 왔습니다.”
“뭔 게임? 여기는 그런 데 아냐!”
“알고 온 겁니다.”
노형진은 마음이 다급했다. 만일 여기서 자신들이 끌려간다면 저 녀석들이 그걸 막을까? 그럴 리 없다.
“넌 알지 몰라도 난 몰라.”
“그래요? 여기서 큰 게임이 열린다고 하던데요.”
“모른다니까.”
절대 안 열어 줄 것 같은 남자의 눈. 노형진은 다급하게 문을 잡았다. 그리고 그 문에 있는 기억을 읽어 내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뭐든 쓸 만한 정보가 걸리기를 바라면서 닥치는 대로 기억을 읽어 내는 노형진. 그 와중에 단 하나의 문장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노형진은 알아냈다.
‘하긴 이런 곳이 그냥 들여보내 줄 리 없지.’
자신들만의 비밀 암호가 있을 것이다.
“저희를 안 보내 주면 조상님이 슬퍼하실 겁니다. 무당산에 있는 푸른 나무를 보면서 약속했던 거 기억 안 나십니까?”
그 말에 남자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무당산의 푸른 나무. 그건 여기 오는 손님들의 암호였다.
“돈은?”
“여기에 돈 들고 올만큼 멍청하지는 않죠.”
그 말에 그는 눈높이에 있는 창문이 철컥 소리와 함께 닫히더니 문이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역시.’
바깥에서 보면 나무 문이지만 내부는 철로 된 쇠문이었던 것이다.
“들어와.”
노형진과 김성식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자 가까이 오려고 하던 상대방 차량은 어쩔 수 없이 그곳을 스윽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아슬아슬했다.’
만일 저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면 이들은 절대로 문을 안 열어 줬을 것이다.
문이 닫히고 안으로 들어가자 다가오는 한 남자. 그는 노형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큰 건이라는 건 알지?”
“알죠.”
“자격을 보여라.”
“계좌 불러 주시죠.”
그 말에 그는 종이 하나를 건넸고 노형진은 그걸 받아서 잠시 핸드폰으로 조작했다. 잠시 후 ‘딩동.’ 하는 소리가 들리자 남자는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서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으로 오십시오.”
아까와는 다른 깍듯한 모습.
“어떻게 해 드릴까요?”
“전액.”
“알겠습니다.”
그는 꾸벅 인사하고 뒤로 물러났고 김성식은 노형진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한 건가?”
“말 그대로 큰 건이니까요. 그런 돈을 가지고 다닐 수는 없습니다. 소문이 나면 표적이 되니까요. 그래서 계좌 이체 한 겁니다.”
“얼마나?”
“10억요.”
그 말에 김성식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큰 건이라고 하지만 무려 10억이라니.
“아니, 그렇게 큰돈을…….”
“제 목숨보다는 싼 겁니다.”
아마 그 돈을 보여 주지 못했다면 노형진과 김성식은 쫓겨났을 테니 그대로 성화에서 보낸 녀석들에게 끌려갔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안 잃어버리면 됩니다.”
“어떻게?”
“저도 나름 한 게임 하거든요.”
안으로 들어가는 노형진.
내부에는 대략 일곱 명쯤 되는 사람들이 둥근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포커로군요. 제가 포커는 좀 치죠.”
“좀 친다고 하면서 끼기에는 금액이 너무 큰데?”
“좀 친다고 하면서 낄 만큼 저 잘 칩니다. 하하하.”
노형진은 구석에 있는 자리로 가서 앉았고 잠시 후 한 남자가 수북하게 칩을 가지고 왔다. 그 칩을 본 사람들의 눈에서는 광기가 빛나기 시작했다.
노형진은 그 칩을 자신의 옆에 두고는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요?”
* * *
“이런 미친…….”
도박장을 관리하는 장웬은 게임석에 앉아 있는 세 사람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중 한 명은 자기네 딜러니 두 명은 손님이었다. 그런데 그 앞에 쌓여 있는 돈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열두 시간째입니다.”
“그래. 저 녀석들은 뭐야?”
“그렇게 말입니다.”
이 정도면 보통 빈털터리가 되어 나가거나 지쳐서 나가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거기에 있는 손님 중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은 끝까지 버티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나머지 손님들이 나가떨어졌으니 세 명이서 주고받는 꼴이잖아.”
“그렇지요.”
눈앞에 가득 쌓여 있는 칩들. 족히 수십억은 되는 돈들이다. 그 앞에서 두 명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게임에 임하고 있었다. 열두 시간이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들 혼이 나갈 지경인데 말이다.
“다이.”
노형진은 카드를 보다가 눈을 질끈 감으면서 그걸 내려놨다.
“이겼군요.”
웃으면서 돈을 가지고 가는 여자를 보면서 노형진은 혀를 내둘렀다.
‘도대체 이 여자 뭐야?’
금발의 벽안을 가진 전형적인 서양 미녀. 누구나 한 번은 돌아보게 만들 정도의 외모.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점의 흐트러짐 없는 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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