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94)
“집단 실종의 전조라……. 캬…… 역시 기자가 아니라 소설을 썼어야지.”
노형진은 뉴스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언론마다 대서특필은 아니더라도 제법 비중 있게 다루는 뉴스가 바로 어제 있던 일이었다.
“경찰에서는 현재 수사 중이며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 아직 연락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전국실종자협회에서는…….”
노형진은 기사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당연한 소리지.”
당연하다. 어제 점심때 고발을 넣었는데 오늘 아침까지 수사가 진행되어 봐야 얼마나 진행되겠는가? 아무리 빨라 봐야 오늘쯤에야 배당 부서가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마치 사람들이 실종된 것처럼 절묘하게 말장난을 하고 있었다.
“이거 일이 너무 커진 거 아냐?”
“아니에요. 어차피 언론에서 이런 말장난을 하는 게 일상인데요, 뭐.”
“그거야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 의뢰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일세.”
송정한의 말에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응?”
“설마 진짜로 실종이 터질 거라 생각하세요?”
“아니라는 건가?”
“네, 아니죠. 그 녀석들은 돈이 목적입니다. 만일 사람 납치해서 장기를 팔아먹으려고 했다면 더 드러나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건 그렇지.”
그렇게 드러나게 한다는 것은 적당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돈을 뜯어내고자 한다는 뜻이었다.
“아마 실종자는 없을 겁니다. 연락처가 있으니 조만간 연락하면 다 나오겠지요.”
“그렇겠지?”
“네.”
송정한이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다. 진짜로 실종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되면 고발한 사람들이 까딱 잘못하면 살인의 종범이 될 수도 있다.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아시다시피 진짜 실종과 살인이 있다고 해도 피해자들은 강제로 한 일이라 그 책임이 약해질 겁니다. 하물며 진짜로 실종자가 없다면 그 책임은 엄청나게 약해질 수밖에 없지요.”
“그렇겠지?”
“네, 그리고 이렇게 작게 턴 걸 봐서는 아마 실종자는 없을 겁니다.”
그 말에 송정한은 우려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 * *
“아오, 진짜 아니라니까요.”
도길환은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자신들이 강제로 돈을 빼앗기는 했지만 납치 감금 및 살인 혐의라니.
“그럼 다른 사람들이 왜 연락이 안 되는데?”
“나야 모르죠.”
“돈 안 준다고 죽인 거 아냐!”
“아닙니다! 아니에요!”
도길환은 억울해서 죽을 맛이었다. 자신이 돈을 빼앗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거나 해부해서 장기를 팔은 적은 없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자신은 수백 명을 납치해서 장기를 내다 판 놈이라고 엄청나게 씹어 대고 있었다.
“아니기는 뭐가 아니야? 뭐? 종교인? 장난쳐? 전과가 8범이 넘어가는 종교인이 어디 있어!”
“그게…….”
“폭행에 사기에 재물 손괴에.”
“물론 그건 제가 했지만…….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죽여서 장기를 내다 팔다니요! 그럴 리 없지 않습니까?”
“도둑놈이 도둑질 했다고 하는 거 봤어?”
“네, 빼앗았습니다. 강제로 돈 빼앗은 거 인정해요. 하지만 사람을 죽였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연락이 안 되는데?”
“저야 모르죠.”
제사를 지낼 때는 간략한 자기 정보를 적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중 몇 군데에 전화해 봤는데 받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분위기는 차갑다 못해서 살벌하기까지 했다.
“이 새끼가 진짜.”
경찰이 막 뭐라고 하려는 찰나였다.
“김 형사님, 한 명 찾았습니다.”
“찾았다고?”
“네.”
“누군데?”
“여기서 강탈당한 사람이랍니다. 당장 오겠다는데요?”
드디어 한 명을 찾았다는 사실에 경찰도, 도길환도 얼굴이 환해졌다. 드디어 연락된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경찰서 안에 들어온 남자는 도길환을 보자마자 달려와서는 그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이 썅놈의 새끼!”
“자자, 진정하시고.”
“진정하게 생겼어요? 이 녀석한테 50만 원이나 뜯겼습니다.”
식식거리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남자.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남자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진술하기 시작했다. 젊고 예쁜 여자를 이용해서 접근하더니 헬레레하는 사이에 어느 틈엔가 험악한 남자들로 자신을 에워쌌다. 그 후에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서 겁을 주면서 반강제적으로 끌고 가서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신고를 안 하셨어요?”
“안 하기는요. 했죠.”
물론 안 한 사람도 있다. 위협받아서 두렵거나 상대적으로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경찰서에 왔다 갔다 하기 귀찮은 사람들. 그들은 안 한다. 그리고 이들 역시 그걸 알기에 적당히 포기할 수 있는 수준만 받아 내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했다.
“그런데 지금 몇 달째 연락이 안 왔어요. 얼마 전에 전화했더니 당사자를 못 찾아서 영구 미제로 넘어갔다는데, 장난합니까? 경찰이 제대로 일을 했어야지요.”
그 말에 담당 경찰은 한숨이 나왔다.
‘아오, 썅…… 망할 새끼들.’
자신은 관할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충 상황을 알 것 같다. 이런 50만 원짜리 사건은 해결해 봐야 인사고과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그냥 제대로 수사도 안 하고 뭉그적거리다가 미제로 넘겨 버린 것이다.
‘나 같아도 그럴 것 같기는 한데…….’
거기는 부촌이 가까운 유흥가이기 때문에 작게는 수백만 원짜리부터 크게는 수천만 원짜리 사건이 즐비하다. 그런데 고작 50만 원짜리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발로 뛸 경찰이 있을 리 없다.
‘염병…… 왜 노는 건 그 새끼들인데 욕은 우리가 먹는 거야?’
부촌이 가까운 데다가 유흥가다 보니 그곳에서 들어오는 상납금 역시 적은 게 아니다. 그러다 보니 그곳에 배치된 경찰들은 그 상납금으로 편하게 지낸다. 오죽하면 거기서 근무하면서 3년 안에 아파트 하나 못 사면 병신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꿈의 구역이다. 그런 곳에서 50만 원짜리 사건이라니.
“자자, 진정하시고.”
어찌 되었건 수사를 안 한 것은 자신들의 잘못이기 때문에 김 형사는 노발대발하는 피해자를 진정시켰다.
따르릉.
때마침 울리는 전화기 소리. 김 형사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강력계 3팀입니다.”
“부재중 전화가 있어서요. 무슨 일이시죠?”
“아, 성함이?”
“조두식요.”
“아, 조두식 씨. 다름이 아니라…….”
그는 명단을 확보하고 전화했는데 부재중 전화가 뜨자 누군가 연락한 것이다. 김 형사는 그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잠시 후 전화기 너머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거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얼마나 뜯기셨는데요?”
“40만 원요.”
“신고는요?
“그거 신고해 봐야 못 잡는다고 하기에 포기했어요.”
‘아, 망할…….’
또다시 깨질 거리가 생겼다는 말에 김 형사는 한숨이 나왔다.
“일단은 잡혔고 자백도 했으니까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살았다. 저 백수거든요. 안 그래도 그 돈 없어서 죽을 맛이었는데 바로 경찰서로 갈게요.”
그는 바로 출발한다는 말만 남기고는 전화를 끊었다.
“일단 두 사람은 찾았는데…….”
“거봐요. 사람 안 죽였다니까요.”
“인적 사항이 어디 한두 개인 줄 알아? 그리고 인적 사항도 안 남긴 사람들도 있다면서?”
“…….”
“하여간 너 이 새끼들은 진짜.”
그와 동시에 울리는 전화기들. 그의 전화기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뭐야?”
“부재중 전화에 대한 답신이 오는 모양입니다.”
“끄응…… 오늘 하루 더럽게 바쁘겠군.”
쉴 틈 없이 울리는 전화기를 보면서 김 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기가 막히는군. 진짜 자네 말대로 되었군그래.”
“하하하, 제가 언제 틀린 말 했습니까?”
노형진의 함정에 빠진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죄를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내부 고발한 피해자들이 연락이 안 된다고 실종을 의심해서 고발하자 경찰에 끌려간 그들은 수백 명에 대한 실종 의심을 받기 시작했고 그 실종에 대한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신상을 경찰에 넘겨주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확인된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아마도 수백 건의 감금과 갈취 혐의가 나올 겁니다. 이 정도면 어쩔 수 없이 실형이 나올 수밖에 없지요.”
“그렇지.”
아무리 소액이라고 하지만 피해자가 수백 명을 넘어간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아무리 좋은 변호사를 쓴다고 해도 실형은 피할 수 없다. 그들이 감옥에 가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피해를 줄 만한 사람은 없어진다.
“이쯤에서 우리 피해자들의 소장을 넣으면 됩니다.”
아무리 내부 고발했다고 하지만 그들과 함께 한 것이 있기 때문에 이들도 그 죄가 성립될 수 있다. 하지만 저들이 해를 가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피해자로서 등록하면 당연히 그 죄는 경감이 된다.
“운이 좋다면 무죄가 나올 수도 있지요.”
“그렇지.”
명백하게 협박을 통해서 할 수밖에 없었던 일인 만큼 무죄의 가능성이 높다. 설사 아니라고 할지라도 목숨을 건 탈출과 그 후에 벌어진 자발적인 신고를 생각하면 충분히 감형 사유가 될 것이다.
‘그러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그다지 많은 처벌을 받지는 않겠지.’
이런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 정도에서 끝날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벌금일 것이다.
“감사해요…….”
한세은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신고해 봐야 집행유예가 나온다면서 겁을 주던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그 녀석들은 모조리 잡혀가 수감되었기 때문에 가족들과 자신들은 안전해졌다.
“아닙니다. 우연이기는 하지만 만난 건 인연이니까요. 다만 이사는 하셔야 할 겁니다.”
“네, 그러려구요.”
저들이 감옥에 간다고 해도 출소 후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런 만큼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사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불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나마 피해자들의 가족이 전부 월세나 전세를 살기 때문에 기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가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한 상황이었다.
“그전에 일단 확실하게 재기 불능은 만들어 놔야지요.”
“재기 불능요?”
“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이 나라에서는 돈이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고 합니다.”
“그렇지.”
송정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돈으로 귀신을 부린다. 대한민국의 천민자본주의를 비꼬는 말이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게 현실이다.
“그 녀석들이 감옥에 갔다 왔을 때는 여러분들이 이사한 후겠지만 이 녀석들에게 돈이 있으면 여러분을 찾으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 말에 한세은은 가볍게 부르르 떨었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라고 해도 막아 두는 것이 좋지요.”
“그렇지만 그 녀석들이 그 정도 돈이 있을까?”
“그 녀석들이 문제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종단이 문제입니다.”
“아!”
그들은 신성도라는 신흥 종교에 속해 있다. 그들이 번 돈을 그 녀석들이 가지고 갔을까? 그럴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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