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81)
소송은 수십 번씩 질리게 당했다.
“그리고 그 녀석, 로비는 안 한다면서?”
“모르겠습니다.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습니다만…….”
“걱정하지 마. 그런 녀석이면 내가 유리해. 내 뒤에 누가 지키고 있는지 알잖아?”
“네…….”
“버러지 같은 새끼들이 뭐라고 짖어 대든 간에 우리 뒤에 있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덮어 주실 수 있어. 뒤에서 왜 날 그렇게 적극적으로 밀어주는지 알지?”
“그건 압니다만…….”
정치권에서 변재만을 밀어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이게 불리한 일이 생겼을 때 그가 나서서 일을 저지르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언론은 그를 집중적으로 때릴 것이다. 자신은 욕을 먹겠지만 그거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자신에게 묻혀서 정부의 실책은 가려지게 된다.
“그러니까 정부에서는 뭐라고 하든 절대로 날 안 버려.”
‘…….’
홍보과장은 그 말에 말을 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모든 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는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고 있었지만 홍보과장은 찝찝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5장. 그 아가리를 닥치거라>
“일단은 소송을 들어갑시다. 뭐, 소송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워낙 건수가 많아서 일도 아니겠는데요?”
“노 변호사님, 그건 다른 변호사들도 많이 써먹은 방법인데요? 하지만 안 먹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럼 변호사가 소송하지, 뭐합니까?”
“아니…… 노 변호사님은 소송 말고도 다른 방식을 많이 써서 일을 해결하시니까…….”
성관중은 말끝을 흐렸다. 확실히 노형진이 다른 방식으로 많이 해결하기는 하지만 사실 변호사에게 소송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기는 하다.
“하하, 압니다. 상대방이 소송해 봐야 씹으면 그만이라는걸요. 하지만 그건 소송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게 문제입니다.”
“잘못 되었다?”
“네, 소장을 보니까 죄다 형사에 대한 소송이더군요.”
“그렇지요.”
문제는 그 결과다. 죄다 얼마 정도의 벌금만 내고 끝나는 것이다. 제대로 실형이 나온 것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형사는 넣어 봐야 그는 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으니 처벌은 안 나올 겁니다. 그냥 바로 민사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손해배상 말인가요?”
“네.”
“그것도 여러 번 해 봤는데요?”
“그게 문제입니다. 이번에는 공격 대상을 잘못 골랐거든요.”
“네에?”
공격 대상을 잘못 골랐다는 노형진의 말에 성관중은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 소송할 때 당연히 그 공격 대상은 상대방이다. 이 경우는 변재만이다. 그런데 그가 공격 대상이 아니라니?
“변재만은 욕을 먹을 대로 먹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은 권력과 돈 때문에 절대로 바뀔 리 없지요. 그런 상황에서 손해배상을 요구해 봐야 그 돈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지요.”
지금까지 몇 차례 명예훼손과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소송을 했고 적지 않은 손해배상금을 냈지만 변재만은 요지부동이었다. 그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 봅시다. 그게 지속적으로 압박이 된다면?”
“네?”
“우리나라 소송에서 손해배상에 대한 상황을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손해배상을 극도로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사람이 죽어도 그 손해배상이 1억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상황이라 변재만에게 떨어지는 배상금은 그다지 많지 않다.
“손해배상이란 말 그대로 지난 시간에 대해서 벌어진 일에 대해 배상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전통적으로 그 금액이 적지요. 하지만 우리가 노려야 할 것은 바로 간접강제금입니다.”
“간접강제금?”
“네.”
“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그 규정을 잘 쓰지 않으니까요.”
간접강제금이란 어떤 불법행위가 지속되는 경우 그 행위가 지속되는 기간 동안에 계속 부과되는 금액을 말한다. 그리고 간접강제금은 일반적으로 손해배상보다 더 많은 배상금을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손해배상은 과거에 벌어진 일이라는 한계가 있어서 고칠 수 없기 때문에 봐준다고 할 수 있지만 간접강제금은 미래의 일이다. 즉, 그 불법행위를 멈출 기회가 있고 경고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를 멈추지 않으므로 그 행위에 대한 처벌이 더 강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변호사들은 모두 손해배상만을 하더군요. 하지만 우리가 노려야 하는 것은 간접강제금입니다.”
“그렇군요.”
과거에 대한 손해배상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손해배상. 그건 엄청난 압박일 수밖에 없다. 과거의 일은 한꺼번에 묶어서 얼마 내면 끝이지만 미래의 일은 매일같이 그 금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럼 바로 소송을 진행해야겠네요.”
“아니요, 그 전에 할 게 있습니다.”
노형진은 그저 빙긋 미소만을 보일 뿐이었다.
* * *
“우와!”
“변재만! 변재만!”
변재만은 믿을 수가 없었다. 얼마 전부터 자신의 신문사에 갑자기 뷰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인터넷에 자신의 팬클럽까지 생겼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자신은 욕만 먹었지, 이렇게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뉴스에서 자신에 대해서 조금 나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엄청나게 지지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반갑습니다!”
“우와!”
그가 단상에 오르자 환호하는 사람들.
“이렇게 저 변재만을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이 나라는 빨갱이들에게 점령당해 있습니다. 이 변재만이야말로 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마지막 등불입니다!”
“변재만 만세!”
심지어 지지자들이 돈을 모아서 팬클럽 창단식까지 해 주는 것을 보고 변재만은 드디어 자신의 시대가 왔음을 느꼈다.
“자자, 진정하시고. 변재만 선생님, 그동안 저희는 선생님이 이렇게 외로운 싸움을 하시고 계신 줄 몰랐습니다.”
변재만은 왠지 그 말에 울컥했다.
“변재만 선생님의 말씀대로 대한민국은 지금 빨갱이들 천지입니다. 수많은 빨갱이들이 우리 민주주의를 이용하여 우리는 노리고 있지요.”
“그럼요.”
“변재만 선생님이 홀로 이렇게 싸워 오셨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있지 않습니까?”
“우와!”
“변재만 선생님 만세!”
사회자가 말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소정의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물?”
“우리는 선생님처럼 뛰어난 분이 정치권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같이 뛰어난 분이 이런 재야에 있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지요.”
사실 변재만의 꿈은 그것이다. 금배지를 다는 것 나아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
“그래서 도움이 되시리라 믿고 저희가 준비했습니다.”
뭔가를 가지고 와서 건네는 사회자. 그걸 받아 든 변재만은 입을 떡 벌렸다.
“이…… 이건…….”
007 가방에 가득 들어 있는 돈들.
“1천만 원입니다. 우리 모두가 마음을 담아서 준비한 돈입니다.”
“여러분…….”
변재만은 진심으로 눈물이 나왔다.
“우리는 변재만 선생님을 믿습니다.”
“변재만 선생님 만세!”
“만세!”
그렇게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변재만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이들이다. 이들을 기반으로 정치권으로 나서는 거야.’
그렇게 변재만은 결심을 굳혔다.
* * *
“별 미친 일이 다 있더군요.”
박대현은 기가 막히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들으셨습니까?”
“뭘요?”
“변재만 팬클럽이 나타났답니다.”
“아, 그거요? 들었습니다.”
팬클럽이 아니라 거의 광신도라고 할 정도로 그들은 집요했다. 변재만을 욕하는 곳에 나타나서는 집요하게 싸움을 걸었고 변재만을 위해서는 뭐든 하겠다면서 적극적으로 정치자금도 후원한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었다.
“도대체 세상에 그런 미친놈을 후원하는 놈이 그렇게 많다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 도대체 그런 놈을 후원하는 놈들은 뭐랍니까?”
“다른 미친놈들이겠지요.”
“그러니까요.”
“원래 세상은 미친놈이 미친놈을 이해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박대현의 말에 그를 진정시킨 노형진은 바로 다음 소송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우리가 해야 할 건 간접강제금 청구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간접강제금을 청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요.”
“그런 건 처음 들어봤습니다.”
“대부분 그럴 겁니다. 변호사들도 잘 아는 규정은 아니니까요. 간접강제금은 이렇게 지속적으로 불법행위를 하는 녀석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규정입니다. 그러니까 이걸 이용해서 소송을 하면 상대방은 어쩔 수 없이 지금까지 했던 모든 행동을 멈춰야 합니다.”
만일 멈추지 않는다면 재판부에서 확정한 간접강제금이 확정이 된다. 그런 만큼 변재만은 사방에 싸지른 자신의 글을 어떻게 해서든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될까요? 노 변호사님도 그러셨잖습니까, 정부의 비호를 받는다고?”
간접강제금이 높으면 변재만이 압박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재판부는 이미 변재만의 편이다. 가령 하루 강제금이 10만 원이라고 하면 한 달이라고 해 봐야 300만 원이다. 변재만 입장에서는 푼돈인 것이다.
“압니다. 그래서 제가 전에 공격 대상이 틀렸다고 말씀 드린 겁니다.”
“공격 대상이 틀렸다고요?”
“네, 이 경우에는 아무리 변재만을 공격해 봐야 소용없습니다. 그 녀석은 애초에 먹잇감으로 던져진 놈이니까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정치적 희생양으로 키워진 놈이라는 거죠.”
노형진은 변재만이 어떤 목적으로 키워진 녀석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식으로 무리해서 사람들의 어그로를 끌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그로를 위해서 키워진 미끼 그 녀석을 아무리 공격해 봐야 그 녀석이 눈도 깜짝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면 도대체 누구를 공격하려고요?”
“이런 경우는 공격의 대상은 다른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런 재판에서 실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 말이죠. 하하.”
그리고 노형진은 재판에서 가장 강력한 실권을 가진 사람이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 * *
“재판장님. 피고 변재만은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서 수많은 허위 사실과 명예훼손을 저질렀습니다. 지금까지 관련해서 고소당한 것이 4회. 민사소송을 당한 것이 2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지금까지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면서 일제시대 성 노예로 끌려갔던 수많은 분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들에게 계속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재판이 시작되었고 노형진은 대차게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방 역시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았다.
“이곳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입니다. 이곳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고는 언론인으로서 양심을 걸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양심이라는 게 없나 봅니다?”
“당신 같은 사람과 언론인의 양심은 다릅니다. 언론인의 양심은 자신이 옳다고 말하는 것을 바로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언론인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보셨습니까?”
“그것 역시 언론의 자유입니다. 사실 이런 소송 자체가 헌법에서 막고 있는 언론 탄압 아닙니까?”
마구 열변을 토하는 상대방 변호사를 보면서 노형진은 혀를 끌끌 찼다.
‘그렇지. 이럴 줄 알았다.’
지금까지 그들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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