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496)
그 말에 송정한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니까 지금 저들이 협박당했다는 거야?”
“그거 말고는 이유가 없는 것 같네요. 한두 명도 아니고 몽땅 다 갑자기 입을 다물 리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들은 감옥에 있잖아? 감옥에 세력이 없는 이상에야.”
“가족들까지 감옥에 있는 것은 아니죠.”
노형진의 말에 송정한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들은 가족을 인질로 잡고 피해자들을 협박했다. 그런 상황에서 저들의 배신에 대비해서 가족들을 인질로 잡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미친놈들이군.”
“사이비 종교가 왜 사이비 종교인지는 뻔한 거 아닙니까?”
“그럼 이제는 방법은 없는 건가?”
“아마도요.”
저쪽에서 입을 나불거리지 못하도록 인질을 잡은 이상 노형진이나 새론에서 어찌할 수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직접적으로 이쪽에 손을 쓰지는 않을 것 같다는 거지요.”
“그런가?”
“네, 그런 거라면 입 닥치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차피 이쪽에 손쓰면 누가 보복했는지는 뻔하게 드러난다. 저들이 입 닥치게 만들었다는 것은 당분간은 손쓸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영 미봉합인 게 찝찝하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건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군요.”
“어떤 의문 말인가?”
“그들이 어떻게 신도들이 배신할 걸 예상했을까요?”
“응?”
“그렇지 않습니까? 배신할 계획도 없는데 섣불리 협박하면 도리어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배신할 수도 있는 거죠.”
“그렇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그들이 배신할 걸 알았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들 중 누군가 알려 주기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영원히 알 수 없겠지.’
영 찝찝한 결말에 노형진은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2장. 힘을 가진 자만이 정의를 외칠 수 있다>
“우아아아아!”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변호사. 그리고 그걸 보고 한숨을 푹 쉬는 노형진.
“무태식 변호사님, 그렇게 화려하게 안 들어와도 됩니다.”
“아, 그런가요?”
“네.”
“으하하하, 이 반가운 서울의 매연을 느끼니 기분이 업되는군요.”
“민시아 변호사님이 이러는 거 압니까?”
“죄송합니다. 으하하하.”
“하아.”
노형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무태식 변호사는 민시아 변호사와 결혼한 후 지방으로 내려가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민시아 변호사가 임신하면서 아무래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 때문에 다시 서울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 서울에 간만에 오니 반갑네요.”
“하하하.”
사실 무태식은 시골에 내려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다만 민시아 변호사의 의견을 따라 준 것뿐이다.
‘완전 공처가라니까.’
그런 공처가인 그가 아내가 임신했다는데 그냥 두고 출근할 리 없고 결국 그가 우기고 우겨서 시댁과 친정이 있는 서울로 다시 올라온 것이다.
“음…… 이 반가운 서울의 매연 냄새.”
“지금 이 방에 공기 청정기 틀어 놨는데 그러면 공기 청정기 기분은 그다지 좋을 것 같지 않은데요?”
“괜찮습니다. 공기 청정기 같은 미물의 감정 따위 제가 알 바 아닙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하는 노형진과 무태식.
그때 그들의 뒤에서 혀를 끌끌거리면서 송정한 변호사가 나타났다.
“쯧쯧, 이봐, 무태식 변호사. 서울 매연을 오랜만에 맞아서 그렇게 흥분하는 거야? 공기 중에 무슨 마약이라도 뿌린 건가?”
“하하하.”
웃는 무 변호사를 보면서 노형진은 피식 웃으면서 송정한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쩐 일이세요? 그냥 절 부르시지요?”
“아니, 호들갑을 떠는 무 변호사도 볼 겸 자네가 전에 말한 것도 이야기 좀 할 겸해서 말이야.”
“전에 말한 거라니요?”
“인권 변호사 말이야.”
“아아.”
인권 변호사. 노형진이 지난번에 일본군 성 노예 할머니들 사건을 담당하면서 느꼈던 것은 한국에 제대로 된 인권 변호사가 없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인권 변호사 집단이 없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대부분의 인권 변호사들은 힘이 없거나 뭉쳐 있다고 해도 인권보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뭉친 성향이 강해서 정작 인권 재판에 도움이 되지는 않으니까.
“그러니까 인권 변호사를 들이자는 자네 의견은 충분히 생각해 봤네.”
노형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솔직히 걱정되는군. 필요하기는 하지만 좋은 꼴을 보지는 못할 거 알지 않나?”
“그건 그렇지요.”
인권 변호사는 단순히 법을 지키고 그 법을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잘못된 법을 없애기 위해서 싸우고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는 힘없는 사람들을 도우려고 한다.
“이건 돈 되는 일은 아니야.”
“돈 때문에 할 일도 아니죠.”
힘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돈이 있는데 힘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은 곧 돈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하고. 사실 자네도 알다시피 이게 가장 큰 문제 아닌가.”
“휴우, 그건 그렇지요.”
상대방, 즉 인권을 침해하는 사람들은 힘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힘이 있는 사람이다. 정치인이나 대기업, 또는 소위 말하는 갑들. 사회적 약자인 을이나 병쯤 되는 사람들은 인권침해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싸워야 합니다. 송 변호사님도 아시잖습니까? 법이라는 것은 절대로 약자를 위해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
약자를 위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건 법의 가장 정확한 속성이다. 정치인들이 매번 국민을 팔아먹으면서 국민을 위해서 한다고 하지만 결국 그 법은 자기 자신들을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은 누군가 싸워야 하지요.”
“싸워야 한다라…….”
“역사가 소위 말하는 상위 계층에 대한 저항 없이 만들어진 적은 없지 않습니까? 우리 회사도 규모가 있는 만큼 이제 역사적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후우, 하긴…… 노 변호사 말은 이해를 하네.”
송정한 역시 한때 꿈은 인권 변호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가능하면 회사를 최대한 민주적이고 바르게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 그거 위험한 거 아닙니까?”
무태식도 바보는 아니다. 변호사가 바보일 수가 없다. 당장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차리자마자 일단 우려부터 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인권 변호사를 한다는 것은 가진 놈들과 싸운다는 소리잖아요?”
“지금은 안 그런가요?”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이건 아주 대놓고 전쟁 선포인데요?”
“그건 그렇지.”
송정한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뭔가를 생각한 듯 그 둘을 바라보았다.
“이사회를 소집하지.”
“이사회를요?”
“그래, 이건 중요한 일일세. 우리 새론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결정하게 될 일이야. 그냥 우리끼리 이야기할 것은 아닌 듯하네.”
노형진은 그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 * *
“인권 변호사라…….”
“위험한 선택이기는 한데…….”
이사회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심각한 얼굴이었다. 지금까지 의제는 기껏해야 이 사건을 하느냐 마느냐 정도다. 그 사건에 대한 사회적인 파장은 있을 수 있을지언정 새론의 미래를 결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권 변호사를 들인다는 것 자체가 기존에 갑들이나 대기업들에게 적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일 인권 변호사를 들이게 되면 다른 기업들의 사건은 담당하기 힘들어질 걸세.”
“어차피 우리한테 일 맡기는 건 대룡밖에 없지 않습니까?”
“끄응…… 그건 그런데…….”
새론이 추구하는 상생의 길. 그건 기존 대기업들에게는 그다지 탐탁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다 보니 실적과 상관없이 대기업들은 새론에 사건을 주는 것을 꺼리는 것이 현실.
“이번에는 좀 두고 보는 게 어떨까?”
“누구나 그렇게 말합니다. 다음에 하자. 하지만 다음이라는 것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 불확실한 것입니다.”
“음…….”
남상주 역시 곤혹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 역시 변호사로서 인권 변호사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말로만 인권을 이야기하지, 사실상 거의 방치 수준입니다. 아시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인권위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은 강제력이 없다. 그나마도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흔적 지우기를 한다면서 발족 당시 뽑혔던 인권 위원들을 모조리 쳐 내는 바람에 가진 자만을 위해서 판단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어.’
대통령이 바뀌고 나서 인권에 대해서 대대적인 무시가 버릇이 되었고 몇 년 후에는 인권이란 가진 사람만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사람들의 인권은 바닥을 치게 된다. 그걸 막기 위해서는 인권 변호사들이 필요했다.
“인권 변호사라…….”
송정한은 침묵을 지켰다. 확실히 현재 인권의 문제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내가 한마디 해도 될까요?”
그런데 그런 곳에 끼어든 것은 다름 아닌 김성식이었다.
“내가 봐서는 인권 변호사를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네?”
“인권 변호사를요?”
사람들은 놀랐다. 그는 중수부장 출신이다. 어떻게 보면 인권 변호사에 대해서 가장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인권 변호사가 별로 없지요. 물론 검사 시절을 생각하면 귀찮은 존재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견제가 없는 조직은 부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견제가 없는 조직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라…….”
“지금의 새론이야 모든 변호사들이 꿈꾸던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새론의 힘도 강해지고 있지요. 하지만 미래에도 그러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
“물론 지금 이사회가 그렇게 두지 않으리라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누군가는 변칙적인 행동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사회는 말 그대로 방향을 정하는 곳이지, 그 내부에서 감시하는 조직이 아니니까요.”
“음…….”
“결과적으로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해도 그 내부에서 그걸 역행하겠다고 하면 대책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걸 막기 위해서는 올바른 변호사들이 필요하고요.”
“역행이라.”
“멀리 갈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당장 재판부만 봐도 그렇지요.”
그 말에 다들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한민국의 법은 국회의원이 만든다. 그게 상식이다. 하지만 그 법을 집행하는 것은 법원, 즉 재판부다.
‘하긴. 그 문제가 심각하기는 하지.’
문제는 그 재판부가 양형 기준이라는 것을 정한다는 것이다. 그 양형 기준은 절대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으며 사실상 법처럼 운영된다. 사기에 대한 법적인 기준은 10년 이하 징역 2천만 원 이하 벌금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양형 기준에 따르다 보니 2년 이상 나오는 사람은 아주 드물고 대부분은 벌금 수준에서 끝난다. 법에서 말하는 엄벌보다는 재판관들이 자기 취향에 맞게 낮게 잡는 성향이 더 강한 것이다.
“당장 법원만 해도 그런데 우리라고 언제까지나 깨끗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요.”
“음…….”
김성식의 말에 다들 침묵을 지켰다.
“비교 대상이란 언제나 존재해야 합니다. 일단 인권 변호사들은 부패가 덜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념에 따른 행동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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