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73)
“네.”
“아니, 왜?”
“짝퉁인지 봐야 해서요.”
“딱 보면 모르겠나? 여기 중국이야. 그러게 수억씩 준 게 아니라면 당연히 짝퉁이지.”
노형진이 아무리 부자라고 하지만 주머니에 수억씩 들고 다닐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형진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준 돈으로 이걸 사 왔다. 즉, 짝퉁이라는 소리다.
“압니다.”
“그런데 왜 사 왔어?”
“그래서 사 와야 했습니다. 일단 다시 호텔로 돌아가시죠.”
“호텔로? 점심은?”
“비싸지만 룸서비스로 시키죠.”
“끄응…… 그러세.”
결국 다시 들어온 노형진은 룸서비스를 시키고 난 후에 그 시계들과 옷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넷에 올라온 옷들과 비교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똑같군요.”
“그래, 똑같지. 그러니까 짝퉁이지. 그걸 왜 산 건가? 그걸 누굴 선물할 것도 아니고…….”
선물을 하고자 한다면 시장에서 잘 찾으면 짝퉁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중고를 사다니.
“아니요…… 이건 진품입니다.”
“뭐?”
그 말에 깜짝 놀라는 김성식 변호사. 당연히 짝퉁이라고 생각했는데 진품이라니? 더군다나 여기는 한국도 아니고 중국이다.
“그게 가능한가?”
“가능하지요. 제가 들은 바로는 말입니다.”
“들은 바로는?”
“네.”
“무슨 소리야?”
“짝퉁에도 급이 있습니다. 아십니까?”
짝퉁에도 급이 있다. 제일 낮은 것이 그냥 모양만 흉내 낸 것이다. 재질도 다르고 방식도 허접해서 누가 봐도 짝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두 번째는 디자인만 훔치는 것이다. 그것 역시 재질은 다르기 때문에 조금만 살피면 짝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번째는 동일한 재료로 만드는 것이다. 속칭 A급이라 불리며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그게 가짜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네 번째 방식이 있지요. 동일한 물건을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재료로 만드는 거지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동일한 물건과 동일한 재료로 만드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동일한 사람이라니?
“이건 전문가도 거의 못 알아차립니다.”
“그럼 그건 진품 아닌가? 아닙니다. 짝퉁이지요.”
“짝퉁?”
“네,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퍼지는 놈이기도 하고요.”
“……?”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진짜 기술자가 가짜를 만든다는 뜻이니까.
“간단합니다. 돈을 누가 더 먹느냐.”
“돈을 더 먹느냐니?”
“결국 일하는 사람은 임금 근로자니까요.”
수많은 브랜드 들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긴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이다. 문제는 중국인들이다. 인건비를 옮기기 위해서 중국으로 왔는데 본국의 기술자가 올 리 없다. 그들이 선택한 것은 중국인 기술자들에게 기술을 알려 줘서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요.”
바로 자긍심이다. 지오나코 가문의 기술자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있듯이 수많은 나라의 장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만든 세계적인 명품. 하지만 중국에서 만드는 사람들은 장인이 아니라 기술을 배운 기술자일 뿐이며 당연히 자긍심이라는 게 없거나 아주 약하다.
“당연히 그들은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럼?”
“그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 짝퉁을 만드는 겁니다.”
어차피 공장에서는 감시당하면서 일하기 때문에 물건을 빼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노예가 아니다. 당연히 퇴근이라는 것을 하기도 하고 퇴직이라는 것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들은 새로운 공장을 차리는 겁니다.”
이미 어떤 재료와 어떤 기술을 쓰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
김성식은 탄성을 질렀다.
“맞습니다. 그들은 자체적으로 생산하려고 하지요. 그리고 이건 그겁니다.”
노형진은 자신이 사 온 물건을 흔들었다. 브랜드 물건이기는 하지만 브랜드 물건이 아닌 것.
“즉, 그들은 그 공장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거지요.”
“그렇군.”
그곳에서 기술을 배워서 나온 사람들이니 당연히 공장 기술을 알 수밖에 없다.
“좋은 생각일세. 하지만 그들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짝퉁 업자가 그렇게 쉽게 모습을 드러낼까?”
“드러냅니다.”
“아니, 어째서?”
“짝퉁 업자니까요.”
“엥?”
노형진은 빙긋 웃을 뿐이었다.
* * *
“수입.”
“네.”
약간은 젊은, 그러나 껄렁해 보이는 남자를 위아래로 살피던 남자가 피식 웃었다.
“우리는 그런 거 모른다.”
안으로 들어가려는 남자. 그러자 바깥에 있던 젊은 남자 노형진은 그런 그의 손을 잡았다.
“허허. 걱정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면서 그의 손에 몇 푼을 쥐여 주는 노형진. 자신의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지폐의 느낌에 주인은 잠시 멈추더니 헛기침을 했다.
“소개만 해 주신다면 짭짤하게 보상하겠습니다. 설마 제가 모른 척하겠습니까?”
“크흠흠…….”
“잘 부탁드립니다. 흐흐흐.”
“뭐, 그렇게 말한다면야…….”
노형진이 다가간 사람은 지난번에 자신이 옷을 산 사람에게 옷을 팔았던 짝퉁 업자였다. 그들에게서 미리 연락처를 받아 온 덕분에 그들에게서 짝퉁을 팔았던 사람을 소개받았던 것이다.
“맨입으로 부탁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말한다면야. 흐흐.”
말과 다르게 눈에 탐욕이 가득한 상인.
‘사실 때가 되기는 했지.’
이 바닥에는 순서가 있다. 일단 짝퉁이 풀리기 시작하면 한국인 상인이 그걸 알아내서 접근한다. 그 후에 그걸 수입해 간다. 생각보다 살짝 빠르기는 하지만 길거리에서 우연하게 봤다고 하니 이상한 것도 아니다. 소개해 준 사람도 거래를 오래 한 사람들이니 만큼 함정도 아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유명하다지?”
“그럼요. 다들 하고 싶은데 못해서 난리죠.”
“그렇지. 흐흐흐.”
모든 것이 그렇지만 그게 유행할 때 돈을 버는 사람은 그걸 최초로 공급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좀 조심스러운데 말이지.”
“압니다. 그래서 특별히 부탁드리는 거 아닙니까?”
노형진이 슬쩍 그의 주머니에 몇 푼 더 넣어 주자 그의 얼굴은 훨씬 환해졌다.
“크흠…… 뭐, 그렇다면야.”
자신에게 소개비를 준다는데 싫다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며칠 뒤에 다시 와 보게나. 내 그때 그쪽에 물어서 거래해 보지.”
“아이고, 감사합니다.”
노형진은 빙긋 웃으면서 그곳을 나왔다.
“어떤가?”
“떡밥을 물었습니다.”
“그래? 다행이군. 그런데 그렇게 한다고 원래 공장을 찾을 수 있을까?”
“아마도요.”
상대방은 그 공장에 다닌 사람이다. 당연히 그 공장의 정확한 주소를 알 가능성이 있다.
“기대되는군요. 흐흐흐.”
노형진의 말에 김성식은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 * *
“반갑습니다. 그래, 물건이 필요하다고요?”
“네, 한국으로 들여갈 물건이 필요해서요.”
“그게 어떤 건데요?”
“에이, 아시면서.”
“우리가 취급하는 게 많아서 그렇습니다.”
“지오나코와 빈센코 그 두 개가 필요 합니다.”
“하긴. 그게 한국에서는 상당한 인기라면서요?”
“네.”
중국인 딜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난번에 보니까 퀄리티가 상당하던데요.”
노형진은 그에게 슬쩍 내부 사정을 떠볼 속셈으로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기고만장해져서 자신의 기술력을 자랑하려고 입을 열었다.
“퀄리티가 상당한 정도가 아니라 그게 바로 정품입니다. 재료와 기술자가 같으니까요.”
“네? 그게 가능합니까? 프랑스와 스위스에서 만드는 거 아니었어요?”
그 말에 그의 얼굴에 떠오르는 비웃음.
“누가 그래요?”
“한국에서는 다 그렇게 알고 있는데요?”
“멍청한 거죠. 그거 다 여기 중국에서 만드는 겁니다.”
“네에?”
노형진은 마치 몰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원래 사람은 상대방이 리액션을 보이면 더 말하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그거 다 여기 중국에서 만드는 겁니다. 스위스? 프랑스? 그건 구경도 못해 본 물건일걸요?”
“그럼?”
“그 재료도 동일한 공장에서 공급받고 지금 이걸 만드는 사람도 그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을 빼 온 겁니다. 당연히 똑같을 수밖에 없지요.”
“헐. 몰랐습니다.”
“중국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미 중국의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그에게 동의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이었다.
‘역시 그랬어.’
어디선가 성화의 공장이 있다는 소리다.
“그럼 여기 어디서 만드는 건가요?”
“그럼요.”
“그럼 정품 공장이 어딘지 말해 줄 수는 없습니까?”
“그건 안 됩니다.”
“네, 왜요? 어차피 정품을 만드는 공장이니 상관없지 않을까요?”
“저희도 먹고살아야지요.”
“아.”
노형진은 그들이 걱정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노형진을 비롯한 한국인들이 그곳에서 직접 기술자를 빼내서 짝퉁을 제작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
‘돈으로 찔러 봐? 아니야…… 자기 밥그릇이 걸려 있으면 될 리 없지.’
비록 그 위치를 알려 주지 않지만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실적이다. 더군다나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심증이 맞은 이상 그 공장을 찾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다만 원단이랑 부품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원단과 부품을요?”
“네, 솔직히 아시겠지만 거래 트고 나서 갑자기 재료 바꾸는 놈들이 있어서요.”
그 말에 코웃음을 치는 남자.
“그런 사기꾼이랑 비교하지 마십시오.”
그 말에 노형진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짝퉁을 만드는 인간이 뭐래?’
하긴 그는 일단 사기는 안 치니까 가짜인 걸 말하고 파는 것이니 속이는 건 아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요.”
“그 정도야, 뭐.”
사실 그 정도는 다들 요구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노형진은 그를 따라서 그의 창고로 갈 수 있었다.
“여기가 창고입니다.”
“그렇군요.”
“공장은 못 보여 드립니다.”
“압니다.”
중국 정부에서 짝퉁을 만드는 것을 모른 척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찌 되었건 불법은 불법인 만큼 그들로서도 공장은 보여 줄 의사가 없었다.
‘그거랑 나랑 상관없지.’
노형진은 슬쩍 옷감으로 다가가서 마치 상태를 확인하는 듯 그걸 만지작거렸다.
‘역시 기억은 없군.’
사람의 손을 탄 거라면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질 좋은 원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계로 짠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위치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하지만…….’
노형진은 주변을 슬쩍 둘러보면서 꼼꼼하게 원단을 살폈다.
‘찾았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게 있는데 원단의 양 사이드에는 해당 브랜드의 이름이 적혀 있다. 물론 옷을 만들 때는 그 부분은 잘라 내 버린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원단 상태에서는 그걸 찾을 수 있었다.
‘좋았어.’
노형진은 그 이름을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좋군요.”
“말씀드렸지요? 우리는 동일한 원단을 씁니다. 그런 걸로 속이는 저질과 비교하지 마세요.”
“그럼 부품도 볼 수 있을까요?”
“그럼요.”
노형진에게 시계 부품을 보여 주는 남자. 시계는 원단과 다르게 다 기계가 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형진은 그 안에서 기억을 읽어 낼 수 있었다. 당연히 그 부품을 만드는 공장을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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