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82)
설사 진다고 해도 터무니없는 금액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그건 다름 아닌 언론의 자유였다.
‘언론의 자유?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사실 변재만의 회사는 그다지 크지도 않다. 종이로 된 신문도 내지 않는 인터넷 신문사다. 당연히 유지비도 안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유지하는 것은 지원을 받는 것도 있지만 그게 있음으로써 변재만은 언론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라는 개소리를 할 수가 있지.’
아이러니하게도 변재만은 독재를 찬양하고 친일을 부르짖는 인간이다. 그리고 그때는 언론의 자유라는 게 없었다. 나라가 발전하고 민주화가 되자 생긴 게 언론의 자유인데 변재만은 그걸 악용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데 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하게 언론 탄압입니다!”
언론 탄압을 부르짖는 그를 보면서 박대현은 이를 박박 갈았다. 하지만 매번 저 언론탄압이라는 말 때문에 형편없는 처벌이 나오고는 했다.
“원고 측.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판사는 노형진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언론이라는 것은 바른 소리를 하라는 거지, 헛소리하라는 게 아닙니다. 언론사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소리를 하든 처벌할 수 없다면 그건 언론이 아니라 지라시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라시라니!”
“말이 지나칩니다!”
노형진을 향해서 삿대질을 하는 피고 측 변호사. 노형진은 그런 그를 피식하고 바라보았다.
“음…… 일단 지라시라는 말은 좀 그렇군요. 양측 다 추가적인 사항이 없으니 다음 변론 기일을 잡겠습니다.”
판사는 한두 번이 아닌 듯 능숙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바로 사건을 다음 기일로 넘겼다.
“역시…… 똑같네요.”
재판이 끝나고 나오자 노형진에게 다가오는 박대현. 그는 그런 꼴을 한두 번 본 게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씁쓸하게 웃었다.
“한두 번 보신 게 아닌가 보군요?”
“매번 이런 식입니다. 언론 탄압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판사는 모른 척 들어 주죠.”
“그리고 그 뒤에는 정부가 있을 테고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지금까지 몇 번 항의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도리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비싼 소송 비용에 대한 부담과 더 공격적인 모욕들뿐이었다.
“이번 역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하아, 어떻게 해야 할지…….”
박대현은 방법을 찾지 못한 채로 한숨만 푹 쉬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일은 다른 방식으로 돌아갈 테니까요.”
“그러면 좋겠습니다만…….”
박대현은 아무리 노형진이라고 해도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보기 힘들었다. 몇 년간 공고하게 버텨 온 변재만이다.
“그렇게 될 겁니다.”
노형진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변재만을 안심시키면서 미소를 지었다.
* * *
얼마 후 인터넷에서는 새로운 사실이 흘러나왔다. 비밀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반응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번에는 또 뭐야?”
갑자기 인터넷에 돌고 있는 소문을 들은 황경태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찌푸렸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황경태는 불만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인터넷에 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좋지 않은 의미로 말이다.
“친일파 재판관이라.”
일본군 성 노예 사건을 인정하지 않고 특정인을 위해서 계속 처벌을 약하게 하는 그의 행동이 인터넷에 까발려 지면서 말 그대로 엄청난 욕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는 그러고 싶은 줄 아나?”
황경태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중얼거렸다. 자신 역시 그런 판결을 내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위에서 이런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명령을 내린 상황에서 한낱 판사가 그런 위의 명령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휴우.”
황경태는 고개를 흔들면서 사태를 수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워낙 사건 자체가 특이해서 도무지 방법이 안 보였다.
‘더군다나 변호사들이 영 찝찝하단 말이지.’
다른 곳도 아니고 새론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괴물로 통하는 노형진이다.
‘망할…… 내가 어쩌다가…….’
처음에는 위에서 부를 때는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대응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을 때 당혹감에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명령은 떨어졌으니 거부할 수가 없었다.
‘젠장…….’
자신의 양심도 그런 녀석에게 큰 벌을 내리고 싶은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위에서 하는 말은 명확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당분간은 욕먹겠지만…….”
어떻게 자신의 이름이 바깥으로 새어 나간 건지 모르겠지만 그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아니,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뭐, 어쩔 수 없지.”
한국 사람들의 냄비 근성 때문에 금방 사라질 거라는 것을 황경태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무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생각을 뒤집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그는 생각하지 못했다.
“동민아!”
집으로 들어온 자신의 아들이 완전히 먼지투성이가 되어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거기에다가 얼굴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때린 거야?”
그는 판사다. 그러다 보니 그에게 보복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동민이를 보자마자 심장이 덜컥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훌쩍.”
동민이는 그런 아버지를 보고 왈칵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빠…… 우에엥…….”
“아니, 어떻게 된 거야?”
“애들이…… 애들이…….”
“애들?”
“응. 애들이 아빠보고 쪽발이 새끼래. 나라 팔아먹고 할머니들 팔아먹는 쪽발이 새끼라고……. 그래서 나보고 쪽발리 자식이라고……. 훌쩍…….”
그 말을 들은 황경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이럴 수가…….’
그저 순간이 지나가면 끝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이 터진 것이다.
“아빠, 쪽발이 아니지? 그렇지?”
“응…… 그럼……. 아빠는 판사잖아. 나쁜 사람들 혼내 주는 판사.”
“그렇지? 아빠가 잘못한 거 없지?”
“그…… 그럼…….”
그 말을 들으면서 황경태는 심장이 미친 듯이 고동쳤다.
‘젠장…….’
자신은 그저 지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쪽발이의 자식이라니…….
‘젠장…… 젠장, 젠장…….’
황경태는 끊임없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 * *
“판사님, 무슨 걱정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황경태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한숨을 푹 쉬었다.
‘쪽발이의 자식이라…….’
아들에게서 들었던 말이 계속 그의 가슴을 후벼 파는 기분이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다시 조용해질 일이고…….’
그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면서 재판을 준비했다.
“변호사님.”
“네?”
그 순간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직원.
“아내분하고 아드님이 오셨는데요?”
“네?”
그 말에 황경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은 평일이다. 아들과 아내가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빠!”
그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그들.
“아니, 오늘 어쩐 일이야?”
“무슨 소리야? 오늘 온다고 했잖아.”
“왜?”
“오늘이 부모의 직장을 참관하는 날이잖아. 지난주에 이야기 했는데 벌써 까먹으면 어떻게 해?”
“뭐? 부모 직장 참관일?”
“그래.”
그리고 황경태는 그 말을 듣고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오늘이었나?’
하필이면 오늘이라는 사실에 그는 할 말을 잊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얼굴은 새파랗게 질리고 있었다.
* * *
“완전히 혼이 나갔네요.”
황경태를 본 성관중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수밖에요.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거든요. 후후후.”
“그래도 그렇지…… 애들까지 동원한 건 좀…….”
“어차피 진실을 알아야 하는 건 이 시대의 아이들이어야 합니다. 애들이 좋은 것만 보고 자란다고 바른 인간이 되는 건 아닙니다.”
“쩝…….”
노형진의 말에 성관중은 입맛을 다셨다.
‘공격 대상이 다르다는 게 이런 말이었나.’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그런데 작전이 시작되자 노형진의 치밀함에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인터넷에 판사의 이름을 흘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후에 자연스럽게 아들의 학교로 그 소문이 퍼지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쪽발이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아들을 왕따 시켰고 그 정신적 쇼크를 받게 만들었다. 그 후에는 잔인하게도 절묘하게 그 아이를 부모의 직장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재판 날짜에 오게 만들었다.
“이제 결정해야지요.”
위의 말대로 처벌을 약하게 내림으로써 위에 잘 보이는 대신에 아들에게 자신이 쪽발이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킬 것이냐, 아니면 양심적으로 판결함으로써 아들에게 자긍심을 알려 줄 것이냐.
“좀 잔인한 거 아닙니까?”
“잔인해요?”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진짜 잔인한 건 성 노예로 끌려간 할머니들에게 우리나라가 한 짓입니다. 그 배상금이랍시고 받아서 그분들에게 돌아간 게 한 푼이라도 있습니까? 그냥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다 먹었잖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그리고 자기 욕심을 위해서 그분들에게 계속 상처를 주고 이용해 먹는 녀석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녀석들에게 잔인하다구요? 고작 이걸 가지고요?”
“…….”
“전 필요하다면 더 잔인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저 판사가 잘못 선택한다면 아들과의 관계는 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 그건 그의 선택이에요. 할머니들처럼 선택할 수도 없이 강제로 끌려간 게 아니고요.”
저항하지도 못한 채로 끌려간 사람들이 불쌍한 거지, 만일 그가 비양심적인 선택을 한다면 그건 그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벌어질 일은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이다.
“쩝…….”
재판하는 와중에도 혼이 반쯤은 나가 있는 재판관을 보면서 성관중 변호사는 어쩐지 그가 불쌍해 보였다.
‘하긴 나 같아도 돌아 버리겠네.’
방청석에 앉아 있는 아들과 아내 그리고 양심을 저버려야 하는 자신. 물론 내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보낸다고 해도 어차피 나중에 소식은 전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자신을 내보내고 판결을 내리는 의미를 모를 리 없다.
‘완전 돌 것 같겠군.’
성관중의 말대로 그는 거의 돌 것 같은 표정이었다.
“재판장님.”
결국 직원이 그를 나지막하게 부르고 나서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판결하셔야지요.”
“아…… 판결…….”
황경태는 가지고 온 판결문을 바라보았다. 그 판결문은 그가 며칠 전에 미리 써 둔 것이다. 미리 써 둔…… 위에서 언질받은 내용.
‘젠장…….’
그는 차마 아들 앞에서 그걸 읽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매국노로 아들에게 기억되고 싶지는 않았다.
“본 사건은…….”
결국 그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 * *
“젠장! 이건 말이 다르잖아!”
위에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기껏해야 하루에 10만 원 정도 나올 거라고 했다. 그런데 그에게 떨어진 돈은 무려 하루 5천만 원. 그는 개인적인 행동이 아니라 사주라는 점을 이용하여 언론사를 통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수차례에 걸쳐서 피해자들을 농락한 점이 인정된다는 판결문.
“하루에 5천이라니…….”
변재만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