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76)
상대방은 악으로 무제한 덤벼드는데 이쪽은 선으로 무조건 대응하면 승리하는 것은 악이다. 결국 선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악한 행동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필요악이야……. 과연 유 회장님은 그걸 할까?’
가령 살인은 나쁜 짓이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침략자를 죽이는 것은 정당하다. 왜냐? 그건 필요악이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선으로만 대응해서 그들을 말로 설득한다는 건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하지만 노형진의 그런 생각은 기우였다.
“그 녀석들에게 피해만 줄 수 있다면 난 어떤 행동이든 두렵지 않네.”
아무리 가문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지만 유민택은 대룡이라는 거대한 기업을 일군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그 정도 일을 두려워한다면 대룡을 일구지는 못했을 것이다. 악이라도 필요할 때는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이상 언제나 도망만 다녔을 테니까.
“방법이 있으면 말해 보게.”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 어떤 방법인가?”
“잠시 귀 좀.”
극도로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형진은 유민택의 귀에 대고 조용히 계획을 설명했다. 그러자 유민택은 그 말을 듣고는 약간은 얼굴이 굳었다.
“그리 좋은 계획은 아니군.”
“네, 만일 드러난다면 도리어 대룡에 피해가 클 겁니다.”
“음…….”
“하지만 이게 성공한다면 성화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막대한 피해만을 보겠지요. 당장 처벌받지는 않겠지만 대신에 장기적으로 큰 피해가 발생할 겁니다.”
“그렇겠지.”
“성화의 목적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한 것이라 가정한다면 도리어 신고하는 것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지요.”
“…….”
유민택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하면 안 된다. 하지만 그 안전을 무시하고 실전에 나섰을 때 성화가 입을 피해를 생각하면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작전이기도 했다.
“악마의 속삭임 같군.”
“그럴지도요.”
문제가 될 수밖에 없지만 그걸 거절할 수 없는 악마의 속삭임. 노형진의 계획은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실행은 가능한가? 당장 실행하기에는 준비할 게 많은데.”
그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사실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뭐라고?”
“이미 준비하고 왔습니다. 이렇게 대답하실 거라 생각하셨거든요.”
“허.”
유민택은 혀를 내둘렀다. 결국 유민택이 어떤 선택을 할지 노형진은 알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럼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나?”
“바로 지금부터입니다.”
그 말에 유민택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 바로 시작하세.”
“네, 이번에는 성화에서 상당히 큰 피해를 입을 겁니다. 후후후.”
* * *
“이게 뭐야?”
김두필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보고서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터져 나왔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짝퉁?”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가짜가 퍼지고 있다고?”
“네.”
갑자기 무서운 속력으로 퍼지기 시작한 짝퉁, 속칭 가짜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주로 인터넷과 동대문 등지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게 저도 잘…….”
물론 짝퉁이라는 게 없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건 상상 이상으로 빨리 퍼지기 시작한 상황.
“끄응…… 막을 수 있나?”
“막으려고 노력중입니다만…… 쉽지 않습니다.”
“젠장.”
사실 인터넷이나 기타 홈 쇼핑 등은 짝퉁, 그러니까 가짜를 막으려는 노력을 잘 하지 않는다. 잘만 팔린다면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들어오는 놈이 누군지 알아내긴 했나?”
“일단 경찰에 신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말로는 찾는 건 힘들 거라고.”
이 짝퉁 상인들이 활동한 게 한두 해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특정 브랜드는 시중에 있는 물건의 90%는 가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들은 오랫동안 활동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제대로 처벌받는 경우는 없었다.
“으음…….”
김두필은 약간 신음성을 내기는 했지만 솔직히 이 시점에서 뭐가 문제인지 몰랐기 때문에 그저 얼굴을 조금 찡그린 정도였다.
“당장 이 짝퉁 상인들을이 잡힐 수 있도록 신고해.”
“네.”
“원, 별…….”
“사장님, 어차피 이건 각오한 일입니다.”
“그렇기는 하지. 한편으로는 좋아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렇지요.”
짝퉁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명품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상품에는 짝퉁이 나오지 않는다. 돈이 안 되니까.
“일단은 잘 막아 봐.”
“네.”
그는 그렇게 무심하게 말했지만 사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큰 문제였다.
* * *
“잘 팔리고 있습니까?”
“없어서 못 판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시골에 있는 허름한 창고 그곳에 가득 쌓여 있는 엄청난 양의 물건들. 그건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전국 각지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걸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중국이지요.”
“벌써 중국에 짝퉁이 돈 건가요?”
“뭐, 일부지만요.”
세계적인 브랜드가 아닌 만큼 중국에서도 대단위 짝퉁 공장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곳에서 나오는 모든 가짜를 노형진이 다 수입하고 있으니 그 양은 적지 않았다.
“그나저나 성화에서 대응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네요.”
“못하는 게 아니라 방법이 없는 겁니다. 수십 년 동안 다른 명품 브랜드들이 몰라서 그걸 그냥 두겠습니까?”
“하긴. 그렇게 보면 또 그러네요. 그나저나 성화 녀석들 속이 좀 터지겠습니다.”
“그럴 겁니다.”
당장 정품 매장에서 한 벌에 800만 원 하는 원피스가 짝퉁으로 사면 대략 25만 원 선이다. 더군다나 그들은 모르지만 이건 원단과 기술자까지 똑같은 사실상 원본인 만큼 사람들에게는 열광적으로 호응을 받고 있었다.
‘이 정도 질에 25만 원이면 사실상 거저거든.’
옷에는 수익률이라는 게 있다. 사실 동일한 수준의 옷을 한국에서 산다고 하면 백화점에서는 100만 원 세일을 한다고 해도 80만 원은 넘어야 살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짝퉁이 25만 원이다. 브랜드 가치를 떠나서 옷 자체의 성능이나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살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오나코 같은 시계도 마찬가지이다. 명품이라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 디자인은 아름답다고 할 수준이었고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었다.
“이대로 하세요. 최대한 많이 그리고 빨리 퍼트려야 합니다.”
“하지만 수익률이 너무 낮은 거 아닌가요?”
사실상 원가에 가까운 돈으로 뿌리고 있었기 때문에 담당자는 영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닙니다. 우리 목적은 성화에 피해를 주기 위한 겁니다. 우리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 좀 더 가격을 올리면 당연히 판매량은 줄어들 테고 성화에 대한 공격 역시 약해지는 꼴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공짜로 뿌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안타깝네요.”
“하긴…….”
노형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남자는 포장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전국에서 요구하는 물량을 대기 위해서는 진짜로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다음 물량은 언제 들어온답니까?”
“아마도 조만간 들어올 겁니다. 그쪽에서 대폭 인력을 충원했다고 하더군요. 주문량이 많아서 아주 입이 찢어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네.”
노형진은 성화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있었다. 당연히 대폭 인력을 충원했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을 새로 뽑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인력은 숙련공이고 그 숙련공을 뽑을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이니까.
“조만간 벌어질 일에 대해서 기대해도 좋습니다. 으하하.”
그리고 그 일이 뭔지 모르는 직원은 그저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 * *
“장난해!”
서울 강남 한복판. 명품이라는 명품은 다 모여 있는 그곳에서 한 여자의 고성이 울려 퍼졌다.
“내가 이걸 얼마에 산 지 알아? 1,200이야! 1200! 그런데 세 번도 못 입고 올이 나갔어. 지금 이걸 입으라고 만든 거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냐고!”
여자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너희 때문에 내가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게 생겼다고!”
얼마 전 모임이 있어서 빈센코에서 새로 산 옷을 입고 나갔다. 그런데 그곳에 갔더니 절반은 빈센코를 입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는 피식 웃었다. 그중 대부분이 가짜라는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거 어쩔 거야? 앙?”
자신은 정품이니까 그래서 더욱 당당했다. 그런 문제는 그 행사 중에 올이 나가면서 옷이 찢어졌다는 것.
“이 창피를 어떻게 하냐고!”
다들 괜찮냐고 물어보기는 했지만 그들의 얼굴에 서린 감정은 비웃음이었다. 어디 짝퉁을 입고 와서 진짜인 척하느냐는 그런 비웃음. 정작 짝퉁은 상태가 좋은데 정품은 올이 나가 버린 것이다.
“당장 수선을…….”
“수선? 수선? 지금 너희들이 명품의 개념이나 알아? 앙? 수선? 세상에 세 번 입고 나가는 옷이 명품이냐고!”
마구 화를 내는 아줌마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직원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사건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환불해 줘.”
“손님, 환불은 좀…….”
“장난하냐, 지금?”
시계를 샀는데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는다.
“방수라며? 그런데 비 한번 맞았다고 시계가 고장 나?”
“완전 방수는 아니고…….”
“그래서? 내가 물에서 수영을 했냐, 아니면 그걸 물에 담갔냐? 지나가는 소나기 한번 맞은 거야. 그런데 그게 고장이 나?”
“…….”
“너희 명품 맞아?”
“맞습니다. 저희는 스위스 시계 가문인 지오나코의 자존심을…….”
“블라 블라 블라……. 헛소리하지 말고 반품해 줘. 내가 가진 시계가 한두 개가 아닌데 이딴 고물을 팔아먹으면서 명품이라고 하는 녀석은 여기가 처음이다.”
“손님, 규정상 교환은…….”
“아, 시끄러워. 반품해 달라고. 반품. 알겠어?”
* * *
“어떻게 한 건가?”
“뭘요?”
유민택은 마치 마법을 본 듯한 얼굴로 노형진을 바라보았다.
“지오나코랑 빈센코 말이야. 요 근래 들어서 그 질이 엄청나게 떨어졌다고 하더군. 도리어 짝퉁 질이 더 좋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던데? 그 덕분에 짝퉁이 더 잘 팔리고 있어.”
“아, 그거요?”
노형진은 그 말에 씩 웃었다.
“옷을 싸게 뿌리니까 가능한 거죠.”
“뿌려?”
“네,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지오나코와 빈센코는 물건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그 질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가격이 비싼 거죠. 애초에 명품도 아니면서 명품인 척했으니까요.”
“그렇지.”
“그런데 동일한 옷을 싼 가격에 뿌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음…… 당연히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겠지?”
“네, 그래서 제가 거의 수익을 남기지 말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짝퉁이라는 점을 넘어서 대부분의 국산 옷보다 싸고 질이 좋다면 당연히 사람들이 찾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짝퉁 공장은 그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 직원을 뽑아야지요.”
“그렇지. 그러면…… 아! 알겠구만.”
“네, 그런 겁니다.”
이 짝퉁 공장은 성화의 공장에서 숙련공들을 빼서 고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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