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74)
“그래서 거래는?”
노형진은 나중에 다시 하자고 할까 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마음을 바꿨다.
‘아니지.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하는 게 좋다. 짝퉁이 확보되어야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어차피 이 비용은 대룡에서 지불할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이건 신고해 봐야 의미가 없어.’
이번 사건에서 성화는 완벽하게 뒤로 물러나 있다. 즉, 이걸 신고한다고 해도 성화에는 티클 만큼의 피해도 못 준다. 물론 아주 심층적으로 파고들면 성화라는 존재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로부터 로비를 받는 대한민국 정치권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들이 이 물건을 샀다는 것도 문제고.’
그들의 습성을 뻔하게 아는 노형진은 신고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그들을 제재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시계는 디자인별로 2천 개. 옷도 디자인 별로 2천 벌. 어떻습니까?”
“그렇게 많이요? 그 정도면 6억을 될 겁니다.”
“이렇게 질 좋은 물건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흐흐흐.”
그 말에 중국인 남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바로 작업에 들어가지요.”
“최대한 높은 퀄리티를 뽑아 주십시오.”
“확실하게 해 드리지요 흐흐흐.”
“흐흐흐.”
그 둘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채로 속으로 상대방에게 비웃음을 날렸다.
* * *
“여기로군.”
“네.”
노형진과 김성식은 어떤 장소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원단을 공급하는 곳입니다.”
빈센코에 원단을 공급하는 공장. 노형진은 그곳에서 조용히 잠복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원단은 어쩔 수 없이 공장으로 들어가니까.”
“그렇지요.”
그 짝퉁 상인은 그 부분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노형진은 그 상표를 확인하고 원단의 회사를 찾아낸 것이다.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는 회사인 만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부아앙.
입구에서 나오는 한 대의 트럭. 그걸 본 김성식은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아닙니다.”
“끄응…… 그 사람이 제대로 해 줄까?”
“해 주겠지요.”
수많은 원단을 만드는 공장인 만큼 그 많은 원단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노형진은 경비원에게 적당히 돈을 찔러 주고 성화의 공장으로 가는 원단을 확인해서 신호를 달라고 했다.
‘부패한 것이 좋은 것도 있다니까.’
만일 충성심이 투철한 사람이었다면 의심하겠지만 그 경비원은 돈을 보고 눈이 번뜩거렸다.
“저기!”
그 순간 앞으로 나오는 한 남자. 그는 굳이 문 바깥까지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는 그걸 버리고 들어갔다. 한국처럼 흡연 금지가 아닌 이곳에서 그 행동이 뜻하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
“신호입니다.”
노형진은 바로 시동을 걸었고 얼마 후 한 대의 차량이 슬금슬금 문 바깥으로 나왔다.
“저거로군.”
“네.”
노형진은 바로 그 차를 따라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차량은 시내를 관동하고 굽이굽이 시골길을 따라가더니 어느 후미진 공장 터로 들어갔다.
“우우…… 여기는 생각하고 다른데?”
명품이라고 하면 최소한 어느 정도 시설은 되는 곳에서 만드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주변은 말 그대로 논과 밭뿐이었고 사방에 돼지 축사가 가득했다.
“성화 입장에서는 눈에 안 띄는 게 중요하니까요. 주요 공장 지대에 자리를 잡으면 아마도 눈에 띌 수밖에 없지요. 그곳에는 한국에서 오는 바이어가 많으니까요.”
“그렇겠군.”
트럭은 익숙한 듯 입구로 들어갔고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원은 잠시 검문하고 그걸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제 어쩌지? 공장을 찾았다고 끝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지요.”
저게 창고인지 공장인지 외부에서는 알 수가 없다. 그안에서 물건을 만드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볼 수 없으니까.
“그냥 계약서만 가지고는 안 될까?”
“그러면 좋겠지만 도장은 누구나 위조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끄응…….”
만일 성화에서 누군가 위조했다고 하면 그들은 할 말이 없다. 실제로도 그런 일은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니까.
“일단은…… 저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김성식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 높게 올라간 철조망. 그리고 여기저기 서 있는 경비원. 그들의 상태로 봐서는 그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당당하게 들어가는 건 힘들겠어.”
“그러면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한테서 사진을 찍어 다 달라고 할까요?”
“과연 하려고 할까?”
일단 그만두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멀쩡한 직장에서 잘릴 수 있는 행동을 지금 있는 사람들이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음…….”
노형진은 조용히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저건?”
“왜 그러나?”
“식당 같은데요?”
“식당?”
“네.”
“그게 왜?”
“잠깐 차를 그쪽으로 돌리죠.”
그 건물 내부에 보이는 곳. 그곳에 식당이 있었던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다. 이 근처에 바깥에서 밥을 먹을 만한 공간이 없으니 식사는 회사에서 준비해 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식당을 본 노형진은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좋은 생각?”
“네.”
“무슨 좋은 생각? 식품 납품 업자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그건 서로 잘 알 텐데?”
그건 무리라는 걸 알고 있는 김성식은 고개를 흔들었다.
“압니다. 하지만 들어가는 신경 써도 나오는 건 신경 안 쓰는 게 인간이거든요.”
“응?”
“일단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김 변호사님은 몇 가지 준비만 해 주시면 됩니다.”
노형진의 미소를 김성식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볼 수밖에 없었다.
* * *
“통과.”
더러운 트럭을 본 경비가 접근도 하지도 않고 멀찌감치에서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문이 열리면서 그 트럭은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노형진은 조수석에 앉아서 피식 웃었다.
‘이럴 줄 알았어.’
대단위 공장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의 양은 많다. 그걸 버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이 주변에 있는 수많은 돼지 농장들.
“시간은 30분 정도 걸립니다.”
운전하던 운전사의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안에 돌아오겠습니다.”
노형진이 생각한 것은 간단했다. 바로 짬트럭. 그러니까 음식 쓰레기를 가져가는 트럭을 생각해 낸 것이다. 한국에는 ‘짬아저씨’라고 불리는 문화가 있고, 성화라면 그것도 돈이 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 농장에서 그들에게서 음식물 쓰레기를 받아 처분하는 곳이 있었고 노형진은 그에게 적절한 사례를 하고 함께 들어올 수 있었다.
‘경비원들이 접근할 리 없지.’
가뜩이나 지저분한 게 중국인인데 그 중에서도 짬트럭은 어쩔 수 없이 냄새가 심하게 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들로서는 매일 오는 트럭을 감시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것이다.
“걸리면 난 모르는 겁니다.”
“네.”
트럭이 식당 뒤 음식물 쓰레기통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노형진은 잽싸게 내려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서 그런지 주변에 사람은 없었다.
‘이곳인가?’
외부 감시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건지 내부에 대한 순찰이나 감시는 따로 없었기 때문에 노형진은 어렵지 않게 건물 쪽으로 갈 수 있었고 그곳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 내부를 바라보았다.
‘대단하군.’
그 안은 두 개의 라인으로 되어 있었다. 하나는 옷을 만들고 있었고 하나는 남성용 시계나 다른 용품들을 만들고 있었다.
‘지오나코와 빈센코…….’
그리고 그 위에 붙어 있는 표시 푯말에는 지오나코 라인 그리고 빈센코 라인이라고 쓰여 있었다.
‘결정적인 증거다.’
노형진은 그걸 찍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이 정도면 그들을 한국에서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노형진은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목소리가 뒤에서 그를 붙잡았다.
“이 새끼야!”
“히익!”
노형진은 너무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털썩 주저앉았다. 여기서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벽 코너에서 나오는 한 남자와 다른 남자들.
‘망했다.’
안 그래도 자신을 못 죽여서 안달인 성화다. 지난번에도 한번 걸렸다가 자신은 비밀리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다.
‘젠장.’
잡히면 곱게 끝날 게 아니라는 생각에 싸울 각오를 하는 노형진. 그런데 그 뒤에 있는 남자들의 표정이 어색했다. 더군다나 선두에 서서 있는 남자 역시 한심스러운 비웃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새끼들은 어떻게 점심시간만 되면 땡땡이냐?”
“땡땡이?”
“그래, 이 새끼들아. 아오 하필이면 왜 이딴 데로 배정돼서는……. 안 따라와? 일 하지 않는 자, 처먹지도 말라는 말 몰라?”
“…….”
노형진은 말하지 않았지만 대충 상황을 알 것 같았다. 점심시간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으니 막 졸릴 시간이다. 당연하게도 그들을 위한 오침 시간 따위가 있을 리 없다.
“이 새끼들이 진짜, 아오, 망할 짱깨 새끼들.”
척 보니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은 몰래 짱 박혀서 자려고 하던 사람인 모양이었다.
“이리로 안 와?”
“…….”
노형진은 마치 걸렸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뒤에 가서 섰다.
“우리가 일하라고 돈 주지, 놀라고 돈 주냐? 이 망할 짱깨 새끼들.”
한국인 관리관은 중국인들이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툴툴거리면서 그들을 데리고 다시 창고로 향했다. 그리고 그동안에도 중국인 인부들은 노형진에게 그다지 관심을 주지 않았다.
‘다행이다.’
트럭에 타기 위해서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은 데다가 중국 특유의 탕인에게 무관심한 문화 덕분에 노형진에 대해서 누구도 말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매일같이 사람이 바뀌는 부분도 있으니 당연히 말할 이유도 없었다.
“어서 들어가서 일해!”
노형진은 그 사람에게 밀리듯이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있던 직원들은 무심하게 고개를 들었다가 다기 소개를 숙이고 일할 뿐이었다.
“하아.”
뒤에 있던 중국인 남자는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자리로 갔고 노형진은 눈치를 보면서 빈자리로 다가갔다.
“빨리빨리 하라 해.”
마구 다그치는 중국인 팀장. 그의 말을 들으면서 노형진은 일을 하는 척했다.
‘이거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나쁘다고 해야 하나?’
확실하게 안에 들어와서 증거는 확보할 수 있었다. 단순히 일하는 장면이 아니라 각 명품의 제작 과정을 자세하게 찍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쁜 것은 눈치가 보여서 나갈 수가 없다는 것.
‘어쩐다…….’
노형진은 조용히 주변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감시하는 사람들.
‘이건 완전히 노예잖아?’
여기서 일하던 사람들이 왜 나가서 짝퉁을 만드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부품으로 봐서 노예처럼 일하도록 되어 있는 구조. 끊임없이 감시하는 그 시스템.
‘이런, 이런…….’
채찍만 들고 있으면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노예 시스템이었다.
“빨리 일해. 불량이 나면 임금에서 깐다.”
심지어 불량을 직원에게 뒤집어씌우기까지 하는 행동을 보면서 노형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런 노형진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한 감독관이 그에게 다가왔다.
“뭐 불만 있어?”
“아닙니다.”
“그런데 왜 표정이 그따위야?”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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