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75)
철썩.
그 순간 돌아가는 노형진의 얼굴. 그리고 한쪽 얼굴에 남아 있는 따귀의 흔적.
“불만 있으면 아가리 닥치고 일해.”
“…….”
“병신 같은 놈들.”
멀어지는 남자. 노형진은 그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갑질 쩌는구만.’
하긴 이런 일에 비밀리에 투입되는 사람이 좋은 성격일 수가 없다. 좋게 말하면 믿을 만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토사구팽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들도 알 테니까.
‘그나저나……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노형진이 막 곤란해하던 차였다.
‘응?’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방금 노형진의 얼굴을 치고 간 남자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연신 자신이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씨발…….’
그들의 눈빛을 봐서는 심각한 이야기가 오가는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내 얼굴을 아는 건가?’
생각해 보면 노형진은 제법 얼굴이 알려진 변호사다. 언론플레이할 때도 몇 번 앞에 나섰고 과거에 모 프로그램에서 고정 패널로 출연한 적도 있으니 한국인이라면 아무리 허름하게 했다고 하지만 그의 얼굴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염병할…….’
노형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도망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앞쪽에서 두 사람이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앞쪽과 뒤쪽에 있는 입구는 총을 든 경비원이 지키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태세였다.
‘망했다.’
노형진은 주변이 무기가 될 만한 걸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있는 거라고는 눈앞에 있는 구형 재봉틀이 다였기 때문에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의자조차도 나사로 고정된 고정식이었다.
‘이런 젠장.’
눈앞이 캄캄해지는 찰나였다.
와장창!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앞문이 박살이 났다.
“끄아아악!”
입구를 지키기 위해서 서 있던 경비원들은 뒤에서 날아온 문짝에 맞아서 허공을 날랐고 노형진은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뭐야!”
“우에엑!”
“으악…… 이거 무슨 냄새야!”
문을 뚫고 들어온 걸 본 사람들은 기겁하면서 그쪽에서 멀어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문을 뚫고 들어온 것은 아까 전 노형진이 타고 온 짬트럭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까처럼 비어 있는 게 아니라 짬이 꽉 차 있는 트럭.
“우에엑!”
“웩웩!”
거의 화생방에 가까운 냄새 때문에 사람들은 뒷문으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노형진에게 다가오려던 사람들은 당황해서 그들을 막으려고 했다.
“뭐야!”
“멈춰!”
하지만 트럭에서 쏟아진 짬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냄새는 점점 심해졌다.
“막아!”
경비대장은 당황해서 막으라고 했지만 수백 명이 한꺼번에 뒷문으로 몰리자 그 뒷문을 막던 경비원 두 명으로는 그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총을 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자신들 역시 냄새 때문에 질식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웨에엑!”
결국 문을 박차고 나가는 사람들. 노형진은 잽싸게 그들에게 섞여서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그가 나갔을 때 사방에서 경비원이 그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 건물 바깥으로 나갔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들의 영역 안에 있었던 것이다.
부아아앙.
그 순간 들리는 거친 엔진 소리. 다들 그쪽으로 시선이 돌아갔고 그곳에서는 트럭 한 대가 거칠게 달려들고 있었다.
“으아악!”
“막아!”
“늦었어! 피해!”
벽돌도 아니고 그냥 철조망으로 된 담은 트럭을 막을 힘 따위는 없었고 순식간에 부수고 들어온 트럭.
“히이익!”
트럭을 피해서 움직이는 사람들. 트럭은 아슬아슬하게 사람을 치지 않고 멈춰 섰고 그 트럭을 알아본 노형진은 그 트럭으로 사력을 다해서 뛰었다.
“노 변호사!”
문이 벌컥 열리면서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김성식. 노형진은 뛰어들다시피 트럭 안에 올라탔고 김성식은 주저하지 않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잡아라!”
뒤늦게 튀어나온 경비원들이 그쪽을 향해 총을 갈기기 시작했지만 이미 권총으로 맞추기에는 상당히 먼 거리까지 도망쳐서 대부분의 총알은 허무하게 빗나갈 뿐이었다.
와장창.
“이크.”
몇몇은 유리를 깨기도 했지만 다행히 노형진이나 김성식은 그 총을 맞지 않고 도망칠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노형진은 몸을 숙이면서도 기가 막히다는 듯 김성식을 바라보았다.
“이봐, 나 중수부장이었던 사람이야. 일이 틀어지는 것쯤 모를 것 같아?”
“아!”
김성식은 노형진이 들어가고 난 후 숨어서 상황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경비원들이 웅성거리더니 몇몇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 것이다.
“이 차야 아까 우리가 빌린 거니 그렇다고 치고 짬트럭은 어떻게 구하신 겁니까?”
시간상 자신을 태우고 들어간 짬 트럭은 이미 그곳에서 멀리 벗어나야 했다. 물론 돈을 받고 노형진을 들여보내 줬지만 노형진을 구하기 위해 그가 돌진했다고는 보기 힘들었다.
“아, 그거?”
왠지 김성식의 표정이 묘해졌다.
“설마 돈 주신 겁니까?”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건 말도 안 된다.
‘그렇게 큰돈을 가지고 다니지는 않으실 텐데.’
빌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 짬트럭으로 그가 공장을 들이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그곳에서 잘리는 것뿐만 아니라 막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할 테니까.
“아, 그거?”
김성식은 씩 웃었다. 그러고는 주먹을 들어서 흔들었다.
“검사들은 기본적으로 격투기를 배워야 하거든. 나도 유도를 좀 할 줄 안다네.”
“헐?”
그러고 보니 사람이 들이받은 것치고는 트럭이 이상하기는 했다. 문을 부수고 들어오고 난 후 방향을 잡지 못하고 나동그라졌으니 말이다.
“뭐, 많이 다치지는 않았을 거야.”
씩 웃는 김성식의 말에 노형진은 그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3장. 뒤통수를 칩시다>
“무리네요.”
“뭐라고?”
간신히 정보를 모아서 한국으로 돌아온 노형진은 바로 증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증거를 분석하면서 성화의 철두철미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무슨 소리인가, 노 변호사? 뒤에 성화가 있다면서?”
“네.”
“그런데 왜 무리야?”
노형진이 가지고 온 계약서. 그리고 그들의 공장에서 촬영한 영상까지 증거는 넘쳤다. 그런데 무리라니?
“이걸 비교해 주십시오.”
노형진은 유민택에게 두 장의 사진을 건넸다. 그리고 그걸 받아서 자세하게 보던 유민택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이쪽은 지오나코 가문에서 몰래 찍어 온 계약서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외부와 계약할 때 성화에서 쓰는 도장이고요.”
“다르군.”
“네, 아주 흡사하기는 하지만 자세하게 보면 다릅니다.”
“끄응…….”
두 도장은 얼핏 보면 비슷하게 생겨 있었다. 하지만 그 내부를 자세하게 보면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르게 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번 일을 위해서 새로 도장을 판 모양입니다.”
“끄응…… 그렇겠지……. 도장 파는 건 얼마 안 하니까.”
도장을 새로 파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건 안 되겠군.”
성화가 기존에 쓰던 도장이 아닌 다른 모양의 도장을 사용했다면 신고했다고 한들 성화가 이건 위조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 당장 재판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도장이라는 것이 드러날 테니까.
“하지만 현장에서 찍어 온 것도 있지 않은가?”
“그게…… 저도 그 당시에 찍어 온 사진들을 확인했습니다만.”
“그런데?”
“공장인 걸 알 수는 있지만 성화인 것을 알 수는 없더군요.”
“그런…….”
실내에는 분명 지오나코와 빈센코라는 이름이 걸려 있었고 각각의 라인이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언론에 드러난 것처럼 지오나코와 빈센코가 명품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성화의 속임수라는 증거가 되지는 않지요.”
“젠장…….”
회사 어디에도 성화와 연결시킬 수 있는 물건은 없었다. 직원들은 알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신상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설사 알아낸다고 해도 그냥 퇴직한 직원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어쩌면 벌써 퇴직 처리를 했는지 모르지.’
노형진에게 당하기는 했지만 성화는 이런 쪽으로는 도가 터 있는 기업이다. 그러니 이미 퇴직 처리를 해서 나중을 대비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신고하면 도리어 우리가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로 역고소당할 겁니다.”
물론 지오나코와 빈센코 역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겠지만 그건 성화의 타격이 아니다. 그들은 바로 손을 털고 나올 테니까.
“그럼 어쩌란 말인가? 이대로 성화가 가짜를 팔아먹게 두란 말인가?”
“고민이네요.”
노형진 역시 생각지도 못한 문제로 인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번에는 진짜 작심한 모양인데?’
이리저리 뒤져 봤지만 성화가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는 오로지 심증뿐이다. 물증은 전혀 없었다. 물론 어딘가에 그게 있을 테지만 그건 그들의 손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아무리 노력해도 그걸 자신들의 손에 넣을 수는 없는 것이다.
“망할 성화 놈들.”
유민택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자신의 철천지원수인 성화다. 그 복수를 위해 은퇴했던 그가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사기 행각을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다니.
“흠…….”
노형진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서류들을 바라보았다.
‘역시…… 이번에는 성화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불가능하겠어.’
깔끔하게 뒷수습이 되는 성화의 시스템.
‘아무래도 청계의 인력 중 일부가 흘러들어 간 것 같아.’
청계가 사라졌다고 하지만 그 인력이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범죄를 설계해 준 죄로 인해서 일부 상위층이 잡혀 들어가기는 했지만 그곳에는 많은 변호사들이 있었으니 그중에서 일부는 성화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
“망할 놈…… 그냥 신고라도 하세. 최소한 지오나코와 빈센코가 사라지면 그 녀석들의 현금 유동성에 문제는 생기겠지.”
“그거야 그렇지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오나코와 빈센코를 만든 것은 성화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즉, 증거로 경찰에 넘겨줘서 이슈만 만들어도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소리다.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다르다?”
노형진의 말에 유민택은 고개를 갸웃했다.
“유 회장님.”
“응?”
“이런 말이 있지요. 똥통을 청소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 똥을 안 묻힐 수는 없다고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유 회장님은 저들과 같은 인간이 되실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그 말에 유민택은 얼굴이 딱딱해졌다. 지금까지 노형진은 상생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유민택은 그 말에 감명받아서 기업을 상생을 목적으로 운영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다른 기업들을 제치고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러니까 나보고 성화와 같은 짓을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노형진은 진지하게 바라보면서 물었다.
‘이건 그냥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법적으로 신고해 봐야 증거도 없고 도리어 자신들이 명예훼손이나 허위 사실 유포로 처벌받을 수 있는 사항이다.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이기려면 상대방과 똑같아 져야 한다는 거지.’
사람들은 언젠가는 선이 승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승리의 과정에서 일정 부분의 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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