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92)
“말 돌리지 마시고 이야기해 보시죠.”
“하아, 사실은 거기서 살인 사건이 났었거든.”
“살인 사건요?”
“그래, 젊은 부부가 이사 왔는데 그 남편이 정신병이 좀 있었나 봐. 그래서 아내랑 아이를 죽이고는 정신병원으로 끌려갔어.”
“헐,”
“그래요?”
“그래, 그거 때문에 우리도 아주 골치라고. 애초에 신혼집용으로 만들어진 빌라인데 그걸 듣고 누가 들어오려고 해야 말이지. 집주인이 복비를 세 배를 걸었다네. 그런데 들어와야 말이지.”
그 말에 도길환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납득이 갈 만한 이유였다. 신혼집을 꾸밀 집인데 살인 사건, 그것도 미친놈이 가족들을 살인한 장소에 집을 꾸미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일단 사람이 살아야 소문도 점점 흐려지는데 아무도 안 사니까 주변에서 계속 수군거리고 땅값만 떨어지고 주인은 환장할 노릇이지.”
그 말에 도길환은 자리에 다시 앉았다.
“일단은 우리는 신혼부부가 아닙니다.”
“그런가?”
“하지만 그 집은 마음에 드네요. 기숙사로 써야 하는데 아래층은 어떤가요?”
“그거야…… 아래층은 이곳의 가격의 세 배지.”
“네에?”
“그렇지 않나. 살인 사건인 난 곳은 그곳뿐인데.”
“이런…….”
당장 방을 구할 수 있다고 좋아했는데 그러면 감시에 문제가 생긴다.
“뭘 고민해?”
“아니야……. 그 집을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
부동산 업자는 바로 그들을 데리고 그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집을 본 여자는 눈이 똥그래졌다. 누가 봐도 아주 잘 만든 집이었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살기 좋은 최신 시스템은 다 들어가 있는 집.
“어머, 어머, 이거 봐 식기 세척기까지 옵션이야.”
“돈 벌려고 투자 좀 했지……. 그 사고만 없었다면 말이야.”
그 말에 도길환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쩔 수 없지. 애초에 이 돈으로 한 채에 같이 있는 걸 구하는 건 무리다. 일단은 여자애들만 몰아넣자. 남자 새끼들은 숫자도 얼마 안 되니 근처 모텔에 몰아넣으면 되니까.’
남자들이야 조금 불편해도 모텔을 전전해도 된다. 하지만 여자애들은 얼굴마담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그것도 안 된다.
“이곳, 계약하지요.”
“진짜로?”
“네, 어차피 제가 살 곳은 아니니까요.”
좋아서 방방 뛰는 여자를 보면서 도길환은 피식 웃어 버렸다.
* * *
“낚였습니다.”
“역시.”
노형진은 보고서를 받고는 씩 웃었다.
“그럴 줄 알았지.”
그들이 지금 그 돈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그 점은 이미 확인한 상태였다.
“그런데 의외로 쉽게 솎는군.”
“그거 아십니까?”
“뭐?”
“사이비 종교에 많이 속는 사람들은 의외로 학식이 있는 지도층이라는 거. 대학교수나 고위 공무원들이 사이비 종교에 많이 빠집니다.”
“그래?”
“네.”
그들은 똑똑하다. 그리고 자신들 스스로도 똑똑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문제는 그게 독이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똑똑한 걸 알기 때문에 자신은 남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남의 조언이나 말을 잘 안 듣는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면 그것만 따라간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이 자신이라면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지금도 그렇다. 저 남자는 자신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그걸 캐물어서 알아냈다고 뿌듯해하고 있지만 사실 그건 조금만 생각하면 다 알아낼 수 있는 거다. 그걸 모른 저 여자가 멍청한 것이지, 남자가 똑똑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걸 알아냈다고 기고만장해서 그걸 확인할 생각은 안 하고 있었다.
‘멍청하긴.’
사실 거기에서 살인 사건 따위는 없었다. 다 저 부동산 업자와 짠 것이다. 애초에 그 돈으로 방을 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에 적당한 방을 임대해서 그들을 함정에 빠트린 것이다.
“그럼 이제 어쩔 건가?”
“아무래도 저들의 감시가 소홀해지는 틈이 있지요.”
“이사 날 말이군.”
“네.”
이사하는 날이면 남자들은 짐을 옮겨야 한다. 열네 명을 한 공간에 몰아넣고 지냈으니 아무리 최소한으로 살았다고 해도 짐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제는 같은 건물에 살 수가 없으니 감시하기도 힘들다.
“이사 날이 진짜로 이사하는 날이 될 겁니다. 후후후.”
* * *
“짐이 장난 아니네.”
노형진은 엄청난 양의 짐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아무래도 사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나저나 남자들이 생각보다 숫자가 적군요.”
“그들은 감시하는 사람들일 뿐이니까요.”
“체계적이군요.”
함께 다니는 사람들이 모두 다 같이 사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외부에 숙소가 있거나 가정이 있기 때문에 함께 살지 않고 따로 살았다. 즉, 아래층에서 살면서 감시하던 남자들은 생각보다 적다는 뜻이다. 당연히 짐이 많아서 그들은 상당한 시간을 옮겨야 했다.
“남자들은 숙소를 어디로 잡았습니까?”
“여기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잡았습니다.”
“역시.”
가진 돈이 부족하다 보니 아무래도 일단은 멀리에 구한 모양이었다.
“바로 움직이지는 못하겠군요.”
“네.”
“사람들은 준비되었나요?”
“준비되었습니다. 바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망원경을 내렸다.
“그러면 오늘 저녁에 움직입시다. 아마도 저들은 죽은 듯이 잠들어 있을 테니까요.”
그 말에 주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철컥.
새벽 2시경. 사람이 가장 깊이 잠들어 있는 그 시간에 노형진은 자신들이 빌린 빌라 옆집에 서 있었다.
“여세요.”
“네.”
선두에 선 정우찬은 베란다에 달린 벽을 살짝 당겼다. 그러자 찌익 하는 소리가 좀 들리는 듯하더니 벽이 통째로 뜯겨 나왔다.
“좋은 생각이군. 이러면 걸리지 않고 들어가겠어.”
다세대 주택의 경우 화재 발생 시 비상 통로를 만들어 두는 것이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아파트는 그럴 때를 대비해서 베란다의 벽을 아주 얇게 만들어 둔다. 화재 발생 시 거기에 구멍을 뚫고 탈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빌라는 그런 아파트의 형태를 똑같이 만들었다.
“안으로 들어갑시다.”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다행히 짐이 정리된 것이 없어서 베란다 벽을 막아 두지는 않아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쉿.”
안으로 들어가자 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잠들어 있는 여자들이 보였다.
“한세은 씨, 알아볼 수 있겠어요?”
“네.”
한세은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사람들 중 몇 명을 가리켰다. 교단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면서 자신들을 감시하는 여자들이었다.
“좋습니다. 이제 뒤로 물러나세요.”
한세은을 다시 내보낸 노형진은 그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을 조용히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누……구…….”
일어나던 여자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다. 시커먼 누군가가 자신의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노형진은 그에 대비해서 그녀의 입을 막은 상태였다.
“구해 드리러 온 겁니다. 탈출시켜 드릴 겁니다.”
“…….”
“입을 뗄 겁니다. 그러니까 고개를 끄덕이세요.”
그 말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여자. 노형진이 손을 뗐지만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킬뿐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진짜로 절 탈출시켜 주실 건가요?”
“네.”
“하지만 가족이…….”
“나가면 가족에게 바로 연락해서 대피시킬 수 있게 해 놨습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에 여자는 격하게 눈동자가 흔들리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다른 아이들은…….”
“지금 다 깨우는 중입니다. 모두 데리고 가…….”
말을 하기도 전에 어두운 밤하늘에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꺄아아악!”
여자의 비명 소리에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망했다.’
최선책은 감시자들이 잠든 틈을 이용하여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비명을 질렀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뜻이고 그럼 감시자들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이 밤중에 잠이라도 좀 자…….”
옆에 있던 감시자가 일어나려고 하자 노형진은 재빨리 움직여서 그녀를 찍어 누르고 입과 눈을 가렸다.
“읍읍!”
그녀가 비명을 질렀지만 노형진은 그걸 봐줄 생각이 없었다.
“플랜 B.”
일어날 것을 대비해서 준비한 계획을 실행하자 함께 온 사람이 재빨리 주머니에서 플라스틱 타이를 가져다가 그녀를 묶고는 테이프로 그녀의 입을 천으로 가렸다.
“읍읍읍!”
몸부림치는 감시자에게 다가간 정우찬은 그녀의 귀에 대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비명 지르지 않아도 된다고. 나중에 실컷 비명 지르게 해 줄 테니까. 지금 비명 지르면 그 시간이 그만큼 늘어날 거야. 이따 즐겨야 하는데 벌써부터 지르지 말라고. 난 목이 쉰 여자는 딱 질색이거든. 그럼 더더욱 괴롭히고 싶어져.”
그 말에 비명이 딱 멈추더니 그 여자가 깔고 있던 이불이 축축하게 젖어들기 시작했다. 노형진은 그걸 보고 기가 막혀서 입이 떡 벌어졌지만 이렇게 된 거, 놀 수는 없었다.
“빨리 움직여요. 빨리.”
좋은 것은 기왕 걸린 거 아주 대놓고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채 10분도 안 되서 피해자들이 모조리 탈출하기 시작했고 그사이 정우찬은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감시자들을 협박했다. 그러자 마치 마법처럼 다들 공포에 떨 뿐, 말을 하지 못했다.
“가시죠.”
정우찬은 그런 그들을 각 방마다 따로 묶어 놓고서 바로 탈출로 쪽으로 돌아왔다.
“아니, 도대체 그런 소리를 왜 한 겁니까?”
“그냥 시끄럽더군요. 그렇게 하면 입 닥칠 것 같았습니다.”
무심하게 말하는 그를 보면서 노형진은 살짝 소름이 돋았다.
‘역시…….’
소시오패스라서 그런 걸까? 본능적으로 상대방이 무서워 할 말을 생각한 것이다.
‘각방에 묶어 둔 것도 그렇고…….’
저렇게 눈과 귀와 입을 막은 채로 묶어서 각각의 방에 두면 그들은 밤새도록 공포에 떨 것이다. 아마도 그걸 풀고 교단에 이야기하는 것을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강간하겠다고 하지 않은 게 다행이군요. 하아.”
“그다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만 확실히 좋은 방법입니다. 변호사님, 강간하고 동영상을 찍어 올까요? 그러면 입도 뻥끗 안 할 텐데요.”
“무서운 소리 하지 마세요.”
진짜로 핸드폰을 주섬주섬 챙기는 그를 보고 노형진은 깜짝 놀라면서 말렸다. 안 그러면 진짜로 실행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일단은 우리가 할 게 많습니다. 당장 가족들을 대피시켜야 하는데 인원이 부족해요.”
“알겠습니다.”
소시오패스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면 불만을 가진다. 납득시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형진은 그들에게 이유를 설명했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거 위험한데?’
자신이 관리한다고 하는데도 아직까지 저 상태라는 것에 노형진은 살짝 걱정되었다.
‘그래, 일단은 나중에 해결하고…….’
“빨리 움직여요! 어서!”
그렇게 오밤중에 탈출극은 끝맺고 있었다.
* * *
“가족들은 탈출시켰습니다.”
일단 피해자들을 탈출시키고 난 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주소지를 알아내서 가족들에게 데려다준 것이었다. 그 후에 그들을 바로 대피시켰다.
“반응은요?”
“난리가 났습니다. 감시 팀이 왔다가 사태를 확인하고는 주변을 뒤지고 있습니다.”
“뒤진다고요?”
“네.”
“좀 곤란하군요.”
누군가 탈출시켰다는 것쯤은 알 것이다. 그런데도 찾아다닌다는 것은 쉽게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나 보군요.”
시커먼 녀석들이 몰려와서 겁을 주면 사람은 당연히 도망가기 마련이다. 즉,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들을 유인할 일종의 미끼가 필요한 셈.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미끼 노릇을 시켰단 말이지.’
사실 처음에는 그냥 구조만 해 주고 끝내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서 구조 작업까지 한 걸 알면 보통은 포기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듯했고 결국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강제로 포기시키는 수밖에요.”
노형진은 굳은 결심을 하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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