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71)
‘나랑 거의 대등해?’
대부분의 사람은 포커를 치면서 책상에 손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노형진은 그 책상에서 기억을 읽을 수 있다. 당연히 그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게 얼마야?’
그는 큰 거 한 방으로 버는 식이라면 상대방은 조금씩 버는 스타일. 자신이 상대방 카드를 알고 있으니 밀어붙일 수 있지만 아무리 노형진이라고 할지라도 카드가 나쁘면 다이를 외칠 수밖에 없다.
“그쪽도 만만치 않네요.”
한참동안 무표정하게 있던 그녀가 노형진을 보면서 미소를 보였다.
‘이런 젠장.’
노형진은 그걸 보고 아차 싶었다. 무려 열두 시간. 지칠 만한 시간인 것이다.
‘너무 오래 했는데 그 녀석들도 포기하고 갔겠지? 그렇다면 이쯤에서 빠져야겠군. 뭐, 따고 배짱이라는 소리는 안 하겠지.’
어차피 조직에서는 충분한 수수료를 받았으니 상관없으리라
“전 이쯤에서 그만하고 싶은데? 그쪽은 어때요?”
“어머, 벌써요? 이제 막 재미있어 지는데?”
미소를 지으면서 노형진을 바라보는 금발의 여자. 하나 노형진은 그만 빠지고 싶었기 때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좀 피곤하네요.”
“뭐, 그러시다면야. 딱 한 판 하고 가요. 올인해서.”
“올인?”
“네, 스릴 넘치지 않아요? 모든 것을 잃을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더 얻을 것인가.”
그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올인이 될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올인이란 말 그대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거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양측이 비슷할 때 가능한 이야기다. 딱 보기에도 노형진의 칩 더미가 여자의 칩보다 훨씬 더 많았다. 조직에서 가지고 간 배당금을 제외하고는 대략 60억. 상황을 봐서는 노형진이 대략 35억쯤 되고 그녀가 한 25억쯤 된다.
“아무래도 올인하기에는 부족하신 것 같은데.”
“그러면 절 걸까요? 어때요? 충분한 가치는 될 것 같은데. 호호호.”
“글쎄요.”
확실히 그녀가 아름답기는 하다. 하지만 고작 하룻밤에 10억이라는 큰돈이 될 만한 여자는 없다.
‘그 돈이 있으면 차라리 내가 기부하고 만다.’
다른 남자라면 그녀의 도발적인 행동에 넘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보고 초탈의 경지까지 이른 노형진에는 그다지 구미 당기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면 어때요? 내가 당신을 위해 1년간 일해 준다.”
“1년에 10억? 너무 연봉이 센데요?”
“원래 잘난 사람은 몸값이 비싸요.”
“난 당신이 누군지 모르는데요?”
“그래서 도박이 재미있는 거 아닌가요? 난 도박 중독자인 졸부일 수도 있고, 세계적인 유명인일 수도 있고, 전 세계적인 브로커나 톱 모델일 수도 있지요. 당신은 날 모르지만 10억이라는 돈을 가지고 내 미래에 대해서 도박하는 거죠.”
노형진은 그 말에 왠지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해 볼까?’
물론 그녀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녀의 기억을 읽어 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노형진은 왠지 그런 것을 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것을 알아내기보다는 운명에 맡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동의하지요.”
“좋아요. 그럼 올인.”
“올인.”
저쪽으로 카드가 먼저 날아가고 노형진에게도 카드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양측으로 번갈아서 날아가는 카드.
“전 이걸 바꾸죠.”
“전…… 이대로 가겠습니다.”
노형진은 잠시 그녀의 기억을 읽어서 카드를 파악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올인이다.’
뭔가를 더 걸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단 한 판으로 결정되는 순간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카드를 읽어 내서 게임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래서 도박에 빠진 사람이 제대로 생활을 못하는 건가?’
끊어질 듯한 팽팽한 긴장감.
“전…… 포 카드군요.”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카드의 카드를 펼쳐 보이는 여자. 포 카드. 똑같은 숫자가 네 개가 연달아 있는 카드.
“우와!”
“끝내준다.”
올인이라는 말에 몰려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입을 쩍 벌렸다. 노형진은 그런 그녀를 보면서 천천히 카드를 개봉하기 시작했다. 한 장씩, 한 장씩. 처음에 나온 숫자는 하트 5. 그다음에 나온 숫자는 하트 4.
“어? 설마?”
“진짜야?”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같은 카드가 숫자가 나열된 것을 스트레이트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높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백 스트레이트 와 로얄 스트레이트였다. 그중 백 스트레이트는 A부터 5까지 같은 무늬로 되어 있어야 한다.
“3이다! 3이야!”
그다음에 나온 카드는 하트 3. 사람들의 숫자가 모두 노형진에게 향했다.
“2!”
동일한 무늬에 2가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하트 에이스.
“1!”
사람들의 고함 소리를 들으면서 노형진은 천천히 카드를 뒤집었다. 그리고 그 위에 나타난 글자 A.
“아!”
“이런!”
하지만 사람들의 입에서는 안타깝다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트 에이스가 아닌 클로버 A였던 것이다.
“꽝!”
“아깝!”
네 장의 같은 무늬. 하지만 숫자가 나열되지 않았으니 결국 그냥 쓰레기 패.
“휴우.”
금발의 여자는 지금까지 꾹 참고 있던 숨을 한꺼번에 몰아쉬었다. 만일 저 클로버가 스페이드였다면 자신은 꼼짝없이 1년간 노형진에게 무료로 일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아깝네요.”
노형진도 아깝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호호호. 덕분에 이거 몇 년 만에 심장이 쫄깃하네요.”
그녀가 딜러에게 눈짓하자 가운데 있던 수북한 칩이 그녀에게 넘어갔다. 잔인할지 모르지만 이게 규칙이다. 이긴 자는 모든 것을 가지고 진 자는 모든 것을 빼앗긴다.
“솔직히 절 이렇게까지 따라오는 사람은 처음 봤네요.”
“저도입니다.”
“우리 서로 잘 어울릴지도?”
“설마요. 서로 밤새도록 도박만 하면 패가망신합니다.”
“호호호.”
노형진은 그런 그녀를 보면서 미소 지었다. 적지 않은 돈을 잃어버렸지만 왠지 아까운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제 비밀로 남겠네요.”
“뭐가요?”
“저에 대해서요.”
“아.”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인연이 된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지요.”
“그래요. 도박만큼 모를게 인연이니까요. 이거 모두 현금으로 바꿔 줘요.”
그녀는 칩을 넘겨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노형진에게 키스를 날렸다.
“부디 행운이 함께하기를.”
“행운의 여신이 키스를 날려 줬으니 잘되겠지요.”
노형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요. 전 이만 퇴장을…….”
그 순간이었다. 누군가 그녀에게 다가오더니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진짜야?”
“네.”
“흠…….”
심각한 표정이 된 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경비를 서던 남자를 불렀다.
“당장 매니저를 불러와요. 당장.”
“하오!”
다른 말은 몰라도 매니저라는 말은 알아들은 그는 바로 매니저를 불렀고 그녀가 아무래도 큰손인 모양이었는지 잠시 후 헐레벌떡 매니저가 뛰어 나왔다.
“제 경호원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어젯밤부터 절 감시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네? 그게 무슨…….”
“어떤 남자들이 입구에서 이곳을 노려보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그런…….”
“믿고 다니는 건데 곤란합니다.”
“죄송합니다, 마담. 바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여기에 오는 사람들 중에서 만만한 사람은 없다. 당연히 대부분 비밀리에 온다. 그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것은 자신들에게도 좋은 게 아니다.
“그럼 전 그사이에 돈을 좀 찾아야겠네요. 본의 아니게 이별이 좀 길어졌네요. 다시 보기를.”
다시 인사하러 가는 여자. 하지만 노형진은 그 소리를 듣고 속으로 움찔하고 있었다.
‘그 녀석들이 아직도 있었어?’
아마도 그녀도 그가 들어오고 얼마 되지 않아 들어온 모양이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어쩌면 자신보다 더 많은 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바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손님들을 진정시키는 매니저. 노형진은 그의 말대로 일단은 짐을 챙기면서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잠시 후 매니저가 안으로 들어와서 고개를 숙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왜?”
“안전을 위한 조치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저들을 취조해서 그 배후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했으리라.
“운이 좋았군.”
“그녀가 진짜 행운의 여신이었나 보네요.”
만일 그녀가 마지막 게임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노형진과 김성식은 무심결에 바깥으로 나갔다가 그들에게 잡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 게임을 요구하면서 비록 돈은 잃어버렸을지는 모르지만 그녀의 경호원이 이상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이쪽 조직에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긴가 보군.”
노형진과 함께 나온 김성식은 구석에 있는 깨진 유리와 피를 보면서 눈을 찌푸렸다. 아마도 차 유리창을 부수고 강제로 끌어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그다지 알고 싶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그녀가 행운의 여신은 맞군요.”
추적 팀, 아니 암살 팀이 사라졌으니 당분간은 중국에서 활동하기 쉬워질 것이다.
“그나저나 안 아깝나?”
“뭐가요?”
“10억 말일세.”
“뭐, 제 목숨보다는 덜 아깝죠.”
“하긴.”
김성식은 이해한다는 얼굴이었다. 지난밤 자신이 얼마나 심장이 떨렸던가? 검사 시설과는 다른 공포였다.
“그렇지만 덕분에 전화위복이 되었으니까요. 당분간은 안전하게 조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정보가 나올지도 몰랐다.
>2장. 대륙의 기상>
대륙.
사전적 용어로는 지구표면의 광대한 땅을 가진 곳을 말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인터넷상에서 중국을 뜻하는 일종의 은어이기도 하다. 워낙 중국이 크다 보니 대륙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크군요.”
노형진이 예상되는 곳의 지도를 펼치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이건 거의 서울시만 한데?”
그게 있을 거라 추정되는 곳의 크기가 거의 서울시만큼 큰상황이었기 때문에 노형진은 고민에 빠졌다.
“이 안에서 찾을 수 있겠나?”
“찾아봐야지요.”
어떻게든 그 현장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음모론일 뿐이다.
“어떻게 해서든 찾아서 그 장면을 찍어 가야 합니다.”
증거가 없는 주장은 주장일 뿐이다. 절대로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는다. 그건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마냥 찾아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이곳은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일세. 그 안에서도 최고로 공장이 많은 도시 중 한 곳이기도 하고.”
“흠…….”
“일단 등록된 공장을 확인해 달라고 할까?”
“힘들 겁니다.”
중국의 정신을 표현하자면 만만디라고 할 수 있다. 느긋한 여유로움. 좋게 말해서 여유로움이지,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언제 나올지 모를 속 터지는 기분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청을 해도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사실 나올지도 확실하지 않고요.”
“그거는 그렇지.”
중국의 부패는 워낙 심해서 뇌물을 주지 않으면 일이 진행이 안 된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였다.
“하긴 그렇기는 하네. 생각해 보니 마땅히 질문할 것도 없군.”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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