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80)
“뭐 저런 녀석은 원래 말 안 통합니다. 저 녀석, 자주 오죠?”
“네.”
수요 집회는 일주일에 한 번 한다. 그런데 저 녀석은 한 달에 두 번은 나온다. 말로는 일본 대사관과 약속이지만 실질적으로 일본을 대신해서 여기서 집회하는 사람들과 싸우는 것이다.
“다른 변호사분들은 어떻게 하지 못하시던데요.”
“그렇겠지요.”
일반적으로 아무리 좋은 마음에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정부라는 상대를 뒤에 두고 있으면 상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인사를 안 드렸군요. 노형진이라고 합니다.”
노형진이 명함을 꺼내서 인사를 건네자 여기저기서 인사하기 시작했다.
“박대현이라고 합니다. 현재 이 수요 집회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사회운동가도 한 명 있었다.
“그럼 이번 일에 대해서는 다 알고 계시겠군요.”
“네, 너무 잘 알아서 탈이지요.”
박대현은 몇 년째 수요 집회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집회를 하기 위해서는 집회 허가를 받거나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많은 성 노예 피해자분들이 그걸 할 수는 없으니 결국은 젊은 누군가가 나서야 하는데 그게 바로 박대현이었다.
“그런데 노형진 변호사님은 여기에 어쩐 일로?”
“그냥 도와 드릴 게 없나 하고 왔습니다.”
그 말에 박대현은 한숨을 쉬었다.
“딱히 도와주실 게 없을 것 같네요.”
“네?”
지금 상황도 노형진이 아니었으면 엄청나게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딱히 도와줄 게 없다니?
“일단은…….”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추위에 떠는 피해자들과 그들과 함께 있는 자원봉사자들.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는 게 좋겠네요.”
“음…… 그럴까요?”
이렇게 추운 날씨에 나이가 많은 분들을 바깥에 두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날의 수요 집회는 그 정도에서 끝내고 모두 분분히 흩어지고 말았다.
“같이 커피 한잔하시겠습니까?”
피해자 분들이 모두 떠나고 나자 노형진에게 다가와서 말을 꺼내는 박대현. 노형진은 직감적으로 아까 말한 것의 마무리라는 사실을 알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잠시 후 그들은 어느 작은 커피숍에 자리를 잡고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아까 전에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던데요.”
“뭐, 다른 이유가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노 변호사님은 그들과 좀 다른 것 같아서 나중에 따로 뵙자고 한 겁니다.”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성관중 역시 관심을 보이면서 옆에 앉았다. 이야기를 꺼낸 것은 자신이지만 이번 사건에서 대표는 노형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겠다고 한 변호사는 노 변호사님이 처음이 아닙니다.”
“유엔에서 권고하기는 위안부가 아니라 성 노예가 맞습니다.”
“아…… 그렇기는 하죠. 버릇이 되어서 말이죠. 다들 위안부, 위안부 그래서 하하.”
“뭐, 그럴 수밖에요. 수십 년간 위안부로 가르쳐 왔으니. 그런데 뭐가 문제인 겁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우려고 오는 변호사들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세 가지 타입으로 구분이 됩니다.”
“세 가지 타입?”
“네.”
박대현은 지금까지 온 변호사들에게 대해서 설명해 주기 시작했고 그 말을 들은 노형진은 한 치의 벗어남도 없는 그들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너무나 뻔한 행동들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치인 타입과 순수한 타입 그리고 쇼 타입이 있었죠.”
“대충 알 것 같네요.”
정치인 타입은 말 그대로 자신이 정치 쪽으로 나가기 위해서 피해자 분들을 이용하는 거다. 나중에 타이틀에 그분들을 위해서 일했다고 붙이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그건 대부분 한순간에 끝난다. 기껏해야 두 달이나 세 달 정도 도와주다가 사진만 왕창 찍고 사라진다. 쇼 타입은 그래도 시간은 좀 길기는 하지만 정치인 타입과 마찬가지로 온갖 행사에 피해자들을 동원하려고 한다. 자신이 그렇게 바르게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서 좀 유명해지려고 하는 타입.
“제일 적은 게 순수한 분들입니다.”
“네,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은 대부분 심각한 문제가 있지요.”
노형진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순수하고 좋은 의도로 온 변호사들. 그들은 인권 변호사라 불린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이 힘이 없는 변호사라는 것이다. 대형 로펌 소속이 아닌 개인 변호사들이다 보니 그들의 대응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아까 변재만의 행동을 우리라고 불만이 없겠습니까? 저희도 별의별 방법을 다 써 봤습니다. 하지만 이기질 못해요.”
“그렇겠지요.”
경찰에 신고도 해 봤고 소송도 해 봤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에서 정부의 비호를 받는 그들을 단순히 개인 변호사인 인권 변호사가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모든 사건은 은폐되고 있습니다. 당장 국회의원들이 자위대 창설 기념일이나 일왕 생일 파티 같은 데 다니는 거 왜 모르겠습니까? 모를 수가 없지요.”
당연하다. 그들은 그런 행사가 있다면 만사를 제치고 가니까.
‘그런데 그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하나뿐이지.’
바로 모든 정보에 대해서 통제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그들은 잘 성공해 왔다.
“몇몇 변호사들이 다 저항해 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싸움이 안 되더군요.”
노형진은 예상이나 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요. 인권 변호사란 말 그대로 인권을 위해서 싸우는 사람입니다. 조직적인 저항을 하는 방식에는 능숙하지 않지요.”
인권 변호사들은 대부분 개별적으로 활동한다. 그에 반해서 나쁜 놈들이나 인권을 탄압하는 작자들은 대부분 조직적으로 활동한다. 한 기업 내에서 수많은 관리자 중 한 명이 인권을 탄압하는 것은 인권 변호사가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조직 전체가 그러면 아무리 인권 변호사가 나서도 해결이 안 된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부산의 모 막걸리 회사지.’
그들은 말 그대로 회사 자체가 거의 노예들을 부리거나 포로 강제 수용소처럼 운영되었다. 그곳은 휴일도 없고 당연히 특근 수당도 주지 않았다. 새벽 4시에 출근시키면서 새벽 2시까지 일하도록 시켰다. 그리고 주는 월급은 고작 130만 원. 거기에다 1인당 식비는 고작 하루 450원. 여성 직원에 대해서는 아주 대놓고 성추행을 했다. 그곳은 대한민국의 서열 2위의 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게 가능했던 것은 그곳을 운영하는 대부분이 해당 지역의 정치인들이거나 정치인들과 직접적인 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머님들에게 섣불리 희망을 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용해 먹으려고 오는 녀석들이 너무 많아서요.”
“이해합니다. 그런 녀석들이 너무 많기는 하지요.”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흠…… 이거, 인권 변호사 부서를 따로 만들어야 하나…….’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노형진은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확실히 인권 변호사들은…… 조직력이 떨어져.’
인권 변호사들은 기본적으로 상위에 복종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조직에서 받아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따로 조직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는다. 결국 의도는 좋았지만 힘이 달려서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변협이 있기는 하지만…….’
변호사 협회에서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의 논지는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참가한다. 라는 것이지, 사회적 부분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따로 말씀드리려고 한 겁니다. 그런데 진짜로 우리를 도와주실 생각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돈을 드릴 여건이 안 되는데요? 노 변호사님처럼 비싼 분은…….”
“절 아십니까?”
“아무래도 사회적 운동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알게 되니까요.”
그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럼 제가 얼마나 부자인지도 아시겠네요?”
“그건 잘…….”
“돈은 필요 없습니다.”
돈은 몇 대를 놀고먹어도 될 만큼 막대하게 가지고 있다. 그러니 그들에게서 돈을 받을 이유는 없다.
“전 말 그대로 여러분들을 도와 드리고 싶어서 나온 겁니다.”
“네? 어째서요?”
“독립전쟁은 아직 안 끝났으니까요.”
“독립전쟁이라……. 하긴 틀린 말은 아니네요.”
박대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명목상의 독립은 이미 했다.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이며 모든 주권은 국민들에게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그 위에서 국민들을 통제하는 대부분은 친일파들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국민들을 속이고 호도하면서 쥐어짠다.
“상식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국가에서 지원을 받는다는 건 말이 안 되지요.”
대한민국은 자유국가인 만큼 변재만이 헛소리를 해도 그건 그의 자유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한 대가로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다른 놈들은 모르지만 최소한 변재만은 조용히 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다른 녀석들이 안 나오지요.”
“수차례 시도는 해 봤지요. 그런데 안 됩니다.”
경찰에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고발도 해 보고 손해배상도 요구해 보고 별짓을 다 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변재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변재만은 저거 보라며 돈독이 오른 꽃뱀이라면서 더욱 혈안이 되어서 이쪽을 욕했다.
“압니다. 그러니까 다들 이렇게 저 녀석에게 끌려가는 것이겠지요.”
“그런 녀석을 어떻게 막는다는 겁니까?”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말 그대로 자기 주둥아리에 빠지게 만들 겁니다.”
“네?”
“사실 이거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다른 분들이 저 녀석을 제대로 막지 못한 덕분에 저 녀석을 지옥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네요.”
“네?”
지금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도움이 되었다는 게 이해하지 못하는 두 사람.
“걱정하지 마세요. 얼마 후면 변재만은 아무런 소리도 하지 못할 겁니다.”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 * *
“그 말이 진짜야?”
“네.”
“이런 싯팔…….”
변재만은 얼굴이 약간은 파리해졌다. 지금까지 만났던 수많은 인권 변호사 나부랭이들과 똑같은 녀석이라 생각했다.
‘그런 녀석이야 말려 죽이는 건 일도 아니지.’
뒷조사를 좀 하고 주변에 인맥을 통해서 좀 압력을 넣으면 대부분은 꼬리를 말고 도망갔다. 그런데 노형진이라는 이름을 조사하자 생각하지도 못한 거물이 나온 것이다.
“아무래도 그쪽에 압력을 가하는 건 무리입니다.”
“어째서 그래도 고작 변호사인데?”
“그 녀석이 한 해에 벌어들이는 돈이 장난이 아닙니다.”
“끄응…….”
돈……. 아무리 그가 그걸 안 쓰려고 해도 그가 돈을 쥐고 있는 이상 세상에서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리고 새론의 파워도 강하고요. 겉으로는 친서민적 정책을 하고 있지만 그 내부를 보면서 장난 아닙니다. 요즘 급성장하고 있는 대룡과 끈끈하게 맺어져 있고 대검찰청 중수부 출신을 영입할 정도로 뛰어나고요. 그리고 그들 자체도 수많은 부자들과 선이 닿아 있어서…….”
홍보과장은 진땀을 흘렸다. 말이 홍보과장이지, 이런 일이 벌어지면 뒷조사를 하는 게 그의 책임이었다.
‘젠장…… 이거 낌새 안 좋은데?’
“그래 봤자 그 녀석이 뭘 하겠어?”
“그거야 그렇지만…….”
“변호사들이 할 수 있는 대응책은 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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